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박제 아테네올림픽선수단장·필립스코리아 대표… “경영이건 스포츠건 원동력은 챌린 지 정신”
신박제 아테네올림픽선수단장·필립스코리아 대표… “경영이건 스포츠건 원동력은 챌린 지 정신”
‘기업 경영’과 ‘스포츠 외교’라는 두 마리 토끼를 성공적으로 잡았다는 평가를 듣고 있습니다. “개인 생활을 포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공적인 일에 투자하는 시간을 줄일 수는 없기 때문이지요. 출근하기 전 새벽 시간이나 토·일요일은 대부분 체육계 일에 썼습니다. 제대로 된 휴가를 쓴 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군요.” 실제로 아테네에서 만난 신단장은 모든 에너지를 올릭픽선수단장 역할에 쏟아붓고 있었다. “하루 24시간이 모자랍니다. 새벽에 잠자리에 누워 다시 새벽에 일어나는 일의 연속이죠. 특히 이번에 같이 올림픽에 참석한 북한 올림픽 체육인사들과 수시로 만나 공동협력방안을 논의하느라 더 바쁩니다. 그동안 남북 공동입장 등 실무적인 분야에서만 협력했는데, 앞으로 남북이 스포츠과학 분야에서 손을 잡기로 한 것은 진일보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올림픽선수단장은 한시적인 자리다. 올림픽을 전후한 짧은 기간에만 필요한 자리다. 대략 석 달 정도다. 그렇다고 해서 가벼운 자리는 결코 아니다. 국가와 개인의 명예를 걸고 올림픽에 참가하는 임원과 선수단 등 총 376명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휘하는 사령탑이다. 무엇보다 올림픽선수단장은 명예스러운 자리다. 전 국민들의 눈길이 쏠리는 올림픽에서 선수단을 지휘할 수 있는 영광은 체육계에서 오랫동안 일했다고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체육계가 신단장을 선호하는 이유는 뭘까? 아테네에서 만난 대한체육회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선수단장을 인선할 때 주요 잣대는 통솔력, 올림픽 기여도와 국제대회 경험 여부, 외국어 구사능력 등입니다. 신단장은 이 모든 조건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죠. 과거에는 밀실에서 선수단장을 결정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공개적인 다면평가를 거쳐 신단장이 최적임자로 선정된 것이라고 보면 무방합니다.” 체육계에서 많은 일을 하고 있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습니까? “지난 1995년 2월 당시 문화체육부로부터 대한핸드볼협회 회장을 맡을 것을 권유받았습니다. 체육엔 전혀 경험이 없다고 고사했지만 주변에서 모르는 사람이 더 잘한다고 강권해 맡게 됐습니다. 애틀랜타올림픽선수단장 이후 체육계와 인연을 끊고 경영에 전념했지만, 98년 9월 다시 대한하키협회 회장을 맡았고, 2002년 7월부터는 대한체육회 부회장직도 맡고 있습니다.” 신단장의 진면목은 96년 애틀란타올림픽선수단을 맡았을 때 드러났다. 전통적으로 관료적이던 선수단 운영을 완전히 탈바꿈시킨 것이다. 선수가 중심이 되도록 했다. 필립스 본사에서는 필립스코리아의 한국 체육계 지원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전 세계 60여개국에 있는 필립스의 해외지사 중 대외활동을 인정받은 CEO는 제가 유일합니다. 제가 CEO를 맡는 동안 그룹 회장이 3명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모두 다 저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줬습니다. 물론 저를 시기하는 해외법인 사장들도 종종 있습니다. 본사에서 글로벌회의를 열면 공개적으로 저를 비난하고 자신들도 대외활동을 하게 해 달라고 요구하곤 하죠. 그럴 때면 필립스 본사에선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능력이 있으면 한번 해보라’고요.” 체육계 활동 때문에 혹 경영에 차질이 빚어지지는 않습니까? “본사에서 대외활동을 인정해 주는 것은 무엇보다 경영실적이 뒷받침되기 때문입니다. 제가 CEO를 맡은 초기 3년 동안 회사 매출이 4배 늘어났습니다. 필립스 본사에서 깜짝 놀라더군요. 이후에도 매년 두자릿수 성장을 해 지난해 약 8억 달러의 매출(외형)을 올렸습니다. 