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高유가·테러에 항공업계 ‘한숨’
| 유가가 오르자 노스웨스트항공 등 미국 항공사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 지난 3월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에서 미 항공사들의 주가가 폭락했다. 스페인 마드리드 열차 테러의 배후로 ‘9·11 테러’의 주범인 알 카에다가 지목되면서 항공사 경영에 다시 비상이 걸린 것이다. 델타·노스웨스트·콘티넨탈항공의 경우 낙폭이 12%를 넘었다. 미국 최대인 아메리칸항공도 9% 떨어졌다. 10대 항공사들의 주가 동향을 한데 묶은 아멕스 항공지수는 7.05% 하락했다. 이 지수는 지난 6개월간 40%가량 추락했다. 보다 결정적인 주가 하락 요인은 국제 유가. 유가는 1990년 걸프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3월17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4월 인도분 가격은 배럴당 38.18달러로 마감했다. 90년 9월 이후 13년여 만에 가장 높은 시세다. 올 들어서도 유가는 상승폭이 더 빨라져 2월 평균이 벌써 34달러다. 최근의 급등세는 최대 석유 소비국인 미국의 재고 부족에서 비롯된다. 4월부터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1백만 배럴 감산을 강행하기로 한 것도 요인이다. 급등세의 저변에는 중국의 경기 활황에 따른 원유 수요 급증, 테러 빈발에 따른 국제시장의 불안감, 이어지는 달러화 약세 등도 깔려 있다. 국제 유가가 1달러 오를 때마다 미 항공업계가 부담해야 하는 추가 비용은 연간 4억2천5백만 달러나 된다는 추정이다. 자연히 항공사 실적은 악화되고 있다. 델타항공은 최근 이번 분기 손실이 당초 예상(3억∼3억5천만 달러)을 넘어 4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3년간 엄청난 적자를 본 미 항공사들은 경기가 점차 살아남에 따라 올해는 기대를 했으나 가파른 유가 상승세에 다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난국 타개를 위해 내놓은 아이디어가 승객 수송능력 확대 방침이다. 조금이라도 이익을 내는 노선엔 비행기를 더 띄운다는 것이다. 10대 항공사들은 당초 올해 수송능력을 2003년보다 2.3% 정도 늘리는 것으로 생각했으나 최근 이를 5.8%로 높여 잡았다. 대형 항공사들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적자 노선·편수 감축 등을 통해 수송능력을 대폭 줄였다. 테러 우려와 경기침체로 일반 여행객은 물론 회사 출장 수요도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싼 요금을 무기로 앞세운 중소 항공사들은 이 틈을 타 시장점유율을 오히려 높였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이 이 분야의 대명사 격인데, 요즘은 그에게도 강력한 라이벌이 나타났다. 제트블루란 회사다. 승객 한 명의 마일당 운송비용이 제트블루가 9센트로 사우스웨스트(11.8센트)보다 약 30% 싸다. 경기회복세를 믿고 대형사들이 빼앗겼던 시장 탈환에 나서려 하자 중소 항공사들도 이에 맞서고 있다. 이들도 올해 승객 수송능력을 10∼20% 정도 늘린다는 방침이다. 경쟁이 더욱 불을 뿜을 것은 명약관화한 일. 항공업계 전문가들이 수송능력 확대도 그리 좋은 대안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증편 이전에 지나치게 떨어진 항공요금 회복이 급선무라 하나 워낙 경쟁이 치열한 마당이라 한 회사가 맘먹는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이래저래 밝은 미래를 기대하기 힘든 게 미 항공업계의 현주소가 아닌가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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