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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엑스몰·컨벤션센터 개관 3주년 맞은 안재학(주)코엑스 사장]"전시 컨벤션은 21C 최고의 서비스 상품"

[코엑스몰·컨벤션센터 개관 3주년 맞은 안재학(주)코엑스 사장]"전시 컨벤션은 21C 최고의 서비스 상품"

안재학사장
지난 4월3일 ‘서울 컬렉션 위크 패션쇼’가 한창 진행되던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한 남자로부터 이상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패션쇼가 진행되는 3층 컨벤션 홀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내용이었다. 즉시 비상보고 체계가 가동되면서 강남경찰서 기동타격대와 119 구조대·국정원·경찰 특공대가 출동했고 패션쇼는 중단됐다. 관계기관에 의해 두 시간 동안 정밀 검사가 시작됐다. 폭발물 탐지는 1초 뒤의 시간이란 없는 긴장의 연속. 사건은 다행히 해프닝으로 끝났다. 모두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그 누구보다 조용하게 가슴을 쓸어내리는 사람은 따로 있었다. 안재학(62) 사장이었다. 한 달 전인 3월에도 누군가의 협박전화로 소란을 치러야 했고, 잊을 만하면 출현하는 이런 소동에 익숙해질 법도 하건만 그의 행동은 여전히 노심초사에 가깝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코엑스’라는 거의 모든 건물을 운영·관리하는 책임을 맡고 있는 ㈜코엑스의 CEO(최고경영자)이기 때문이다. 가장 화려하고 번화한 곳에서 가장 큰 위험을 느끼며 사는 사람 안재학 사장. 그는 이런 이유로 “1년 3백65일 하루 24시간을 휴대폰과 함께 살고 주말 오후가 되면 습관적으로 코엑스를 ‘산책’해야 직성이 풀린다”. 남모르는 그만의 애환이다.

웬만한 도시 규모의 ‘문화 독립구’ 실제로 코엑스는 위협의 대상이 될 만한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가로 6백60m, 세로 3백m에 이르는 직사각형의 코엑스 단지는 그야말로 환상적인 비즈니스 공간이라고 할 만하다. 외국인들에게도 이 코엑스는 연구 대상이다. 지하 쇼핑몰을 떼지어 다니며 카메라 셔터를 정신없이 눌러대는 모습을 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 코엑스가 지난 5월로 개관 3주년을 맞았다. 한국종합전시장부터 따지면 17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코엑스 사람들은 최대 2만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컨벤션 센터와 3백65일 사람들의 물결이 넘실거리는 코엑스몰 등을 갖추고 화려하게 개관한 2000년 5월3일을 완전한 탄생으로 여긴다. 코엑스는 이 3년 동안 컨벤션 센터와 지하 쇼핑몰을 성장의 엔진으로 삼아 코엑스라는 회사 차원을 넘어 ‘한국’이라는 국가와 ‘서울’이라는 도시의 위상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리는 성과를 이룩했다. 일반인들에게 ‘코엑스’라는 단어가 회사명이 아닌 ‘비즈니스 공간’으로 인식된 것이 좋은 예다. 전시 컨벤션 업체로 ‘뭔가 보여주는 코엑스’를 만든 것이다. “규모로나 내용으로나 코엑스는 웬만한 중소 도시보다 크다”는 안사장이 코엑스에 부임한 지는 지난 5월로 만 4년 2개월. 대학을 졸업한 후 삼성에 입사, 꼬박 33년을 보냈고 또 그 대부분의 시간을 해외에서 보낸 해외 영업통의 새로운 도전이었다. “사실 이런 일을 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삼성에 있을 때 마지막 근무지가 모스크바였는데(삼성그룹 러시아 주재 사장) 서울에 출장을 왔다가 그대로 붙들려서 3월에 부임한 것이 오늘까지 온 겁니다. (무역협회의) 김재철 회장님이 ‘하여튼 빨리 오라’고 어찌나 재촉을 하든지 뭘 생각하고 그럴 시간도 없었어요.” 안사장이 이끄는 코엑스의 주요 사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전시 컨벤션의 개최 및 주최와 ▶복합단지(전시컨벤션 센터·코엑스몰·트레이드 타워 및 아셈 타워)의 임대·운영이다 <표 참조> . 전문 전시장의 경우 그야말로 맨땅에서 출발해 평균 가동률 75%로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해 있는데 백화점과 도심공항터미널을 포함한 이런 다목적 복합시설은 전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단지 내의 모든 건물을 지하로 연결시켜 기능적으로 한 건물로 통합시킨, 총 3만6천평에 달하는 코엑스몰은 아시아 최대의 지하 쇼핑공간으로 해외에서도 유명하다. 이런 볼거리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지난해 ㈜코엑스를 공식 방문한 외국인만 1천246명에 달할 정도다. “코엑스는 젊은 세대에게는 건전한 욕구를 분출하게 하는 해방구입니다. 압구정동이나 강남역의 문화는 너무나 소모적이예요. 하지만 이곳은 어떤가요? 정보가 있지 않습니까? 오늘도(5월26일) 여기 코엑스에서는 ‘반부패 세계회의’가 열리고 있습니다. 6백∼7백여명의 외국인이 참가했는데 여기서 정보교류가 이뤄지고 노하우를 교환하고 있어요.” 안사장의 말대로 코엑스몰은 전형적인 젊은 세대의 소비공간이면서도 윗쪽의 압구정동이나 옆쪽의 강남역 문화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엔터테인먼트를 코드로 젊은 세대의 실험적인 소비공간으로 변모해 가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최근에는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2와 마이크로소프트의 X박스가 ‘국내 최대의 게임장’을 내세워 일전을 벌이고 있는 이곳은 ‘소비하라. 그러면 네가 누구인지 알려주겠다’는 말을 정확하게 구현하고 있다. 이곳에서의 소비는 생존이 아니라 자아실현의 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이곳은 ‘문화 독립구’처럼 보인다.

