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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미친 사람은 아무도 못당한다

일에 미친 사람은 아무도 못당한다

이충섭(42) 모정식품 사장의 책상 위엔 없는 것이 하나 있다. 계산기다. 이사장은 “계산기가 눈에 보이면 사장이 일에 몰두하지 못한다”며 “눈앞의 이익에 휘둘리다 보면 경쟁이 치열한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했다. 물론 계산하는 직원은 따로 둔다. 그에 따르면 사업의 성패는 사장이 일에 미쳐 있느냐 아니냐에서 갈린다고 한다.

그 역시 미쳤다는 소리를 들어가며 묵을 팔았다. 하는 일마다 실패하자 소주 15병을 마시고 죽으려고 결심한 날, 우연히 묵을 파는 장사꾼을 만나게 됐고 이때부터 묵을 만들기 시작한 이사장은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 전국 모든 백화점의 문을 두드렸다. 1년 동안 거의 매일 방문한 그를 한 백화점 판매 담당자는 “당신은 미쳤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모정식품의 묵은 1백% 도토리·청포 등 천연 재료로 제조된다. 그러다 보니 맛이 담백하다. 그는 한번 몰두하면 끝을 보는 성격이다. 최근 개발에 성공한 묵으로 만든 생우동(회사에선 재롱이 채묵으로 부른다)은 개발 기간만 4년이 걸렸다. 밀가루 전분으로 만든 우동은 칼로리가 높아 살찌기 쉽다. 하지만 묵은 저칼로리 식품이어서 아무리 먹어도 오히려 살이 빠진다. 묵으로 우동을 만들면 잠자리 들기 전 먹어도 위에 부담을 덜 주고, 아침에 일어나 얼굴도 붓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개발에 들어갔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생우동처럼 쫄깃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나오지 않아서다.

지난해 말 거의 두손 들고 포기를 선언할 즈음 이사장이 만든 묵 우동을 먹어본 한 친구가 “생각을 바꿔봐라”는 충고를 불쑥 던졌다. 별 것 아닌 말에서 힌트를 얻은 이사장은 제조 방법을 바꿨고, 결국 부드럽고 쫄깃쫄깃한 1백% 묵으로 만든 우동면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그는 “묵의 밀도를 높인 결과 우동보다 맛있는 식감을 내는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4년만에 얻은 결실 앞에서 그는 펑펑 울었다.

묵 우동 맛이 알려지면서 일본의 한 식품유통업체 담당자가 이사장을 찾아왔다. 조만간 수출의 물꼬가 트일 전망이다. 여기까지 오면서 그는 수없이 실패를 되풀이했다. 소비자들의 입맛을 잡아당기려면 자신이 직접 맛보았을 때 역시 만족스러워야 했다. 이사장은 “24시간은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이라며 “한가지 일에만 집중하는 사람을 누가 당해내겠느냐”고 되묻는다. 그만의 성공 비결은 꾸준히 제품의 약점을 보완하려는 노력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제품과 “짝사랑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늘 자신이 내놓는 제품이 맛있다고 생각하지만 소비자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라는 것이다. 그의 인생 수첩에는 51%의 긍정과 49%의 부정을 늘 염두에 두라는 말이 적혀 있다. 49%의 부정적인 요소를 꾸준하게 줄이면 결국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그가 경험을 통해 깨달은 믿음이다.
그는 늘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면 특허청에 특허를 출원한다.

식품업의 경우 경쟁 업체가 쉽게 모방할 수 있기 때문에 늘 저가 경쟁에 시달린다. 그러다 보면 원가를 낮추기 위해 먹을 수 없는 것을 만들기도 하고, 이것이 사회 문제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원가 우위를 유지하려면 제품 개발의 특징적인 요소를 특허로 보호받아야 한다. 이번에 내놓은 묵으로 만든 우동도 출원 중이다.

사업을 하다 보면 실패에 고개를 숙이게 되고, 그만두고 싶은 때도 있다. 이럴 때마다 그를 일으켜 세우는 것은 회사 직원들이다. 몇해 전 자동차 사고가 났을 때도 그의 머리 속을 스쳐가는 사람들은 가족보다 직원들이었다. 이 말에 부인은 늘 섭섭함을 감추지 않지만 그는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 “사업을 시작했으면 가족은 조금 잊어야지요. 나의 실패는 우리 가족만의 실패로 끝나지 않으니까요.” 수줍은 듯 말하는 그의 눈에서 반짝 하고 빛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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