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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창동역사에 승부수 던진 조성식 사보이㈜ 사장…74년만의 화려한 외출

[IR]창동역사에 승부수 던진 조성식 사보이㈜ 사장…74년만의 화려한 외출

조성식 사보이㈜ 사장
서울 명동의 사보이호텔로 잘 알려진 ‘사보이’가 ‘탈 호텔’ 선언에 이어 브랜드 이미지의 대변신을 꾀하고 있다. 2002년 초 외식사업에 이어 지난해 6월 창동역사 쇼핑몰 사업에 잇달아 새로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사보이의 역사는 올해로 74년. 1930년 조준호 창업주가 국제무역업을 하는 사보이상사㈜ 문을 열 때부터 이 브랜드를 줄곧 사용해 왔다. 일본 상호명으로 아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은 이탈리아 왕가의 이름에서 따왔다. 브랜드 역사만 따지면 두산·조흥은행·동화약품 같은 ‘100년 기업’에 버금가는, 국내에선 찾기 쉽지 않은 장수 브랜드다. 사보이는 창업 후 줄곧 호텔 경영만 해왔다. 호텔 규모도 객실 103개 규모에 불과해 매출(2003년 사보이호텔 매출 26억원) 등 외형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었다. 사람들이 사보이 하면 호텔을 연상하는 것도 갈수록 부담으로 작용했다. 사보이엔 그래서 ‘탈 호텔’이 지상과제였다. 특히 94년 조원창 선대회장(2세 경영인) 타계 후 이 같은 과제는 사보이를 더욱 압박했다. ‘탈 호텔’에 시동이 걸린 것은 IMF 외환위기 직전인 97년. 선대회장 타계 직후부터 3세 경영인 조현식·조성식 형제는 그룹경영에 뛰어들었고, 사보이는 97년 신성무역(현 사보이㈜)을 M&A를 통해 인수, 재계의 주목을 받았지만 이 인수작업이 썩 좋은 결과를 낳은 건 아니다. 조성식(35) 사보이㈜ 사장 등 사보이 수뇌부는 하지만 이 같은 과거 M&A 경험을 썩히진 않았다. ‘돈들여 얻은’ 귀중한 경험이기에 오히려 이를 탈 호텔에 박차를 가하는 계기로 삼았다. 2001년에는 “사보이 브랜드가 사보이호텔에만 머물면 미래는 없다”고 선언하고, 가업인 사보이호텔의 경영을 세종호텔에 맡겼다. 탈 호텔을 위한 본격 행보에 나선 셈이다. 최근 진출한 외식·쇼핑몰 사업은 탈 호텔의 결과다. 탈 호텔의 방법론은 간단하다. ‘고희가 넘은’ 브랜드를 ‘20대의 젊은’ 브랜드로 탈바꿈시키고, 이 같은 브랜드 변신을 가능하게 하는 주력 사업군의 변화를 M&A를 통해 끊임없이 시도하고, 주력 사업군의 변화를 통해 ‘100년 기업 플랜’을 완전히 새로 짜겠다는 전략이다.

