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미스터리를 파헤친다
꿈의 미스터리를 파헤친다
What Dreams Are Made Of
한밤중에 우리는 누구나 페데리코 펠리니 같은 명감독이 된다. 단 한사람의 관객을 위해 수많은 짧은 영상들을 엮어 한편의 영화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가끔은 그것이 액션영화가 되기도 한다. 끝없는 듯한 추격신이 계속 되다가 어느샌가 한없는 나락으로 추락하는 장면으로 오버랩된다. 그 추락지점이 꽃밭이던가? 그곳에서 손을 흔들던 정원사는 누구였을까? 고교시절 영어 선생님? 아니다, 코미디언/토크쇼 진행자/영화배우인 존 스튜어트다.
그는 자신이 앉아 있는 소파 옆자리에 앉으라고 권한다. 앞쪽에 있는 게 TV 카메라인가? 입고 있던 옷들은 어떻게 된 것인가? 아침 자명종 소리에 눈을 뜨면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을지 모른다. 어쩌면 발가벗고 꽃밭에 누웠던 느낌이나 왠지 존 스튜어트가 진행하는 ‘데일리 쇼’를 꼭 봐야만 할 것 같은 충동 등 그 단편 정도를 기억할 수 있을지 모른다.
현실과 비현실이 무의미하게, 또 평범하지만 가끔은 이상 야릇하게 혼재된 것. 이것이 바로 꿈의 본질이다. 자고이래 사상가들은 꿈의 정체를 밝히려고 노력해 왔지만 요즘처럼 그 신비에 대한 해답이 가까이 있었던 적은 없다. 이것은 잠자는 사람의 뇌를 관찰할 수 있게 해준 신기술 덕분이다. 물론 아직은 해답보다는 의문이 더 많지만 이제 과학자들은 수면 중 두뇌의 각 부위가 어떻게 활동하는지 알 수 있다. 또 그들은 각 부위의 활동이 꿈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내고 있다.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는 데는 꿈이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시카고 소재 러시대 메디컬 센터의 심리학과장 로절린드 카트라이트는 말했다. “꿈은 우리 자신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는 시간이다. 우리가 누구이며 목표가 무엇이며 그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 알 수 있게 해준다.”
꿈 연구의 장기적인 목적은 수면과 비수면 상태 사이의 연관성을 포괄적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하루 24시간 동안 이루어지는 의식과 사고를 다각적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수면 과학은 우울증,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불안감 등 다양한 문제들을 이해하고 치료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신경과학자들은 어른과 어린이들에게서 꿈의 생리학을 연구함으로써 인간의 학습방법에 대한 지식을 조금씩 얻고 있다.
심리학자들 역시 꿈 연구를 통해 일반인들과 위대한 예술가들이 일상생활 및 작업에서 생기는 문제들을 “잠자는 동안 해결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런 과학자들에게는 일반인들이 꾸는 꿈의 내용이 귀중한 자료다. 캘리포니아대(샌타 크루즈)의 심리학자 G. 윌리엄 돔호프 연구팀은 1만7천건 이상의 꿈을 세밀히 분류해 웹사이트 dreambank.net에 게재하고 있다. 이 데이터베이스가 여기서 소개되는 꿈들의 출처다.
1. 꿈 연구의 역사
나는 나이가 있고 ‘호색한’처럼 보이는 심리분석가와 함께 있다. 그는 나를 소파에 눕게 하고는 자신이 셋을 세는 동안 출생 순간을 떠올려 보라고 한다. 나는 그러는 시늉만 하다가 그에게 사실을 털어놓는다. 그러자 그는 옷을 벗고 나와 섹스를 하려고 한다. 바로 그때 어머니가 방문 옆에서 들여다 본다. 내가 죽은 듯 가만히 있자 어머니는 문을 닫는다. 그 다음 나는 잠에서 깬다(꿈에서 깼을 때 그 심리분석가가 옆에 있었으면 하고 바랐던 기억이 난다).
수천년 전에는 꿈이 신이 보내는 메시지로 간주됐다. 지금도 많은 문화권에서는 꿈이 예지와 관계가 있다고 믿는다. 고대 그리스의 병자들은 자신을 치료해줄 ‘꿈’을 받기 위해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우스의 신전에서 잠을 잤다. 현대식 꿈 연구는 19세기 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의해 시작됐다. 그는 꿈이 어린 시절 좌절된 무의식적 욕구의 표출이라고 주장했다.
프로이트는 이런 감춰진 감정들을 분석·탐구함으로써 정신병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프로이트식 심리분석이 계속 위세를 떨치다가 1970년대 들어 뇌의 화학작용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면서 환경 요인 외에 생물학적 혹은 화학적 요인도 정신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정신질환이 어렸을 적 어머니가 한 일(혹은 하지 않은 일) 때문만이 아니라 생물학·화학적 불균형에 의해서도 초래될 수 있으며 따라서 약물로 치료가 가능할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프로이트 이후 수면 과학에서 일어난 가장 중요한 사건은 1950년대 초 강도 높은 두뇌활동과 급속안구운동(REM)이 나타나는 수면 단계의 발견이었다. REM 수면 도중에 잠을 깬 사람들은 꿈의 내용을 생생히 기억했다. 이를 통해 과학자들은 꿈이 대부분 REM 수면 중에 이루어진다고 결론내렸다. 연구자들은 뇌파계(EEG)를 이용해 REM 수면 중의 뇌활동이 깨어 있는 사람의 뇌활동과 흡사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일들이 수면 중에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렇다면 정확히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 것일까?
