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친화공법 선진국에 수출”
전형적인 학자 타입이다. 시간이 나면 책을 읽고 산에 오른다. 골프는 치지 않는다. 대외적인 활동에도 나서지 않고 30년 가까이 비철금속제련 기술에 전념했다. 고려아연 창업주의 차남으로 기술개발을 주도한 최 회장을 4월 13일 서울 논현동 집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특히 환경친화기술에 자부심을 내비쳤다.
고려아연은 창업주와 아들 삼형제가 30년간 일군 기업이다. 창업주 고(故) 최기호 회장은 맏아들은 경제학과 경영학을, 둘째는 금속공학을, 셋째는 자원공학을 전공하도록 했다. 고려아연을 경영하는 데 필요한 세 가지 공부를 각각 삼형제에게 나눠 시킨 것.
장남인 최창걸(63) 명예회장은 1974년 고려아연 설립 때부터 경영에 참여했다. 차남인 최창영(60) 회장은 76년에 입사해 기술개발에 주력했다. 셋째인 최창근(57) 부회장은 원광석 조달을 맡았다. 삼 형제 모두 서울대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각각 MBA와 공학박사,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4남은 최창규(54) 영풍정밀 부회장이고, 막내는 최정운(51)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
고려아연도 생소한 기업이지만 최 회장은 더 알려지지 않은 CEO다. 최 회장은 현장에서 묵묵히 기술을 개발해왔다. 나서기를 꺼려 이전까지 한 번도 언론매체와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 회장은 금속공학, 특히 비철금속제련 분야에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손꼽히는 전문가다. 그는 고려아연이 갖고 있는 세계 최초, 세계 최고 기록의 상용화를 주도했다. “국내외 전문가들과 정보와 의견을 나누면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이구택 포스코 회장 ·이진형 한국과학기술원 교수 ·정인상 경북대 교수 등이 최 회장과 대학 졸업동기다.
고려아연은 2002년 하반기에 산업자원부에서 세계 일류기업으로 인증받았다. “우리는 불과 30년 만에 규모와 기술 모두에서 선진 제련소들을 따라잡았습니다. ‘세계 최고가 되자’는 경영철학과 임직원들의 열정이 어우러진 결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최 회장은 “나는 주로 어떤 기술을 선택할지 전략적인 판단을 내렸고, 상용화는 임직원들이 이뤄냈다”고 설명했다. “우리 임직원들의 추진력 덕분입니다. 새 공정이 잘 안 돌아가자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한 달 동안 공장에서 숙식한 경우도 있습니다.”
고려아연은 78년 울산의 온산공단에 연산 5만t 규모의 아연제련소를 준공한 뒤 설비를 확충해 연간 아연 43만t과 연(鉛) 20만t을 생산하는 종합비철금속제련회사로 성장했다. 단일 아연 제련소로는 세계 최대 규모. 96년에 인수한 미국 현지법인 BRZ와 2000년부터 가동한 호주의 SMC를 합한 고려아연의 올해 아연 생산량은 94만t. 세계 최대 업체로 아연 수요의 약 10%를 공급한다.
“생산능력 확충은 기술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즉 기술개발을 통해 증설 투자를 하고도 원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어요.” 최 회장은 90년대 들어 기존 공법에 의한 증설은 경쟁력이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신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벨기에의 유미코어(Umicore)와 공동으로 ‘상압직접침출공법’을 개발했습니다. 94년에 이 공법으로 공장을 지어 생산능력을 19만t에서 22만t으로 늘렸어요. 이 방식을 활용해 생산능력을 지속적으로 확충했습니다.” 상압직접침출공법은 설비투자비와 유지보수비가 덜 든다. 또 아연 가격 변동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즉 아연 값이 오르면 약간의 설비를 추가로 설치해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
아연 제련의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원광석을 태운 뒤 이를 황산에 녹여 불순물을 제거하고 전기분해하는 순서를 따른다. 이 공법은 설비투자 비용이 크다. 대안으로 80년대에 원광석을 황산에 바로 녹이는 ‘가압직접침출공법’이 개발됐다. 고려아연이 세계 최초로 성공시킨 상압직접침출공법은 고압을 가하지 않아도 돼 가압직접침출공법보다 에너지가 덜 들고 설비 유지보수가 쉽다.
