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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줄이고 채권은 늘려 중국 골동품 ·서화에도 관심

부동산 줄이고 채권은 늘려 중국 골동품 ·서화에도 관심

남은 여생 동안 재산을 적절히 굴리면서도 ‘재미있고 뜻 있게’ 쓰기로 결심한 J이사장. 그는 이미 장학재단을 세웠고, 문화 생활 등에도 돈을 아끼지 않는다. 그의 자산 운용법과 라이프 스타일을 들여다봤다.
장학재단을 운영하고 있는 J(71) 이사장은 전형적인 2세 부자다. 선친에게서 재산을 물려받아 잘 굴려온 것. J이사장은 그러나 10년 전 부인과 사별하면서 사는 동안 재산을 적절히 굴리면서도 ‘재미있고 뜻 있게’ 쓰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부인 명의의 재산을 정리해 공익재단(장학재단)을 세웠다(물론 미국에 살던 자녀들에게도 재산의 상당 부분을 물려주기도 했다). 자신이 세상을 떠난 뒤 남는 재산은 공익재단에 기부하기로 유언장도 쓴 상태다.

J이사장의 한 달 생활비는 3,000만원 정도다. 그는 먹고 입는 것과 문화생활, 그리고 건강 관련 분야에 들어가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그는 특히 미술품에 관심이 많다. 사별한 부인이 갤러리를 운영했기 때문에 미술품을 보는 안목이 있는 데다 부인이 미술품에 쏟았던 애정을 대신한다는 생각도 있다. 5년 전부터는 중국 문화재에도 눈을 돌려 중국의 골동품과 서화 수집도 늘리고 있다.

그의 재산 상태를 살펴보자. 10년 전 자녀들에게 재산을 증여할 당시 증여분을 뺀 그의 총재산은 100억원 수준이었다. 그 가운데 25% 비중이었던 평택과 용인 지역의 땅 값이 현재 시가 250억원으로 크게 뛰었다. 또 외환위기 무렵 13억원을 투자해 매입했던 채권을 팔아 21억원에 샀던 서초동 임대용 건물이 현재 50억원에 거래되고 있다. 또 당시 갖고 있던 수원의 토지 1,000평(당시 평당 5만원)도 2002년에 평당 200만원을 받고 건설업체에 넘겼다. 게다가 그는 10년 전 미국의 유명 투자은행에서 근무했던 둘째 아들이 적극 추천한 SK텔레콤 주식을 3억원어치 사서 10배 넘게 남겨 팔기도 했다.

이런 이력 때문인지 J이사장은 자신을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재산을 더 많이 불리거나 지키기보다 ‘잘 쓰기’에 관심이 많은 것은 그래서인지 모른다. 현재 그에게 가장 소중한 재산은 부동산이나 돈이 아니라 바로 ‘시간’이다. 재생이 불가능하고 복리로 불어나지 않는 시간. 그래서 그는 무엇보다 자신을 위해 투자한다. 그는 특히 겨울철에는 따뜻한 나라로 여행가서 지내고 싶어한다. 머지않아 자녀들이 있는 미국으로 가 살 생각도 굳혔다.

그렇다고 재산을 물 쓰듯 낭비할 생각은 없다. 적절히 굴리면서 쓴다는 원칙이다. 워낙 저금리라 마땅히 투자할 곳도 없고 정치 ·경제 상황 등에 불안함을 느낀 그는 2003년 1월 만기가 돌아온 예금과 채권 30억원 가운데 12억원 정도를 달러화 예금(당시 환율 1,170원)에 넣었다. 나머지 18억원은 원/엔화 비율이 10대 1 수준이던 시절에 회전식 엔화 정기 예금에 가입해 현재 20억원으로 불어났다. 적어도 재산의 10% 가량은 글로벌 투자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고, 라이프 스타일을 감안해도 외환 자산을 늘리는 게 맞다는 판단이었다.

그는 또 단기-중기-장기의 균형을 추구하는 기간별 분산 배분법에도 맞는 투자를 하고 있다. 특히 하이브리드 및 은행 발행 후순위채권은 장기 상품인 데다 분리과세 대상이어서 과세 부담까지 덜고 있다.
미술품에도 관심이 많았던 그는 지난 몇 년간 중국 골동품을 모아왔다. 청나라 옹정제나 건륭제 때 황실에서 쓰던 도자기(국화 문양 접시)를 크리스티나 소더비 등 경매업체를 통해 낙찰받아 수집해왔다. 운도 따랐는지 중국 경제의 눈부신 발전과 더불어 낙찰 가격이 30% 이상 올라 그가 소장한 골동품의 자산 가치도 크게 오른 상태다. 다만 골동품의 경우 투자 목적으로 사들인 것은 아니었다.

