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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 兩날개로 영토확장 전망

신·구 兩날개로 영토확장 전망

롯데가 새 술을 담을 새 부대를 짜기 시작했다. 신동빈 부회장이 본부장을 맡은 경영정책본부가 조금씩 골격을 갖춰가고 있다. 신 부회장 주변에는 신격호 시대를 이끌던 원로들을 대신할 새로운 별들이 모여들고 있다.
롯데는 국내 대기업 가운데 창업주가 여전히 경영일선을 진두지휘하는 몇 안 되는 기업이다. 37개 계열사의 경영도 ‘직업이 사장’이라 불리는 60대 노장 CEO들이 이끌고 있다. 그런 롯데가 요즘 달라지고 있다.

‘종신고용’이라는 소리까지 듣던 CEO들이 하나 둘 떠나고 40·50대 젊은 임원들이 약진하기 시작했다. 일본 롯데도 지난 5월 8명으로 구성된 집행임원제를 도입하면서 신격호 회장의 큰아들 신동주 부사장의 참모 3명을 집행임원으로 앉혔다.

롯데의 기업문화를 아는 이들은 이를 변화의 신호로 받아들인다. 롯데는 급격한 변화를 반기지 않는다. 새로 구성 중인 경영정책본부가 주목을 받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롯데는 지난 10월 초 경영정책본부를 신설하고 신동빈 부회장을 본부장에 임명했다. 이 조직은 호텔롯데의 한 부서형식으로 설치됐다. 이는 주력계열사인 이유도 있지만, 호텔롯데가 외국인 투자법인이어서 한국 정부의 간섭을 덜 받는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새 조직의 틀은 신격호 회장이 직접 짠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출국 직전인 추석을 전후해 그룹 사업 전 분야에 대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신 부회장 체제의 출범을 준비하는 일종의 비상경영에 돌입한 셈이다.

그 결과물로 탄생한 경영정책본부는 경영관리본부의 기능을 이어받은 조직이다. 경영관리본부는 롯데에서 오직 신격호 회장 한 사람에게만 업무를 보고하는 최고위 조직이었다. 그 보고라인의 꼭지점이 신 부회장으로 바뀐 것은 이제 그가 공식적으로 롯데의 경영을 지휘한다는 선언적인 의미가 있다. 정책본부는 앞으로도 각 계열사 신규사업추진팀과 국제팀 등의 업무를 총괄한다.

경영정책본부의 실무급 인선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롯데 기업문화실 고성호 이사는 “신격호 회장과 신동빈 부회장 두 사람 외에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다만 큰 그림은 ‘신구(新舊)조화’에 맞춰 그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정책본부 최고위직은 신 회장을 보필해온 원로들이 맡고, 신 부회장이 직접 뽑은 신진 인사들은 실무를 담당할 전망이다.

원로들은 경영정책본부에 3, 4명이 배치돼 견제와 훈수를 동시에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대권승계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만큼 신 회장의 영향력을 확보해두면서 경영수업을 계속할 것이란 얘기다.

신 부회장 직속의 젊은 라인은 주력 계열사 경영을 익히는 동시에 신규사업을 진행할 전망이다. 인터넷과 엔터테인먼트 등 신 부회장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사업이 이들의 무대다. 또 신 부회장이 지난 2002년 직접 만든 것으로 전해진 롯데경제연구소 인맥들에게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경제연구소는 그동안 총수의 ‘원맨 플레이’에 전적으로 의존해온 롯데의 경영스타일을 바꾸는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다.

양쪽을 연결하는 허리 역할은 양대에 걸쳐 신임을 받고 있는 중견 인사들 몫이다. 신 회장 직속라인이었다가 90년대 후반부터 신 부회장을 보필하고 있는 인물들로 롯데의 기업 인수·합병(M&A) 행보와 관련돼 있다. 이들은 롯데의 기업 인수에 관여했거나 인수한 기업에 차출됐던 인물들이다. 신 부회장이 관할하게 될 앞으로의 M&A 작업도 직겙A♣岵막?이들의 영향권에 들게 된다. 이들의 활약 여부에 따라 롯데의 홈쇼핑 채널 인수와 진로 인수, 제2 롯데월드 건설 등이 갖는 추진력이 달라진다는 얘기다.

