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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맥주로만‘열성팬’보유한 200여 년 전통 ‘기네스북’감

흑맥주로만‘열성팬’보유한 200여 년 전통 ‘기네스북’감

아일랜드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1882∼1941)와 축구, 그리고 벨파스트(Belfast) 분쟁 외에 기네스 맥주를 빼놓을 수 없다.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에는 여행객의 필수 코스인 기네스(Guinness) 맥주 박물관이 있다. 19세기에 지어진 7층짜리 공장 건물은 한때 세계 제1의 규모를 자랑하다가 공장으로서 수명을 다 한 뒤 박물관으로 개조돼 더블린의 명소로 자리잡았다.

박물관에는 기네스 맥주의 역사 자료와 거대한 목조 발효조, 그리고 포터들이 마차에 싣고 다니던 배럴이 전시돼 있다. 200년 된 맥주 제조시설과 함께 이 박물관의 자랑거리는 기네스 맥주의 특이한 광고 선전물이다. 타조 · 펭귄 · 펠리컨 · 캥거루 등 동물을 등장시킨 광고물들은 재미있으면서도 기억에 오래 남는 명작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박물관의 내방객 수는 연간 20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인구 100만 명밖에 되지 않는 더블린의 규모에 비하면 어마어마한 숫자다. 어째서일까. 이는 기네스 맥주의 독특함과 전통이 세계인들에게 열정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덕분이다. 기네스 맥주는 1759년 아서 기네스(Arthur Guinness)가 설립했다. 당시 기네스 맥주는 색이 옅은 에일(ale) 맥주와 흑맥주인 포터(Porter)를 함께 생산했다. 기네스 맥주의 운명이 결정된 것은 1799년 흑맥주만 생산하기로 한 것이었다. 당시 대영제국에 속해 있던 아일랜드는 런던 정부에 세금을 내야 했다.

당시는 주세 대신 맥주의 원료인 맥아(보리를 싹틔워 말린 엿기름)에 세금이 부과됐다. 맥아는 효모가 알코올 발효를 일으킬 수 있는 당의 원천이자 맥주의 중요한 품질 요소인 색깔을 결정짓는 원료다. 당시 주류업계는 맥아가 유일한 맥주 원료라고 믿었다. 그러나 기네스의 양조 기술자들은 일부 맥아에 구운 보리가루를 섞어도 좋은 맥주를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기네스는 이 점에 착안해 맥아 사용량을 대폭 줄여 세금을 훨씬 적게 내는 값싼 흑맥주를 개발했다. 이렇게 해서 만든 ‘드라이 아이리시 스타우트’ 맥주는 구운 보리에서 유래한 구수하고 쌉쌀한 향이 깃들어 더욱 품질 좋은 맥주로 평판을 쌓게 됐다.

마침 18세기 후반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인구가 도시로 집중되면서 맥주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기네스 맥주는 대영제국의 영토확장과 더불어 맥주 수출을 늘려 제1차 세계대전 직전에는 세계 제1의 규모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후 냉장기술이 발달하면서 옅은 색의 라거 맥주가 세계 맥주 소비량의 80% 이상을 차지하게 됐다.

하지만 기네스 맥주는 오늘날에도 흑맥주로서는 세계 제1의 규모를 자랑한다. 흑맥주는 색깔이 짙은 맥아나 숯가루처럼 검게 태운 보리를 원료로 한다. 게다가 호프를 많이 넣어 쓴 맛이 나는게 특징이다. 맥주의 빛깔은 검은 진주처럼 윤택하고 거품도 매우 짙은 갈색으로 좀처럼 꺼지지 않는다. 이런 특징에 매료된 사람들은 흑맥주만 마신다.

다음과 같은 우스갯소리가 있다. “한 번은 맥주 회사 대표들끼리 모임이 있었다. 회의가 끝나고 맥주 마시는 시간이 왔다. 각기 자사 브랜드의 맥주를 시켰다. 기네스 맥주 대표가 주문할 차례가 됐다. 그는 콜라를 시켰다. 모두들 그를 보고 이유를 물었다. 그는 ‘모두 청량음료를 마시니 나도 그럴 수밖에’라며 웃었다.” 우스개가 아니라, 기네스 맥주를 즐기는 소비자들은 기네스만 고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만큼 맥주의 품질이 독특하고 우수하기 때문이다.

기네스 맥주는 매년 세계 기록을 모아 펴내는 기네스북을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었다(기네스북은 2001년 영국 미디어업체 굴레인 엔터테인먼트가 6,400만 달러에 인수했다). 모든 제품은 소비자의 기호에 따라 부침한다. 그러나 기네스 맥주는 200년 넘게 변함없이 그 독특한 전통을 이어 열광적인 팬들을 유지하고 있다. 실로 기네스북에 오를 만한 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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