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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재정 적자’퍼즐을 푼다

‘미국 재정 적자’퍼즐을 푼다


The Brainteaser Of Deficit Math

이제 여름은 끝났다. 아쉽게도 학생들은 방학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갔고 근로자들도 휴가를 마치고 일터로 돌아갔다. 휴가로 풀어진 뇌를 조이려면 숫자 계산보다 더 좋은 방법이 어디 있을까? 아주 거대하고 중요하며 무시무시한 숫자 말이다. 자, 그렇다면 이제 뇌의 신경세포 연접부가 제기능을 발휘하도록 하기 위해 8월 말 미국 연방 의회 예산처가 발표한 숫자를 살펴보자.

그 숫자는 나오자마자 늦여름의 아지랑이 속으로 사라진 듯하다. 의회 예산처는 향후 10년 간 1조4천억달러의 재정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자 백악관은 그 수치가 신뢰할 수 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여러 전문가들도 미국의 경제 규모에 비하면 그 정도 재정적자는 그리 크지 않다고 미국인들을 안심시켰다.나는 휴가를 일찍 끝내고 직장으로 돌아와 의회 예산처의 보고서 (요약본이 아니라) 전문을 다 읽었다.

법률적으로 의회 예산처는 현행 시책들이 계획대로 마감되고 새 시책이 더해지거나 삭제되지 않는다는 것을 가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 보고서에는 정치적 현실에 적응하는 데 필요한 숫자를 포함하고 있다. 실제로 나는 그 숫자들을 정치 현실에 적용해 보았다. 우선 나는 사회보장기금의 잉여금이 2조4천억달러인 것을 발견했다. 재무부는 그 돈으로 현금 부족분을 충당한다.

그 다음 나는 지난 3년간 시행된 세금 감면이 지속될 것이며, 의회가 노년층 의료보험의 처방약 관련 법안을 통과시킬 것이고, 3천만명의 미국 납세자들이 두려워하는 과세 최저한도 설정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런 변수를 적용하면 재정 적자에 3조6천억달러가 추가된다. 이 모든 현실을 감안해 수치를 조정하고 나면 전체 예상 재정적자는 의회 예산처가 제시한 1조4천억달러의 5배가 넘는 7조4천억달러에 이른다. 그것도 2005년 10월 1일부터는 이라크에 한푼도 쓰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지난 7월 백악관 예산관리국이 2004년도 재정적자가 사상 최대인 4천5백50억달러(사회보장기금 잉여금을 제한 금액)에 달할 전망이라고 발표한 뒤부터 월 스트리트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금리가 오랜 하락 끝에 최근 들어 약간씩 오르기 시작한 것도 부분적으로는 그 때문이다. 월 스트리트는 휴가에서 돌아와 의회 예산처의 더 높은 적자 예상치를 자세히 뜯어보면 더욱 초조해질 것이다.

더욱 심란하게 하는 것은 연방 정부가 이 적자를 메우기 위해 제시한 방법이다. 이미 말했듯이 전체 예상 적자의 약 3분의 1인 2조4천억달러는 재무부가 사회보장기금 잉여금에서 빌려오는 것이다. 돈을 빌려 쓰고는 차용증만 남는 식이다. 따라서 베이비붐 세대가 대거 은퇴를 시작하는 시점인 10년 뒤에는 정부가 사회보장기금에 약 4조달러를 빚지게 될 것이다. 그 부채를 갚으려면 외부 투자자들로부터 거액을 빌려야 한다. 그러면 금리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게 될 것이다. 아니면 정부가 다른 시책을 대폭 줄여야 한다.

또 미국 정부는 현금 공백을 줄이기 위해 외국 기관에 크게 의존할 것이다. 재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들은 재무부가 투자자들에게 판매한 채권의 58%를 매입했다. 그중 약 60%는 각국 중앙은행들이 매입한 것이다. 재무부는 밝히지 않지만 그중 많은 부분은 일본과 중국의 중앙은행으로 들어갔다. 따라서 재정적인 이유든 정치적인 이유든 그 은행들이 미국 재무부 채권 매입을 중단하거나, 제발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 대규모로 매각할 경우 어떻게 될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장기적인 재정 전망을 무시하기는 쉽다. 가장 많은 적자나 흑자는 거의 마지막 해에 나기 때문에 정확도가 가장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가장 섬뜩한 수치가 가장 가까운 2004년의 추정치이기 때문에 정확도가 상당히 높을 수밖에 없다. 의회 예산처는 2004 회계연도의 예산적자를 6천4백40억달러로 예상한다. 이것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5.8%다.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당시인 1983년의 재정적자 6% 기록에 육박하는 것이다. 레이건 시절의 예산적자는 미국 정가에 충격파를 던졌다. 그러자 레이건은 세금 대폭인상 법안에 서명했고 다시 긴축재정이 실시됐다. 그러나 현재의 행정부와 의회의 성향을 볼 때 그런 조치는 나오기 힘들 것 같다.

백악관 예산관리국의 대변인 트렌트 더피는 “10년 뒤의 예산을 추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2013년도 경마에서 어느 말이 우승할 것인지 예상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옳은 말이다. 그러나 백악관의 정책은 경제가 급성장해 현재의 실업과 적자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가당찮은 도박인 것처럼 보인다. 그 동안 우리의 재정적자와 이자 상환금은 계속 불어날 것이다. 그러면 아프리카의 에이즈 퇴치나 전력공급망 개선 또는 세금 감면 같은 다른 일에 사용할 돈이 더 적어진다. 아무리 새 학기가 시작됐다고 해도 여전히 무료급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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