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이라크군 재정비에 나선 ‘박사 장군’

이라크군 재정비에 나선 ‘박사 장군’

Iraq's Repairman

우리가 탄 블랙호크 헬기는 육중한 기관포들을 장착하기 위해 문을 뗀 채로 날았기 때문에 섭씨 38도의 후끈한 열기가 시속 1백60km로 우리의 얼굴을 때렸다. 아래로는 칙칙한 광경이 펼쳐졌다. 황량한 거리, 시멘트 건물들, 도처에 나뒹구는 쓰레기-. 바그다드 시내 골목 골목을 지날 때 헬기 날개가 일으키는 바람 때문에 옥상에 널린 빨래들이 미친 듯이 나부꼈다. 바보가 아닌 이상 저 아래 어딘가에 지대공 미사일이나 로켓 추진 수류탄으로 무장한 이라크 반군이 우리를 노리고 있을 가능성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블랙호크가 빠른 속도로 저공 비행을 하는 것은 그런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데이비드 페트레이어스 미군 중장은 엔진의 굉음을 뚫고 큰 소리로 외쳤다. 고통스런 경험을 통해 조종사들은 헬기가 건물들을 거의 스칠 듯 지나가면서 순식간에 나타났다 사라지면 반군들이 정확히 조준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번 전쟁에서 격추당한 22대의 미군 헬기 가운데 지난 두어달 사이에 격추당한 것은 단 두대뿐이다. “저기 위성 TV 안테나들을 좀 보라”고 그는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까지 전기가 하루 6시간 정도만 공급되고 있지만 거의 모든 건물에 사담 후세인 치하에서 불법이던 위성 TV 안테나가 주렁주렁 내걸려 있었다.

페트레이어스는 샤케르 파리스 대령 같은 이라크 장교들이 오합지졸의 병사들을 제대로 된 전투 병력으로 훈련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는 군사훈련 현장을 시찰하러 가는 길이었다. 파리스 대령의 병사들은 미군으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을 이라크 정규군의 일부다. 페트레이어스의 임무는 이라크군이 제대로 뿌리 내리도록 돕는 것이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라크군의 훈련과 무장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이제 모든 미국 관리들은 “이라크인들이 곧 반군들을 처리하고 자국의 안보와 안전을 책임질 것”이라는 말을 구호처럼 되풀이하고 있다. 그 과정은 이번주 이라크 주권이 임시정부로 이양되는 것을 시작으로 공식 개시된다. “이라크인들이 하루 빨리 자기 나라를 지킬 능력을 길러야 미군이 귀국하는 날이 그만큼 앞당겨질 것”이라고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제임스 윌킨슨 대변인은 말했다. 페트레이어스 장군은 말하자면 미국의 ‘탈(脫)이라크 전략’을 지휘하는 실무 책임자격이다.

우리가 탄 블랙호크 헬기는 바그다드를 떠나 수니 삼각지대를 향해 북진했다. 문 앞에 자리한 포병대원들은 아래로 총포를 겨눈 채 움직이는 모든 이들을 주시했다. 헬기가 고압전선을 피하기 위해 급히 고도를 높일 때는 속이 울렁거렸다. 조종사는 혹시 우리를 노리고 있을지 모르는 적을 혼동시키기 위해 갑자기 몇차례 진로를 바꿨다. 우리는 티그리스강을 건넜다 되건너 현재 미 육군 제1보병사단 본부로 사용되고 있는 후세인의 대통령궁 앞에 착륙했다.

