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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당4색 경제 · 사회 분야에서도 뚜렷

4당4색 경제 · 사회 분야에서도 뚜렷

뉴스위크 한국판이 11월 국회의원 2백8명을 상대로 한 실명 설문조사결과 한국의 주요 정당들이 전반적인 이념적 분화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됐다. 이는 한국 사회 비주류 진영의 지원을 받아 당선된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 출범과 진보적 개혁노선을 표방하는 열린우리당의 탄생이 보수 성향 일색이던 제도 정치권을 뒤흔든 결과로 해석된다.

2003년도 설문조사에서 주요 정당의 이념적 정체성 평균치는 1~10 척도(0:가장 진보, 5:중도, 10:가장 보수)를 기준으로 열린우리당이 3.2, 민주당이 4.2, 한나라당이 5.2, 자민련이 6.1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4당의 이념적 차이가 뚜렷해진 것이다. 지난해 중앙일보가 국회의원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열린우리당과 분리되기 전의 민주당이 3.7, 한나라당이 5.3, 자민련이 5.9를 나타냈다. 이때도 3당의 노선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뉴스위크 한국판은 의원 성향의 변천을 정밀하게 비교하기 위해 10개 정책 이슈에 대해 지난해와 동일한 설문내용을 의원들에게 제시했으며, 그 결과 정당의 이념적 분화가 가시화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열린우리당을 중심으로 한 개혁세력의 헤쳐모여로 인해 각 정당이 자기 색채를 더욱 뚜렷이하면서 이념적 좌표상에서 각기 고유한 영역을 차지하게 됐음을 알 수 있다. 또 지난해에 이어 열린우리당에서 자민련으로 갈수록 진보성은 옅어지고 보수성이 짙어지는 ‘4당 4색’의 시대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연 경남대 교수는 이같은 정당의 분화 추세에 대해 “이념의 다극화는 사회민주화의 징표”라면서 “지역주의가 약화되면 정책적으로 차별성을 갖는 정당의 출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각 정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평가하는 자신의 이념적 정체성에서도 이같은 경향은 두드러진다. 자신의 이념적 성향이 0(가장 진보)에서 10(가장 보수)중 어디에 위치하는가를 묻는 설문에 열린우리당 의원의 21%만이 자신을 중도 내지 보수 성향이라고 규정했을 뿐 나머지 79%는 진보 성향의 소유자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자민련의 경우 응답자 전원이 중도(66.7%) 또는 보수 성향(33.3%)으로 답해 열린우리당과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 한나라당 역시 중도(37%) 내지는 보수 성향(40.3%) 의원들이 다수를 점했으나 민주당은 보수 성향의원(11.6%)보다는 진보 성향의 의원이(55.8%) 더 많았다.

지난해와 동일하게 제시된 10개 항목의 설문에서 밝혀진 전체 의원의 정책 이념 성향 평균은 4.6을 기록, 지난해 4.7과 거의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10개 정책 이슈 중에서는 환경분야에서만 의원들의 이념 성향 평균이 지난해 3.9에서 올해 4.7로 급격하게 보수화하는 경향을 보였을 뿐 나머지 9개 정책 이슈에서는 현상을 유지하거나 미세하나마 조금씩 진보적 성향을 강화했다. 외교안보(5.5→5.3), 국가보안법(4.6→4.4), 대북지원(4.4→4.0), 재벌규제(5.8→5.7), 고교평준화(5.1→4.9) 등이 그 예다.



■정치분야

4당의 이념적 편차가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나는 분야가 외교안보·국가보안법·대북지원 등의 정치분야다. 이들 3개 항목을 묶어 정당별 성향을 분류했을 때 전체 의원들의 이념 평점은 4.6이었으나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이념 평점은 각각 2.8, 3.5로 다른 정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보적이었다. 반면 한나라당과 자민련의 정치분야 이념 평점은 각각 5.5, 5.7에 달해 대미외교·국가안보·대북관계에 보수적인 자세임을 알 수 있다.

