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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시장에 대기업 속속 참여

와인 시장에 대기업 속속 참여

2년 전 와인 사업에 진출한 매일유업의 관계사 레뱅드 매일 스타타워점.
한국제분이 대주주인 나라와인 문정점.
와인의 달콤함에 대기업이 빠져들고 있다. 그동안 주류 전문기업과 와인 전문 수입업체가 나눠 가졌던 시장에 최근 와인 붐을 타고 대기업이 하나둘 참여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대기업들은 전문 수입업체가 가지지 못한 유통망과 자금력을 무기로 공격적인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한국의 와인 시장은 지난해를 기준으로 1천억원 정도. 대기업 입장에선 혼자 독식해도 부족한 규모다. 하지만 롯데·매일유업 등 대기업들은 와인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주류 시장의 침체와 달리 와인 시장은 외환위기 이후 매년 20% 정도씩 성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도 “지금까지의 성장폭보다 앞으로의 성장폭이 더 클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대기업들 역시 시장잠재력을 염두에 두고 선점 경쟁에 나서고 있다. 현재 국내 와인 시장의 선두주자는 두산과 아영주산. 두산은 마주앙을 앞세워 전체 시장의 20%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아영주산은 관계사인 대유와인과 함께 16% 정도를 점유하고 있다. 여기에 신동와인과 나라와인 등이 3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최근 롯데가 와인 사업 강화를 표방하면서 업계는 긴장하는 분위기다. 롯데칠성은 2001년부터 OEM 방식으로 와인을 수입하고 있다. ‘송블루’라는 브랜드로 판매하고 있는 롯데칠성은 “대기업이 와인 수입에 나선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자체 브랜드를 개발, 프랑스로부터 OEM 형식으로 와인을 수입하고 있다. 현재 롯데칠성의 주요 판매처는 호텔·할인점·편의점 등. 롯데칠성 관계자는 “지난해 매출은 5억원 내외로 미미하지만 장기적으로 시장이 커질 것에 대비해 올해부터는 투자나 마케팅이 훨씬 공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최대 음료 유통망을 가진 롯데가 와인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 와인 시장 판도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칠성은 ‘하이스타’라는 계열사를 통해서도 와인을 수입·판매하고 있다. 매일유업 계열의 레뱅드매일의 경우 현재 역삼동 스타타워 지하 1층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전북 고창에서 자연산 치즈인 까망베르 치즈를 생산하고 있어 치즈 판매 촉진을 위해 와인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밝혔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젊은층을 비롯 최근 와인 수요층이 늘어나면서 와인 시장이 커질 것을 예상하고 사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 역삼동에 있는 레뱅드매일 스타타워점 최영화 점장은 “지난해 초만 해도 CEO나 임원급 손님들이 많았는데 후반기로 갈수록 20·30대 젊은층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와인 시장이 서서히 대중화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장래성 보고 사업 개시 두산그룹은 롯데그룹과 매일유업의 와인 영업 강화와 관련 “아직은 파이를 키워나가는 단계이기 때문에 참여자가 많을수록 시장이 커지는 효과가 있다”며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업계 변화에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다. 두산의 지난해 와인 매출액은 2백억원 정도. 주류 전문회사답게 와인숍보다는 기존 주류 유통망을 통해 공급하고 있다. 아직은 ‘마주앙’의 매출비중이 절반을 넘지만(55%), 올해는 수입와인 위주로 제품군을 넓힌다는 전략이다. 이미 지난해 캘리포니아산 조단(jordan), 프랑스산 깔베(calvet), 칠레산 카르멘(carman) 등 유명 와인을 수입했다. 두산그룹의 한 관계자는 “갈수록 입맛이 다양해지고 고급화되는 소비자들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는 수입와인을 확대하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두산은 또 와인 유행이나 트렌드의 발원지인 강남의 청담동에 있는 와인바와 와인레스토랑을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마케팅을 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이미 주류BG 내에 와인팀을 신설해 30여명의 직원이 와인 세일즈를 전담케 하고 있다. 중견기업 중 비교적 와인 시장에 일찍 진입한 일신방직의 신동와인 역시 최근 대기업의 적극적인 자세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90년대 초반부터 사업을 시작한 신동와인은 현재 백화점 세 군데와 와인숍 두 곳을 운영하면서 연간 8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적자를 면할 정도로 아직은 사업성이 없지만 와인 시장의 성장세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제분 계열의 나라와인 역시 와인 업계에서는 자리잡은 업체로 알려져 있다. 97년 와인 사업에 뛰어든 나라와인은 현재 8개 매장을 가지고 있으며 매출은 85억원 정도. 아직 수익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신세계와 CJ 등 소비재·유통 전문 대기업들도 와인 시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LG의 경우 지난 2000년 한 와인 업체에 시장 조사를 의뢰했을 정도로 적극적이다. 이수화학도 와인 사업 진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대기업이 일단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은 것은 시장 규모 때문. 대기업 입장에서는 시장에 참여하기에는 규모가 너무 작고, 가만 두고 보기엔 성장성이 크기 때문에 고심 중이다. 우종익 아영주산 총괄대표는 “일본의 경우도 장기침체 이전에는 간판기업 중 와인 수입을 안 하는 곳이 없었다”며 “우리나라도 지금 그런 단계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LG·CJ 등도 검토 중 대기업의 사업참여에는 사업 외적 요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중 가장 큰 것이 오너들의 취향이다. 실제로 와인 사업을 검토했거나 하고 있는 LG·이수화학 등도 오너들이 와인 매니어로 알려져 있다. 지금 사업체를 가지고 있는 동아제약·매일유업·일신방직·한국제분의 오너들 역시 개인적 관심에서 시작했다. 대기업 계열 와인 업체의 한 관계자는 “모(母)기업 사장이 한 달에 두 번 정도 매장을 직접 방문해 와인을 고르고 있다”고 전했다. 개인적인 취향 외에 한국 기업의 해외 비즈니스 환경이 많이 바뀐 것도 와인 사업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다. 과거와 달리 한국 기업의 위상이 올라가면서 해외 비즈니스에서도 고급 인맥과 교류하는 일이 많아졌고 자연히 와인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게 된 것이다. 이런 경향이 와인 사업을 질적으로 발전시키는 데 한계로 작용하는 측면도 있다. 롯데칠성의 마케팅 담당자는 “현재 대기업이 경영하는 와인 업체 중 와인을 비즈니스로 보고 사업하는 곳은 두산뿐”이라며 “다른 와인 업체들은 오너들의 취미생활에 그쳐 와인 시장에 적극적인 마케팅이나 투자를 하고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대기업들이 발만 담그고 있고 시장 활성화 노력을 하지 않기 때문에 시장도 커지지 않고 신규 업체가 사업에 뛰어들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는 얘기다. 일부에서 “오너들이 자신의 취미생활을 위해 너무 많은 돈을 쏟아붓는 것 아니냐”는 비판론이 대두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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