헬기에서 걸어나오는 페트레이어스는 머리카락 한올 흐트러져 있지 않았다. 제복은 구김 없이 말쑥했고 얼굴에서 땀 한방울 볼 수 없었다. 반면 그와 동행한 다른 민간인들은 모두 파김치가 돼 있었다.
“파리스 대령, 휘하 1천명의 병사들 중 진정으로 믿을 수 있는 병사는 몇명이오?”라고 페트레이어스가 물었다. 파리스는 쾌활한 사람이었지만 엄연한 현실을 적당히 넘기려 하지 않았다. “20명 정도 출중한 병사가 있습니다. 골수 테러범들도 이들 앞에선 꼼짝 못할 겁니다.” 페트레이어스는 적어도 겉으로 보기엔 조금도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나머지 병사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연구해봅시다”라고 말했다.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은 얼마간은 자신감 게임이다. 권위와 능력과 힘을 보여주면 다른 사람들이 저절로 따르게 마련이다. 페트레이어스만큼 그것을 잘하는 사람도 드물다. 최근 스물몇살 먹은 한 미군 유격대원이 51세의 그에게 팔굽혀펴기를 몇개나 할 수 있냐고 물었을 때 그는 즉석에서 내기를 제의했다. 결과는 1분에 75개를 거뜬히 해낸 페트레이어스의 승리였다. 그는 다리와 폐도 매우 튼튼하다. 이라크전 발발 전 그는 미군 내 10마일(16km) 경주에서 건강한 젊은이도 쉽지 않은 63분이라는 기록으로 주위를 놀라게 했다(그는 “그때는 골반뼈를 다친 후라 충분히 실력 발휘를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페트레이어스의 가장 큰 강점은 지적 능력과 뛰어난 정치감각인지도 모른다. 그는 웨스트 포인트(미국 육군 사관학교)를 상위 5%의 성적으로 졸업했다. 그는 결혼도 웨스트 포인트의 교장 딸과 했다. 1974년 사관학교를 졸업한 그는 베트남전에는 참전할 수 없었고 걸프전에서는 미 육참총장의 부관으로 복무했다. 1991년 페트레이어스는 훈련 도중 한 병사가 실수로 넘어지면서 오발한 M16 소총의 총탄에 흉부를 맞아 죽음 직전까지 갔다. 내슈빌에 있는 밴더빌트대 의학센터로 후송된 그는 골프를 치다 급히 달려온 젊은 의사에게 수술을 받았다. 그 의사가 현재 미국 공화당 상원 원내총무인 빌 프리스트 의원이다. 두 사람은 그때의 인연을 계기로 지금까지도 각별한 사이로 지내고 있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페트레이어스가 실전을 경험한 것은 지난해 3월이 처음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점이 많은 논란을 불렀다. 페트레이어스가 야심있고 집념이 강하며 승부욕이 남다른 지도자라는 데는 모두들 동의한다. 그가 똑똑하다는 것 역시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는 1987년 베트남전의 군사적 교훈에 관한 도발적 논문으로 프린스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그 논문에서 그가 내린 결론 중 하나는 “미국이 저강도 분쟁(대규모 정규 병력의 투입을 억제하고 소규모 정예 병력으로 군사적 목적을 달성한다는 전략)에 관여하는 것은 불가피하므로 미리 거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전쟁터에서 과연 효용가치가 있을까?

평가는 극명하게 갈린다. 옹호자들은 페트레이어스가 우세한 기술과 화력으로도 전투에서 이길 수 있지만 궁극적으론 성공적인 정치와 평화 재건활동을 통해서만 진정으로 승리할 수 있는 21세기형 전쟁에 맞는 새로운 스타일의 지휘관이라고 믿는다. 그들은 지난 1년간 페트레이어스가 전후 이라크에서 보여준 성과들이 그의 역량과 방법론을 입증해준다고 말한다(페트레이어스가 이끌었던 제101 공중강습사단이 그 어떤 부대보다 이라크인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는 것은 대체로 인정한다).

페트레이어스의 지지자들 중에는 백악관 인사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백악관 사람들은 페트레이어스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표정부터 달라진다”고 한 관리는 말했다. 그러나 비판자들은 페트레이어스를 보며 흔히 4성장군 옆에서 부관 노릇을 잘 한 덕분에 승승장구하는 장교들을 비아냥거릴 때 쓰는 ‘향수 뿌린 황태자’라는 말을 떠올린다. 그들은 페트레이어스가 모술에서 단기간에 평화를 정착시킨 대가로 반군들이 방해받지 않고 게릴라 조직을 재정비할 기회를 가졌다고 꼬집는다. 그들은 또 자기선전을 좋아하는 페트레이어스의 성향에 눈살을 찌푸린다.