브랜드 가치만 2,000억 이 같은 브랜드 변신에 과감히 나설 수 있었던 배경은 탄탄한 자금력이다. 사보이는 창업 당시부터 무차입경영을 해왔으며, 현금 동원력이 뛰어난 회사로 알려져 있다. 조성식 사장은 “무차입경영은 창업주의 경영방침”이라고 말한다.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재력도 만만치 않다. 평당 2억5,000만원을 호가하는 명동 사보이호텔(대지 533평)은 땅값만 쳐도 1,300억원이 넘는다. 인천 영종도 호텔부지(2만6,000여평) 등 전국의 사보이 소유 땅을 두루 감안하면 사보이야말로 ‘수천억대의 진짜 부동산부자’라는 게 업계 추정이다. 사보이㈜ 주가가 기업실적(2003년 매출 155억원, 당기순손실 67억원)에도 불구하고 액면가를 훨씬 웃돌고 있는 현상도 이 같은 부동산과 무관치 않다. 이 같은 자금력을 배경으로 사보이는 부동산(호텔업)에서 벗어나 최근 21세기형 고부가가치 사업인 외식·쇼핑몰·엔터테인먼트·패션 등으로 눈을 돌렸고, 최근 이 사업에 아예 그룹 명운을 좌우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사보이는 브랜드 변신의 단초로 2002년 1월 외식사업에 첫발을 내디뎠다. ㈜사보이F&B를 통해 세계적 테마 레스토랑인 카후나빌을 도입해 오픈하고, 이어 테이크아웃 전문 레스토랑 하워드앤마리오도 개점했다. 2002년 11월에는 화장품용 아이스캔을 제조하는 아이스텍을 인수하면서 증권가의 주목을 받았다. 2003년 6월에는 110억원을 들여 아예 창동역사㈜까지 인수했다. 유통·패션·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본격 진출하겠다는 각오에서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창동역사㈜ 대표이며, 창동역사㈜ 대주주인 사보이㈜의 조성식 사장은 “국내 최대의 민자역사인 창동역사 쇼핑몰(사보이시티)이 2007년에 문을 열면 ‘사보이=호텔’이란 이미지는 완전히 사라지고, ‘사보이=젊은 브랜드’란 새 이미지가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한다. 브랜드 변신이 가능한 이유 중 하나는 사보이 브랜드 자체의 힘이다. 조성식 사장은 “지난해 회사에서 브랜드 인지도 조사를 했는데, 국민의 70%가 사보이를 알고 있다고 나와 놀란 적이 있다”면서 “이어 사보이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물어보니 첫째는 호텔이지만, 둘째는 패션, 셋째는 엔터테인먼트가 떠오른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고 말했다. 호텔 이미지는 사실 사보이에겐 반갑지 않다. 하지만 패션·엔터테인먼트 이미지는 얘기가 다르다. 원군이다. 사보이㈜가 이쪽으로 뛰어들 결심을 굳히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사보이㈜는 이 같은 신사업 진출을 통해 올해 흑자 전환을 꿈꾼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다는 점은 사실 사보이 측엔 엄청난 재산이다. 최소 2,000억원은 된다는 게 내부 추정이다. 국내 1위 브랜드인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가 8조8,000억원이고 20위인 LG칼텍스정유가 4,853억으로 최근 조사되었는데, ‘인지도 70%’면 그 정도 가치는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조성식 사장은 “사보이는 지난 3월 그룹 이미지를 총체적으로 관리하고, 브랜드 가치를 더 키워나가기 위해, 그룹명을 사보이로 정하고 기업이미지통합(CI)과 브랜드통합(BI) 작업도 마쳤다”고 밝힌다.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사보이를 세계 일류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포부도 내비친다. 사보이 변신의 전위대는 초대형 엔터테인먼트 쇼핑몰 ‘사보이시티’다. 1호선과 4호선의 창동역에 지으려는 쇼핑몰이다. 연면적 2만6,300여평, 지하 2층, 지상 11층 규모다. “외국의 유명한 민자역사와 복합 엔터테인먼트 쇼핑몰을 벤치마킹해 서울 동북부 최대의 엔터테인먼트 공간, 랜드마크 타워로 키운다”는 게 조성식 사장의 포부다. 사보이를 10·20대용 브랜드로 키우기 위해 쇼핑몰 이름도 ‘사보이시티’로 정했다. 조성식 사장은 “첨단 유통시설을 짓기 위해 도쿄의 롯본기 힐스와 뉴욕의 그랜드 센트럴 스테이션 등 세계 각지의 유명 쇼핑몰들을 최근까지 직접 수없이 가봤다”고 털어놓는다. 일어와 영어에 능통한 그는 현지 출장을 가면 현지의 MD(Merchandiser :상품화 계획), 쇼핑몰 구성, 상인들의 반응 등을 꼼꼼하게 직접 취재하고 메모하고 정리해 오는 스타일이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 ‘박차’ 사보이시티가 성공하면 그룹 미래상도 확 달라진다. 2007년에 문을 열면 여기서 발생하는 매출만 연 600억원이 넘을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 수치는 2003년 사보이 주요 계열사 매출의 두배가 넘는 것이다. 이 경우 사보이의 외형도 재계에 명함을 내밀 수 있을 정도로 커질 전망이다. 브랜드 명성에 비해 몸집이 작다는 게 그간 사보이에 대한 평이었다. 사보이㈜·사보이F&B·사보이호텔·창동역사 등 주요 계열사들의 매출은 2003년 243억원, 2004년 400억원(예상)에서, 사업군 변화에 따라 2007년에는 2,060억원으로 기대하고 있다. 2007년이면 쇼핑몰(600억원), 엔터테인먼트(500억원), 외식(600억원) 등 신규사업 비중이 확대될 것이기 때문이다. 브랜드 변신에 따라 주력 사업군 비중도 달라질 예정이다. 예를 들어 그룹 매출 중 가업인 호텔업의 비중은 2003년 10.4%(26억원)에서 2007년 2.9%(60억원)로 크게 낮아진다. 대신 성장엔진인 쇼핑몰·엔터테인먼트(0%→53.4%), 외식사업(22.4%→29.1%)의 비중은 높아질 전망이다. 이처럼 현재진행형인 브랜드 변신을 보여주는 또 다른 상징은 바로 ㈜사보이F&B(대표 조현식·www.kahunaville.co.kr ·www.howard-mario.co.kr). 이 회사가 운영하는 카후나빌과 하워드앤마리오 등 외식업 매장은 서울 시내를 오가는 사람들의 뇌리 속에 젊은 브랜드 이미지를 심어주는 첨병 역할을 한다. 2003년 54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자리 잡기 시작한 이 회사는 2002년 9월 카후나빌 1호점을 서울 방이동에 열었고, 2007년까지 전국적으로 50개점을 열어 테마 레스토랑 업계의 수장으로 발돋움한다는 목표다. 사보이는 이 외식사업을 통해 브랜드의 ‘세계화’도 꿈꾸고 있다. 조성식 사장은 “사보이가 카후나빌 본사와 특별계약을 맺었기에 중국·대만·싱가포르 등 아시아에선 매장을 직접 내거나 현지 업체와 손잡고 진출할 수 있다”고 소개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로열티는 당연히 사보이 몫이다. 실제 중국 현지업체와 지난 4월 베이징(北京) 5개점, 상하이(上海) 3개점 등 8개점을 오픈하는 계약을 맺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카후나빌 사업에서 자신감을 거둔 사보이는 하워드앤마리오 같은 토종 외식 브랜드도 앞으로 2∼3개를 더 낼 생각이다. 이를 통해 외식사업 매출을 2004년 80억원에서 2007년 600억원으로 늘릴 생각이다. 사보이의 브랜드 변신, 탈 호텔 등을 위한 내부 움직임도 활발하다. 조성식 사장은 “브랜드 변신에 성공하려면 먼저 21세기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강한 내부조직부터 만드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하고, 12개 계열사를 대상으로 지난해 6월부터 인력·업무·사업의 구조조정을 강도 높게 진행시켰다.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하는 사업은 과감히 통폐합시켰다. 조성식 사장은 “이 같은 단단한 조직에다가 성장엔진을 붙여 21세기 사보이로 도약한다는 게 미래전략”이라며 “‘흙 속의 진주’ 같은 사업을 계속 발굴해 나갈 생각”이라고 밝힌다. 사보이시티는 그런 대표적인 사례란 설명이다.

