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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널드에 맞선 랩가수 주석

맥도널드에 맞선 랩가수 주석

랩 가수 주석(25)씨는 젊은이답지 않게 인터넷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네티즌이 익명성을 악용해 서로 헐뜯고 비방하는 것을 자주 봤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그는 랩을 사랑한다. 랩은 인터넷과 달리 자신을 당당하게 드러내놓고 하고 싶은 말을 한다. 이런 그에게 최근 세계적 다국적기업인 맥도널드와의 사이에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건은 인터넷에 대해 더욱 좋지 않은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한국맥도널드는 지난 9월 그의 노래를 무단으로 인터넷에 올려 수많은 네티즌이 다운로드받도록 했다. 이중엔 주석씨가 10월에 내놓을 예정이었던 노래도 들어있었다. 각고의 노력 끝에 내놓은 노래가 한국맥도널드측의 무단 사용으로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유포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맥도널드가 아무런 죄의식없이 내 노래를 인터넷에 올린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울분을 터뜨렸다.

주석씨와 한국맥도널드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주석씨와 한국맥도널드는 9월 광고 음악계약을 맺었다. 9월 말부터 시작되는 맥도널드의 글로벌 캠페인송 ‘I’m lovin’it’을 주석씨가 랩으로 부르도록 개사하고 녹음하자는 계약이었다. 이에 주석씨는 광고시간에 맞게 60·30·20·15초 분량의 음악을 제작해 한국맥도널드에 제공했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한국맥도널드는 외국어로 된 음악은 방송광고심의에서 통과될 수 없다는 규정을 뒤늦게 발견, 다른 방법으로 심의에 통과해야 한다고 주석씨에게 통보한 것이다. 한국맥도널드는 외국어로 된 광고음악이라 하더라도 정식 음반으로 나온 음악이라면 통과될 수 있다며 캠페인송을 아예 정식 노래로 만들고, 다른 노래도 삽입해 ‘심의통과용 음반’을 제작해줄 것을 주석씨와 매니저에게 요청했다.

부탁을 받은 주석씨와 매니저 이종현 마스터플랜 프로덕션 사장은 제공할 음반을 시중에 공개하거나 유포해서는 안되며, 매장에 홍보용으로 제공되는 음반 역시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각별히 관리해줄 것 등을 조건으로 요청에 응했다. 하지만 한국맥도널드는 약속을 어기고 말았다.
한국맥도널드는 주석씨와 마스터플랜측이 제공한 음반에 수록된 전곡을 MP3 파일로 변환해 9월 29일부터 회사 홈페이지에 올렸다. 노래는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주석씨와 매니저는 한국맥도널드측에 다운로드를 중지하라고 요구했다. 한국맥도널드는 “실수로 홈페이지에 올라갔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하면서 나흘만에 다운로드를 중지시켰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이종현 마스터플랜 사장은 “음반에 수록된 주석씨의 ‘Back Again’과 일본 그룹 하바드가 부른 ‘Clean & Dirty’는 10월 중에 발매될 미발표곡”이라며 “맥도널드 때문에 앨범 발표 계획을 한달이나 지연시켰다. 곧 소송을 내겠다”고 말했다.

한국맥도널드의 ‘실수’는 이뿐만이 아니다. 주석씨와 정식 계약없이 그의 사진을 담은 홍보용 전단지를 매장에 붙여놓기도 했고, 한국맥도널드 홈페이지에선 주석씨가 부른 ‘I’m lovin’it’이란 노래가 그의 허락도 없이 컬러링 서비스로 다운로드받을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한국맥도널드의 한 관계자는 “일하다 보면 서로 생각이 다를 수 있다”며 “계약에 따라 일을 처리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주석씨측이 제시한 계약서에 따르면 어떤 조항에서도 한국맥도널드의 행동이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한국의 음반산업은 가수 허락없이 인터넷을 통해 노래가 유포되는 탓에 매출이 해마다 줄고 있다. 한국음반산업협회에 따르면 2001년 3천7백억원이던 음반매출이 2002년 2천8백억원으로 25% 감소했다. 올해는 1천5백억원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47%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주석씨는 “다국적기업인 맥도널드가 힘이 없는 소형 음반제작 업체들을 깔보고 횡포를 부리고 있다”며 “4집 앨범에 이같은 내용을 폭로하는 랩을 만들어 수록하겠다”고 말했다. “한두번의 노래로 힘있는 자들의 횡포가 없어지지 않겠지만, 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 소리들이 모여 언젠가는 바뀔 것이다.” 주석씨의 말이 흑인가수들의 랩처럼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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