이제 이런 비판의 목소리가 거의 수그러들었다. 그의 어깨에 너무 많은 게 달려 있기 때문이다. 페트레이어스는 자신이 부시 대통령의 명을 받았음을 기회 있을 때마다 이라크인들에게 상기시킨다. “대통령께서 진지하게 말씀하시는데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나는 아직 2성장군이었다.” 그는 부시 대통령과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이 자신을 3성장군으로 진급시켜 이라크로 파견하기 전 “‘무엇이든 말만 하면 전부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그의 전임자인 폴 이턴 소장은 그런 지원을 받지 못했다. “우리 부대가 도시들에서 철수해 이라크 국경수비 같은 일에만 전념할 수 있다면 바랄 나위 없겠다”고 그는 말했다. 그것은 대다수 이라크인들의 바람이기도 하다. 최근 미국의 의뢰로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다수 이라크인들은 미군이 이라크에서 즉시 철수하기를 바라고 있다. 이라크 군·경의 치안 능력이 개선되고 그들의 활동이 활발해지면 새 정부는 주권이 실제로 이양됐는가에 대해 회의적인 대중을 설득하기가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그러나 이턴 소장이 옛 군사 격언을 인용해 적절히 지적했듯 “희망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이라크 경찰은 반군의 공격을 받을 때마다 맞서 싸우기보다 줄행랑을 쳤다. 그들 뒤에는 병력 수나 무기 면에서 한수 위인 ‘이라크 국가 수비대’(현재까지 9천명의 병력을 확보한 이라크군의 공식 명칭으로 지난주까지는 민방위대로 불렸다)가 있지만 군 역시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두달 전 사마라에서는 몇몇 부대가 통째로 반군으로 탈바꿈하는 사건이 있었다. 보다 더 최근에는 팔루자에 파견된 이라크 병사들이 미군의 전투 명령에 불복해 말썽을 빚었다. 경찰이든 군인들이든 함량미달에 사기가 땅에 떨어져 있기는 마찬가지다. 그들은 곤경에 처할 때마다 미군에 도움을 청했다. 그러나 반군들은 자신들과 싸우는 데 소극적인 이라크 병사들에게 관대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8백여명의 이라크 군·경이 자살폭탄테러 등의 반군 공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페트레이어스는 이라크군을 상층부에서부터 아래로 재건할 계획이다. “유능한 이라크 지도자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지원한다”는 것이다. 훈련 프로그램도 서둘러 보병의 수를 늘리기보다는 장교와 하사관 육성에 초점을 맞추는 쪽으로 수정됐다. 또 이라크군이 방탄복과 성능 좋은 무기를 갖출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돈은 상관없다. 이미 이라크군 재건에 10억달러가 투자된 상태고 올해 말까지 24억달러가 추가로 투입될 예정이다. 지난 한주 동안 글룩 권총 1만3천5백정, 탄환 85만발, 차량 9백대, 방탄 조끼 5만벌, 케블러 방탄 헬멧 6만개가 이라크군에 지급됐다.

페트레이어스의 목표는 양보다는 질이다. 일부 이라크 부대는 규모가 지나치게 크다. 9만명을 목표로 한 경찰 병력은 현재 12만명 규모다. 잉여 병력은 보상 연금을 지급하고 그만두게 할 방침이다. 송유관 및 주요 건물의 경비를 맡고 있는 시설보호단의 인력은 현재 7만4천명에 달하지만 대다수는 제대로 훈련돼 있지 않다. 또 사상자 비율도 높다. 미국은 이틀이던 훈련기간을 닷새로 늘리고, 위험수당을 지급하는 한편 지원 시스템을 개선했다.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이라크 국가 수비대의 장교와 하사관들에게는 특별 훈련과 고성능 무기가 제공될 예정이다. 이제 그들은 보복 피해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병영 생활을 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이라크군도 재편될 것이다.