최 회장은 특히 환경친화적인 아연 잔재(slag)처리공법에 자부심을 내비쳤다. “비철금속제련은 일반인에게 공해산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고려아연은 이런 고정관념을 깼습니다. ” 아연을 제련하고 남은 잔재는 중금속이 흘러나오기 때문에 대개 플라스틱을 입힌 저장소에 담아놓는다. 아연을 생산할수록 저장소를 늘려야 하는데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전 세계 아연 제련소들은 잔재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는 80년대 말부터 잔재처리공법 개발에 들어가 95년부터 설비를 가동했습니다. 2000년에는 세계 최초로 잔재의 90% 이상을 처리하는 성공을 거뒀습니다.”
고려아연의 잔재처리공법은 과학기술부와 환경부로부터 각각 국산신기술(KT)과 환경신기술(ET) 인증을 획득했다. 이 기술은 잔재에서 연 ·은 등 유가금속을 회수한다. 고려아연은 연간 24만t의 각종 아연잔재를 처리해 유가금속을 3만5,000t 회수한 뒤 청정 슬래그 15만t을 시멘트공장 등에 판매한다. “외국의 아연 제련소들도 이 공법의 도입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현재 엔지니어링 수출 상담을 벌이고 있어요.” 최 회장은 “이 공법은 아연 잔재뿐 아니라 다른 산업폐기물을 처리하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고려아연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아연과 연을 함께 제련한다. “아연과 연은 광석 상태에서 함께 있어요. 두 금속 가운데 하나만 제련하는 공장은 나머지 하나를 불순물로 처리해야 합니다. 공정을 통합해 제련하면 생산원가와 환경적인 측면에서 유리해집니다.” 최 회장은 “앞으로 동(銅)까지 함께 제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4월 초에 기관투자가와 애널리스트들의 반대를 수용해 계열사 에어미디어에 추가로 출자하지 않기로 했다. “고려아연 경영진도 투자자 입장에서 에어미디어 유상증자 참여 여부를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당초 계획을 철회했습니다.”
지난해 가을부터 아연 가격이 오르면서 고려아연이 ‘상승기류’를 타고 있다. 고려아연은 매출의 약 45%를 아연에서 올린다. 대부분의 기업분석가는 아연 값 강세가 올해 내내 지속되리라고 전망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다른 업체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탄탄한 기술력으로 최고의 원가경쟁력을 다져놓았기 때문이다.
장남인 최창걸(63) 명예회장은 1974년 고려아연 설립 때부터 경영에 참여했다. 차남인 최창영(60) 회장은 76년에 입사해 기술개발에 주력했다. 셋째인 최창근(57) 부회장은 원광석 조달을 맡았다. 삼 형제 모두 서울대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각각 MBA와 공학박사,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4남은 최창규(54) 영풍정밀 부회장이고, 막내는 최정운(51)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
고려아연도 생소한 기업이지만 최 회장은 더 알려지지 않은 CEO다. 최 회장은 현장에서 묵묵히 기술을 개발해왔다. 나서기를 꺼려 이전까지 한 번도 언론매체와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 회장은 금속공학, 특히 비철금속제련 분야에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손꼽히는 전문가다. 그는 고려아연이 갖고 있는 세계 최초, 세계 최고 기록의 상용화를 주도했다. “국내외 전문가들과 정보와 의견을 나누면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이구택 포스코 회장 ·이진형 한국과학기술원 교수 ·정인상 경북대 교수 등이 최 회장과 대학 졸업동기다.
고려아연은 2002년 하반기에 산업자원부에서 세계 일류기업으로 인증받았다. “우리는 불과 30년 만에 규모와 기술 모두에서 선진 제련소들을 따라잡았습니다. ‘세계 최고가 되자’는 경영철학과 임직원들의 열정이 어우러진 결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최 회장은 “나는 주로 어떤 기술을 선택할지 전략적인 판단을 내렸고, 상용화는 임직원들이 이뤄냈다”고 설명했다. “우리 임직원들의 추진력 덕분입니다. 새 공정이 잘 안 돌아가자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한 달 동안 공장에서 숙식한 경우도 있습니다.”