생산성을 5배 높여라 이처럼 강한 조직을 만들어놓기 위해 ‘진통’을 겪기도 했다. 사보이㈜의 경우 경쟁력이 떨어지는 섬유사업부와 화학사업부를 패션사업부에 지난해 통폐합을 시켜버렸다. 이에 따라 직원 수는 60여명에서 36명으로 크게 줄었다. 매출도 지난해 155억원을 기록해, 예전의 반 이하로 크게 줄었다. 구조조정 이후 전 계열사 직원 250여명 중 30% 이상이 새로 물갈이가 됐고, 구조조정 이전에 비해 30% 정도 인원 수도 줄었다. 사보이는 그룹매출이 2007년에 2004년의 5배로 뛴다고 해도, 직원 수는 현 수준에서 동결시킬 방침이다. 생산성을 지금의 5배로 늘리겠다는 뜻에서다. 사보이는 구조조정 이후 외부의 젊은 피도 과감히 수혈했다. 그룹 경영진의 평균연령은 예전 50∼60세에서 현재 40대 중반으로 10세 이상 내려갔다. 또 업무관리 시스템의 재구축을 통해 전 계열사의 기획업무와 재무·인사·회계 등 경영지원업무를 사보이㈜에서 100% 전담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사보이F&B에는 영업조직만 있다. 재무·기획·인사·회계·자금·구매·전산 부서는 아예 없다. 대신 사보이㈜ 경영지원본부(14명), 재경본부(7명)가 전 계열사의 경영지원 업무를 이웃소싱 계약을 통해 100% 통합관리하고 있다. 최근 사보이㈜가 특히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사업은 ‘토털 엔터테인먼트’ 사업이다. 사보이시티·사보이F&B 등과 연계해 진행할 이 사업은 투자금 회수도 빠르고 수익률도 엄청나다는 게 장점이다. 예를 들어 한류의 영향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TV 드라마나 영화 등이 엔터테인먼트 사업 중 대표적인 케이스라는 얘기다.

<조성식 사장의 ‘사보이 3대 장수비결’>


  • 내실경영
    “매출보단 수익에 초점 맞춰 사업해 왔죠”


  • 인재경영
    “기업은 곧 사람이기에 인재육성에 힘써왔죠”


  • 투명경영
    “주주들에게 알릴 정보는 반드시 공개했죠”

    <사보이그룹 연혁> 1930년 11월 ㈜사보이상사 설립
    1957년 9월 사보이호텔 개관
    1968년 11월㈜사보이호텔 증축 개관
    1997년 8월 신성무역㈜(현 사보이㈜) M&A인수
    2001년 1월 ㈜사보이호텔 ㈜세종경영연구원에서 위탁 경영
    2001년 12월 ㈜카후나빌 설립
    2002년 9월 카후나빌 1호점 오픈(올림픽파크점)
    2002년 11월 ㈜아이스텍 인수
    2003년 6월 창동역사㈜ 인수
    2004년 3월 상호 변경:신성무역㈜ ->사보이㈜

    <조성식 사장 약력> 1970년 서울 生
    93년 미국 남가주대학교 경영학 학사
    96년 미국 일리노이대 MBA(국제비즈니스 전공)
    94년 사보이호텔 이사
    2000년 4월∼現 사보이㈜ 대표
    2003년 9월∼現 창동역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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