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한국 경제 변수들]“가계부실이 경제 발목 잡는다”
[2004년 한국 경제 변수들]“가계부실이 경제 발목 잡는다”
가계·신용부실 회복 어려워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이 국내 요인으로 가계와 소매금융기관의 부실화다. 2000년 하반기 이후 급증한 가계부채로 인해 가구당 부채 규모(가계신용 잔액 기준)는 올해 9월 말 현재 3천만원에 육박하고 있다. 신용불량자라는 멍에를 짊어지고 있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4월 신용불량자가 3백만명을 넘었고, 10월 현재 약 3백60만명에 달하고 있다. 내년에는 가계의 유동성 제약이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가계부실이 단기간 내에 개선되기 어려워지면서 금융기관들도 대출금리를 인상하고 신규 가계신용을 억제하는 등 위험관리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체 신용불량자의 약 50%가 소비욕구가 왕성한 20·30대 청년층임을 알아야 한다. 청년신용불량자 문제는 청년실업 문제와 맞물리면서 내년 내수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가계부실의 여파는 소매금융기관의 부실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신용카드사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신용카드사들의 부실 규모 감축 노력이 적극적이지만, 신규 연체가 계속 발생하는 상황에서 부실을 줄인다는 것은 쉽지 않다. 자칫 LG카드의 유동성 문제가 다른 카드사들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주택경기의 경착륙 가능성도 기업들이 감안해야 할 불안요인이다. 올해 주택시장은 1998년 이후 지속된 경기부양대책·저금리·주거환경 수준에 대한 수요자들의 선호도 증가 등에 따라 급격한 가격급등을 경험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주택가격 안정을 위해 내년에 조세 강화·세무조사·대출한도 축소 등을 통해 한계 주택담보 대출자나 투기수요 등을 억제할 것으로 보인다. 예상되는 주요 정책들은 주택경기의 경착륙을 우려할 만하다. 재건축 조합원의 명의변경 제한이 내년에 본격적으로 시행될 전망이며, 단기 양도차익에 대한 세율인상안을 근거로 토지거래로 인한 자본이득도 적극 환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유세도 시세를 반영할 테고 주택 거래가격 투명성 제고를 위해 주택거래신고제도 도입될 전망이다. 우리나라 가계대출의 60% 정도가 주택담보대출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자칫 일본식 장기불황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영권 놓고 노사갈등 심화 노사불안도 무시할 수 없는 불안요인이다. 내년에는 각종 현안과 관련해 노사갈등이 빈번할 가능성이 높다. 연초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이는 비정규직 관련 각종 보호법제, 7월부터 본격 시행될 주 40시간 근무제, 노사관계 로드맵의 시행 등을 둘러싸고 노사간의 줄다리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영참여를 둘러싼 마찰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구조조정, 기업의 해외이전 가속화 등으로 고용불안이 높아지고 있는 현실이어서 노동계가 경영참여를 적극 요구할 것으로 예상하기에 어렵지 않다. 이에 따라 경영권을 보장받으려는 재계와 경영참여의 폭을 넓히려는 노동계간의 갈등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가 경제 현실을 감안해 노동정책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어서 노정갈등도 심화될 전망이다. 불법분규 대응, 노사관행 개선시책 도입 등의 과정에서 마찰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노사간 또는 노정간 갈등 심화는 소비와 투자심리의 위축, 대외신인도 하락으로 직결돼 내년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17대 총선을 전후한 정책혼선과 정국불안도 경영과 경제의 큰 짐이다. 4월에 있을 총선을 앞두고 정부는 구조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단기적인 처방을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현재의 다당체제로 선거가 치러질 경우 안정적 과반수 정당의 출현이 어려워 보인다. 결국 정치권의 합종연횡이 일 테고 이것이 정국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정국불안은 사회갈등을 심화시킬 테고 이는 우리 기업과 경제에 적잖은 부담이 될 것이다. “미 저달러정책 한국 노린다” 불안요인은 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분석되는 해외에도 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이 미국 달러화 약세와 그로 인한 원화의 평가절상 가능성이다.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고는 해도 미국 역시 경제에 암적 요인이 있다. GDP의 5%를 넘는 과도한 경상수지 적자 문제가 그것이다. 미국 프린스턴대학의 석학인 폴 크루그만 교수는 “미국은 무역적자와 대외부채 등 거시경제적 환경을 감안할 경우 금융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어느 나라보다 크다”고 뼈아픈 지적을 하기도 했다. 이 문제를 돌파하기 위해 미국이 내놓은 안이 ‘저달러정책’이다. 이는 주로 대미 무역 흑자국인 아시아 국가들을 향해 있는데, 2002년 기준으로 중국·일본·한국·대만 등 동아시아 4개국에 대한 무역수지 적자는 약 2천억 달러로 전체 무역적자의 43%에 달했다. 미국 의회가 올 8월 초 이들 4개국에 대해 환율조작 여부의 조사에 착수했던 배경이기도 하다. 내년 11월의 대선도 달러 약세를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재선을 노리는 부시행정부가 미국제조업체연합회나 ‘건전한 달러를 위한 연대’ 등 달러화 약세를 요구하고 있는 산업계를 주요 지지기반으로 하고 있어 이들의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상당한 정도의 달러 약세가 내년에 불가피하다면 이로 인한 원/달러 환율의 상승은 우리나라 수출의 가격경쟁력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 최근 제기되고 있는 ‘중국 경제 과열론’ 역시 내년 우리 경제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한 보고서는 “30%가 넘는 투자증가율, 40%를 웃도는 수입증가율, 자동차와 부동산에 대한 투자 붐 등을 근거로 보면 경기과열이 이미 시작된 것과 마찬가지”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같은 과열이 계속된다면 중국 경제에는 심각한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무역수지가 적자로 전환될 테고 물가상승 압력이 발생해 중국 정부가 강력한 긴축정책을 시행할 수밖에 없게 된다. 우리나라 최대 수출 대상국인 중국 경제가 어려워지면 우리 경제는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북핵 문제도 우리 기업과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제2차 6자 회담으로 북핵 문제가 올해보다 악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일단 한숨은 돌렸지만 아직은 안심할 때가 아닌 것 같다. 미국은 대북 안전보장을 전제로 북한의 ‘선 핵 폐기’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북한은 ‘동시이행’ 조치를 요구하고 있어 회담의 난항이 우려된다. 자칫 북핵 문제로 인한 불안심리가 경제에까지 파급될 경우 적잖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투자와 소비를 위축시키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 하락으로 이른바 ‘셀 코리아’(Sell Korea)를 부추길 수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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