아직까지 과학자들도 정확한 답을 모르지만 이와 관련된 이론은 많다. 한쪽에는 꿈이란 본질적으로 의미없이 무작위로 나타나는 영상이라고 믿는 하버드대의 앨런 홉슨 같은 과학자들이 있다. 1970년대 홉슨과 동료 로버트 매칼리는 ‘활성화-합성 가설’을 발표했다. REM 수면 중 뇌 아래쪽의 ‘뇌교’에서 방출되는 신경신호에 의해 꿈을 꾸게 된다는 이론이다. 이 신경신호가 영상들을 활성화시켜 우리가 꿈을 꾼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었다. 이 가설은 꿈 연구를 저해했다. 만약 꿈이 의미없는 활동이라면 굳이 연구할 가치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좀더 최근에 나온 이론들은 과학자들로 하여금 꿈을 더욱 진지하게 연구하도록 만들었다. 1997년 남아공 케이프타운대의 마크 솜즈는 각각 다른 두뇌 부위에 손상을 입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꿈의 활성화가 한가지 작용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이후로 솜즈는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과 양전자단층촬영(PET) 같은 기술들을 이용하면 프로이트의 학설이 새롭게 각광받을지 모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꿈꿀 때 감정을 관장하는 두뇌 부위가 가장 활성화되며, 그것이 바로 프로이트 꿈 이론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요즘의 심리치료사 가운데 다수는 꿈이 반드시 어린시절의 갈등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지만 무의식적 사고를 표출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한편 다른 많은 과학자들은 궁극적으로 꿈을 연구하는 서로 다른 분야인 신경생물학과 심리학의 융화를 통해 해답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두 학문 모두 유용하지만 시각이 다르다”고 휴스턴 소재 베일러 칼리지 오브 메디신의 정신분석 및 정신과 교수 글렌 개버드는 말했다. “꿈에 관한 종합적인 이해를 얻기 위해서는 이 두 분야를 모두 알아야 한다.”
2. 꿈의 과학
의사들은 자신들이 지붕 위에 올라와 있으면서 사람들에게는 위험하니까 올라오면 안된다고 말한다. 한 의사는 병을 치료하지 않고 주사로 뇌의 활동을 마비시킨다. 나는 내가 만약 떨어지면 치료는 해주되 꿈은 꿀 수 있도록 뇌는 건드리지 말라고 말한다.
성인의 경우 REM 상태가 수면시간의 4분의 1 정도를 차지하며, 그 대부분 동안 꿈을 꾼다. 이 때 몸은 거의 마비상태에 있는 반면 뇌는 분주히 활동한다. PET와 fMRI 기술을 이용해 꿈꾸고 있는 뇌를 관찰하는 과학자들은 REM 수면 동안 감정을 관장하는 대뇌 변연계가 가장 활발하게 움직인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에 비해 활동이 훨씬 떨어지는 부위는 논리적 사고를 관장하는 전전두피질이었다. 이것은 REM 수면시 꾸는 꿈의 내용에 조리가 없는 경우가 많은 데 대한 설명이 될 수 있다. REM 수면시 활성화되는 또다른 부위는 모순을 감지하는 전두대상피질이다.
피츠버그대 메디컬센터 수면신경영상연구소의 에릭 노프징어 소장은 사람들이 꿈꾸는 동안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내는 이유를 이것으로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는 “마치 뇌가 내부환경을 조사하고,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또 그 행동이 우리의 본질에 모순되지 않는지 알아내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것이 삶에 중요한 기능처럼 보일 수 있지만 아직 REM 수면이나 꿈이 우리의 삶과 온전한 정신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오래 전에 나온 항우울제인 MAO 억제제를 쓰면 부작용 없이 REM 수면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다(그러나 약을 중단하면 REM 수면이 평소보다 늘어나는 ‘REM 반동’현상이 나타난다).
프로작 같은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차단제(SSRI)를 써도 꿈을 3분의 1에서 절반까지 줄일 수 있다. 심지어 꿈꾸는 능력을 영구히 상실해도 몸에는 지장이 없다. 이스라엘의 과학자 페레츠 라비에는 유발 함차니(55)라는 한 환자를 계속 관찰해오고 있다. 함차니는 19세 때 유산탄 파편이 뇌에 박히는 사고를 당해 REM 수면을 취할 수 없게 됐으며 그 이후로 꿈을 꾼 기억이 없다. 그런데도 함차니는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정상적이고 성공한 인물 가운데 한명”이라고 라비에는 말했다(함차니는 변호사이자 화가이며 인기있는 한 이스라엘 신문의 퍼즐 편집자다).