이라크 특별기동대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새로운 반란진압 부대들이 현재 훈련중이다. 자원자들에게는 매달 1백달러의 보너스가 지급될 예정이다. 6백60명으로 구성된 최초의 반란진압 대대가 6월 말 바그다드에 배치된다.
후세인이 국내 폭동 진압에 군을 동원했었다는 점 때문에 미국은 처음에는 새 이라크군이 외부 위협 대처에 주력하도록 구상했다. 그러나 이라크군이 내부 반란 진압에 주력하도록 방향을 튼 것은 출범을 앞둔 이라크 임시정부였다고 페트레이어스는 지적했다.

그는 아야드 알라위 이라크 임시정부 총리와 민간인 출신의 하짐 샬란 국방부 장관이 “군사 독재의 재발을 막아줄 것”으로 믿고 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얼마전 페트레이어스는 샬란 장관을 예방했다. 같은 ‘그린존’ 내에 있는 샬란의 사무실까지 2분 거리를 이동하기 위해 그는 방탄차를 타고 중무장한 사설 경호원들까지 대동해야 했다. 서방의 한 고문관은 상태가 좋은 날에도 이라크 국방부는 “짓밟혔다가 다시 쌓아올려지는 개미둑처럼 정신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예방 당일은 결코 좋은 날이 아니었다. 그전 48시간 동안 임시정부의 부장관 두명이 각각 다른 공격으로 암살됐고, 국경순찰대 대장이 공격을 받고는 간신히 대피했다. 또 바그다드 근처의 한 경찰서에서 자동차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5명의 경찰관이 목숨을 잃었고, 3명의 인질이 살해됐으며(레바논인 1명, 이라크인 2명으로 모두 민간 계약자들이었다), 미군본부에도 로켓포 3발이 떨어졌다.

은행 간부 출신으로 얼마전까지 런던에서 부동산 중개업자로 일한 샬란 장관은 이렇게 말했다. “6월 30일 이후에는 그들에게 호된 맛을 보여 주겠다. 미군과 연합군에게는 어느 정도 제한이 있었지만 우리에게는 그런 것이 없다.” 그는 이에 관한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여기는 우리 나라이고, 우리만의 문화가 있으며, 당신네들과는 법이 다르다”고 덧붙였다(며칠 뒤 또 다시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하자 그는 “이들을 잡아 손목을 자르고 참수하겠다”고 강경하게 말했다).

미군·영국군·이라크군 장교들과 민간인들이 오가는 이라크 국방부 복도에서 페트레이어스는 이라크 신임 육참총장 아마르 바키르 알-하시미 중장과 마주쳤다. 후세인 시절에 고위 장성으로 있다가 1997년 퇴역한 알-하시미는 이렇게 말했다. “연합군은 실수를 많이 했지만 이제는 우리 차례다. 우리에게 일임하면 우리가 알아서 잘 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변화가 하루 아침에 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페트레이어스에게 “그 변화는 초대형 유조선이 방향을 트는 것처럼 더디게 올 것”이라고 말했다. 페트레이어스는 그 말에 감명받은 듯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반복하면서 “달리 말하자면 대충 조립된 비행기를 타고 날아다니면서 완성하는 것 같다”고 자기 나름대로의 비유법을 덧붙였다.

1주일 뒤 페트레이어스와 알-하시미는 각자의 헬리콥터를 타고 미군이 이라크군을 훈련시키고 있는 타지와 쿠르쿠시 합동 시찰에 나섰다. 페트레이어스는 훈련 시설에 대해 “대단한 규모”라고 말했다. 타지와 쿠르쿠시 훈련소는 이라크군의 예전 기지 부지 몇백만평씩을 차지하고 있다(훈련소는 이 외에도 이라크와 요르단에 몇군데 더 있다). 사병들은 미군처럼 8주간의 신병 훈련을 받고, 장교와 하사관은 미군 기준보다는 적은 2~6주의 보충훈련을 받는다. 이라크 보안군 가운데 현재까지 어떤 형태로라도 훈련을 받은 병력은 66%에 불과하다. 경찰은 8주간의 교육을 받는다(후세인 시절에는 1년 교육이었다).

