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안목 길러 장기투자하라
작품 안목 길러 장기투자하라
미술계 인사들은 지금 미술품 시장이 ‘바닥’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대박’을 내기는 주식투자만큼이나 어렵다.
청담동에 사는 주부 윤정임 씨는 목돈이 생기면 화랑을 찾는다. 그녀는 단순히 미술품을 보고 즐기는 차원을 넘어 직접 그림을 사고판다. 과거 미술품 경매사로 일하면서 그림에 눈을 뜬 후 지금까지 사고판 작품만 50여 점. 구입가는 작가에 따라 제각각이지만 대개 1,000만원을 밑돈다. 하지만, 재테크 ‘성적’은 눈부시다. 윤씨는 “얼마 전 경매에 내놓았던 작품을 구입가의 세 배가 넘는 가격에 팔았다”며 “재테크라고 하기에는 투자기간이 길었지만 구입가보다 낮은 가격에 판 작품은 하나도 없었다”고 밝혔다.
미술품 투자가 일반인들 사이에 파고들고 있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최근 미술품 경매장을 찾는 계층이 다양해지고 있다”며 “일반 회사원들이 월급을 모아 경매에 참여하는 경우도 쉽게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술품 가격이 전성기였던 199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내리막을 걸었다”며 “10년 주기로 활황을 맞곤 했던 미술시장의 흐름상 이제 되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선 ‘서화 및 골동품의 양도차액에 대한 과세 근거조항’을 아예 폐기하기로 의결했다. 이로써 세금문제나 실명노출에 대한 걱정으로 예술품 구매를 꺼렸던 애호가들의 우려가 말끔히 해소됐다.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지난 2월 22일 서울 평창동 서울옥션에서 개최된 ‘근현대 및 고미술품 경매’에선 작품 최고가를 경신하는 작가들이 속출했다.
‘산’ 작가로 유명한 유영국 화백(1916∼2002)의 <계곡> (100호) 은 4억6,000만원(수수료 포함)에 낙찰됐다. 지난해 11월 경매의 낙찰가 3억6,000만원을 경신했을 뿐 아니라 경매에서 거래된 유 화백의 작품 중 최고가다. 이우환 씨의 78년작 <선> (100호) 시리즈도 1억7,000만원에 팔려 그의 작품 중 최고액을 기록했다. 천경자 화백의 <꽃다발을 안은 여인> (30호) 역시 추정가보다 5,000만원이 높은 2억5,000만원에 팔려 경매 최고가를 기록했다.
미술품에 투자해 차익을 노린다는 ‘화(畵)테크’ 개념은 아직 일반인들에게 낯설다. 서울옥션의 김순응 사장은 “현재 미술품 시장은 80년대 형성된 거품이 완전히 꺼지고 정상적인 시장 가격으로 회복되는 과도기 상태”라며 “투자자들은 이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외국의 경우 미술품에 투자하는 ‘아트펀드’가 성행할 뿐 아니라 미술품의 가격 동향을 나타내는 ‘미술품 가격지수’까지 존재한다.
프랑스의 온라인업체 ‘아트프라이스닷컴’에 따르면 60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소더비 경매를 통한 미술품 투자 수익률은 연평균 11.1%를 기록해 미국 뉴욕증시의 스탠더드 앤 푸어스(S&P)500 지수 수익률 10.7%를 앞섰다. 특히 회화 부문만 놓고 보면 99년을 100으로 할 때 회화 가격지수는 110을 기록했지만, 다우존스지수는 80으로 하락했다.
미술품의 경우 부동산이나 주식과 달리 작가의 장래성 ·작품 구입의 목적 ·현금 호환성 등을 다양하게 고려해야 한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미술품에 대한 관심이다. 주식시장이나 부동산 투자에서 간간이 등장하는 ‘묻지마 투자’는 절대 통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부동산과 주식에 대한 투자 동기가 시세차익을 노리는 단기투자라면 미술품에 대한 투자는 10년이 넘는 장기투자다.
여기에 정신적인 만족도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가나화랑의 김종화 이사는 “미술품을 사려면 무엇보다 미술품에 대한 관심이 전제되어야 한다”며 “미술품은 향후 작품의 자산가치가 오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술품을 소장하면서 얻게 되는 인테리어 효과와 미적 심미안 향상 등 소장가치도 외면해서는 안된다”라고 강조했다.
국내 미술품의 유통은 크게 화랑과 경매를 통해서 이뤄진다. 경매의 경우 최근 온 ·오프라인을 넘나들면서 급속히 확대돼 낙찰률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화랑과 작가를 통해 가격이 결정되던 관행과 달리 합리적인 가격산정으로 거품을 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가격도 100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거래되고 있다. 경매시 주의할 점은 수수료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 구입자와 위탁자 모두 10% 이상의 수수료를 내야 하기 때문에 고가 미술품 경매시 수수료도 만만치 않다.