REM 수면은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요소가 아닐지 몰라도 모든 포유류와 조류에게서 발견된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포유류와 조류가 꿈을 꾼다는 얘기는 아니다. 일부 과학자들은 REM 수면이 생리학적 이유로 진화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포유류와 조류의 특징 중 하나는 체온을 조절한다는 것”이라고 신경과학자이며 UCLA 수면연구센터의 소장인 제리 시글은 말했다. “냉혈동물이 REM 수면을 취한다는 증거는 없다.” 시글에 따르면 REM 수면은 뇌를 가열하고 비(非)REM 수면은 뇌를 식히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수면 주기의 변화가 뇌의 자가 보수를 유도한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REM 수면은 기본적인 생리학적 기능을 수행하며 꿈은 그에 수반되는 일종의 부수현상인 듯하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꿈은 그 외에도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많은 기능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오랫동안 수면을 연구해온 시카고대 명예교수 앨런 렉트샤픈은 꿈꾸는 것을 숨쉬는 것에 비유한다. “우리는 산소를 얻기 위해 숨을 쉰다”고 그는 말했다. “그것은 생리학적으로 절대 필요한 것이다. 호흡기관이 진화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진화하고 나면 그것을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우리는 호흡기관으로 말을 하고, 웃고, 색소폰을 연주한다.” 어쩌면 꿈도 다른 용도로 쓰이게 됐는지 모른다. “꿈이 한가지 기능만 담당해야 할 이유가 없다. 우리의 의식이 한가지 일만 하는가?”
재러드는 밤새 술에 취해 말도 안되는 소리들을 지껄인다. 마침내 나는 진저리를 치며 그를 야단친다. 나는 그를 따분한 자식이라고 부른다. 그때 한 여자 아기가 이글거리는 벽난로 속에 들어가 있는 것이 보인다. 나는 불쌍한 마음에 아기에게로 가서 “매우 뜨겁고 불편하겠구나”라고 말한다. 아기는 그렇다고 답한다. 나는 아기를 벽난로에서 꺼내 들어올린다.
우리는 모두 꿈을 꾸도록 태어났다. 그러나 제대로 된 꿈을 꿀 수 있게 뇌의 모든 장치가 제대로 발달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출산 예정인 부모는 태어날 아기에 대해 꿈꾸지만 아마도 태아는 엄마·아빠에 대한 꿈을 꾸지 못할 것이다. “태아 시절 아기들은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REM 수면 상태로 보낸다”라고 미니애폴리스 소재 미네소타 지역 수면장애센터의 마크 마호왈드 소장은 말했다. “그러나 아기가 자궁 속에서 성인처럼 꿈을 통해 많은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한다고 볼 수는 없다.” 어린이들 역시 REM 수면을 많이 취한다. 과학자들은 그것이 꿈을 꾸는 게 아니라 뇌의 성장을 촉진하는 것일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연구자들은 성인처럼 꿈꾸려면 8∼9세 정도의 지적 성숙도에 도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취리히대의 심리학 교수 잉에 슈트라우흐는 9∼15세 24명에 대해 2년 동안 연구하면서 그들의 꿈 5백50가지를 수집했다. 그녀는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동물에 대한 꿈을 더 많이 꾸며 스스로가 공격자보다는 희생자로 등장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 어른들의 꿈에는 현실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 있는 반면 아이들은 ‘환상적인’ 꿈을 더 많이 꾸는 경향이 있었다. 슈트라우흐가 연구한 한 10세 어린이의 환상적 꿈 중 대표적인 것은 고양이가 ‘고양이 화장실’가는 길을 묻는 것이었다.
비슷한 예로 한 11세 소년은 뱀이 스키 리프트를 타려고 하는 꿈을 꿨다.
성별에 따른 꿈 내용의 차이는 어른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잘 나타난다. 꿈에 관한 가장 근거없는 통설은 “어른들의 꿈이 섹스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라고 ‘꿈의 과학적 연구’(The Scientific Study of Dreams)의 저자인 돔호프는 말했다. 그에 따르면 어른들이 섹스가 포함된 꿈을 꿀 때는 주로 실제로는 끌리지 않는 사람이나 갈등관계에 관한 것이다. “대개는 즐거운 경우가 아니다”고 돔호프는 말했다.
실제로 남자들의 꿈에 등장하는 인물의 약 3분의 2는 남자다. 여성의 꿈에서는 성별이 더욱 고르게 나타난다. 또 남자들의 꿈은 여성들보다 더 공격적인 내용을 포함한다. 뒤쫓거나, 펀치를 날리거나, 물건을 부수거나, 훔치거나, 죽이는 것에 관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돔호프는 말했다. 여성들의 꿈에서는 공격성의 표현이 주로 배척이나 모욕으로 나타난다(“넌 그 드레스를 입으니 뚱뚱해 보여”).
여성들이 가장 선호하는 꿈의 주제는 결혼이다. 그러나 그 꿈이 반드시 해피엔딩은 아니다. 돔호프는 이렇게 설명했다. “늘 일이 틀어진다. 웨딩드레스나 신랑이나 결혼식장 등 무엇인가가 잘못 된다.” Dreambank.net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올라 있다. 한 여성이 결혼식에서 입을 마땅한 드레스가 없었다. “결국 난 아라비아 동화에 나오는 요정 지니 차림을 했다. 몸빼바지, 속이 비치는 오렌지색 윗도리, 실내용 덧신, 작은 방울이 달린 벨트, 수많은 보석, 뒤로 묶어 드리운 머리… 난 결혼식이 할로윈에 가까운 날이라고 생각함으로써 스스로 위로한 것이 기억 난다.”