정당간 입장이 가장 극명하게 대립하는 항목은 대북지원분야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공히 전체 10개 항목 중 가장 진보적 평점인 1.5와 1.9를 대북지원분야에 주면서 강력한 의지를 피력한데 반해 한나라당은 이 항목에서 자신들의 정치분야 평균인 5.5보다 높은 5.6을 기록했다. 게다가 설문에 응한 한나라당 의원 3명 중 2명꼴로 “현재보다 규모를 줄여 인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며 대북지원 축소를 희망했다.

이는 앞으로도 노무현 정부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계승한 평화번영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보수진영의 입장을 대변하는 한나라당의 지속적인 견제에 직면할 것임을 시사하는 결과다. 국민여론조사에서도 “현재보다 규모를 줄여 인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44.2%)는 응답이 “현 수준에서 지속”(24.6%), “더욱 확대”(13.9%) 응답보다 많은 것으로 나와 대북지원에 대한 사회 전반의 여론이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교안보정책과 관련해서는 참여정부와 사실상의 여당인 열린우리당 사이에 미묘한 입장차가 노출됐다.

참여정부는 미국과의 동맹관계 유지·발전에 적극적인데 반해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76.3%는 “미국 중심의 외교안보정책을 탈피해 다변화된 외교”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한나라당 의원 10명 중 6명이 “전통적인 한·미동맹 관계 복원”을 선호해 대미정책과 관련해서는 여야가 뒤바뀐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대미외교와 관련해서는 “다른 국제 문제에까지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 유지에 더욱 협력해야 한다”는 응답도 33.3%(자민련), 8.4%(한나라당), 2.3%(민주당)가량 나왔으나 열린우리당에서는 단 한명도 이를 택하지 않았다. 이와는 별개로 국민들은 “전통적인 한·미동맹 관계 복원”(29.3%)보다는 “미국 중심의 외교안보정책에서 탈피해 다변화된 외교”(42.5%)에 긍정적인 것으로 조사돼 눈길을 모았다.

뉴스위크 한국판의 설문조사에 참여한 기획위원들은 국가보안법 개폐에 대한 국내 여론이 최근 한국 사회에 ‘경계인’ 논쟁을 불러온 송두율 교수의 귀국 및 구속으로 인해 보수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설문조사 결과 의원들과 국민들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의원들이 국보법 문제에 진보적으로 반응한데 반해 설문조사에 응한 국민들은 국보법에 관한 한 확연한 보수로 돌아서는 경향을 보인 것이다. 지난해 국보법에 대한 의원들의 이념 평점이 4.6이었던 비해 올해는 4.4로 진보색이 강해졌다. 한나라당의 경우 “현행 유지”와 “법개정” 비율이 52.1% 대 44.5%로 호각세에 근접하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지난해 설문조사에 응한 국민들의 국보법 이념 평점은 5.1이었으나 올해는 5.7로 보수주의적 성향이 급격하게 불어났다.



■경제분야

정국이 신 4당체제로 전환하면서 각 정당은 경제분야에서도 자기만의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종전까지는 정당간 이념 편차가 주로 정치·사회 쟁점에 대한 태도에서 확인되곤 했으나 지금은 경제분야에서도 그러한 차이를 어렵지 않게 구별할 수 있게 됐다.
재벌규제만 해도 지난해 조사에서는 자민련이 6.7, 한나라당이 6.4, 민주당이 5.1의 평점으로 대체적으로 보수적인 편이었으나 올해 조사에서는 자민련 7.2, 한나라당 6.1, 민주당 5.4, 열린우리당 4.4를 나타내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한나라당의 73.9%, 자민련의 83.3%가 “상호지급보증과 불공정거래에 대한 규제를 제외한 나머지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에 맞서 열린우리당의 52.6%와 민주당의 44.2%는 “현행 규제의 골격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밝혀 재벌 규제에 대한 지지여론도 만만치 않음을 과시했다. 특히 국민여론조사에서는 아예 “지금보다 더 강화해야 한다”(35.6%)가 “상호지급보증과 불공정거래에 대한 규제를 제외한 나머지 규제를 풀어야 한다”(31.2%)와 “현행 유지”(12.3%)를 앞질렀다. 재벌정책을 놓고서는 정치권이 국민여론에 뒤처져 있는 셈이다.

