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천년에 걸친 옥수수의 진화
9천년에 걸친 옥수수의 진화
Prehistoric Farming
추수감사절 때 미국인들의 식탁에 높이 쌓이는 옥수수는 전적으로 인간의 발명품이다. 작은 낟알이 뭉쳐진 테오신트라는 야생식물이 그 원조다. 가을 추수철이 되면 고대 멕시코인들은 이듬해 봄에 심을 가장 큰 낟알을 따로 골라두었다. 해마다 추수한 낟알들의 크기는 조금씩 커져갔다. 그러다가 자연의 선택이라기보다는 인간의 손길에 의해 우리가 지금 흔히 보는 훨씬 크고 노란 옥수수로 점차 ‘진화’했다. 오랫동안 과학자들은 이런 과정이 천천히, 어쩌면 수천년에 걸쳐 진행됐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독일 라이프치히의 유전학자 스반테 파보는 그런 오래 된 의문을 푸는 데 유전자 분석용 도구들을 이용하고는 매우 놀랐다. 얼마 전 사이언스지에 실린, 남부 멕시코 발사스강 계곡의 옥수수 샘플을 갖고 실시한 그의 연구 결과는 현대의 옥수수가 과학자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일찍, 어쩌면 9천년 전으로 거슬러올라가는 (과학자들이 발견한 가장 오래된 증거보다도 3천년이나 앞서는) 시기에 등장했음을 보여줬다.
그것은 어쩌면 고대 인류가 현대 유전학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농산물의 유전적 구성에 빠르게 결정적 변화를 일으키는 능력을 갖고 있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고대 멕시코인들도 나름대로 녹색혁명의 혜택을 입었을 가능성을 높여준다. 다수확 품종의 밀과 쌀의 개발로 농산물을 비약적으로 증산했던 1960년대와 70년대의 녹색혁명과 유사한 것이었으리라.
파보와 동료들은 4천3백년 전의 옥수수 품종에 대한 DNA 분석을 마쳤다. 그들은 현대 옥수수의 가장 중요한 특성을 결정짓는 세가지 유전자에 주목했다. 그중 하나는 가지의 형성을 억제해 수확을 쉽게 만드는 유전자이고 나머지 둘은 단백질을 줄이고 낟알 전분의 질을 변화시켜 식품적 가치를 높여주는 것이다. 고대 옥수수는 테오신트보다 세가지 유전자 모두에서 자연 변이가 훨씬 적었다. 인간의 선택에 따른 변화가 일어났음을 분명히 보여주는 증거다.
위스콘신대(매디슨)의 유전학자이자 이번 연구 논문을 공동 집필한 존 도블리는 그런 변형이 겨우 1백년 이내에 이뤄졌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진화의 관점에서 볼 때는 찰나에 불과한 시간이다. 그러나 좀더 테스트를 해보기 전에는 과학자들도 확실히 알 수 없을 것이다. 어쨌든 유전자 조작 옥수수는 지난 수천년 동안 존재해 왔던 것 같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추수감사절 때 미국인들의 식탁에 높이 쌓이는 옥수수는 전적으로 인간의 발명품이다. 작은 낟알이 뭉쳐진 테오신트라는 야생식물이 그 원조다. 가을 추수철이 되면 고대 멕시코인들은 이듬해 봄에 심을 가장 큰 낟알을 따로 골라두었다. 해마다 추수한 낟알들의 크기는 조금씩 커져갔다. 그러다가 자연의 선택이라기보다는 인간의 손길에 의해 우리가 지금 흔히 보는 훨씬 크고 노란 옥수수로 점차 ‘진화’했다. 오랫동안 과학자들은 이런 과정이 천천히, 어쩌면 수천년에 걸쳐 진행됐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독일 라이프치히의 유전학자 스반테 파보는 그런 오래 된 의문을 푸는 데 유전자 분석용 도구들을 이용하고는 매우 놀랐다. 얼마 전 사이언스지에 실린, 남부 멕시코 발사스강 계곡의 옥수수 샘플을 갖고 실시한 그의 연구 결과는 현대의 옥수수가 과학자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일찍, 어쩌면 9천년 전으로 거슬러올라가는 (과학자들이 발견한 가장 오래된 증거보다도 3천년이나 앞서는) 시기에 등장했음을 보여줬다.
그것은 어쩌면 고대 인류가 현대 유전학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농산물의 유전적 구성에 빠르게 결정적 변화를 일으키는 능력을 갖고 있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고대 멕시코인들도 나름대로 녹색혁명의 혜택을 입었을 가능성을 높여준다. 다수확 품종의 밀과 쌀의 개발로 농산물을 비약적으로 증산했던 1960년대와 70년대의 녹색혁명과 유사한 것이었으리라.
파보와 동료들은 4천3백년 전의 옥수수 품종에 대한 DNA 분석을 마쳤다. 그들은 현대 옥수수의 가장 중요한 특성을 결정짓는 세가지 유전자에 주목했다. 그중 하나는 가지의 형성을 억제해 수확을 쉽게 만드는 유전자이고 나머지 둘은 단백질을 줄이고 낟알 전분의 질을 변화시켜 식품적 가치를 높여주는 것이다. 고대 옥수수는 테오신트보다 세가지 유전자 모두에서 자연 변이가 훨씬 적었다. 인간의 선택에 따른 변화가 일어났음을 분명히 보여주는 증거다.
위스콘신대(매디슨)의 유전학자이자 이번 연구 논문을 공동 집필한 존 도블리는 그런 변형이 겨우 1백년 이내에 이뤄졌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진화의 관점에서 볼 때는 찰나에 불과한 시간이다. 그러나 좀더 테스트를 해보기 전에는 과학자들도 확실히 알 수 없을 것이다. 어쨌든 유전자 조작 옥수수는 지난 수천년 동안 존재해 왔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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