당연하겠지만 아이를 갓 낳은 어머니들은 아기들에 관한 꿈을 자주 꾼다고 몬트리올대 정신과 부교수로 인터넷을 통해 수집한 꿈 2만건의 내용을 분석한 토어 닐슨은 말했다. 또 그는 새로 어머니가 된 2백20명의 꿈을 분석한 별도의 연구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발견했다. “그들은 대체로 아기에게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는 꿈을 꾼다. 고양이가 아기를 잡아먹는다거나, 아기들이 갑자기 사라진다거나, 친척에게 맡겼는데 그 친척이 아기를 쇼핑센터에 버려두는 내용이다.”
4. 꿈의 활용
한 남자가 공중전화에 대고 침착하게 이야기를 한다. 그는 총을 갖고 있다. 공중전화 부스 곁에 있는 계단으로 기관총을 발사해 사람들을 죽이면서도 대수롭지 않은 듯 계속 전화에 대고 이야기한다. 총알이 떨어지자 무기를 바꿔 산탄총 탄환을 사용한다. 그는 침착하고 냉정하며 태연자약하게 사람들을 죽인다.
꿈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꿈을 기억해내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일반적으로 내성적인 성격이 강하고 심리적으로 예민한 사람들은 꿈을 잘 기억한다. 반면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은 꿈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충분한 수면으로 꿈꿀 시간을 갖는 것도 도움이 된다. 꿈을 더 많이 기억하기를 원한다면 눈을 감고 가만히 누워 REM 상태를 계속 유지하려고 하면서 머리 속으로 꿈 시나리오를 반복해 기억에 각인시키는 방법이 좋다. 카트라이트는 ‘브래드 피트와의 데이트’처럼 꿈에 제목을 붙이는 방법까지 제시한다. 침대 곁에 메모장을 두고 일어나자마자 머리 속에 든 것을 적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우리가 밤에 머리 속에서 일어나는 일에 신경써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꿈의 심리학적 기능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연구자들은 최근 몇몇 감질나는 이론을 내놓았다. 한가지 가능성은 꿈이 잠재적 재난에 대비하는 방편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기를 갓 출산한 어머니가 아기를 잃는 꿈을 꾼다면 그것은 그런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됐을 때 어떻게 반응할지를 사전연습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또 꿈이 특정 학습에 도움이 된다는 증거도 있다. 일부 연구자들은 체조선수들의 마루운동 같은 꿈은 기량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 꿈은 어려운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시각적 특성이 강한 문제는 꿈에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고 하버드 메디컬 스쿨의 부교수이며 드리밍지 편집장인 디어드리 배릿은 말했다.
그녀는 자신의 저서 ‘꿈 위원회’(The Committee of Sleep)에서 재스퍼 존스와 살바도르 달리 같은 미술가들이 꿈에서 어떻게 영감을 얻었는지 설명한다. 배릿은 일반인들도 잠들기 전에 일상 생활에서 처한 간단한 딜레마(아파트를 옮겼는데 이전의 가구를 어떻게 기술적으로 배치할까 같은 문제)에 초점을 맞추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꿈은 그 기능이 무엇이든 간에 심리 치료에 영향을 주는 것이 분명하다. 심리치료에 꿈의 사용을 연구한 메릴랜드대의 클라라 힐은 꿈이 환자의 사고로 들어갈 수 있는 ‘뒷문’이라고 말했다. “꿈은 의식하지 못했던 자신에 관한 것들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그녀가 훈련시킨 치료사들은 본질적으로 프로이트의 후계자들이다. 감춰진 감정을 드러내기 위해 꿈의 이미지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꿈은 정신병의 특징을 알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정신분열증 환자들은 대개 사람이 아닌 물체에 관한 꿈을 꾼다. 카트라이트는 이혼한 남성과 여성들에게서 나타나는 우울증을 연구하고 있다. 그녀는 ‘양질의 꿈’(뚜렷한 줄거리가 있고 생생한 꿈)을 꾸는 사람들은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이 적다고 말한다. 그녀는 꿈이 강렬한 감정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꿈꾸는 것은 정신건강을 위한 활동”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종종 마음에 받은 상처를 꿈을 통해 치유한다. 터프츠대의 정신병학자로 ‘꿈과 악몽’(Dreams and Nightmares)의 저자인 어니스트 하트먼은 9·11 사태 전과 후에 똑같은 그룹의 사람들이 꾼 꿈을 분석했다. 그 결과 그들이 9·11 사태 후에 꾼 꿈이 반드시 더 부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더욱 강렬했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들에게 꿈 내용은 고통의 정도를 말해주는 표지가 될 수 있다고 하워드대 스쿨 오브 메디신의 정신병학자 토머스 멜먼은 말했다. 현실의 심리적 외상을 모방하는 꿈은 환자가 그 경험에 “얽매여 있다”는 것을 시사할지 모른다. 그가 고통스러운 기억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한가지 방법은 더 긍정적 시나리오를 상상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꿈이 무의식으로 가는 ‘왕도’(王道)라는 프로이트의 직관력에 다시금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그 왕도의 지도를 만드는 것은 마음과 뇌의 내부 작용에 관한 지식 전부를 융합하기 위해 정교한 영상 기법과 심리학 연구 둘다를 활용하는 과학자들에게 주어진 만만치 않은 과제다. 과거의 무서운 일을 떠올리든 새로운 즐거움을 상상하든 꿈은 사고와 마찬가지로 우리를 인간답게 만들어준다. 돔호프는 “우리는 마무리되지 않은 일에 관해 꿈꾼다”고 말했다. 그리고 운이 좋다면 성공할 수 있는 통찰력을 갖고 꿈에서 깨어날 것이다.
