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유로貨 가입 보류로 시끌 업종 따라 희비 엇갈려
[영국]유로貨 가입 보류로 시끌 업종 따라 희비 엇갈려
| 지난 9일 유로화 가입 보류 발표를 하는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 | 지난 9일 영국의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이 지난 몇 달을 끌어온 유로화 도입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가입을 보류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 결정이 나오자 영국의 여론은 반분됐다. 유로화 가입이 늦춰지면 수만개의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우려와 오히려 경기침체를 막을 수 있다는 기대가 상충됐다. 일례로 일부 생산업자들은 환율 변동이 유로지역과의 교역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하고 있지만, 유통업자들은 파운드화를 유로화로 바꿀 때의 혼란으로 구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염려가 없어져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유로화 가입에 찬성했던 기업들은 가입 연기 조치로 많은 것을 잃을 것으로 분석한다. 고든 장관의 이번 조치를 아쉬워하는 가입 찬성 그룹은 크게 네 부류다. 영국에 투자한 외국자본·제조업계·관광업계 그리고 농업분야다. 영국에 제조기지를 두고 있는 다국적 기업들은 영국에 재투자하는 것을 재고하겠다는 입장이다. 유로화 가입이 늦춰지는 만큼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이 계속되는데다 유로지역과의 교역에도 지장을 받아 그만큼 자본수익이 떨어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현재 영국에 투자한 해외법인들은 1백40만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제조업계도 환율변동이 해외에서 영국 상품의 경쟁력을 떨어드린다고 불평해 왔다. 영국의 전국농민협회(NFU) 역시 영국 정부가 유로지역 가입을 미루는 바람에 5만8천개의 일자리를 잃게 될 것으로 추산하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해외 경쟁력이 떨어져 수출에 지장을 받고, 환율 변동에 따라 수익이 왔다 갔다 하는 불이익을 받는다는 이유에서다. 유럽인들을 최대 고객으로 맞고 있는 영국의 관광업계는 아쉬움이 더하다. 영국에서 돈을 쓰고 가는 외국 관광객의 3분의 2가 유럽인이기 때문이다. 관광업계는 같은 화폐를 쓰게 되면 그만큼 더 많은 사람들이 오고, 환전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어져 더 많은 돈을 영국 땅에 뿌리고 갈 것으로 기대해 왔다. 이에 반해 유로지역 가입으로 피해를 볼 것이라고 주장하는 대표적인 그룹은 달러권과 교역하는 무역업체들이다. 사실 영국, 그 중에서도 영국 경제의 중심지인 잉글랜드 남부지역은 유럽의 어떤 지역보다 달러화에 많이 노출돼 있다. 실제로 영국 전체 교역의 32%는 달러화로 이뤄진다. 유로화로 이뤄지는 무역은 전체의 20%로 오히려 적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달러로 수출하고 달러로 수입하는 기업들은 영국이 유로화를 쓰게 되면 오히려 새로운 환전 수수료가 들 것으로 우려한다. 유로화 가입에 반대하는 운동을 이끌고 있는 ‘노 캠페인’은 영국이 유로화를 쓰게 될 경우 유로지역 이외 나라들과의 교역이 타격을 입어 전체 교역량이 오히려 줄 수 있다고 본다. 부동산 임대업자와 주택 소유주들도 유럽중앙은행이 이자율을 통제할 경우 돈이 덜 풀리면서 집값이 폭락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었다. 상당수 영국인들이 융자를 받아 집을 사기 때문이다. 경제관료와 중앙은행도 유로화 가입에 반대하는 편에 서 있다. 이들은 유로화 가입이 안정성을 헤쳐 영국경제 전체를 힘들게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과 잉글랜드 은행이 앞장 서서 펴는 논지다. 유연성과 신뢰성이 떨어지는 유럽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모든 것을 맡길 경우 영국이 유로지역의 다른 나라들보다 비교적 낮은 실업률과 높은 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었던 특유의 안정성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각자가 놓여진 위치와 상황에 따라 명암이 교차하는 것이다. |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