집단소송제 도입은 한나라당 4.5, 민주당 3.8, 열린우리당 3.0, 자민련 6.1로 나타났다. 자민련을 제외하고는 진보적 입장인 셈이다. 한나라당의 이념 평점 4.5는 10개 항목에 대한 한나라당 평점 중 사형제 항목 다음으로 진보적인 수치이기도 하다. 한나라당의 61.3%, 민주당의 79.1%, 열린우리당의 78.9%가 ‘적용 대상과 범위에 신중을 기한다’는 전제를 달기는 했지만 집단소송제 도입에 찬성하고 나섰다. 증권시장이 질적인 도약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업 경영의 투명성과 시장의 공정성이 관건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로 분석된다. 자민련만이 “집단소송제가 아닌 사외이사 등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83.3%)고 반대 입장을 개진했다. 국민여론은 3.5로 진보적인 것으로 평가됐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새로운 항목으로 포함된 노조의 경영참여문제에 대해서는 한나라당(7.1)과 자민련(8.3)은 전체 설문항목 중에서 가장 보수적인 면모를 나타냈다. 한나라당 34.5%와 자민련 66.7%의 의원들이 “노조의 경영참여를 허용할 수 없다”고 못을 박은데 이어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중소기업 등 대부분의 기업에는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각각 42%(한나라당), 16.7%(자민련)에 달하는 등 극히 부정적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은 각기 51.2%와 65.8%의 의원들이 “기업 지배구조 투명성을 증진시키는 부분에 한해 허용해야 한다”며 국민여론(이념 평점 4.8)에 눈높이를 맞췄다. 이에 대해 심지연 경남대 교수는 “한나라당은 국민 정서와 괴리가 커서 재벌당이라는 소리를 들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사회분야

사회분야에 대한 문항은 복지정책·환경정책·고교평준화·호주제·사형제 등 5개 문항으로 구성됐다. 이 분야의 의원 전체 평점은 4.6이었으나 한나라당과 자민련은 각각 4.9, 6.2로 다른 정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수적이었고 민주당은 4.6, 열린우리당은 3.3으로 가장 진보적인 성향을 보였다. 정당간 격차는 최근 들어 논란이 커지고 있는 고교평준화와 관련된 설문이었다. 최근 국무회의를 통과한 호주제 폐지법안에 대해서도 정당간 격차가 커 향후 이 법안의 국회 처리를 두고 정당간 논란이 확산될 가능성을 보여줬다. 환경정책에 대해서는 정당간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아 환경 이슈가 다른 이슈에 비해 탈정치적인 쟁점이라는 점이 드러났다.

고교평준화에 대해 조사에 참여한 의원들 중 51.4%가 “능력별 수업 실시 등 평준화문제 보완”에 답했고, 33.2%가 “자립형 사립고가 별도로 학생 선발” 항목을 택했다. 이런 의원 전체 성향과 달리 한나라당 의원들 중 51.3%, 자민련은 조사 참여의원 모두가 “평준화 전면 철폐” 혹은 “자립형 사립고로 학생 선발”을 택해 다른 정당보다 보수적 견해를 보여줬다.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에서는 평준화의 문제점을 보완하자는 의견이 많았고, 열린우리당의 경우 10.5%의 의원들이 “현행 평준화 유지”에 응답해 다른 정당에 비해 진보적 답변이 많았다. 고교평준화에 대한 의원 평균은 4.94로 다소 진보(평준화 유지)에 기울었다.
호주제 역시 정당간 견해차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항목이었다. 하지만 개정을 포함한 폐지쪽에 조사에 참여한 의원의 53.4%가 동의하고 있어 향후 국회에서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민법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원 전체 평균이 5.1로 나타났으나 한나라당은 5.6으로 열린우리당의 3.1에 비해 상당히 보수적인 입장이었다.