With PAT WINGERT and JOSH UL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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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우리는 누구나 페데리코 펠리니 같은 명감독이 된다. 단 한사람의 관객을 위해 수많은 짧은 영상들을 엮어 한편의 영화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가끔은 그것이 액션영화가 되기도 한다. 끝없는 듯한 추격신이 계속 되다가 어느샌가 한없는 나락으로 추락하는 장면으로 오버랩된다. 그 추락지점이 꽃밭이던가? 그곳에서 손을 흔들던 정원사는 누구였을까? 고교시절 영어 선생님? 아니다, 코미디언/토크쇼 진행자/영화배우인 존 스튜어트다.
그는 자신이 앉아 있는 소파 옆자리에 앉으라고 권한다. 앞쪽에 있는 게 TV 카메라인가? 입고 있던 옷들은 어떻게 된 것인가? 아침 자명종 소리에 눈을 뜨면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을지 모른다. 어쩌면 발가벗고 꽃밭에 누웠던 느낌이나 왠지 존 스튜어트가 진행하는 ‘데일리 쇼’를 꼭 봐야만 할 것 같은 충동 등 그 단편 정도를 기억할 수 있을지 모른다.
현실과 비현실이 무의미하게, 또 평범하지만 가끔은 이상 야릇하게 혼재된 것. 이것이 바로 꿈의 본질이다. 자고이래 사상가들은 꿈의 정체를 밝히려고 노력해 왔지만 요즘처럼 그 신비에 대한 해답이 가까이 있었던 적은 없다. 이것은 잠자는 사람의 뇌를 관찰할 수 있게 해준 신기술 덕분이다. 물론 아직은 해답보다는 의문이 더 많지만 이제 과학자들은 수면 중 두뇌의 각 부위가 어떻게 활동하는지 알 수 있다. 또 그들은 각 부위의 활동이 꿈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내고 있다.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는 데는 꿈이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시카고 소재 러시대 메디컬 센터의 심리학과장 로절린드 카트라이트는 말했다. “꿈은 우리 자신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는 시간이다. 우리가 누구이며 목표가 무엇이며 그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 알 수 있게 해준다.”
꿈 연구의 장기적인 목적은 수면과 비수면 상태 사이의 연관성을 포괄적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하루 24시간 동안 이루어지는 의식과 사고를 다각적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수면 과학은 우울증,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불안감 등 다양한 문제들을 이해하고 치료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신경과학자들은 어른과 어린이들에게서 꿈의 생리학을 연구함으로써 인간의 학습방법에 대한 지식을 조금씩 얻고 있다.
심리학자들 역시 꿈 연구를 통해 일반인들과 위대한 예술가들이 일상생활 및 작업에서 생기는 문제들을 “잠자는 동안 해결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런 과학자들에게는 일반인들이 꾸는 꿈의 내용이 귀중한 자료다. 캘리포니아대(샌타 크루즈)의 심리학자 G. 윌리엄 돔호프 연구팀은 1만7천건 이상의 꿈을 세밀히 분류해 웹사이트 dreambank.net에 게재하고 있다. 이 데이터베이스가 여기서 소개되는 꿈들의 출처다.
1. 꿈 연구의 역사
나는 나이가 있고 ‘호색한’처럼 보이는 심리분석가와 함께 있다. 그는 나를 소파에 눕게 하고는 자신이 셋을 세는 동안 출생 순간을 떠올려 보라고 한다. 나는 그러는 시늉만 하다가 그에게 사실을 털어놓는다. 그러자 그는 옷을 벗고 나와 섹스를 하려고 한다. 바로 그때 어머니가 방문 옆에서 들여다 본다. 내가 죽은 듯 가만히 있자 어머니는 문을 닫는다. 그 다음 나는 잠에서 깬다(꿈에서 깼을 때 그 심리분석가가 옆에 있었으면 하고 바랐던 기억이 난다).
수천년 전에는 꿈이 신이 보내는 메시지로 간주됐다. 지금도 많은 문화권에서는 꿈이 예지와 관계가 있다고 믿는다. 고대 그리스의 병자들은 자신을 치료해줄 ‘꿈’을 받기 위해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우스의 신전에서 잠을 잤다. 현대식 꿈 연구는 19세기 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의해 시작됐다. 그는 꿈이 어린 시절 좌절된 무의식적 욕구의 표출이라고 주장했다.
프로이트는 이런 감춰진 감정들을 분석·탐구함으로써 정신병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프로이트식 심리분석이 계속 위세를 떨치다가 1970년대 들어 뇌의 화학작용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면서 환경 요인 외에 생물학적 혹은 화학적 요인도 정신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정신질환이 어렸을 적 어머니가 한 일(혹은 하지 않은 일) 때문만이 아니라 생물학·화학적 불균형에 의해서도 초래될 수 있으며 따라서 약물로 치료가 가능할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프로이트 이후 수면 과학에서 일어난 가장 중요한 사건은 1950년대 초 강도 높은 두뇌활동과 급속안구운동(REM)이 나타나는 수면 단계의 발견이었다. REM 수면 도중에 잠을 깬 사람들은 꿈의 내용을 생생히 기억했다. 이를 통해 과학자들은 꿈이 대부분 REM 수면 중에 이루어진다고 결론내렸다. 연구자들은 뇌파계(EEG)를 이용해 REM 수면 중의 뇌활동이 깨어 있는 사람의 뇌활동과 흡사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일들이 수면 중에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렇다면 정확히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 것일까?
