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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업계 ‘公敵’이 ‘구세주’로

음반업계 ‘公敵’이 ‘구세주’로

냅스터의 숀 패닝이 이번에는 음반업계를 살릴 프로그램을 갖고 돌아왔다.
1999년 숀 패닝(Shawn Fanning)은 냅스터(Napster)를 들고 대학 기숙사에서 뛰쳐나왔다. 냅스터는 인터넷으로 음악파일을 공유할 수 있게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당시 19세였던 패닝은 유명인사가 됐다. 음반 제작업계의 집중 표적이 된 것은 물론이다.

패닝이 이번에 다시 파일공유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새로운 팬들도 확보했는데 바로 음반 제작업체들이다. 패닝의 새로운 소프트웨어가 음반 해적행위를 막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패닝이 새로 들고 나온 프로젝트 스노캡(Snocap)은 음악파일 공유 사이트에서 거래되는 곡을 확인해 다운받는 네티즌에게 요금을 매기도록 설계돼 있다.

패닝과 동료는 이에 대해 공식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패닝의 동료 대부분은 냅스터에서 함께 일한 전문가다. 패닝은 스노캡을 음반업체들에 선보였고,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다. 소니 뮤직의 CEO 앤드루 랙(Andrew Lack)은 스노캡을 ‘새로운 돌파구’라고 표현했다.

그렇다면 음반업계가 냅스터를 ‘음악 해적행위의 천국’이라며 제기한 소송은 과연 어떻게 됐을까. 당시 소송으로 냅스터는 결국 저작권이 있는 음악파일 배포를 포기해야 했었다. 하지만 음반업계 관계자들의 말처럼 지나간 일이다. 유니버설 뮤직의 신기술 전략개발 담당 래리 켄스윌(Larry Kenswil)은 “패닝에 대해 개인적 감정이 있었던 것은 아닌데다 그가 가만히 앉아 부당하게 돈 벌 궁리만 했던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요즘 패닝에 대한 반감은 냅스터의 아류격인 모피어스(Morpheus)와 카자(Kazaa) 같은 업체에서 불거지고 있다. 모피어스 ·카자 측 임원진은 스노캡 데모 버전을 접하지도 않은 채 관심없다고 잘라 말했다. 문제는 바로 그 점이다. 스노캡은 음악파일 공유 서비스 업체들이 협력해야 진가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피어스의 모기업인 스트림캐스트 네트웍스(StreamCast Networks)를 이끌고 있는 마이클 웨이스(Michael Weiss)는 “협력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스노캡 같은 음악파일 필터링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네티즌들은 자신의 컴퓨터로 다른 사람과 직접 접촉하기보다 중앙집중식 서버에 연결돼야 한다.
냅스터가 애초 시도했던 것처럼 파일공유 서비스에 요금 부과 시스템이 덧붙여지면 이용자는 다른 서비스를 찾게 마련이다.

1대 1(P2P) 파일공유 시스템을 차단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여전히 P2P 서비스로 몰려든다. 음반업계가 지난해 9월 음악파일 공유자들을 대대적으로 제소한 이후 음악파일 다운로드는 크게 줄었다가 요즘 다시 급증하고 있다. 패닝이 아직 관여하고 있는 냅스터나 애플의 i튠스(iTunes) 같은 합법 다운로드 서비스는 음반 판매에서 극히 일부만 차지할 뿐이다.

스노캡 등 필터링 소프트웨어가 음반업계에 호소력을 발휘하는 것은 향후 매출 가능성 때문만이 아니다. 현재 미국 연방 법원에서 P2P 시스템을 둘러싸고 진행 중인 법적 논란 가운데 하나와 관련해 업계의 논거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필터링 소프트웨어가 네트워크에서 거래되는 콘텐츠를 감시하는 데 무기력하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켄스윌은 “스노캡이 제대로 작동하면 법적으로 엄청난 문제가 야기될 것”이라며 “제대로 작동하는 판에 사용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추궁당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패닝도 같은 생각일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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