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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의 대중화 ‘매스티지’ 뜬다

명품의 대중화 ‘매스티지’ 뜬다

대표적인 매스티지로 분류되는 빈폴의 (골프 런칭 패션쇼)장면.
바디샵에서 한 소비자가 발냄새를 완화시키는 (풋 스프레이)를 사용해 보고 있다.
지하철을 타거나 거리를 걷다 보면 루이비통(Louis Vuitton)·프라다(PRADA) 같은 명품 가방을 든 여자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최고급 샤넬 화장품으로 뽐을 내는 멋쟁이들도 적지 않다. 이른바 ‘명품족’이다. 인터넷이나 잡지 등 각종 매체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명품에 대한 정보가 공유되면서 대중들의 소유 욕구가 한층 높아졌기 때문이다. 유행에 휩쓸린 탓도 있다. 중산층 소비자들은 감성적 만족을 얻기 위해 명품을 찾는다. 이들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싸고 질 좋은’ 물건 대신 ‘고품질과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제품을 선호한다. 이런 욕구에 맞춰 등장한 것이 바로 ‘매스티지’(masstige) 제품이다. 매스티지란 ‘대중’(mass)을 뜻하는 단어와 ‘명품’(prestige product)을 뜻하는 단어를 조합한 조어(造語)다. 미국의 경제잡지인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 처음 소개한 이 개념은 ‘소득 수준이 높아진 중산층들이 비교적 값이 저렴하면서도 감성적 만족을 얻을 수 있는 제품을 원하는 경향’을 뜻한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의하면 매스티지는 미국 전체 소비재 시장 규모의 19% 정도를 차지하며, 연간 10∼15%의 성장세에 있다고 한다. 중가 제품을 주로 구입하던 미국 중산층 소비자가 품질이나 감성적인 만족을 얻기 위해 비교적 저렴한 고급품을 소비하는 추세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매스티지는 단순히 가방과 의류 같은 패션잡화뿐만 아니라 식품·가전제품·장난감·가구·건강용품·애견용품 등과 같은 산업 전반으로 널리 확장되고 있다. 이들 매스티지 제품의 특징은 ▶비교적 고가이면서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소비층에게 동질감과 개인적 자긍심을 주고 ▶가격에 적합한 가치(value for money)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품질과 브랜드는 ‘명품’ 이미지를 갖추되 합리적인 가격으로 대량생산과 유통을 하는 것이다.

고전적인 명품도 매스티지로 분화 매스티지 상품의 대표적인 예는 바로 천연화장품 업체인 바디샵이다. 바디샵은 매스티지를 자사의 마케팅 용어로 쓰고 있다. 바디샵 코리아의 배재익 마케팅 팀장은 “슈퍼마켓이나 할인점에 샴푸나 화장품 등 범용 제품이 흔하지만 바디샵 제품은 자체 매장에서만 판매한다”며 “품질이나 가격도 기존 제품보다 약간 비싸다”고 한다. 대중적인 범용 제품과 차별적인 제품을 원하는 사람들이 바디샵의 타깃이다. 배팀장은 또 “바디샵의 주 고객은 실용성과 가격을 중시하고, 소득 면에서는 중상층에 속하는 인텔리전트”라고 설명했다. 제품만 좋다면 합리적인 가격을 지불할 수 있는 층이 바로 매스티지의 주 구매층이다. 의류에서는 매스티지 제품이 주요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캐주얼 의류인 폴로와 빈폴. 두 브랜드 모두 캐주얼 의류로는 고가에 속하지만 전체 의류 시장에서는 중·고가에 속한다. 빈폴의 브랜드매니저 이진성 차장은 “매장이나 품질은 명품에 손색없지만 실제 가격은 상당히 합리적인 것이 빈폴의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매스티지 의류의 대표격인 폴로에 대해서는 “가격과 관계없이 폴로 옷은 어떤 사람에게 선물해도 좋은 옷”이라고 설명했다. 선물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가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기분 좋을 정도의 제품이 바로 매스티지 개념의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매스티지 제품은 업종을 가리지 않는다. 최근 삼성전자에서 런칭한 가전 브랜드 하우젠이나 LG전자의 트롬·엑스캔버스 등도 이른바 대량 생산품에 속하는 명품 브랜드다. 또 세계적인 커피 체인점인 스타벅스 역시 매스티지 상품으로 분류할 수 있다. 스타벅스의 경우 일반 커피숍보다 가격이나 커피맛이 좋으면서도 어디서나 쉽게 찾을 수 있는 체인점이기 때문이다. 스타벅스의 양재성 과장은 “커피맛으로 치면 청담동의 8천원, 1만원짜리 커피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는 소비자 평가가 많다”고 주장했다. 고전적인 명품 브랜드 중 매스티지 제품으로 분화한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이탈리아의 명품 브랜드인 조지오 아르마니의 하위 브랜드 아르마니 익스체인지. 가격대로 보나 브랜드 컨셉트로 보나 고전적인 명품은 아니다. 보통 명품 브랜드의 바지가 30만원을 호가하는 데 비해 아르마니 익스체인지 바지 가격은 10만원대 중반이다. 주 고객층도 20대로 비교적 젊다. 아르마니 익스체인지의 한국 수입업체인 BNF통상 측은 “명품들도 대중화를 통해 젊은 고객들을 유치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며 “이런 고객들을 명품의 잠재적 고객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비단 아르마니뿐 아니라 버버리·구치 등도 지역에 맞게 가격대를 조정해 대중적 명품 시장을 넘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매스티지 제품이 유행하는 현상에 대해 중산층들의 소득수준이 올라가고 개인주의가 심화되고 있는 것을 일차적인 이유로 꼽으면서 여기에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이 상승 작용을 부추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국 사람 특유의 경쟁심리와 남의 눈을 의식하는 분위기도 한몫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정미 삼성패션연구소 트렌드 프로젝트 팀장은 “일반 대중들의 고급 지향 욕구를 기업에서 대량생산으로 만족시켜 주는 것이 매스티지 제품의 특징”이라고 전제한 뒤 “소비자들도 이제 ‘합리적인 소비=싼 가격’이라는 등식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소비=만족할 만한 제품’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어느 정도 경제력이 있는 중·상층 소비자들에게는 중요한 요소가 가격이 아니라 만족감이라는 것. 서팀장은 또 “특히 한국과 일본 등에서 명품이 대량 소비되고 있는 것은 좁은 국토와 남의 이목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점 등 지역적 특수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남 의식하는 한국인 특성도 한몫 박정현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전통적인 명품 그룹도 대중적 명품 시장에 부합하는 브랜드를 많이 내놓고 있다”면서 “이는 고가의 브랜드를 유지하면서도 대중적인 상품을 통해 매출과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소수의 부자들이 구매하는 명품의 경우 규모가 작은 기업에게는 적당한 사업이지만, LVMH 등 규모가 큰 기업에는 대중적인 생산품이 필요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패션업계의 한 관계자는 “럭셔리 브랜드의 경우 실제 매출은 하위 브랜드에서 많이 발생한다”고 귀띔한다. 청담동에 매장을 가지고 있는 한 명품 사업자도 “청담동 매장은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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