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생명 정상화 가닥 한화증권 · 신동아 속앓이
대한생명 정상화 가닥 한화증권 · 신동아 속앓이
그룹의 미래 수종으로 금융업을 택한 한화는 진통 속에 ‘금융그룹’ 건설을 모색하고 있다. 당장은 대한생명이 올해 카드사를 인수, 소매금융 시장에 뛰어들거나 한화증권이 전환증권사 한 곳과 합칠 가능성이 가장 커 보인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대한생명의 사령탑을 맡은 지 6개월이 지났다. 지난해 12월 12일부터 지금까지 김 회장의 ‘성적표’는 나름대로 괜찮은 편이다. 지난 5월말 현재 대한생명의 수입 보험료 실적은 4조7,935억원. 김 회장 취임 직전인 지난해 11월말(4조7,162억원)보다 773억원 늘었다. 자산도 불어났다.
김 회장 취임 전보다 1조5,993억원 늘어난 29조9,693억원이다. 이익도 많이 냈다. 2002년 회계연도(2002년 4월∼2003년 3월)의 당기순이익은 9,595억원으로 대한생명 역사상 가장 많았다. 생명보험업계 2위 자리는 굳힌 모습이다. 재계에서는 김 회장의 사기진작책과 비전 제시 등이 꽤 먹혔다고 보고 있다.
김 회장은 취임 직후 “대한생명이 정상 궤도에 오를 때까지 보수를 받지 않겠다”며 배수의 진을 쳤다. 김 회장은 심지어 한자 이름을 ‘승연(昇淵)’에서 ‘승연(升淵)’으로 바꾸기까지 했다는 후문이다. 대한생명 인수 직후 작명에 조예가 있는 지인의 조언을 따라서다. 사업(대한생명)이 잘 되길 바라는 뜻이었다.
어쩌면 그만큼 절박했다. 김 회장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그룹의 주력사까지 팔았다. 그 덕에 한화는 구조조정 모범 그룹이란 상찬을 들었고, 김 회장은 청와대 만찬에 초청되기도 했다. 반면 구조조정으로 성장 엔진이 고갈되는 악순환에도 직면했다.
한화에너지를 비롯, 알짜 기업을 내다판 결과였다. 새로운 ‘미래 수종’이 필요했다. 그룹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던 화약과 석유화학사업은 이미 성숙기에 접어든 지 오래였다.고민 끝에 그는 제조-금융-유통 · 레저 그룹의 3대축으로 잡았다. 특히 미래 사업의 ‘밀알’을 금융 쪽에서 찾겠다는 뜻을 강하게 비쳤다. 문제는 금융부문의 구심점이 마땅찮다는 점이었다. 아테네 은행 지분은 외환위기 직전 처분했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한화종금은 맥없이 쓰러졌고, 충청은행도 하나은행에 흡수됐다. 그나마 남은 한화증권과 한화투신운용 정도로는 그럴 듯한 ‘금융그룹’을 만들기 어려웠다(현재 엥도수에즈 은행 헝가리 법인도 갖고 있긴 하다).
대한생명은 그래서 김 회장에게 보험회사 이상의 존재였다. 대한생명은 한화그룹 전체보다 2배 가까운 자산을 가진데다, 정상 궤도에만 올려놓으면 금융부문뿐 아니라 그룹의 주력으로서도 손색이 없다고 봤다. 또 은행 소유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금융부문의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가져간다는 뜻도 있었다. 김 회장이 1999년부터 3년6개월여를 절치부심하며 대한생명 인수에 공을 들인 것도 그런 배경에서였다. 그래서일까. 김 회장의 ‘대한생명 사랑’은 각별하다.
99년 6월 7일 김 회장은 대한생명 인수 입찰서류를 직접 금융감독위원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재계 총수로선 전례 없는 일이었다. 김 회장은 지난 5월 9일 열린 대한생명의 연도대상 시상식에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더구나 와이셔츠 차림으로 설계사들과 어울려 노래하고 춤추는 파격도 선보였다. 김 회장은 이어 노무현 대통령의 미국 방문 때 미국 보험업계 인사들도 잇따라 만났다. 김 회장은 미국 생명보험업계와 생명보험협회 인사들을 만나 보험업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조언을 얻기도 했다.
