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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LCD업계 “덩치 키워야 산다”

[일본]LCD업계 “덩치 키워야 산다”

지난 3월24일 엡손과 산요의 최고경영진이 LCD사업 분야의 통합을 발표하고 있다.
시장이 급속히 커지고 있는 액정TV용 패널을 둘러싼 이합집산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 3월24일 일본의 세이코엡손과 산요전기는 중소형 액정디스플레이(LCD) 분야에서 하나로 합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별도의 합병회사를 오는 10월까지 만드는 방식이다. 새로운 회사의 출자비율은 엡손이 55%, 산요가 45%다. 두 회사의 액정사업을 합하면 매출액은 3천6백억엔에 달해 일본 업체로는 샤프에 이어 두번째다. 전 세계적으로도 4위 규모다. 두 회사가 손을 잡은 이유는 간단하다. 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워낙 경쟁이 치열해 ‘단독 플레이’로는 견뎌내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세계적으로 휴대전화나 디지털카메라의 수요가 신장하고 있어 전망은 밝지만 삼성전자 등 한국업체와 대만업체들의 추격, 거기에 터줏대감 ‘샤프’가 버티고 있는 마당에서는 운신의 폭이 작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LCD 구동용 LSI(대규모 집적회로)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엡손과 광디스크로부터 정보를 읽어내는 광 픽업이란 전자부품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산요가 손을 잡을 경우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양사는 휴대전화용 소형 LCD에선 엡손이, 디지털카메라 등 중형에서는 산요가 각각 주도적인 역할을 해 내년에는 매출을 현재의 1.5배로 늘린다는 목표다. 두 회사가 손을 잡게 된 배경을 살펴보면, 지난 3월8일 소니가 삼성전자와 대형 LCD사업의 합병을 공식 발표한 게 촉매제가 됐다. 또 2000년부터 지난해 상반기에 걸쳐 LCD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진 것도 한몫했다. 물론 수요가 워낙 많아 적자에 허덕이던 관련 회사들이 다소 한숨을 돌린 상태이긴 하지만 섣불리 단독으로 설비투자를 증대하기도 애매한 상황인 것이다. 실제 2002년 4월 도시바와 마츠시타전기가 LCD사업을 통합해 ‘도시바마츠시타 디스플레이테크놀로지’를 발족한 것이나, 히타치제작소·후지츠·NEC가 모체의 경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LCD사업을 분사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문가들은 “히타치와 후지츠·NEC가 LCD사업을 분사한 것은 LCD사업으로부터 철수하거나 사업매각, 혹은 타사와의 통합을 모두 시야에 넣은 전략”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즉 앞으로는 NEC·후지츠 등이 재편과 이합집산의 ‘태풍의 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엡손과 산요의 사업통합은 전주곡에 불과하고 또다시 빠른 속도로 재편극이 펼쳐지리란 것이다. 게다가 TV용 대형 LCD에서도 소니·마츠시타전기산업이 제휴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사업재편의 관건은 LCD의 수급에 달려 있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당분간 현 상태대로 공급 부족이 이어지겠지만, 올해 말 이후는 삼성·LG 등 한국 업체들의 투자효과가 나타나 수급간 균형이 회복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 시점에 맞춰 서로 다른 짝짓기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분사한 업체들끼리의 결합도 예상되지만 공격적 투자를 추진 중인 샤프나 소니, 그리고 한국 업체들이 과감한 매수에 나설 가능성도 점점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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