쓸모 많은 금속, 아연 |
최 회장은 “소비자들은 우리 회사에 관심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연은 우리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되는 금속이다. 아연은 녹이 슬지 않도록 철강을 도금하는 데 가장 많이 활용된다. 세계 아연 생산량의 절반 정도가 이 용도로 쓰인다. 자동차 한 대에는 평균 약 13kg의 아연이 사용된다. 아연 생산량의 20% 정도는 황동을 만드는 데 들어간다. 황동은 건축자재와 문 손잡이 등 장식용품에 사용된다. 아연은 강도와 유연성이 좋아 다이 캐스팅 주조법으로 자동차 정밀부품 등을 만드는데 사용된다. 아연은 자외선을 잘 차단하는 성질이 있어 선블록 크림의 성분으로 쓰인다. 아연은 또한 인체의 필수 미네랄로 각종 의약품에도 사용된다. |
“생산능력 확충은 기술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즉 기술개발을 통해 증설 투자를 하고도 원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어요.” 최 회장은 90년대 들어 기존 공법에 의한 증설은 경쟁력이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신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벨기에의 유미코어(Umicore)와 공동으로 ‘상압직접침출공법’을 개발했습니다. 94년에 이 공법으로 공장을 지어 생산능력을 19만t에서 22만t으로 늘렸어요. 이 방식을 활용해 생산능력을 지속적으로 확충했습니다.” 상압직접침출공법은 설비투자비와 유지보수비가 덜 든다. 또 아연 가격 변동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즉 아연 값이 오르면 약간의 설비를 추가로 설치해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
아연 제련의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원광석을 태운 뒤 이를 황산에 녹여 불순물을 제거하고 전기분해하는 순서를 따른다. 이 공법은 설비투자 비용이 크다. 대안으로 80년대에 원광석을 황산에 바로 녹이는 ‘가압직접침출공법’이 개발됐다. 고려아연이 세계 최초로 성공시킨 상압직접침출공법은 고압을 가하지 않아도 돼 가압직접침출공법보다 에너지가 덜 들고 설비 유지보수가 쉽다.
최 회장은 특히 환경친화적인 아연 잔재(slag)처리공법에 자부심을 내비쳤다. “비철금속제련은 일반인에게 공해산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고려아연은 이런 고정관념을 깼습니다. ” 아연을 제련하고 남은 잔재는 중금속이 흘러나오기 때문에 대개 플라스틱을 입힌 저장소에 담아놓는다. 아연을 생산할수록 저장소를 늘려야 하는데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전 세계 아연 제련소들은 잔재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는 80년대 말부터 잔재처리공법 개발에 들어가 95년부터 설비를 가동했습니다. 2000년에는 세계 최초로 잔재의 90% 이상을 처리하는 성공을 거뒀습니다.”
고려아연의 잔재처리공법은 과학기술부와 환경부로부터 각각 국산신기술(KT)과 환경신기술(ET) 인증을 획득했다. 이 기술은 잔재에서 연 ·은 등 유가금속을 회수한다. 고려아연은 연간 24만t의 각종 아연잔재를 처리해 유가금속을 3만5,000t 회수한 뒤 청정 슬래그 15만t을 시멘트공장 등에 판매한다. “외국의 아연 제련소들도 이 공법의 도입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현재 엔지니어링 수출 상담을 벌이고 있어요.” 최 회장은 “이 공법은 아연 잔재뿐 아니라 다른 산업폐기물을 처리하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고려아연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아연과 연을 함께 제련한다. “아연과 연은 광석 상태에서 함께 있어요. 두 금속 가운데 하나만 제련하는 공장은 나머지 하나를 불순물로 처리해야 합니다. 공정을 통합해 제련하면 생산원가와 환경적인 측면에서 유리해집니다.” 최 회장은 “앞으로 동(銅)까지 함께 제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4월 초에 기관투자가와 애널리스트들의 반대를 수용해 계열사 에어미디어에 추가로 출자하지 않기로 했다. “고려아연 경영진도 투자자 입장에서 에어미디어 유상증자 참여 여부를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당초 계획을 철회했습니다.”
지난해 가을부터 아연 가격이 오르면서 고려아연이 ‘상승기류’를 타고 있다. 고려아연은 매출의 약 45%를 아연에서 올린다. 대부분의 기업분석가는 아연 값 강세가 올해 내내 지속되리라고 전망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다른 업체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탄탄한 기술력으로 최고의 원가경쟁력을 다져놓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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