소속 의원의 평균 연령이 상대적으로 높은 자민련은 6.6으로 예상대로 호주제문제에서 가장 보수적인 입장을 취했다. 한나라당은 전체적으로는 다소 보수적인 견해를 보였으나 “재혼시 자녀가 새 아버지의 성을 따르는 것도 허용해야 한다”에 45.4%가 답해 온건진보적인 견해도 적지 않았다. 민주당은 온건진보적인 견해와 “남편 사망시 부인이 1순위로 호주를 승계해야 한다”는 온건보수적인 답변이 모두 34.9%로 견해가 팽팽히 맞섰다. 열린우리당은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는 답변에 28.9%가 답해 다른 정당에 비해 진보적 견해가 많았다. 의원 전체적으로는 “재혼시 자녀가 새 아버지의 성을 따르는 것도 허용해야 한다”는 진보적 의견이 43.8%로 가장 높았고, “완전 폐지” 의견도 9.6%나 나왔다.

복지정책에 대해 자민련을 제외한 모든 정당이 “현행 복지 수준이 미흡하므로 다른 분야의 예산을 줄이더라도 복지예산을 어느 정도 증액해야 한다”는 답변에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의원 전체 평균은 4.4로 다소 진보 성향을 띠었으나 한나라당은 4.8로 상대적으로 보수적이었고 열린우리당은 3.4로 강한 진보 성향을 보여줬다. 지난해에 민주당 4.3, 한나라당 5.0, 자민련 5.2 등으로 정당별로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았던 것에 비하면 상당한 변화다. 가장 진보 성향을 띠고 있는 열린우리당이 다른 정당보다 사회민주주의적인 정책에 근접해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사형제는 사회분야의 평가항목 중 가장 진보적인 성향이 나타난 항목이다. 이 항목에서 정당 전체의 평균은 3.7로, 조사 참여의원의 50%가 “반인륜적 범죄를 제외하고 폐지해야 한다”고 진보적 입장을 취했다. 자민련만이 5.5로 보수 성향에 기울었다. 정당간 격차도 두드러져 ‘인권’에 대한 시각이 정당별로 다르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경우 2.1로 진보적인 성향을 나타내 47.4%가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여줬다.
환경문제에서는 자민련을 제외한 나머지 3당간 격차는 두드러지지 않았다. 한나라·민주·열린우리당 모두 “경제성장과 환경보호 충돌시 환경보호에 우선해야 한다”는 답변에 가장 높은 응답률을 나타냈다.



■세계화-민족주의

한국의 정당은 세계화라는 거대한 흐름에 대해 어떤 입장을 보이고 있을까. 뉴스위크 한국판은 이번 조사에서 이념과는 또 다른 균열축인 ‘세계화와 민족주의’에 대한 입장을 확인해보기 위해 두가지 설문을 새롭게 추가해 조사했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세계화가 증대되고 정보화사회가 도래하면서 진보주의와 보수주의라는 기존의 이분법으로는 현실의 이념 지형을 담아낼 수 없다”고 말했다. 기존의 진보-보수라는 축 외에 세계화-민족주의라는 분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알아보기 위해 ‘이중국적 허용 여부’, ‘기업과 은행의 해외 매각’두가지 문항으로 조사가 실시됐다(74쪽 설문문항 참조). 이중국적에 관한 항목의 경우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답변을 세계화의 흐름에 가장 부정적인 답변으로, “전면 허용해야 한다”는 답변을 가장 개방적인 것으로 제시했다.
경제적 세계화에 대한 입장을 묻기 위한 ‘기업과 은행의 해외 매각문제’에 대해서는 “국내 자본을 위해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답변을 가장 폐쇄적인 입장으로, “경제적 세계화에 발맞춰 허용해야 한다”는 답변을 가장 개방적 입장으로 제시했다.