아직까지 과학자들도 정확한 답을 모르지만 이와 관련된 이론은 많다. 한쪽에는 꿈이란 본질적으로 의미없이 무작위로 나타나는 영상이라고 믿는 하버드대의 앨런 홉슨 같은 과학자들이 있다. 1970년대 홉슨과 동료 로버트 매칼리는 ‘활성화-합성 가설’을 발표했다. REM 수면 중 뇌 아래쪽의 ‘뇌교’에서 방출되는 신경신호에 의해 꿈을 꾸게 된다는 이론이다. 이 신경신호가 영상들을 활성화시켜 우리가 꿈을 꾼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었다. 이 가설은 꿈 연구를 저해했다. 만약 꿈이 의미없는 활동이라면 굳이 연구할 가치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좀더 최근에 나온 이론들은 과학자들로 하여금 꿈을 더욱 진지하게 연구하도록 만들었다. 1997년 남아공 케이프타운대의 마크 솜즈는 각각 다른 두뇌 부위에 손상을 입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꿈의 활성화가 한가지 작용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이후로 솜즈는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과 양전자단층촬영(PET) 같은 기술들을 이용하면 프로이트의 학설이 새롭게 각광받을지 모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꿈꿀 때 감정을 관장하는 두뇌 부위가 가장 활성화되며, 그것이 바로 프로이트 꿈 이론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요즘의 심리치료사 가운데 다수는 꿈이 반드시 어린시절의 갈등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지만 무의식적 사고를 표출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한편 다른 많은 과학자들은 궁극적으로 꿈을 연구하는 서로 다른 분야인 신경생물학과 심리학의 융화를 통해 해답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두 학문 모두 유용하지만 시각이 다르다”고 휴스턴 소재 베일러 칼리지 오브 메디신의 정신분석 및 정신과 교수 글렌 개버드는 말했다. “꿈에 관한 종합적인 이해를 얻기 위해서는 이 두 분야를 모두 알아야 한다.”
2. 꿈의 과학
의사들은 자신들이 지붕 위에 올라와 있으면서 사람들에게는 위험하니까 올라오면 안된다고 말한다. 한 의사는 병을 치료하지 않고 주사로 뇌의 활동을 마비시킨다. 나는 내가 만약 떨어지면 치료는 해주되 꿈은 꿀 수 있도록 뇌는 건드리지 말라고 말한다.
성인의 경우 REM 상태가 수면시간의 4분의 1 정도를 차지하며, 그 대부분 동안 꿈을 꾼다. 이 때 몸은 거의 마비상태에 있는 반면 뇌는 분주히 활동한다. PET와 fMRI 기술을 이용해 꿈꾸고 있는 뇌를 관찰하는 과학자들은 REM 수면 동안 감정을 관장하는 대뇌 변연계가 가장 활발하게 움직인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에 비해 활동이 훨씬 떨어지는 부위는 논리적 사고를 관장하는 전전두피질이었다. 이것은 REM 수면시 꾸는 꿈의 내용에 조리가 없는 경우가 많은 데 대한 설명이 될 수 있다. REM 수면시 활성화되는 또다른 부위는 모순을 감지하는 전두대상피질이다.
피츠버그대 메디컬센터 수면신경영상연구소의 에릭 노프징어 소장은 사람들이 꿈꾸는 동안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내는 이유를 이것으로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는 “마치 뇌가 내부환경을 조사하고,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또 그 행동이 우리의 본질에 모순되지 않는지 알아내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것이 삶에 중요한 기능처럼 보일 수 있지만 아직 REM 수면이나 꿈이 우리의 삶과 온전한 정신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오래 전에 나온 항우울제인 MAO 억제제를 쓰면 부작용 없이 REM 수면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다(그러나 약을 중단하면 REM 수면이 평소보다 늘어나는 ‘REM 반동’현상이 나타난다).
프로작 같은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차단제(SSRI)를 써도 꿈을 3분의 1에서 절반까지 줄일 수 있다. 심지어 꿈꾸는 능력을 영구히 상실해도 몸에는 지장이 없다. 이스라엘의 과학자 페레츠 라비에는 유발 함차니(55)라는 한 환자를 계속 관찰해오고 있다. 함차니는 19세 때 유산탄 파편이 뇌에 박히는 사고를 당해 REM 수면을 취할 수 없게 됐으며 그 이후로 꿈을 꾼 기억이 없다. 그런데도 함차니는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정상적이고 성공한 인물 가운데 한명”이라고 라비에는 말했다(함차니는 변호사이자 화가이며 인기있는 한 이스라엘 신문의 퍼즐 편집자다).