그런데도 페트레이어스는 가택 수색과 폭약 훈련을 받고 있는 이라크 특별기동대의 한 대대를 시찰하면서 만족스러워 했다. 그는 문설주 뒤에 숨어 총을 아래로 겨누고 있는 한 훈련병에게 “본인의 발을 쏘지 않도록 조심하게”라고 충고했다. 훈련병들이 전원 집합한 자리에서 알-하시미는 애국심을 고취하는 연설을 했다. 뒤를 이어 페트레이어스가 특유의 레퍼토리를 읊었다. “몇주 후면 귀관들은 조국의 초석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동포들과 전세계가 귀관들을 주목할 것이다. 귀관들이 수행할 임무는 중요하고도 힘들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임무가 실행가능하도록 해줄 것이다.”

바그다드에 돌아온 페트레이어스는 곧장 자기 사무실로 가서 부관들에게 물었다. “오늘은 어떤 폭발사고가 터졌나?” 그날은 바그다드 중심부의 이라크군 모병센터에 자살폭탄테러가 발생해 줄서서 기다리던 젊은이들이 희생된 사건이 발생했다. 35명이 사망했고 모병센터는 문을 닫아야 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민방위대원 6명이 라마디에서 미 해병대 차량행렬에 대한 폭탄 공격 당시 반군을 도운 혐의로 체포됐다.

페트레이어스는 이라크인들이 주권을 인수하고 나면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일을 해야 한다는 중압감에 시달릴 것으로 우려한다. “4월 초 우리가 얻은 교훈 가운데 하나는 성취가능한 임무가 무엇인지 올바로 알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부대가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정비해야 한다. 하루빨리 문제를 해결하고 싶겠지만 실패를 무릅써서는 안 된다. 전깃불을 켜듯 스위치만 올려서는 일이 되지 않는다. 몇달 만에 군대나 경찰을 창설할 수는 없다.” 대충 조립된 비행기를 타고 날아다니면서 완성하는 것 같다는 의미였다.

페트레이어스와 이야기하면 5분도 안돼 화제가 그의 모술 주둔 경험으로 돌아간다. 당시 그는 101 공중강습사단장으로서 사실상 이라크 북부의 총독인 셈이었다(일부 이라크인들은 농담으로 그를 ‘다윗왕’이라고 불렀다). 모술에서 그가 반란 진압을 교범대로 완벽하게 수행했다는 데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미군이 저지선을 치고 가택 수색 작전에 들어갔을 때 군인들은 각 집주인에게 “집을 수색하게 허락해줘서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그 뒤 민정팀이 그곳에 다시 파견돼 수색 이유를 설명했다. 101 공중강습사단의 막사에는 이렇게 적힌 포스터들이 붙어 있었다. “오늘 귀하는 이라크인들의 민심을 얻기 위해 무엇을 했는가?”

페트레이어스는 이렇게 말했다. “다시 그곳에 갈 때는 내가 마치 돌아온 탕자 같은 느낌이 든다. 모술에는 101 공수부대라는 이름의 도로 표지판도 있다.” 그는 국가 재건에 관해 아이디어가 많았다. 그는 ‘니네베 탤런트 찾기’(‘아메리칸 아이돌’의 현지판)라는 TV 프로를 만들었다. 그 프로는 인기가 좋아 두번째 시즌까지 연장됐다. 페트레이어스는 시청자들이 전화로 참여하는 라디오 프로를 자신이 아끼는 통역관(뉴욕의 택시 기사 출신인 사디 오트만으로 아직도 그의 통역관으로 있다)과 함께 진행했다.

또 그는 현지 재건 사업을 위해 미군 사령관들에게 임의로 자금을 제공하는 CERP 프로그램을 최대한 활용했다. CERP의 자금이 바닥나자 그는 미 의회에 있는 절친한 친구(빌 프리스트 원내총무)를 동원해 국방부에 압력을 넣었다. 이턴 소장은 이렇게 말했다. “이 친구는 다른 장군들과 달리 행정부의 관료주의를 뚫을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그는 장벽 같은 것이 무엇인지 모르다. 벽이 있으면 그냥 뚫거나 넘어가거나 돌아가버린다.”

