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사면초가에 빠진 美 뮤추얼펀드
| 기업의 돈줄 역할과 증시 활황에 크게 기여했던 뮤추얼펀드가 최근 불법 부당거래에 연루된 것으로 밝혀져 파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 뮤추얼펀드는 자본주의를 꽃피운 미국에서 기업의 돈줄 역할을 하며 증시 활황에 크게 기여했다. 그 결과 현재 미국 시민 9천5백만명이 뮤추얼펀드에 맡긴 돈은 7조 달러에 달한다. 그런데 문제가 터지고 말았다. 투자자가 뮤추얼펀드 회사의 주인이기 때문에 회사가 주인을 속일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런데 속인 것이다. 감독당국과 투자자들의 응징이 시작됐다. 비리에 연루된 펀드의 CEO들이 줄줄이 옷을 벗는가 하면 투자자들은 자금회수에 나섰다. 대표적인 곳이 푸트남 인베스트먼트다. 미국 5위의 뮤추얼펀드인 이 회사가 굴리는 돈은 기관자금 1천10억 달러, 개인자금 1천7백10억 달러 등 2천7백20억 달러에 이른다. 그런데 지난 10월 말 부정거래가 드러나면서 이 회사의 로렌스 레서(60) CEO가 11월 초 사임하고 말았다. 투자자들은 1백억 달러 이상의 돈을 빼내갔다. 매사추세츠·버몬트·아이오와주 등 6개주의 공공기금들이 이 펀드와 관계를 끊었거나 끊을 방침이다. 뮤추얼펀드 비리는 지난 9월3일 엘리어트 스피처 뉴욕주 검찰총장이 헤지펀드인 카나리캐피털이 야누스·BOA·뱅크원·스트롱 등 네개의 뮤추얼펀드 회사와 결탁, 대규모 부당거래를 해왔다고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레서와 비슷한 시기에 스트롱펀드의 설립자 겸 회장인 리처드 스트롱(61)이 물러났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 2개월간 88개 뮤추얼펀드를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이 불법 또는 부당거래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펀드업계에 만연한 것으로 알려진 부정거래는 크게 시차 이용(market timing) 거래와 마감 후 거래(late tra ding) 두 종류다. ‘마감 후 거래’란 펀드 주식을 주식시장이 끝난 오후 4시 이후에 그날 종가로 매입하는 것을 말한다. 장 마감 후 대형 호재가 발표된 주식을 많이 편입하고 있는 펀드 주식을 그날 종가로 사면 다음날 큰 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이 거래는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시차 이용 거래’란 각국의 증시 개장시간이 다른 점을 이용한 것으로 불법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펀드 회사가 약관에서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펀드 운용사들은 헤지펀드 등 특정 고객들에게만 시차를 이용한 단기매매를 몰래 허용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비리가 공개된 이후 투자자들의 소송도 줄을 잇고 있다. 미국 증권업협회(NASD)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뮤추얼펀드와 관련한 소송이 1천3백99건으로 지난해(1천2백49건)와 2001년(5백43건)에 비해 크게 늘었다. 펀드와 손발을 맞춰 부정거래를 했던 증권사 간부들도 혼쭐이 나고 있다. 메릴린치는 최근 브로커 세명, 씨티그룹의 스미스바니증권은 네명을 쫓아냈다. 불똥은 SEC로도 번지고 있다. 주안 마르셀리노 SEC 뉴잉글랜드 소장이 최근 사표를 냈다. 10년간 이 자리를 지켜온 그는 지난 3월 푸트남의 한 직원이 SEC에 이같은 비리를 고발했으나 무시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투전판의 향기는 아무리 좋아도 악취 이상이 아닌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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