“경제적 가치 수조원대” 그러나 코엑스가 다른 지역과 가장 다른 점은 최신 정보를 접촉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엔터테인먼트라는 소비문화에 각종 전시회와 세미나로 대표되는 정보를 부가할 수 있는 지식공간인 것이다. 이런 문화 덕분에 코엑스몰은 지식 소비자들을 위한 최적의 실험공간으로 부상하면서 안테나숍이 증가하고 있고 신제품 또한 가장 먼저 선보이는 곳 중의 하나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코엑스몰은 경제적으로도 커다란 가치가 있습니다. 입점 점포들이 올리는 매출만 연간 6천억원 이상으로 추정될 정도니까요. 개별 매장들의 경제 가치까지 포함한다면 몰 전체 가치는 수조원대에 이르는 수준이죠. 고용창출 효과 또한 커서 매장 고용인원만 4천명이 넘습니다.” 안사장은 이를 위해 코엑스몰 개관 전부터 치밀하고 과학적인 공간 배치를 했다고 말했다. “매장 배치도 처음에 다 정해둔 겁니다. 어떤 매장이 어떻게 위치해야 좋을지 먼저 설정해 놓고 업체를 선정했죠. 즉 영화관 자리를 만들어 놓고 그 영화관을 운영할 업체를 선정한 것입니다. 컴퓨터로 시뮬레이션까지 해봤을 정도로 철저하게 준비했습니다.” 안사장이 코엑스몰과 빌딩 관리 운영에 한 발을 짚고 서 있다면 다른 한 발은 전시 컨벤션에 딛고 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그리고 부가가치 측면에서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실제로 코엑스는 외국인들에게 전시 컨벤션 업체로 더 널리 알려져 있는데 현재 코엑스는 12개의 전시장과 7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컨벤션 홀, 그리고 52개의 회의실을 운용하고 있는 세계적 규모의 전시 컨벤션 업체이기도 하다. “한국은 이제 세계 10위권에 드는 무역대국입니다. 무역이 생존 조건인 나라라는 뜻입니다. 이제까지는 국가의 후원 하에 종합상사가 수출을 리드했지만 이제는 환경이 달라졌어요. 무역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거든요. 전시회를 중심으로 바이어들이 헤쳐모여 하고 있습니다.” 그는 “전시산업만큼 부가가치가 높고 파급효과가 좋은 산업도 없다”고 톤을 높였다. 실제로 전시산업은 수출 증대는 기본이고, 서비스를 주된 상품으로 취급하는 3차 산업의 발달을 촉진, 산업구조를 재편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더구나 회의장이 정보의 중심지가 되기 때문에 글로벌 스탠더드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전시 컨벤션산업을 인쇄 매체·방송 매체와 더불어 세계적인 B2B 매체로 주목하고 있다. 안사장은 “국내 전시산업도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한국은 지난해 316회의 전시회를 개최해 2001년 226회에 비해 1백40%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 중 코엑스에서 개최된 전시회는 이벤트를 제외하고 118회로 총 개최 전시회의 44.5%를 점유해 5백여만명이 넘는 관람객을 유치했다.