REM 수면은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요소가 아닐지 몰라도 모든 포유류와 조류에게서 발견된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포유류와 조류가 꿈을 꾼다는 얘기는 아니다. 일부 과학자들은 REM 수면이 생리학적 이유로 진화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포유류와 조류의 특징 중 하나는 체온을 조절한다는 것”이라고 신경과학자이며 UCLA 수면연구센터의 소장인 제리 시글은 말했다. “냉혈동물이 REM 수면을 취한다는 증거는 없다.” 시글에 따르면 REM 수면은 뇌를 가열하고 비(非)REM 수면은 뇌를 식히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수면 주기의 변화가 뇌의 자가 보수를 유도한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REM 수면은 기본적인 생리학적 기능을 수행하며 꿈은 그에 수반되는 일종의 부수현상인 듯하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꿈은 그 외에도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많은 기능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오랫동안 수면을 연구해온 시카고대 명예교수 앨런 렉트샤픈은 꿈꾸는 것을 숨쉬는 것에 비유한다. “우리는 산소를 얻기 위해 숨을 쉰다”고 그는 말했다. “그것은 생리학적으로 절대 필요한 것이다. 호흡기관이 진화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진화하고 나면 그것을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우리는 호흡기관으로 말을 하고, 웃고, 색소폰을 연주한다.” 어쩌면 꿈도 다른 용도로 쓰이게 됐는지 모른다. “꿈이 한가지 기능만 담당해야 할 이유가 없다. 우리의 의식이 한가지 일만 하는가?”
재러드는 밤새 술에 취해 말도 안되는 소리들을 지껄인다. 마침내 나는 진저리를 치며 그를 야단친다. 나는 그를 따분한 자식이라고 부른다. 그때 한 여자 아기가 이글거리는 벽난로 속에 들어가 있는 것이 보인다. 나는 불쌍한 마음에 아기에게로 가서 “매우 뜨겁고 불편하겠구나”라고 말한다. 아기는 그렇다고 답한다. 나는 아기를 벽난로에서 꺼내 들어올린다.
우리는 모두 꿈을 꾸도록 태어났다. 그러나 제대로 된 꿈을 꿀 수 있게 뇌의 모든 장치가 제대로 발달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출산 예정인 부모는 태어날 아기에 대해 꿈꾸지만 아마도 태아는 엄마·아빠에 대한 꿈을 꾸지 못할 것이다. “태아 시절 아기들은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REM 수면 상태로 보낸다”라고 미니애폴리스 소재 미네소타 지역 수면장애센터의 마크 마호왈드 소장은 말했다. “그러나 아기가 자궁 속에서 성인처럼 꿈을 통해 많은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한다고 볼 수는 없다.” 어린이들 역시 REM 수면을 많이 취한다. 과학자들은 그것이 꿈을 꾸는 게 아니라 뇌의 성장을 촉진하는 것일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연구자들은 성인처럼 꿈꾸려면 8∼9세 정도의 지적 성숙도에 도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취리히대의 심리학 교수 잉에 슈트라우흐는 9∼15세 24명에 대해 2년 동안 연구하면서 그들의 꿈 5백50가지를 수집했다. 그녀는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동물에 대한 꿈을 더 많이 꾸며 스스로가 공격자보다는 희생자로 등장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 어른들의 꿈에는 현실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 있는 반면 아이들은 ‘환상적인’ 꿈을 더 많이 꾸는 경향이 있었다. 슈트라우흐가 연구한 한 10세 어린이의 환상적 꿈 중 대표적인 것은 고양이가 ‘고양이 화장실’가는 길을 묻는 것이었다.
비슷한 예로 한 11세 소년은 뱀이 스키 리프트를 타려고 하는 꿈을 꿨다.
성별에 따른 꿈 내용의 차이는 어른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잘 나타난다. 꿈에 관한 가장 근거없는 통설은 “어른들의 꿈이 섹스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라고 ‘꿈의 과학적 연구’(The Scientific Study of Dreams)의 저자인 돔호프는 말했다. 그에 따르면 어른들이 섹스가 포함된 꿈을 꿀 때는 주로 실제로는 끌리지 않는 사람이나 갈등관계에 관한 것이다. “대개는 즐거운 경우가 아니다”고 돔호프는 말했다.
실제로 남자들의 꿈에 등장하는 인물의 약 3분의 2는 남자다. 여성의 꿈에서는 성별이 더욱 고르게 나타난다. 또 남자들의 꿈은 여성들보다 더 공격적인 내용을 포함한다. 뒤쫓거나, 펀치를 날리거나, 물건을 부수거나, 훔치거나, 죽이는 것에 관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돔호프는 말했다. 여성들의 꿈에서는 공격성의 표현이 주로 배척이나 모욕으로 나타난다(“넌 그 드레스를 입으니 뚱뚱해 보여”).
여성들이 가장 선호하는 꿈의 주제는 결혼이다. 그러나 그 꿈이 반드시 해피엔딩은 아니다. 돔호프는 이렇게 설명했다. “늘 일이 틀어진다. 웨딩드레스나 신랑이나 결혼식장 등 무엇인가가 잘못 된다.” Dreambank.net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올라 있다. 한 여성이 결혼식에서 입을 마땅한 드레스가 없었다. “결국 난 아라비아 동화에 나오는 요정 지니 차림을 했다. 몸빼바지, 속이 비치는 오렌지색 윗도리, 실내용 덧신, 작은 방울이 달린 벨트, 수많은 보석, 뒤로 묶어 드리운 머리… 난 결혼식이 할로윈에 가까운 날이라고 생각함으로써 스스로 위로한 것이 기억 난다.”
당연하겠지만 아이를 갓 낳은 어머니들은 아기들에 관한 꿈을 자주 꾼다고 몬트리올대 정신과 부교수로 인터넷을 통해 수집한 꿈 2만건의 내용을 분석한 토어 닐슨은 말했다. 또 그는 새로 어머니가 된 2백20명의 꿈을 분석한 별도의 연구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발견했다. “그들은 대체로 아기에게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는 꿈을 꾼다. 고양이가 아기를 잡아먹는다거나, 아기들이 갑자기 사라진다거나, 친척에게 맡겼는데 그 친척이 아기를 쇼핑센터에 버려두는 내용이다.”
