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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기업]30년 축산 외길 ㈜선진… “돼지 사육도 테크 놀로지”

[화제기업]30년 축산 외길 ㈜선진… “돼지 사육도 테크 놀로지”

경기도 이천 크린포크 공장에서 직원들이 냉장육을 포장하고 있다.
이범권 대표.
돼지고기도 브랜드 시대다. 사육부터 유통단계까지 일반 고기와 차별화한 브랜드 포크가 인기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연간 소비되는 1,500만 두의 돼지 가운데 절반가량이 브랜드 포크”라고 추산한다. 시장 규모가 1조5,000억원대에 이른다. 백화점이나 할인점에는 브랜드 포크 일색이다. 대상(하이포크)·축협(목우촌)·한냉(생생포크)·후레쉬포크(롯데) 등 대기업들이 시장을 리드하고 있다. 사료 시장에도 의외로 재벌 계열사들이 많다. 퓨리나 같은 다국적 기업은 물론 CJ·대상·두산·삼양사 등이 발을 들여놓고 있다. ㈜선진은 ‘농장부터 식탁까지’를 내세우면서 축산 외길을 걷고 있는 회사다. 사료부터 농장·식육유통·육가공까지 사업 부문은 돼지고기의 모든 것을 망라한다. 선진이 출시하고 있는 ‘크린포크’는 브랜드 포크 시장에서 3위권, 사료사업에서는 9위에 올라 있다. 이 부문에서 지난해 각각 525억원, 1,33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업계 중위권. 그러나 자부심은 대단하다. 이 회사 이범권(47) 대표는 “덩치에서는 다소 밀리지만 품질 경쟁력에서는 아무도 선진을 따라오지 못한다”고 소개한다. 한결같은 맛=“브랜드 포크는 누구든 만들 수 있지만 시장에서 인정받기는 쉽지 않지요. 맛있는 돼지고기보다 맛이 한결같은 돼지고기가 더 중요합니다. 품질이 균일하면서 또 공급량이 부족하지 않아야 해요.” 이범권 대표는 좋은 브랜드 포크의 조건으로 ‘맛이 한결같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기 위해선 종돈(種豚)과 사료·사육방식이 통일돼야 한다는 것. 선진은 자체 농장과 회원 농가인 ‘SJ팜’으로부터 돼지를 공급받는다. 현재 확보된 모돈(母豚)이 3만5,000여 마리. 모돈이 연 평균 20마리의 새끼를 낳는다고 했을 때 70만 마리까지 공급이 가능하다. 이 가운데 35만 마리가 ‘크린포크’ 브랜드로 시장에 나온다. 직영농장은 물론 100여 낙농가에서 출하된 돼지고기는 사료·방역·위생관리 등에서 통일된 사육과정을 거친다. 연간 70만 마리의 돼지를 똑같은 방식으로 사육한다. ‘크린포크’의 인기 비결은 세 가지 종자의 돼지를 교배한 삼원교잡돈을 100% 사용한다는 점이다. 경기도 이천이든, 경남 창녕이든 어느 출하장에서 나오든 맛이 균일해 백화점이나 할인점의 1차 바이어가 먼저 인정해 준다고. 축산은 과학이다=지난 1973년 설립된 선진이 창업 초기부터 내세운 모토는 ‘과학축산’이다. 회사 이름까지 ‘품질에서 앞서 간다’는 뜻으로 선진(先進)이라고 지었다. 이 회사의 창업자인 이인혁(70) 회장은 축산업을 전혀 경험한 적이 없는 공대 출신이다. 무역업과 수산회사 경영을 거쳐 돼지 사육에 뛰어든 축산 문외한이었다. 그러나 서울대 축산과를 나온 전문경영인인 이범권 대표는 “그래서 축산과학이 가능했다”고 강조한다. “뜨물을 먹여 키우는 양돈은 한낱 수공업에 불과합니다. 규모를 늘리고 사육과정을 공장처럼 표준화시키면 충분히 비즈니스가 된다고 생각했지요. 이렇게 작정하고 창업한 것이 31년 전이니 ‘선진 기업인’이라고 볼 수밖에요.” 새로운 인식은 새로운 상품을 낳았다. 선진은 ‘사료는 어느 회사나 비슷하다’는 고정관념을 뒤집어놓았다. 대표적인 상품이 배합사료 브랜드인 ‘썬텍’이다. ‘선진+테크놀로지’의 합성어인 썬텍은 97년 첫선을 보인 이래 낙농가에서 ‘마법의 사료’로 불릴 만큼 인기가 높았다. “돼지를 1㎏ 살찌우는 데 선진 사료는 2.8㎏ 정도 들어갑니다. 경쟁 제품(3.0∼3. 2㎏)보다 10% 이상 사료 요구율이 낮지요. 낙농가 입장에서는 엄청난 원가경쟁력이 됩니다. 나중에는 값이 조금 비싸더라도 선진 제품을 먼저 찾더군요.” 황해도 사람은 石田耕牛=석전경우(石田耕牛). ‘자갈밭을 말없이 갈아나가는 황소’라는 뜻이다. 회사 설립자인 이회장은 틈날 때마다 “이것이 황해도 사람의 기질이다”고 강조한다. 이회장의 고향은 황해도 금천이다. 황소가 자갈밭을 갈 듯이 ㈜선진은 묵묵하고 억세게 축산사업을 해왔다. 대학을 졸업한 이회장은 58년 S무역이라는 오퍼상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염료를 수입하던 이 회사의 사장이 수입품의 영문 표기를 보고 있어서 직원들은 ‘영어를 잘 하는구나’고 짐작했지만 사실은 알파벳 도안을 외우는 것이었다. 까막눈이었던 것. S무역에는 회계장부가 없었고, 불신은 쌓여갔다. 이때 이회장은 ‘나중에 창업하면 일하는 사람을 철저히 믿고 모든 것을 맡기겠다’고 결심한다. 사업 초기부터 금전출납에서 서류결재를 없앴고 지금도 이런 원칙은 변함이 없다.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긴 이상 이사로서 회사의 큰 방향을 짚어주면 된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다. 시련도 많았다. 95년 돼지 오제스키병이 출현했을 때는 종축업 등록을 자진 취소해야 했고, 2002년 구제역 파동 때는 김천 생산공장을 폐쇄한 적도 있다. 그러나 조금도 움찔하지 않았다. 황해도 황소처럼 앞만 보고 걸었을 뿐이다.