현재 미술시장에서 확실히 돈이 되는 4인방으로 박수근 ·이중섭 ·장욱진 ·김환기 등이 꼽힌다. 최근 2~3년 동안 이들 ‘블루칩’ 작가의 작품들은 품귀현상을 빚을 정도다. 이렇듯 미술품 투자에도 대박은 존재한다. 하지만, 그 옥석을 가리기는 주식투자만큼이나 어렵다. 경매마다 국내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현대미술작가 박수근(1914~1965)의 경우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그의 작품들은 지금 전성시대를 맞이하고 있지만, 실제 박수근은 초등학교 학력으로 평생 가난과 씨름하다 51세에 생을 마감했다.
생전에 그의 작품은 한국적 정서를 잘 담고 있어 주한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당시 그림 가격은 50~100달러에 불과했다. 현재 경매시장에 나오는 박수근의 작품 대부분이 이때 외국인들에게 넘어간 것들로 그 차익은 실로 엄청나다. 지난해 5억500만원에 낙찰된 <아이 업은 소녀> 역시 미국인 소장가가 국내 경매에 출품한 것이다.제2의 박수근을 찾는 방법은 없을까. 젊은 화가일수록 시장가격이 낮게 형성되는 경우가 있어 ‘대박 기회’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젊은 작가들은 시장에서 살아남을 확률이 그만큼 낮아 리스크가 높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김종화 이사는 “작품의 가격보다 작가의 가능성을 봐야 한다”며 “주가가 애널리스트의 분석에 의해 움직이는 것처럼 작가의 작품가격 역시 평론가나 미디어의 평가를 통해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관심 있는 작품들에 대한 평판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도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안정적인 투자를 위해서라면 비싸더라도 인기 작가의 작품을 사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 유통되는 작품 수가 적은 작가의 작품을 사는 것도 효과적이다. 작고한 작가의 작품 가격이 오르는 것도 더 이상 공급될 작품이 없다는 ‘희소성’ 때문이다. 투자가치 측면에선 작가의 대표작을 사는 게 효과적이다. 또 ‘신작’보다는 ‘구작’이 인기가 높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의 경우 실제 미술품 구입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서울 인사동 ·평창동 ·청담동 등지의 화랑을 직접 방문하거나 구입하지 않더라도 경매에 참여하면서 작품에 대한 판단능력을 키워야 한다. 처음 구입은 가격이 싼 판화나 드로잉부터 시작해 차츰 넓혀 가는 것이 좋다. 한국화랑협회에서 발표한 작가별 호당 가격이나 경매낙찰가 등으로 작품 가격을 미리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 꽃다발을> 선>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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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에 사는 주부 윤정임 씨는 목돈이 생기면 화랑을 찾는다. 그녀는 단순히 미술품을 보고 즐기는 차원을 넘어 직접 그림을 사고판다. 과거 미술품 경매사로 일하면서 그림에 눈을 뜬 후 지금까지 사고판 작품만 50여 점. 구입가는 작가에 따라 제각각이지만 대개 1,000만원을 밑돈다. 하지만, 재테크 ‘성적’은 눈부시다. 윤씨는 “얼마 전 경매에 내놓았던 작품을 구입가의 세 배가 넘는 가격에 팔았다”며 “재테크라고 하기에는 투자기간이 길었지만 구입가보다 낮은 가격에 판 작품은 하나도 없었다”고 밝혔다.
미술품 투자가 일반인들 사이에 파고들고 있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최근 미술품 경매장을 찾는 계층이 다양해지고 있다”며 “일반 회사원들이 월급을 모아 경매에 참여하는 경우도 쉽게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술품 가격이 전성기였던 199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내리막을 걸었다”며 “10년 주기로 활황을 맞곤 했던 미술시장의 흐름상 이제 되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선 ‘서화 및 골동품의 양도차액에 대한 과세 근거조항’을 아예 폐기하기로 의결했다. 이로써 세금문제나 실명노출에 대한 걱정으로 예술품 구매를 꺼렸던 애호가들의 우려가 말끔히 해소됐다.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지난 2월 22일 서울 평창동 서울옥션에서 개최된 ‘근현대 및 고미술품 경매’에선 작품 최고가를 경신하는 작가들이 속출했다.
‘산’ 작가로 유명한 유영국 화백(1916∼2002)의 <계곡> (100호) 은 4억6,000만원(수수료 포함)에 낙찰됐다. 지난해 11월 경매의 낙찰가 3억6,000만원을 경신했을 뿐 아니라 경매에서 거래된 유 화백의 작품 중 최고가다. 이우환 씨의 78년작 <선> (100호) 시리즈도 1억7,000만원에 팔려 그의 작품 중 최고액을 기록했다. 천경자 화백의 <꽃다발을 안은 여인> (30호) 역시 추정가보다 5,000만원이 높은 2억5,000만원에 팔려 경매 최고가를 기록했다.
