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쩍 않는 기업 투자심리
꿈쩍 않는 기업 투자심리
내수와 수출 간 양극화의 골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5월21일 발표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5.3%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4분기보다 1.4%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2002년 4분기(7.5%)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문제는 이러한 경제성장에 대한 내수와 수출 비중이 극단적으로 불균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1분기 중 수출의 성장기여율은 226.4%를 나타낸 반면, 소비·투자 등 내수는 -10.6%를 기록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내수 부진이 수출 호조에 의한 경제성장을 잠식하고 있다. 올 1분기 중 수출은 2000년 가격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6.9%나 늘어나 증가폭이 지난해 4분기보다 3.8%포인트 확대됐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수출 증가는 반도체·통신기기 등 IT 제품이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분기 이래 30%대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IT 제품의 수출 증가율은 올해 1분기 중 39.9%를 기록했다. 반면 민간소비는 1분기 중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감소해 지난해 2분기 이래 지속되고 있는 감소세를 이어갔다. 승용차·에어컨·냉장고 등 내구재에 대한 소비지출은 물론이고 서적·의류·신발·음식료품·오락문화에 대한 지출도 감소했다. 1분기 중 설비투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3% 감소해 지난해 4분기보다는 감소폭이 1.2%포인트 줄어들긴 했지만 4분기 연속 감소세를 지속했다. 특히 승용차·버스·트럭 등 자동차 관련 투자가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러한 내수와 수출 간의 양극화는 2분기 이후에도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가구당 부채 규모가 도시근로자가구 연간 처분가능소득의 100%에 육박하고 신용불량자가 양산되는 등 각종 후유증이 앞으로 상당 기간 지속되면서 민간소비 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마음금융’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5월20일 출범한 배드 뱅크(Bad Bank)가 신용불량자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모이고 있지만,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도덕적 해이라는 ‘벽’을 넘어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설비투자도 투자심리 약화로 향후 본격적인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국은행이 조사·발표하는 미래투자에 대한 대표적인 심리지표인 투자전망BSI가 올해 들어 5개월 연속 기준치(100) 이하인 95 내외에서 정체돼 있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 이보다 더 우려되는 현상들이 있어 문제다. 고유가·중국발 충격·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 등 이른바 3대 대외 악재로 향후 수출전망도 그리 밝지 못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칫하면 내수회복을 통한 양극화의 해소가 아닌 외수 둔화로 인한 양극화의 완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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