[인터뷰|이범권 대표]“축산업은 인내를 배우는 사업” “돼지가 태어나서 출하되기까지 평균 165일이 걸립니다. 한 제품이 품질을 인정받는 데는 이렇게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이 기간 동안 낙농가든, 축산업체든 오직 정성과 인내가 필요하지요.” 1차 산업의 특징 때문이다. 공장에서 찍어낸 제품은 계측을 거쳐 곧바로 불량품을 가려내면 된다. 그러나 돼지 사육에는 평균 165일이 걸린다. 그래서 이범권 대표는 “축산업은 인내를 배우는 사업”이라고 말한다.

브랜드 포크 시장 경쟁이 치열하다. “현재 우리나라 1인당 연간 돼지고기 섭취량이 17㎏ 정도다. 중국(30㎏)·유럽(70㎏)에 비하면 아직 절반 수준이다. 여기에다 웰빙 바람이 불면서 브랜드 포크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경쟁력은 균질한 맛에서 나온다. 어디서든, 언제 구입하든 맛이 같아야 한다. 선진은 모돈 관리부터 사료·사육까지 돼지고기 ‘생산체인’이 가장 완벽한 회사라고 자부한다.”

육가공 분야로도 사업을 확장하나. “이미 냉동·육가공 식품 브랜드인 ‘기족에게’를 발표했다. 향후 5년간 1,000억원을 투자해 오는 2008년에는 6,000억원대 매출을 올린다는 것이 중기 목표다.”

해외 진출도 활발한데…. “돼지 사육 회사는 ‘국내용’이라는 생각은 편견이다. 97년 필리핀 시장에 진출했는데 성공적이다. 연간 5만t을 생산해 약 6,000만 페소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연초 베트남에 사료공장을 착공했고 조만간 중국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돼지고기만으로 본다면 우리보다 훨씬 큰 시장이 베트남이다. 인구 7,800만명에 연간 돈육 섭취량이 20㎏에 이른다. 선진으로선 도전해 볼 만한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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