신 부회장을 보필할 핵심 원로들은 관리본부의 ‘삼두마차’로 불리던 김병일·신동인·장잠태 등 세 사람이다. 이들은 1980년대 그룹 기획조정실에서부터 호흡을 맞춰온 롯데의 터줏대감들. 신 회장의 오른팔과 왼팔로 불리는 김병일 호텔롯데 사장과 신동인 롯데쇼핑 사장은 경영정책본부에서도 신 부회장의 양 날개 역할을 맡게 됐다. 김 사장은 부본부장, 신 사장은 국제부문 사장에 임명됐다. 다만 관리본부의 숨은 실력자로 꼽히던 장 사장은 아직 정식 발령이 나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김 사장은 신 회장이 가장 신임하는 롯데 최고의 재무전문가다. 짧은 스포츠형 헤어 스타일에 강인한 인상을 풍기지만 재무제표의 숫자 하나까지 외우는 치밀한 성격의 소유자다. 그는 조직관리에도 능해 롯데의 경영 전반에 걸쳐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신 회장이 직접 신 부회장을 보좌할 인물로 지목했을 만큼 신임도 두텁다. 롯데 관계자는 “말을 아끼는 과묵한 성격에 타고난 근면성실로 꾸준한 신임을 받아왔다”고 설명했다.

신 부회장의 6촌형인 신동인 사장은 기획통으로 꼽힌다. 신 회장이 어려운 시절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큰아버지 고(故) 신진걸 씨의 손자다. 친척이지만 신입사원부터 시작해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 롯데 내부에서도 업무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최근 정치자금과 관련해 직접 검찰 수사를 받는 등 그룹 대소사를 책임져 온 인물이기도 하다.

장 사장은 외부에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롯데 내부에서는 꽤 두려운 존재로 인식돼 있다. 육군 중령 출신으로 롯데에 다소 늦게 합류했지만 그는 모든 롯데 계열사에 감사권을 행사한다. 입사 후 줄곧 감사업무만 담당해 ‘포도대장’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신 부회장 라인의 중견 인사들이 어떻게 배치될지도 관심사항이다. 채정병 호텔롯데 전무와 노병용 롯데쇼핑 전무, 좌상봉 호텔롯데 상무 등은 양대에 걸쳐 두터운 신임을 받는 임원들이다.

채 전무는 김병일 사장의 뒤를 잇는 롯데의 차기 재무통이다. 롯데그룹 기획조정실에서만 20년간 근무했다. 2002년 롯데가 TGIF를 인수하자 이의 운영법인인 푸드스타 대표이사를 맡아 2년간 근무한 뒤 지난 5월 경영관리본부로 돌아왔다. 재무 쪽 일만 맡았던 채 전무는 롯데 계열사의 자금사정을 훤히 꿰뚫고 있다.

외식업체 대표로 선임된 이유도 신사업의 자금지원을 책임지라는 의미로 해석됐다. 롯데 관계자는 “당시 계열사들의 TGIF 자금지원을 조율할 전문가가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활달한 성격으로 선곂캣壅欲?격의 없이 어울린다는 평을 듣고 있다.

노 전무는 유통업계에서 손 꼽히는 마케팅 전문가다. 롯데의 대표적인 영업통으로 2002년에 롯데미도파 대표이사를 겸임하며 CEO 수업을 쌓은 뒤 지난 6월 롯데쇼핑에 복귀했다. 그가 맡은 보직은 롯데마트 영업본부장. 할인점의 영업을 책임지게 된 그가 이마트에 뒤지고 있는 롯데마트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주목된다.
호텔롯데 신규사업팀을 맡고 있는 좌상봉 상무는 삼성에서 회장비서실과 종합기획실 등 핵심부서를 두루 거친 인물이다. 좌 상무는 롯데에서 기업인수 실무팀장으로 롯데의 M&A를 진두지휘한다.

각 계열사에서 신규사업을 시작하면서 새 법인을 세울지 아니면 기존 기업을 인수할지를 검토할 때 그가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좌 상무가 검토한 내용은 경영정책본부를 통해 신 부회장에 보고된다. 다만 업무성격상 그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진행하고 있는지는 롯데 내부에서도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다.

이 때문에 그는 M&A 시장에 나온 기업의 인수후보로 롯데가 거론될 때마다 함께 이름이 오르내리는 인물이다. 재계에서는 호남석유화학의 KP케미칼 인수, TGIF와 미도파 인수 등이 좌 상무의 작품이라는 게 정설이다.

신동빈 부회장이 직접 뽑은 직계라인이 다시 중용될지 여부가 관전 포인트다. 신 부회장은 한국 롯데의 경영에 관여하기 시작하면서 자신이 직접 발탁한 인사들을 곁에 뒀다. 이들은 인터넷 쇼핑몰과 편의점 등 새로운 사업들을 야심 차게 전개했지만 이렇다할 실적을 거두지 못했다.