김회장의 ‘대한생명 사랑’ 각별
김 회장은 대한생명을 10년 안에 세계 10위권의 보험사로 키우겠다는 야심이다. 이를 위해 지난 2월 대한생명의 싱크탱크로 경제연구실을, 3월에는 해외 투자 · 중국 진출 · 신시장 개발 TF팀 등을 만들어 새로운 발전 전략을 짜고 있다. 특히 대한생명에 그룹의 브레인으로 꼽히는 이용호 전무와 이명섭 상무를 포진시켰다. 이들은 대한생명 인수 작업을 맡기도 했다. 그렇다고 대한생명의 앞날이 밝은 것만은 않다. 무엇보다 생명보험업계의 여건이 그리 좋지 않기 때문이다.
3%대를 눈 앞에 둔 초저금리 탓에 다시 역마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경기 침체로 보험 상품 판매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반면 종신보험 판매에 따른 책임준비금 적립 금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사면초가의 상황인 셈이다.한화그룹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그러나 “금리의 움직임에 따라 대한생명의 실적이 영향을 받겠지만 올해 실적은 지난해와 비슷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당초 걱정이 많았지만 어쨌든 ‘대한생명 정상화’의 가닥은 잡았다는 자체 평가다.
궁극적인 목표인 금융그룹의 진용을 갖추는 작업도 진통을 겪고 있다. 먼저 한화증권의 덩치를 키우려는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 한화증권은 제일투자증권을 인수해 5대 종합증권사로 도약할 복안이었다. 최상순 한화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은 이례적으로 ‘제일투자증권’이란 이름까지 거론하며 인수의 뜻을 비쳤다. 제일투자증권은 주식약정 규모는 작은 반면 금융 상품 잔고가 한화증권보다 많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대상이기 때문이었다. 한화측은 한화증권 사옥 매각과 투자 지분 정리 등으로 2,000억원대의 ‘실탄’도 마련해둔 상태였다. 그러나 가격 등의 문제로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제일투자증권측에서는 “한화와의 협상은 이미 물 건너 갔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자 증권가에서는 ‘한화증권+대한투자증권’설이 떠돌고 있다. 또 2002 회계연도에 515억원의 적자를 낸 한화증권을 이번에 정리할지 모른다는 루머도 나돌고 있다. 2,000억원 정도의 돈으로는 한화증권을 키울 다각적인 인수가 버겁지 않느냐는 관측에서다. 한화측은 이에 대해 “한화증권 정리설은 사실무근이며 그룹의 기본 방침은 한화증권을 대한생명 못지않게 키우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화 입장에선 지난 회계연도(2002년 4월∼2003년 3월)에 673억원의 적자를 낸 신동아화재 처리도 고민거리다. 지난 4월 손해율이 81.5%로 3월 88.5%보다 조금 나아졌고, 이익(9억원)은 냈지만 손해보험업계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그러다 보니 대한생명+신동아, 신동아+제일화재, 신동아 재매각 등 숱한 시나리오가 난무하고 있다. 대한생명+신동아 조합은 상장을 염두에, 신동아+제일화재는 중하위권 업체끼리 뭉쳐 시너지를 내자는 포석으로 보인다. 10여 년 전 그룹에서 분가한 제일화재는 김 회장의 누나인 김영혜씨가 1대주주(14.2%)다. 한화측은 그러나 신동아도 기본적으로 정상 궤도에 올려놓는 게 1차 목표라고 밝히고 있다.
