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수당을 줘 봤더니…
| 최선용 한신공영 회장 | '어떻게 하면 흩어진 직원들을 하나로 뭉치게 할 수 있을까?’ 2002년 말 한신공영을 인수하고 나서 1년6개월 내내 나에게 주어진 과제였다. 당시만 하더라도 ‘과연 직원들의 생각을 하나로 만들 수 있을까?’ ‘한신공영이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앞섰다.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그간 ‘어게인(again) 한신’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한신공영의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임직원들은 하나가 됐고, 결과는 놀랄 만한 실적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만 한신공영은 2조7,000억원의 수주 물량을 확보했고 이익도 400억원이 넘었다. 재도약의 발판을 굳건히 한 셈이다. 그러다 보니 주위로부터 “한신공영이 급성장했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일부에선 성공 비결이나 특이한 경영 기법은 없었는지 물어오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이런 질문에 나는 ‘정답’을 알려주지 못한다. 사실이지 나는 거창한 경영 기법이나 현란한 협상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다. 다만 회사가 다시 탄탄해질 수 있었던 근원을 윤리에서 찾고 싶다. 현대의 기업 경영에서는 과거와 달리 외형적 치장이나 눈앞의 이익만을 위한 편법이 통하지 않는다. 윤리경영만이 안으로는 임직원들로부터, 밖으로는 협력회사·주주·고객으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다. 이를 반영하듯 요즘은 유행이나 하듯이 윤리경영이 신경영의 한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윤리경영을 선포하지 않으면 마치 시대에 뒤떨어진 기업인 양 취급받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요란한 구호보다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부터 말단직원까지 일관된 윤리관을 공유하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 아닐까. 나는 윤리경영의 출발점을 가족이라고 믿는다. 내가 틈날 때마다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것이 바로 윤리관의 모태인 부모님의 은혜에 대한 고마움이다. 한신공영은 개인이 아닌 ‘회사 차원’에서 부모님의 은혜에 감사할 줄 아는, 즉 효(孝)를 알고 실천하는 직원이 되기를 요구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부모님의 은혜에 감사할 줄 아는 자식은 동료, 선·후배의 아주 작은 호의에도 감사할 줄 알기 때문이다. 나는 직원들이 부모님에게 비교적 수월하게 효를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했다. 평상시 효도를 강조해 온 만큼 가능하면 부모님과 자식들을 연결짓고 싶었다. 지난해 1월부터 한신공영은 전 임직원들에게 일정액의 효도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액수로 치자면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러나 부모님에게 전화 한 통화, 따뜻한 말 한마디 해 달라는 CEO로서 당부의 표현이다. 이제 회사가 새롭게 출발한 지 2년도 되지 않는 짧은 기간에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조심스럽게 답해 본다. 나는 그 비결 가운데 하나를 효도수당에서 찾는다. 모든 임직원들이 혼연일체가 돼 훌륭한 윤리관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부모님에 대한 작은 배려에서 출발했다고 믿는다. 가족에 대한 배려가 결국 직원에 대한 믿음이 되고, 고객에 대한 정성이 된다. 기업의 경쟁력은 사람에서 나온다고 한다. 굴지의 대기업 CEO들은 천명, 만명을 먹여살릴 인재를 구하기 위해 해외 출장도 마다 않는다. 이런 인재의 중요성에 100% 동의한다. 그러나 이런 능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인성이다. 이미 지적했듯이 지금은 기업의 윤리, 도덕성이 기업을 평가하는 중요한 판단지표가 되는 시대다. 부모님에 대한 따뜻한 전화 한 통화가 그 출발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회사가 급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효도가 경쟁력이다”는 동문서답(?)을 한다.
<최선용 한신공영 회장 약력>최선용> 1944년 전북 임실 生 전주고·명지대 경영학과 卒 76년 우성건설 사업이사 86년 협승토건 대표이사 2001년 코암C&C개발 대표이사 2002년∼現 한신공영㈜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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