신 부회장이 가장 가까이 두고 있는 인물은 황각규 롯데쇼핑 상무와 강현구 롯데닷컴 상무, 구영훈 롯데경제연구소장이다. 황 상무는 비서실이 없는 롯데에서 ‘비서실장’으로 불리며 신 부회장을 그림자처럼 보좌한다. 15년 가까이 롯데의 중심부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지만 지난 95년 말 신 부회장이 국제부를 만들 때 전격 발탁했다. 그는 신 부회장이 현장을 돌며 한국 롯데에 관해 감각을 익히던 시절 눈에 띈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 관계자는 “황 상무는 현장 근무자이면서도 외국어에 능통해 신 부회장이 점찍어 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에 관해서는 롯데 내부에서도 평가가 엇갈린다. “외국어에 능해 신 부회장의 스케줄을 관리하는 수행비서일 뿐 측근이라고 불릴 위치는 아니다”라는 이가 있는가 하면 “신 부회장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 크게 쓰일 사람”이라는 평도 있다. 황 상무는 지난 2000년 임원 대열에 오른 뒤 지난해 3월 인사에서는 상무로 한 단계 더 승진했다.

신 부회장 라인을 말할 때 강현구 상무를 빼놓을 수 없다. 강 상무는 롯데에서 보기 드문 초고속 승진코스를 밟으며 차세대 주역으로 떠오른 인물이다. 롯데 내부에서는 ‘마당발’로 불리며 신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그는 신 부회장이 추진한 인터넷 사업을 총괄했다가 실적이 좋지 못해 다소 몸을 낮추고 있다. 한때 재계 2?세 모임에 신 부회장을 대신해 참석할 정도로 두터운 신임을 얻으며 주목받았지만 지금은 입지가 예전만 못하다.

구영훈 상무는 신 부회장이 경제연구소 설립 전단계로 경제연구실을 만들 때 직접 스카우트한 사람이다. 국제금융센터 조기경보팀장으로 있다가 롯데경제연구실장을 맡았다. 해외사업이나 2세 승계 문제 등 롯데가 풀어야 할 숙제를 해결할 인물로 꼽힌다.



롯데 노장 CEO 세대교체 예고
롯데는 기업 규모에 비해 외부에 알려진 경영진이 별로 없다. 상장 계열사도 4개사에 불과하다. “장사 잘하는 게 중요하지 사장 얼굴 알려서 뭐하나”라는 신격호 회장의 경영철학 때문이다. CEO들은 좀처럼 대중 앞에 나서지 않는다.

또 롯데는 한 사람의 CEO가 장기간 한 회사를 이끌기 때문에 인사 시즌에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이는 역설적으로 최근 퇴진한 몇 명의 CEO에 눈길이 모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2002년에는 장기간 롯데칠성음료를 이끌던 김부곤 사장이 2선으로 퇴진했다. 김 사장은 롯데칠성음료 고문으로 일하게 된다. 또 올해는 10년 이상 호텔롯데 사장을 맡아온 장성원 사장과 롯데의 유일한 스타급 CEO였던 임승남 롯데건설 사장도 한걸음 물러섰다. 장 사장은 러시아 현지법인 L&L 대표로, 임 사장은 호텔롯데 상임고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몇 사람 바뀐 게 대수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롯데를 대표하던 세 사람의 퇴진은 내부에서조차 충격으로 받아들일 만큼 롯데로서는 큰 변화였다. 재계는 이들의 2선 후퇴를 신동빈 부회장의 경영정책본부장 임명과 더불어 롯데에 예고된 세대교체 바람으로 받아들인다.

최근 기업들은 대부분 40·50대 CEO를 기용하며 젊은 피 수혈에 나서고 있지만 롯데의 주력은 여전히 60대다. 권원식 호텔롯데 사장은 67세로 롯데 CEO들 가운데에서도 최고참급이며, 한수길 롯데제과 사장과 이영일 호남석유화학 부사장이 63세, 이종규 호텔롯데부산 사장과 이종원 롯데칠성음료 부사장은 60세다. 57세인 이인원 롯데쇼핑 사장은 젊은 축에 속한다.

이들은 한결같이 기업실적이 좋고 신격호 회장의 신임을 얻고 있어 당장 교체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만 신 부회장 체제가 본격화한 뒤의 상황은 장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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