4. 꿈의 활용
한 남자가 공중전화에 대고 침착하게 이야기를 한다. 그는 총을 갖고 있다. 공중전화 부스 곁에 있는 계단으로 기관총을 발사해 사람들을 죽이면서도 대수롭지 않은 듯 계속 전화에 대고 이야기한다. 총알이 떨어지자 무기를 바꿔 산탄총 탄환을 사용한다. 그는 침착하고 냉정하며 태연자약하게 사람들을 죽인다.
꿈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꿈을 기억해내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일반적으로 내성적인 성격이 강하고 심리적으로 예민한 사람들은 꿈을 잘 기억한다. 반면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은 꿈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충분한 수면으로 꿈꿀 시간을 갖는 것도 도움이 된다. 꿈을 더 많이 기억하기를 원한다면 눈을 감고 가만히 누워 REM 상태를 계속 유지하려고 하면서 머리 속으로 꿈 시나리오를 반복해 기억에 각인시키는 방법이 좋다. 카트라이트는 ‘브래드 피트와의 데이트’처럼 꿈에 제목을 붙이는 방법까지 제시한다. 침대 곁에 메모장을 두고 일어나자마자 머리 속에 든 것을 적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우리가 밤에 머리 속에서 일어나는 일에 신경써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꿈의 심리학적 기능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연구자들은 최근 몇몇 감질나는 이론을 내놓았다. 한가지 가능성은 꿈이 잠재적 재난에 대비하는 방편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기를 갓 출산한 어머니가 아기를 잃는 꿈을 꾼다면 그것은 그런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됐을 때 어떻게 반응할지를 사전연습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또 꿈이 특정 학습에 도움이 된다는 증거도 있다. 일부 연구자들은 체조선수들의 마루운동 같은 꿈은 기량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 꿈은 어려운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시각적 특성이 강한 문제는 꿈에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고 하버드 메디컬 스쿨의 부교수이며 드리밍지 편집장인 디어드리 배릿은 말했다.
그녀는 자신의 저서 ‘꿈 위원회’(The Committee of Sleep)에서 재스퍼 존스와 살바도르 달리 같은 미술가들이 꿈에서 어떻게 영감을 얻었는지 설명한다. 배릿은 일반인들도 잠들기 전에 일상 생활에서 처한 간단한 딜레마(아파트를 옮겼는데 이전의 가구를 어떻게 기술적으로 배치할까 같은 문제)에 초점을 맞추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꿈은 그 기능이 무엇이든 간에 심리 치료에 영향을 주는 것이 분명하다. 심리치료에 꿈의 사용을 연구한 메릴랜드대의 클라라 힐은 꿈이 환자의 사고로 들어갈 수 있는 ‘뒷문’이라고 말했다. “꿈은 의식하지 못했던 자신에 관한 것들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그녀가 훈련시킨 치료사들은 본질적으로 프로이트의 후계자들이다. 감춰진 감정을 드러내기 위해 꿈의 이미지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꿈은 정신병의 특징을 알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정신분열증 환자들은 대개 사람이 아닌 물체에 관한 꿈을 꾼다. 카트라이트는 이혼한 남성과 여성들에게서 나타나는 우울증을 연구하고 있다. 그녀는 ‘양질의 꿈’(뚜렷한 줄거리가 있고 생생한 꿈)을 꾸는 사람들은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이 적다고 말한다. 그녀는 꿈이 강렬한 감정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꿈꾸는 것은 정신건강을 위한 활동”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종종 마음에 받은 상처를 꿈을 통해 치유한다. 터프츠대의 정신병학자로 ‘꿈과 악몽’(Dreams and Nightmares)의 저자인 어니스트 하트먼은 9·11 사태 전과 후에 똑같은 그룹의 사람들이 꾼 꿈을 분석했다. 그 결과 그들이 9·11 사태 후에 꾼 꿈이 반드시 더 부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더욱 강렬했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들에게 꿈 내용은 고통의 정도를 말해주는 표지가 될 수 있다고 하워드대 스쿨 오브 메디신의 정신병학자 토머스 멜먼은 말했다. 현실의 심리적 외상을 모방하는 꿈은 환자가 그 경험에 “얽매여 있다”는 것을 시사할지 모른다. 그가 고통스러운 기억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한가지 방법은 더 긍정적 시나리오를 상상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꿈이 무의식으로 가는 ‘왕도’(王道)라는 프로이트의 직관력에 다시금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그 왕도의 지도를 만드는 것은 마음과 뇌의 내부 작용에 관한 지식 전부를 융합하기 위해 정교한 영상 기법과 심리학 연구 둘다를 활용하는 과학자들에게 주어진 만만치 않은 과제다. 과거의 무서운 일을 떠올리든 새로운 즐거움을 상상하든 꿈은 사고와 마찬가지로 우리를 인간답게 만들어준다. 돔호프는 “우리는 마무리되지 않은 일에 관해 꿈꾼다”고 말했다. 그리고 운이 좋다면 성공할 수 있는 통찰력을 갖고 꿈에서 깨어날 것이다.
With PAT WINGERT and JOSH UL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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