“동북아 3국 순차 전시회 추진” 이 같은 국내 전시 컨벤션의 시장 규모는 지난해를 기준으로 약 2조원대에 이르고, 고용 유발 효과는 4만명에 달하는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멀어요. 지난해만 해도 전세계 2천여곳의 전시장에서 1백50만 개의 회사가 참여해 1만3천여회의 전시회가 열렸을 정도입니다. 관람객만 1억명 이상이었고요. 이 중 57.4%가 유럽에서 열렸고 미국·캐나다로 대표되는 아메리카가 17.4%를 차지했습니다. 한마디로 74.8%를 선진국이 가져간 것입니다.” 실제로 전시 컨벤션의 순위는 선진국 순위와 거의 일치한다. 전시산업이 국가의 부(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명확하게 알려주는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다 <표 참조> . 안사장은 코엑스 개관 이후 몇 개의 굵직한 국제행사를 차질없이 치러내면서 코엑스를 세계 10대 전시 컨벤션 센터로 진입시키는 경쟁력을 축적해 왔다. 2000년 10월 개최했던 제3차 아시아 유럽 정상회의(ASEM)가 한국 정부 최초의 다자간 정상회의였다면 지난해 한·일 월드컵 국제방송센터(IBC-1) 운영은 전세계 기자들을 감탄하게 만든, 본선 4강에 필적한 보람있는 성과였다. 올해 들어서는 전시 컨벤션의 전문화·대형화·국제화를 3대 화두로 삼아 국내 전시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그의 제안으로 협의 중인 한·중·일 동북아 3국의 전시주최자협의회가 새로운 형태의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세 나라에서 열리는 유사 전시회를 순차적으로 개최함으로써 전세계 바이어들의 적극적인 참가를 유도하자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서비스도 수출품 목록에 올렸다. 오는 9월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열리는 ‘한국국제공장자동화종합전(KOFA)’이 그것으로, 국내에서 정기적으로 개최된 전시회가 해외에 진출하는 1호가 된다. “21세기의 키워드는 서비스입니다. 전시 컨벤션은 그 중에서도 최고의 서비스 상품이죠. 무한한 공간을 이용하는 전시산업은 상상력에 달렸습니다.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이죠. 코엑스를 21세기 동북아 중심 공간으로 만들 겁니다.” 안사장은 이를 위해 나노·바이오·문화콘텐츠 분야의 전문 전시회를 개발하고 조인트 벤처를 통한 해외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다. “앉아서 기다리는 게 아니라 찾아다니고 뛰어다니겠다”는 것. 물론 “세계 최고의 전시기업이 되기 위함”이다. 안사장의 이런 노력은 최근 들어 빛을 발하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일본 최고의 부동산회사인 모리그룹의 회장이 가족과 함께 내한, 코엑스의 관리 운영에 감탄하고 돌아갔고, 니가타에서는 안사장에게 한 시간의 운영 노하우를 듣기 위해 체재비까지 제공해 가며 초대했을 정도다. 일부 아랍 국가들은 아예 운영 노하우를 수출해 달라는 요청까지 해오고 있다. 물론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을 필두로 동아시아 국가들 사이에 전시장 건립이 러시를 이루고 있는 등 언제나 현실은 살얼음판이다. 하지만 삼성 시절부터 무슨 일이 있더라도 오전 5시 반이면 일어나 헬스클럽을 거쳐 출근하는 습관을 들여온 안사장은 자기관리만큼이나 회사의 경쟁력을 철저하게 업그레이드해 가고 있다. 그래서 그는 지나온 3년보다 앞으로의 3년에 더 의미를 둔다. 다가오는 3년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한국의 전시 컨벤션 산업의 미래가 바뀌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전시 컨벤션은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잘 보여주기’를 위해 그는 오늘도 코엑스를 가리고 있는 장막과 그늘을 걷어내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코엑스는 살아 있는 공간입니다. 살아 있으려면 끊임없이 변화해야죠. 변하지 않으면 살아 있지 않는 것이니까요.”

안재학 사장 1941년 서울 生 고려대 상대 卒·하버드 비즈니스스쿨 PMD 과정 수료 66년 삼성물산 입사(삼성그룹 공채) 91년 삼성중공업 기계사업본부장(대표이사 부사장) 92년 삼성코닝 대표이사 부사장 94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 97년 삼성그룹 러시아 주재 사장 99년∼現 COEX 대표이사 사장 2002년∼現 한국전시산업진흥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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