조사에 참여한 의원들은 이중국적 허용 여부에 대해 “개인의 상황에 따라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답변에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여 비교적 개방적인 태도를 보여줬다. 자민련을 제외한 3당 가운데 한나라당이 4.6으로 가장 폐쇄적 입장을 보인 반면 열린우리당은 3.5로 가장 개방적 태도를 보여줬다. 민주당은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중간에 위치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한나라당 입장이 각 스펙트럼상에 고르게 퍼져 있다는 점이다. 한나라당은 다른 정당보다 많은 13.4%의 의원들이 가장 폐쇄적인 항목을 택했지만, 적지 않은 의원들이 가장 개방적인 입장을 택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기업과 은행의 해외 매각에 대한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로 응답했다. 한나라당은 이 항목에서도 평점 3.6으로 똑같이 3.0을 받은 민주당·열린우리당보다는 폐쇄적인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경제상황을 고려해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69.7%로 가장 높았으나 “경제상황을 고려해 당분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15.1%), “경제의 세계화에 발맞춰 허용해야 한다”(10.1%)는 의견도 많아 다른 당에 비해 의원들의 성향이 비교적 다양했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은 압도적인 다수 의원들이 기업과 은행의 해외 매각에 대해 ‘제한적 허용’과 ‘전면 허용’에 답했다.

구여당인 민주당과 사실상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경제적 세계화에 대해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김호기 교수는 “김대중 정부의 경제정책이 경제적 세계화를 중심으로 한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이었고, 노무현 정부 역시 DJ 정부의 정책을 계승하고 있다는 평가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라크 파병문제에 관한 정당간 견해도 크게 엇갈렸다. 조사에 참여한 의원들의 48.1%가 ‘비전투병 파병’에 응답했지만, 한나라당은 “제한된 규모의 전투병을 보내야 한다”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 최근 ‘비전투병 파병’을 당론으로 채택한 바 있는 열린우리당의 경우 소속 의원들 71.1%가 당론과 같은 의사를 나타냈다. 이같은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선택은 최근 ‘비전투병 파병’으로 기울고 있는 정부 내의 기류 변화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조사에 참여한 의원의 5.8%가 “미국이 원하는 규모의 전투병을 보내야 한다”고 답변했고, 30.8%의 의원들이 “제한된 규모의 전투병을 보내야 한다”고 응답했다. “한국군을 보내지 말아야 한다”는 답변은 6.3%에 불과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기획위원들은 한국 정당이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 분화가 진행되면서 민족주의와 세계화라는 또 다른 축을 중심으로 한 분화의 한가운데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진보-보수와 세계화-민족주의라는 두 축을 통해 각 정당 소속 의원들의 분포(표 참조)를 살펴보면 이런 현상을 쉽게 알 수 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진보-민족주의 성향에 집중돼 있는 반면 민주당은 보수-민족주의 축을 중심으로 펼쳐져 있다.

한나라당은 보수축으로 기운 가운데 민족주의와 세계화 양축으로 고르게 퍼져 있다. 이를 중심으로 본다면 열린우리당은 진보-민족주의에 가깝고, 민주당은 보수-민족주의 성향, 한나라당은 보수-민족주의와 보수-세계화가 공존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기획위원들은 보수-민족주의가 박정희 대통령식 민족주의 모델에 가깝고, 보수-세계화 성향이 신자유주의적 성향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의원들의 분포도 주목할 만하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분포 범위가 비교적 다른 정당 의원들에 비해 좁은 편이고, 민주당 의원들이 조금 더 넓게 퍼져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가장 폭넓은 분포를 보여주고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 간의 시각차가 그만큼 크고 다양한 성향의 의원들이 집결해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조정무(1.7)·서상섭(2.0)·전재희(2.9)·장광근(3.0) 의원은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평균(3.2)보다 더 진보적이지만 같은 당 이해구(7.0)·김용갑(7.3)·신현태(7.6) 의원은 가장 보수적 정당인 자민련의 평균(6.1)보다 훨씬 더 보수적이다.

최병렬 대표체제 출범 이후 한나라당에서 불협화음이 자주 발생하는 것도 이같은 상반된 성향의 의원들이 공존하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신 4당체제에서 정당간 이념 격차는 더욱 뚜렷해졌다. 총선을 불과 5개월여 앞두고 있는 지금 이같은 정당간 이념 격차가 실제 선거에서 어떻게 반영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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