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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티메프 사태 될라”...변해야 사는 홈플러스

[홈플러스 사태 2막]①
홈플러스, 자금난 이유로 기습 기업회생절차
협력사 이탈 후 복귀...정산주기 단축 등 요구

홈플러스 강서점 전경. [사진 이지완 기자]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국내 대형마트 2위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로 인한 후폭풍이 거세다. 회사를 믿고 제품을 공급하던 주요 협력사들이 대금 지연 우려 등을 이유로 납품 중단에 나서면서다. 홈플러스 측은 상거래 채권 지급 재개 등으로 정상적인 영업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협력사는 여전히 납품 재개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납품 중단·다시 재개...어수선한 홈플러스

홈플러스는 이마트와 함께 국내 대형마트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우량 기업이다. 지난 2015년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승계 차입금 1조2000억원을 포함 총 7조원대 규모의 인수합병(M&A)에 나서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홈플러스가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전자상거래(이커머스) 급성장 등 소비 트렌드 변화로 대형마트를 찾는 소비자들이 줄어든 탓이다. 이 영향으로 홈플러스는 2021 회계연도(당월 3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부터 2023 회계연도까지 매년 1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여전히 이커머스 중심인 시장 트렌드를 고려할 때 2024 회계연도에도 홈플러스가 적자를 피하지 못했을 것으로 예상한다.

계속되는 적자 속 회생절차에 돌입한 홈플러스를 바라보는 안팎의 시선은 차갑다. 홈플러스 출신의 한 관계자는 “MBK 인수 직후 직원들에게 격려금 성격의 돈이 지급되기도 했는데, 결국 홈플러스 돈으로 지급된 것”이라며 “내부 직원들도 그렇고 재무적인 부분이 이렇게 나빠질 줄은 몰랐다”고 안타까워했다.

협력사들도 홈플러스를 바라보는 시선은 좋지 않다. 홈플러스가 회생절차를 밟으면서도 정상영업을 하겠다고 선언했지만, 대금 지연 등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협력사들이 서울회생법원의 홈플러스 회생절차 개시 승인 이틀 뒤(6일)부터 납품 중단을 결정한 이유다.

홈플러스는 법원 허가를 통해 ‘상거래 채권 지급’이 재개된 만큼 대금 지연 우려가 전혀 없다고 주장한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가용 현금 잔고는 3090억원이다. 특히 이달에는 약 3000억원의 순현금 유입이 예상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를 합산하면 총 가용 자금은 6000억원을 웃돈다.

홈플러스는 이를 근거로 납품 중단을 결정했던 협력사와 협의를 이어왔다. 회사는 곧 상품 공급이 안정화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지난 11일 기준 일시 지급 중단됐던 상거래 채권의 3분의 1 이상이 지급 완료됐고, 계속해서 순차적으로 지급이 이뤄지고 있어서다. 홈플러스는 협력사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세 지급 계획을 수립한 뒤 각 협력사에 전달하기도 했다.

이 같은 홈플러스의 노력에 힘입어 주요 협력사 대다수가 납품 재개를 결정한 상황이다. 지난 11일 기준 납품 재개를 결정한 주요 협력사는 ▲삼성전자 ▲CJ제일제당 ▲롯데웰푸드 ▲농심 ▲삼양식품 ▲오뚜기 ▲남양유업 ▲동서식품 ▲샘표 ▲정식품 ▲팔도 등이다.
주요 대형마트 정산주기(중소기업 제외).
이미 무너진 신뢰...대대적 변화 필요

업계에서는 홈플러스 협력사의 납품 재개 소식에도 안심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미 시장의 신뢰도가 훼손된 상황이라서다. 언제든 홈플러스의 유동성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불안감이 만연하다는 얘기다.

홈플러스와 납품 재개 여부를 협상 중인 한 협력사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내부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홈플러스가 직면한 문제는 차질 없이 납품 대금 등 상거래 채권을 지급하는 것이다. 회사가 매달 납품 대금으로 지급해야 하는 결제액은 3000억원 내외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달 수천억원에 달하는 결제액을 확보하려면 적극적인 영업활동이 필요하다. 이에 홈플러스는 오는 19일까지 인기 상품 위주로 파격가를 제공하는 ‘앵콜! 홈플런 is BACK’을 진행한다.

협력사들 사이에서는 홈플러스의 기존 시스템도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와 협력사의 협의가 일차적으로 이뤄졌더라도 향후 대금 지연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또다시 납품 중단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지난해 대규모 미정산 사태를 불러온 티메프(티몬·위메프) 사례로 이미 한차례 학습했기 때문에 협력사들이 홈플러스에 선입금, 정산주기 단축 등 기존과 다른 방식을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의 정산주기가 국내 대형마트 중 가장 긴 것은 사실이다. 국내 1위 대형마트인 이마트의 정산주기는 평균 25일 내외다. 롯데마트는 20~30일 정도 소요된다. 반면 홈플러스는 45~60일 정도의 정산주기를 갖는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회생절차로 인한 기업 이미지 타격은 없을 수 없다”며 “이로 인해 기업뿐 아니라 소비자들도 홈플러스를 기피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인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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