페트레이어스는 모술에서 최악의 날도 생생하게 기억했다. “어느날 밤 우리는 17명의 장병을 잃었다. 그때는 정말 힘들었다. 2차대전 당시 사단장들이 그렇게 많은 사상자 수를 보고받고 어떻게 견뎠는지 궁금해졌다.” 그렇게 말한 뒤에는 그의 얼굴이 금세 밝아졌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일을 똑바로 해야 하는 17가지 이유가 됐다.” 그는 이라크인들을 위한 많은 노력과 고통스러운 희생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모술이 이라크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모술에서는 외국인들이 호텔을 이용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지난 24일 자살폭탄과 AK47 및 로켓추진 수류탄으로 무장한 반군이 모술에서 62명을 살해했고 그 며칠 전에는 모술대 학장과 남편이 암살됐다. 1년 전 페트레이어스가 모술에서 즐기던 도보 순찰은 이제 아예 꿈도 꿀 수 없다. 그는 “어떤 해방군이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점령군이 되게 마련”이라며 어깨를 으쓱했다.

지금의 관건은 이라크인들이 일상생활을 하는 데 외국 병사들이 간여하지 않아도 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 임무를 완수하면 미군 주둔 규모를 줄일 수 있다”고 페트레이어스는 말했다. 그러나 훈련과 무기가 형편없는 수준인 이라크군이 13만8천명의 미군이 이루지 못한 일을 해낼 수 있을까? 지난 15개월 동안 이라크전에서 약 1천명의 다국적군이 사망했다. 베트남전 이래 미국이 참여한 모든 전쟁의 전사자를 합한 것보다 많다. 그리고 그중 4분의 1이 지난 3개월 동안 사망했다. 팔루자와 나자프에 대한 미군의 공격, 그리고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의 고문과 학대가 폭로된 데 따른 이라크인들의 격분에 힘입어 반란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낙관적인 시나리오에 따르더라도 이라크군 병력은 올해 말까지 현재 미군 주둔 병력의 절반 정도밖에 도달하지 못할 전망이다. 그리고 이라크전은 ‘재래식 전쟁’과 달리 비전투지역이 따로 없고 비전투원이라고 무사하지도 못한 ‘비대칭 전쟁’의 완벽한 예다. 페트레이어스는 장애물들을 하나씩 꼽으며 말했다. “무기가 넘쳐난다. 모든 집에 AK47 소총이 있다. 국경도 개방돼 있다.

기회를 엿보는 이웃나라 분자들도 있다. 후세인이 감옥에서 풀어준 범죄자들도 있다.” 그는 잠시 뜸을 들였다가 “우리가 할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페트레이어스답지 않게 자신이 없는 것일까?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의 표정은 금세 밝아졌다. “한계는 있지만 따져보면 별 것 없다”고 그는 말했다. 페트레이어스는 맡은 임무를 완성하기 위해 모든 한계를 시험해야 할 것이다.

With JOHN BARRY in Washington and TAMARA LIPPER traveling with the pesident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취임 100일’ 이은미 토스뱅크 대표, 추가도약 기틀 세워

2‘누들플레이션’ 부담 없이…면사랑, 여름면 가정간편식으로 출시

3칠갑농산 “요리 시간 단축시켜주는 제품 인기”

4현대제철, 싱가포르 ARTC와 맞손…스마트팩토리 구축 박차

5삼성자산, KODEX 월배당ETF 시리즈 순자산 1조원 돌파

6건설 불황에 “명분이…” 수도권 레미콘 운송노조, 집단 휴업 사흘 만에 철회

7애그유니, 아시아종묘와 파트너십으로 기능성 작물 대량생산 나서…

8교보생명, 일본 SBI그룹과 디지털 금융분야 포괄적 협력

9KG모빌리티, 포니 AI·포니링크와 ‘자율주행 기술협력’ MOU 체결

실시간 뉴스

1‘취임 100일’ 이은미 토스뱅크 대표, 추가도약 기틀 세워

2‘누들플레이션’ 부담 없이…면사랑, 여름면 가정간편식으로 출시

3칠갑농산 “요리 시간 단축시켜주는 제품 인기”

4현대제철, 싱가포르 ARTC와 맞손…스마트팩토리 구축 박차

5삼성자산, KODEX 월배당ETF 시리즈 순자산 1조원 돌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