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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경쟁 뚫고 살아남은 과점기업에 투자하라.

[주식]경쟁 뚫고 살아남은 과점기업에 투자하라.

아무리 성장하는 시장이라도 참여자 수가 너무 많으면 몫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를 보면 주인공이 새우를 잡아 큰돈 버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데 특별히 검프가 새우 잡는 기술이 있다거나 대규모 자본을 동원해 배를 많이 써서 그랬던 것이 아니다. 태풍으로 다른 새우잡이 배가 모두 침몰하자 유일하게 남은 검프의 배만이 새우잡이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즉 경쟁자의 몰락으로 부를 얻은 셈이다. 비즈니스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업이 아무리 성장하는 시장에 속해 있다 하더라도 참여자 수가 너무 많으면 한 회사가 가져갈 수 있는 몫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반대로 성숙기에 접어든 시장이라도 참여자가 적으면 몫이 많을 뿐 아니라 경쟁도 치열하지 않아 편하게 사업을 할 수 있다.

인수·합병으로 은행 수 줄어 IMF 이후 가장 많은 변화를 겪은 업종이 은행이다. 불과 5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들었던 인수·합병, 지주회사 등이 모두 은행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등장했다. 그 결과로 n이 급속하게 줄어들었다. 이제 대형은행은 국민·하나·신한·우리은행, 중형급 은행인 외환·한미은행, 지방은행인 대구·부산은행 정도가 남았다. 은행은 사람들이 돈을 교환 수단으로 쓰는 한 꼭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업종이 아니다. 일단 국가에서 허가를 내줘야 영업이 가능할 뿐 아니라 자본금도 커야 한다. 시설투자도 막대하다. 인터넷뱅킹이나 ATM을 위한 대규모 전산투자도 필요하며, 전국을 커버하는 지점망도 갖춰야 한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1천개, 5백60개가량의 지점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은행 업종에서 n의 개수가 늘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아직도 신용카드 연체와 부실 여신 등의 문제로 고전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내다보면 줄어든 n 속에 포함된 은행들은 막강한 과점 체제를 형성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n에 포함된 은행 중 주목해 볼 만한 곳으로는 강력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국민은행, PB에 강점을 가진 하나은행, 가장 좋은 상반기 실적을 보여준 우리은행, 그리고 지방에 특화된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이 있다. 인터넷은 진입장벽이 낮은 대표적인 업종이다. 들어와서 잘되고 안 되고를 떠나 일단 진입 자체에는 아무런 장애가 없다는 뜻이다. 1999년 벤처기업으로 대규모 자금이 흘러 들어가면서 인터넷 서비스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장밋빛 환상을 앞세워 온갖 아이디어들이 인터넷 사이트로 구현됐던 시기였다. 현재 엄밀한 의미에서 인터넷 서비스업체 수 자체는 당시보다 늘어났을지 모르겠으나, 각 부문별로 사용자를 독식하는 메이저 업체가 다 정해졌다는 점에서 수익을 실제로 가져가는 n은 급격히 감소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군소업체가 사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경쟁하는 시대에서 트래픽과 자본, 브랜드를 보유한 대형업체들 간의 전쟁이 일어나는 새로운 시대로 진입한 셈이다. n에 남아 있는 기업으로는 포털의 다음·NHN(네이버/한게임), 채팅의 네오위즈(세이클럽), 중고거래의 옥션, 게임의 넷마블(플레너스 자회사), 온라인 서점의 YES24(한세실업에 인수) 등을 꼽을 수 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이들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은 갈수록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위의 종목들은 대부분 상장이 돼 있을 정도로 자본력이 좋고 고객이 다른 사이트로 옮길 때 이전비용이 발생할 정도로 충성도를 확보해 둔 상태다. 게다가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은 사이트 주소를 기억하지 못한다. 먹을거리가 다양한 만큼 음식료 분야에는 수많은 업체들이 존재한다. 당장 구멍가게만 가봐도 들어보지도 못한 업체의 제품이 쭉 진열돼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소비자를 독점하는 음식료 기업은 몇 되지 않는다.

음식료업 대형업체들 간 전쟁의 시대 선두업체와 후발업체의 격차가 벌어지는 이유는 두 가지로 해석된다. 첫번째는 유통구조의 변화다. 기존 유통은 재래시장·구멍가게·동네 식료품점 위주였다면 지금 유통은 할인점·편의점 등으로 대표되는 신유통 중심이다. 신유통은 엄격한 구매절차와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의 대량구매로 1위 기업의 제품을 선호한다. 두번째는 소비자 기호의 변화다.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은 아무 음식이나 입에 넣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음식료업의 n은 군소업체와 영세업체들의 몰락으로 급속히 감소하는 추세다. 특히 음료·라면·과자 분야에서 이 현상이 두드러진다. IMF 이후 해태음료가 쇠락하면서 롯데칠성이 음료업계를 장악했다. 라면은 한때 여러 기업의 각축장이었지만 빙그레는 공식적으로 라면사업을 접었고, 야쿠르트나 삼양도 농심 앞에서 거의 힘을 쓰지 못하는 상태다. 과자시장은 해태제과의 몰락 이후 롯데제과와 동양제과가 양분하고 있다. 롯데칠성·농심·롯데제과·동양제과 등은 시장 자체의 성장이 아니라 남의 입에 있는 떡을 빼앗아 성장해 온 셈이다. 흔히 가수들이 그룹에 속해 있다가 탈퇴해 솔로로 데뷔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전체 매출은 적어지더라도 자기 몫은 커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파이가 얼마나 큰지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몇 명이 나눠 먹는가도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n이 적은 시장에서 선두 위치를 지키는 기업들의 주주가 된다면 소수 게임의 이익을 향유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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