미술품에 투자해 차익을 노린다는 ‘화(畵)테크’ 개념은 아직 일반인들에게 낯설다. 서울옥션의 김순응 사장은 “현재 미술품 시장은 80년대 형성된 거품이 완전히 꺼지고 정상적인 시장 가격으로 회복되는 과도기 상태”라며 “투자자들은 이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외국의 경우 미술품에 투자하는 ‘아트펀드’가 성행할 뿐 아니라 미술품의 가격 동향을 나타내는 ‘미술품 가격지수’까지 존재한다.
프랑스의 온라인업체 ‘아트프라이스닷컴’에 따르면 60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소더비 경매를 통한 미술품 투자 수익률은 연평균 11.1%를 기록해 미국 뉴욕증시의 스탠더드 앤 푸어스(S&P)500 지수 수익률 10.7%를 앞섰다. 특히 회화 부문만 놓고 보면 99년을 100으로 할 때 회화 가격지수는 110을 기록했지만, 다우존스지수는 80으로 하락했다.
미술품의 경우 부동산이나 주식과 달리 작가의 장래성 ·작품 구입의 목적 ·현금 호환성 등을 다양하게 고려해야 한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미술품에 대한 관심이다. 주식시장이나 부동산 투자에서 간간이 등장하는 ‘묻지마 투자’는 절대 통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부동산과 주식에 대한 투자 동기가 시세차익을 노리는 단기투자라면 미술품에 대한 투자는 10년이 넘는 장기투자다.
여기에 정신적인 만족도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가나화랑의 김종화 이사는 “미술품을 사려면 무엇보다 미술품에 대한 관심이 전제되어야 한다”며 “미술품은 향후 작품의 자산가치가 오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술품을 소장하면서 얻게 되는 인테리어 효과와 미적 심미안 향상 등 소장가치도 외면해서는 안된다”라고 강조했다.
국내 미술품의 유통은 크게 화랑과 경매를 통해서 이뤄진다. 경매의 경우 최근 온 ·오프라인을 넘나들면서 급속히 확대돼 낙찰률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화랑과 작가를 통해 가격이 결정되던 관행과 달리 합리적인 가격산정으로 거품을 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가격도 100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거래되고 있다. 경매시 주의할 점은 수수료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 구입자와 위탁자 모두 10% 이상의 수수료를 내야 하기 때문에 고가 미술품 경매시 수수료도 만만치 않다.
현재 미술시장에서 확실히 돈이 되는 4인방으로 박수근 ·이중섭 ·장욱진 ·김환기 등이 꼽힌다. 최근 2~3년 동안 이들 ‘블루칩’ 작가의 작품들은 품귀현상을 빚을 정도다. 이렇듯 미술품 투자에도 대박은 존재한다. 하지만, 그 옥석을 가리기는 주식투자만큼이나 어렵다. 경매마다 국내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현대미술작가 박수근(1914~1965)의 경우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그의 작품들은 지금 전성시대를 맞이하고 있지만, 실제 박수근은 초등학교 학력으로 평생 가난과 씨름하다 51세에 생을 마감했다.
생전에 그의 작품은 한국적 정서를 잘 담고 있어 주한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당시 그림 가격은 50~100달러에 불과했다. 현재 경매시장에 나오는 박수근의 작품 대부분이 이때 외국인들에게 넘어간 것들로 그 차익은 실로 엄청나다. 지난해 5억500만원에 낙찰된 <아이 업은 소녀> 역시 미국인 소장가가 국내 경매에 출품한 것이다.제2의 박수근을 찾는 방법은 없을까. 젊은 화가일수록 시장가격이 낮게 형성되는 경우가 있어 ‘대박 기회’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젊은 작가들은 시장에서 살아남을 확률이 그만큼 낮아 리스크가 높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김종화 이사는 “작품의 가격보다 작가의 가능성을 봐야 한다”며 “주가가 애널리스트의 분석에 의해 움직이는 것처럼 작가의 작품가격 역시 평론가나 미디어의 평가를 통해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관심 있는 작품들에 대한 평판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도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안정적인 투자를 위해서라면 비싸더라도 인기 작가의 작품을 사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 유통되는 작품 수가 적은 작가의 작품을 사는 것도 효과적이다. 작고한 작가의 작품 가격이 오르는 것도 더 이상 공급될 작품이 없다는 ‘희소성’ 때문이다. 투자가치 측면에선 작가의 대표작을 사는 게 효과적이다. 또 ‘신작’보다는 ‘구작’이 인기가 높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의 경우 실제 미술품 구입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서울 인사동 ·평창동 ·청담동 등지의 화랑을 직접 방문하거나 구입하지 않더라도 경매에 참여하면서 작품에 대한 판단능력을 키워야 한다. 처음 구입은 가격이 싼 판화나 드로잉부터 시작해 차츰 넓혀 가는 것이 좋다. 한국화랑협회에서 발표한 작가별 호당 가격이나 경매낙찰가 등으로 작품 가격을 미리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 꽃다발을> 선>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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