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名家 넘어 육아名家 선언”
“우유名家 넘어 육아名家 선언”
오너의 ‘인터넷 교사’에서 파트너로 “인터넷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돈이 되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가정교사’로 모신 친구가 바로 이철재 대표입니다.” 김정완 사장은 이철재 IDR 대표를 이렇게 소개했다. 지난 99년 김사장은 인터넷 사업을 구상하면서 평소 안면이 있던 후배 이철재씨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대신 조건을 걸었지요. 1∼2시간 설명으로는 맛보기도 안 되니까 일주일에 2회씩 시간을 내달라고 했습니다. 김사장님이 선뜻 허락하시더군요.” 인터넷 과외 받기를 꼬박 6개월. 김사장은 인터넷 비즈니스를 제안했다. 매일유업의 육아정보를 제공하면 분명히 사업이 될 것이라는 아이디어에서였다. “매일유업은 데이터베이스가 좋은 회사입니다. 75년부터 시작해 매년 1백 차례가 넘는 ‘예비엄마교실’을 개최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참석 인원이 모두 3백만명입니다. 아이와 산모의 건강을 컨설팅해 주는 공로로 훈장까지 받았으니까요. 여기서 얻는 정보가 엄청나지요.”(김정완 사장) 인터넷 사업에 공감한 두 사람은 곧바로 법인 설립에 들어갔고, 2000년 2월 육아포털 사이트 우리아이닷컴(www.urii.com·법인명 IDR인터내셔널)이 ‘출생신고’를 한다. ‘아이 이름’(도메인)을 지어준 사람은 김사장이다. 또 김사장은 당시 서른한살의 인터넷 교사에게 회사 운영을 맡겼다. 이때부터 김사장은 이대표를 ‘파트너’라고 부른다. 보수적인 식품 회사로 유명한 매일유업은 어떤 이유로 30대 초반의 CEO를 기용했을까? “식품이 아니니까.” 김사장의 대답은 너무 간단했다. 식품이 아니니까, 인터넷이니까 이대표가 적임자라는 것이다. 이제 이대표의 ‘실력’이 궁금해진다. 이대표는 휠체어에 의지하지 않고는 움직이기 힘든 장애인이다. 86년 미국 LA에서 목뼈가 부러지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당시 11개월 동안 병원 신세를 져야 했고, 앞으로는 하반신을 쓸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치료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미국에 눌러앉게 됐습니다. 그런데 의사들이 동양인 소년에게 아무것도 가르쳐 주지 않더군요. 자존심이 상해 ‘내 병은 내가 고치겠다’는 생각으로 대학(U.C.버클리)에서 신경학을 전공했습니다.” 이것이 이대표의 인생을 또 한번 바꿔놓았다. 신경학은 크게 의학 분야와 컴퓨터과학으로 구분되는데, 이대표는 컴퓨터 쪽을 선택했던 것. 컴퓨터 인공지능 분야가 이대표의 전공이다. 그러나 사고가 있고 나서는 글씨 쓰기부터 새로 배워야 했다. 게다가 “성문종합영어 외우던 실력으로 미국에서 혼자서 버티자니” 어려움도 많았다. “하루는 대학에서 시험을 치르는데 화장실이 가고 싶어진 겁니다. 그런데 저는 몸이 불편해 한번 화장실에 갔다 오면 30분이 넘게 걸려요. 그냥 앉은 자리에서 실례를 하고 말았지요.” “무슨 냄새냐”며 동료들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나 시험은 무사히 마쳤다. ‘강의실 실례 사건’은 그에게 또 다른 용기를 주었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면, 내가 원해서 하는 일이라면” 남을 의식하지 않기로 했다. 대학원을 졸업한 후 이대표는 제너시스컨설팅이라는 IT컨설팅 회사에서 근무하다 2000년 귀국한다. “휴먼스토리라면 기사 쓰지 말라” “장애인 중에 이렇게 기업 하는 사람도 있다는 휴먼스토리라면 기사 쓰지 마세요. 저는 엄연한 기업가입니다. (기업가답게) 퍼포먼스(실적)로 얘기할 것입니다. IDR은 이제 막 기반을 잡은 수준입니다.” “아직은 얘깃거리가 안 된다”며 말을 아꼈지만 그의 말대로 퍼포먼스만 살펴봐도 ‘CEO 이철재’의 성적표는 ‘A플러스’다. 우리아이닷컴은 자타가 공인하는 육아포털 1위 업체. 이대표는 “연간 45만명 정도가 출산을 한다. 임산부 가운데 온라인에 접촉하는 인구가 35만명,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우리아이닷컴 회원”이라고 소개했다. 지난해 IDR은 매출 1백20억원에 4억원 정도 이익을 냈다. 인터넷쇼핑과 카탈로그 판매 같은 신유통(90억원), 온라인마케팅 대행(30억원) 등이 주요 수익원이다. 올해는 1백40억원대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전문 포털로는 보기 드문 성적이다. 유아복 진출·교육사업 제휴 등 매일유업의 신사업은 IDR을 통해 전개된다. 조만간 IDR은 ‘알로&루’라는 유아복 브랜드를 런칭한다. 온라인에서 탄생한 브랜드라는 것도 업계 최초인데다 ‘거꾸로 전략’도 이채롭다. “출산율이 감소하면서 커플당 1.2명의 아이를 낳는다고 합니다. 여기에 발맞춰 유아복 업계는 고급화 추세로 옮겨갔는데, ‘아이를 위해 부모가 지갑을 더 열 것’이라는 가정에서였지요. 그러나 결과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외국 브랜드 수입에 따른 라이선스 비용 증가, 대대적인 마케팅에 따른 고비용 구조, 백화점 출점에 따른 수수료 가중 등으로 오히려 업계가 더 위축됐다는 것. 따라서 알로&루는 합리적인 가격대에 로드숍과 할인점 위주로 출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내년에 37개를 출점, 60억원대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유아교육 사업에도 발을 들여놓았다. 지난 10월29일 IDR은 에듀토피아중앙교육과 제휴를 맺으면서 유아교육 서비스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우리아이닷컴을 통해 구축한 1백만 육아고객 데이터베이스와 중앙교육의 교육 노하우를 접목해 온·오프 교육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시도다. 옆에서 듣고 있던 김사장이 한마디 거든다. “냉장제품을 잘 만드는 회사, 베이비 케어(baby care)를 잘하는 회사가 매일유업의 지향입니다. 최근의 신사업은 이런 목표를 위한 ‘유연한 확장’이라고 보면 되겠지요. 이제 막 기반을 잡았다고 보면 됩니다. 그래서 저는 파트너한테 기대하는 게 더 많아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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