그도 멋진 골동품을 보고 즐기기 위해 수집하는 데에 남다른 재미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을 나중에 박물관에 기증할 생각도 갖고 있다. 한편 요즘 들어서는 골동품보다 서화 수집에 좀더 관심이 많다. 장다첸(張大千)·리커란(李可梁) 등 중국 대화가들이 그린 그림 수집에 한창이다. 진위 여부만 명확하다면 그림의 가격도 우리나라 유명 화가의 작품보다 저렴할 뿐만 아니라 중국이라는 막대한 잠재 수요층도 겨냥할 수 있어서다. 이런 식으로 돈을 굴리면서 쓰고 있는 그가 앞으로 10년간 쓰려는 돈은 120억원이다. 그리고 그 다음 10년도 120억원이다.

월 1억원이 필요한 셈인데, 물가상승률과 현재 갖고 있는 자산의 세후 운용 수익률 등을 감안하면 지금보다 더 많은 유동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J이사장은 ‘부자는 땅에서 솟는다’고 믿지만 요즘 분위기에서는 부동산 신화에 기댈 필요는 없다고 본다. 아울러 수집 활동과 안락한 생활을 위한 유동성도 필요한 상황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재산 가운데 부동산 비중을 조정하기로 했다. 일단 평택 지역의 토지를 팔아 130억원을 확보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현재 총재산의 68.81%인 부동산 비중을 선진국 표준형에 가까운 38.99%로 낮출 계획이다.

이렇게 생기는 130억원은 단기 유동자산에 37억원, 중장기 자산인 채권에 41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유동자산 37억원 가운데 30억원은 달러화 약세와 더불어 날로 가치가 오르고 있는 금 등의 실물 자산에 투자할 계획이다. 일단 종합과세를 고려해 표면이자 연 1%이며 분리과세가 가능한 세후 연 3.7%의 예금보험기금 채권(2004년 3월 29일 만기)을 편입한 특정금전신탁에 추가로 가입했다. 나머지 7억원은 3개월 단위 회전식 정기예금(금리 연 4.1%)에 배분했다.
또 41억원은 분리과세 제도 개정에 따라 날이 갈수록 희소가치가 올라가고 있는 5년 이하 분리과세 대상 국민주택채권 및 비과세 외화표시 채권과 9,400~9,500원대의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삼성카드 후순위 전환사채에 투자하기로 했다.

그리고 글로벌 주식형 펀드에 22억원(템플턴 성장형 펀드와 UBS 전략형 펀드에 절반씩 편입)을, 미술품 투자에 30억원 정도를 배분한다. 미술품 구입에 쓸 30억원은 주로 홍콩달러와 미국달러로 분산해 예금하고, 달러화는 약세이므로 추가로 위험을 피하는 방법을 택해 원화 기준 연 2%의 추가 비과세 이익을 추구하기로 했다. 이런 포트폴리오 개편을 통해 자산 가운데 무려 80.96%에 이르렀던 비금리형 자산(유동자산 및 채권형 자산을 뺀 모든 자산)의 비중이 63.03%로 줄어들고 금리형 자산의 비중이 36.97%로 늘어난다.

안정적인 금융수익이 더욱 늘어나게 되는 효과를 거두는 셈이다. 아울러 이렇게 포트폴리오를 개편해 수익성 자산의 비중도 30.50%에서 53.44%로 개선되고 현금 흐름도 상대적으로 원활해진다. 예컨대 미국의 자녀들에게 가기 전에 재산을 황급히 현금으로 바꾸는 불편을 겪지 않아도 된다. 여러 모로 균형이 잡힌 자산 관리 및 배분이 가능해진 셈이다.

J이사장은 또 포트폴리오 개편으로 얻어지는 금융 수익 가운데 일부는 귀중품 관련 보험회사로 유명한 처브 인슈어런스(Chubb Insurance)의 상품에 가입하기로 했다. 아울러 미국의 존스 홉킨스와 듀크대학 병원 등 유수의 병원과 제휴를 맺고 있는 월드케어(Worldcare)사의 건강관리 프로그램도 활용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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