2007년까지 현재의 매출을 2배로 끌어올리는 경영전략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체육계 활동이 기업 경영에도 도움이 됩니까? “CEO에게 어렵지 않을 때는 없습니다. 단지 조금 어렵고, 많이 어렵고의 차이일 뿐이죠. 하지만 마인드를 바꾸면 결과는 딴판으로 나타납니다. ‘도전해볼 만하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이 필요한 거죠. 필립스코리아 경영의 요체는 한마디로 챌린지(도전) 정신입니다. 이런 점에서 스포츠와도 일맥상통하지요. CEO를 맡고 있는 11년 동안 나와 임직원들은 모두 끊임없이 챌린지해 왔다고 자부합니다.” 신단장 때문에 필립스는 한국인의 정서에 가까워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재순 올림픽선수단 본부 임원(필립스코리아 홍보담당 상무)은 “필립스 본사는 신단장의 체육계 활동을 통해 서로 ‘윈윈’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필립스코리아는 현지와의 ‘토착화’에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필립스 본사는 신단장이 회장을 맡았거나 맡고 있는 핸드볼협회·하키협회에 재정적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한국에선 신단장의 체육활동 이후부터 주한 외국기업들의 스포츠를 통한 마케팅이 활성화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신단장의 오늘을 본사의 지원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들다. 그는 체육계에 투신한 이후 남이 따라가기 힘든 열정으로 덤볐다. 이런 에피소드가 있다. 핸드볼협회장을 할 때였다. 선수들 건강을 위해 뱀탕이나 자라탕을 자신의 호주머니를 털어 끓여줬다. 곁에서 지켜보던 부인이 불평을 했다. “협회 일도 좋지만 자기 돈을 그렇게까지 써서야 되나요.” 그때 신단장은 호통을 쳤다. “나라를 위해 일하는데 돈 몇 푼 가지고 불평을 하다니.” 이 같은 신단장의 체육에 대한 열의, 나라를 위해 일한다는 자부심이 오늘의 그를 만드는 데 큰 몫을 했다. 신단장은 지난 75년 20명의 직원으로 설립된 필립스전자의 창립멤버로 입사해 29년째 일하고 있다. 그는 그 기간 중 가장 인상적인 일로 필립스로부터 한국에 16억 달러를 투자하도록 만든 일을 꼽았다. 신단장은 IMF 이후 본사 그룹 회장에게 LCD·조명·소형 가전 분야에 투자할 것과 한국이 훌륭한 파트너가 될 것을 제안했다. 그 결과 나온 것이 99년 16억 달러어치의 LCD 투자였고, 당시로서는 단일 건으로 유사 이래 가장 큰 외자유치였다. 기업 CEO로서 또 체육계를 이끌고 있는 분으로서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입니까? “기업도 사회 구성원입니다. 기업 실적은 사회로 환원될 때 의미가 있습니다. 체육계 일도 마찬가지죠.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 제가 하는 기업활동은 이런 바탕 위에서 이뤄질 것입니다. 체육계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사회봉사라는 대전제 아래에서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인터뷰 말미에 그는 다시 올림픽선수단장으로 돌아왔다. “금메달을 딸 것으로 기대했는데 막상 은메달에 그치면 생명이 단축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런 점에선 체육계 일이 기업경영보다 더 어려워요. 바쁘게 움직이고 일하는 것만이 스트레스를 이기는 길이더군요.” 그는 바쁘게 다음 행선지를 향해 선수단 본부를 떠났다. 14일 예상했던 여자 소총에서 금메달이 나오지 못한 것에 잠을 설쳤지만, 15일 남자유도 60㎏에서 최민호가 동메달을 딴 것에 위안을 삼는다는 그는 일단 올림픽 기간 중 냉탕과 온탕을 오갈 것이 뻔했다. <신박제 단장 약력>신박제> 1944년 11월17일 경남 창녕 生 경희대 전자공학과, 연세대 대학원(공학석사) 美 워튼경영대학원 75년 필립스전자 입사 82년 필립스전자 이사 91년 필립스전자 전무 93년∼現 필립스전자 대표이사 95년 2월∼96년 12월 대한핸드볼협회장 98년 12월∼現 대한하키협회장· 대한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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