이런 고민이 많지만 한화측은 당장 무리수를 둘 생각은 없는 듯하다. 예금보험공사가 갖고 있는 대한생명의 나머지 지분(49%)은 2년 뒤에나 인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생명 문제를 100% 매듭짓고 나서 은행업 진출이든, 금융지주회사든 다른 길을 모색한다는 것. 현재로선 대한생명이 올해 카드사를 인수, 소매금융 시장에 뛰어들거나 한화증권이 전환증권사 한 곳과 합칠 가능성이 가장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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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대한생명의 사령탑을 맡은 지 6개월이 지났다. 지난해 12월 12일부터 지금까지 김 회장의 ‘성적표’는 나름대로 괜찮은 편이다. 지난 5월말 현재 대한생명의 수입 보험료 실적은 4조7,935억원. 김 회장 취임 직전인 지난해 11월말(4조7,162억원)보다 773억원 늘었다. 자산도 불어났다.
김 회장 취임 전보다 1조5,993억원 늘어난 29조9,693억원이다. 이익도 많이 냈다. 2002년 회계연도(2002년 4월∼2003년 3월)의 당기순이익은 9,595억원으로 대한생명 역사상 가장 많았다. 생명보험업계 2위 자리는 굳힌 모습이다. 재계에서는 김 회장의 사기진작책과 비전 제시 등이 꽤 먹혔다고 보고 있다.
김 회장은 취임 직후 “대한생명이 정상 궤도에 오를 때까지 보수를 받지 않겠다”며 배수의 진을 쳤다. 김 회장은 심지어 한자 이름을 ‘승연(昇淵)’에서 ‘승연(升淵)’으로 바꾸기까지 했다는 후문이다. 대한생명 인수 직후 작명에 조예가 있는 지인의 조언을 따라서다. 사업(대한생명)이 잘 되길 바라는 뜻이었다.
어쩌면 그만큼 절박했다. 김 회장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그룹의 주력사까지 팔았다. 그 덕에 한화는 구조조정 모범 그룹이란 상찬을 들었고, 김 회장은 청와대 만찬에 초청되기도 했다. 반면 구조조정으로 성장 엔진이 고갈되는 악순환에도 직면했다.
한화에너지를 비롯, 알짜 기업을 내다판 결과였다. 새로운 ‘미래 수종’이 필요했다. 그룹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던 화약과 석유화학사업은 이미 성숙기에 접어든 지 오래였다.고민 끝에 그는 제조-금융-유통 · 레저 그룹의 3대축으로 잡았다. 특히 미래 사업의 ‘밀알’을 금융 쪽에서 찾겠다는 뜻을 강하게 비쳤다. 문제는 금융부문의 구심점이 마땅찮다는 점이었다. 아테네 은행 지분은 외환위기 직전 처분했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한화종금은 맥없이 쓰러졌고, 충청은행도 하나은행에 흡수됐다. 그나마 남은 한화증권과 한화투신운용 정도로는 그럴 듯한 ‘금융그룹’을 만들기 어려웠다(현재 엥도수에즈 은행 헝가리 법인도 갖고 있긴 하다).
대한생명은 그래서 김 회장에게 보험회사 이상의 존재였다. 대한생명은 한화그룹 전체보다 2배 가까운 자산을 가진데다, 정상 궤도에만 올려놓으면 금융부문뿐 아니라 그룹의 주력으로서도 손색이 없다고 봤다. 또 은행 소유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금융부문의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가져간다는 뜻도 있었다. 김 회장이 1999년부터 3년6개월여를 절치부심하며 대한생명 인수에 공을 들인 것도 그런 배경에서였다. 그래서일까. 김 회장의 ‘대한생명 사랑’은 각별하다.
99년 6월 7일 김 회장은 대한생명 인수 입찰서류를 직접 금융감독위원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재계 총수로선 전례 없는 일이었다. 김 회장은 지난 5월 9일 열린 대한생명의 연도대상 시상식에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더구나 와이셔츠 차림으로 설계사들과 어울려 노래하고 춤추는 파격도 선보였다. 김 회장은 이어 노무현 대통령의 미국 방문 때 미국 보험업계 인사들도 잇따라 만났다. 김 회장은 미국 생명보험업계와 생명보험협회 인사들을 만나 보험업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조언을 얻기도 했다.
김회장의 ‘대한생명 사랑’ 각별
김 회장은 대한생명을 10년 안에 세계 10위권의 보험사로 키우겠다는 야심이다. 이를 위해 지난 2월 대한생명의 싱크탱크로 경제연구실을, 3월에는 해외 투자 · 중국 진출 · 신시장 개발 TF팀 등을 만들어 새로운 발전 전략을 짜고 있다. 특히 대한생명에 그룹의 브레인으로 꼽히는 이용호 전무와 이명섭 상무를 포진시켰다. 이들은 대한생명 인수 작업을 맡기도 했다. 그렇다고 대한생명의 앞날이 밝은 것만은 않다. 무엇보다 생명보험업계의 여건이 그리 좋지 않기 때문이다.
3%대를 눈 앞에 둔 초저금리 탓에 다시 역마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경기 침체로 보험 상품 판매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반면 종신보험 판매에 따른 책임준비금 적립 금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사면초가의 상황인 셈이다.한화그룹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그러나 “금리의 움직임에 따라 대한생명의 실적이 영향을 받겠지만 올해 실적은 지난해와 비슷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당초 걱정이 많았지만 어쨌든 ‘대한생명 정상화’의 가닥은 잡았다는 자체 평가다.
궁극적인 목표인 금융그룹의 진용을 갖추는 작업도 진통을 겪고 있다. 먼저 한화증권의 덩치를 키우려는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 한화증권은 제일투자증권을 인수해 5대 종합증권사로 도약할 복안이었다. 최상순 한화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은 이례적으로 ‘제일투자증권’이란 이름까지 거론하며 인수의 뜻을 비쳤다. 제일투자증권은 주식약정 규모는 작은 반면 금융 상품 잔고가 한화증권보다 많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대상이기 때문이었다. 한화측은 한화증권 사옥 매각과 투자 지분 정리 등으로 2,000억원대의 ‘실탄’도 마련해둔 상태였다. 그러나 가격 등의 문제로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제일투자증권측에서는 “한화와의 협상은 이미 물 건너 갔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자 증권가에서는 ‘한화증권+대한투자증권’설이 떠돌고 있다. 또 2002 회계연도에 515억원의 적자를 낸 한화증권을 이번에 정리할지 모른다는 루머도 나돌고 있다. 2,000억원 정도의 돈으로는 한화증권을 키울 다각적인 인수가 버겁지 않느냐는 관측에서다. 한화측은 이에 대해 “한화증권 정리설은 사실무근이며 그룹의 기본 방침은 한화증권을 대한생명 못지않게 키우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화 입장에선 지난 회계연도(2002년 4월∼2003년 3월)에 673억원의 적자를 낸 신동아화재 처리도 고민거리다. 지난 4월 손해율이 81.5%로 3월 88.5%보다 조금 나아졌고, 이익(9억원)은 냈지만 손해보험업계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그러다 보니 대한생명+신동아, 신동아+제일화재, 신동아 재매각 등 숱한 시나리오가 난무하고 있다. 대한생명+신동아 조합은 상장을 염두에, 신동아+제일화재는 중하위권 업체끼리 뭉쳐 시너지를 내자는 포석으로 보인다. 10여 년 전 그룹에서 분가한 제일화재는 김 회장의 누나인 김영혜씨가 1대주주(14.2%)다. 한화측은 그러나 신동아도 기본적으로 정상 궤도에 올려놓는 게 1차 목표라고 밝히고 있다.
이런 고민이 많지만 한화측은 당장 무리수를 둘 생각은 없는 듯하다. 예금보험공사가 갖고 있는 대한생명의 나머지 지분(49%)은 2년 뒤에나 인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생명 문제를 100% 매듭짓고 나서 은행업 진출이든, 금융지주회사든 다른 길을 모색한다는 것. 현재로선 대한생명이 올해 카드사를 인수, 소매금융 시장에 뛰어들거나 한화증권이 전환증권사 한 곳과 합칠 가능성이 가장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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