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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부쩍 늘어난 M&A 산업지도가 바 뀐다

2004 부쩍 늘어난 M&A 산업지도가 바 뀐다

“새로운 성장엔진을 잡아라.” 기업 간 인수합병(M&A) 바람이 거세다. 특히 삼성·LG·SK 등을 제외한 중견 그룹들이 ‘영토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신규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의 외연을 키우고 기존 비즈니스와의 시너지효과를 높이는 데 M&A만큼 좋은 게 없다고 본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 301건이었던 기업결합 건수가 올 상반기에는 25%가량 늘었다”며 “다른 업종 간 혼합 결합보다는 안정적인 수급처 확보를 위한 수직 결합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지난해 공정위에 신고한 국내 M&A시장은 13조원 규모에 이른다. 여기에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M&A, 잠재적인 매물을 더하면 국내 M&A시장 규모는 연간 15조원 이상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최근 3~4년 간 M&A시장에서 가장 돋보이는 기업은 두산이다. 두산은 한국중공업 인수에 이어 고려산업개발·대우종합기계를 거머쥐면서 중공업 그룹으로 변신했다. 지난해 타이어 지분을 매각한 금호아시아나그룹도 범양상선 인수에 나서는 등 공격 경영을 표방하고 나섰다. 박삼구 회장은 “택배·물류 등으로 사업 영역을 다각화해 2010년까지 재계 5위에 오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익잉여금 쌓은 중견그룹이 주도 현대석유화학·KP케미칼을 연거푸 인수해 유화업계 2위로 부상한 롯데, 대우정밀 우선인수협상자로 선정된 효성 등도 주목해야 할 기업이다. 자동차용 모터·에어백 생산업체인 대우정밀을 인수하게 되면 효성은 자동차 부품산업에 새롭게 뛰어들게 된다. 효성은 국내 3위 화섬업체인 동국무역 인수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들과 함께 향후 주목되는 기업이 GS그룹이다. 지난 7월 LG에서 분리한 GS홀딩스는 “초대형 M&A를 통해 재계 7위에서 5위권으로 진입하겠다”고 선언해 귀추가 주목된다. 내년 초 LG에서 완전 분리되는 GS그룹은 그룹 지주사인 GS홀딩스가 보유한 1조2,000억원대의 잉여자금을 바탕으로 몸집을 키운다는 구상이다. GS홀딩스 측은 “에너지·유통·건설 부문에서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기업이 나타나면 인수를 적극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재계에서는 GS그룹의 행보가 내년 재계 판도에 가장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M&A의 주인공은 ‘골리앗’ 인수에 나선 ‘다윗’들이다. 최근 2~3년 간 M&A시장에서는 중견 대기업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STX·쎄븐마운틴해운·신영·홍진크라운 등이 급부상하고 있다.이 중에서 STX그룹이 가장 돋보인다. 지난 10월 범양상선 인수를 계기로 STX는 중공업·조선·에너지에서 해운업에 이르기까지 ‘선박 토털 그룹’으로 도약했다. 매출 규모도 3,000억원대에서 불과 3년 만에 4조7,000억원으로 15배 이상 키웠다. 지난 91년에 출범한 쎄븐마운틴그룹 역시 주목할 만한 회사다. 쎄븐마운틴은 2001년 세양선박 인수에 이어 올해 ㈜진도·우방건설 등을 인수했다. 임병석 쎄븐마운틴그룹 회장은 “앞으로 기업을 더 인수할 뜻이 있다”고 밝혀 주목된다. 이밖에 부동산 디벨로퍼 회사인 신영의 대농 인수, 무기화학 업체인 코스모산업의 한국티타늄공업 인수, 소형 오토바이 생산업체인 한솜모터스와 헬멧 메이커인 홍진크라운의 효성기계 인수 등도 주목받고 있다. 최근 M&A는 성장을 위한 전략적 측면에서 검토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IMF(국제통화금융) 구제금융 이후 군살 빼기에 나섰던 대기업들은 이제 경쟁력을 키우면서 덩치도 키운다는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 김용열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6~7년 동안 대기업들은 구조조정이나 계열 분리 등을 통해 내실 경영에 집중해 왔는데 어느 정도 체력이 비축되면서 M&A를 통해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앞으로 10년, 20년 동안 그룹을 어떻게 경영할 것인가’가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IMF 이후 구조조정을 마친 상황에서 새로운 수익원 발굴 혹은 기존 사업의 확장이 절실해진 것이다.기업들이 M&A를 통한 사업 확장에 나선 데는 크게 두 가지 배경이 있다. 우선 불투명한 경영 환경을 들 수 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 데다 유가·원자재 값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대다수의 기업들이 신규사업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 돈은 있는데 새로 사업을 시작하기에는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것도 한 원인이다. 쟁쟁한 경쟁자가 있는 기존 시장에 ‘뉴 페이스’로 진출하기보다는 M&A를 통해 업계 메이저 플레이어가 되는 방법이 훨씬 안전하다는 것이다. 호남석유화학이 현대유화·KP케미칼을 인수해 업계 2위권으로 발돋움하고, SK가 라이코스·팍스넷 인수를 통해 인터넷 업계 빅3가 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물론 ‘매물’이 알토란 같은 것이 근본적인 이유다. 1997년을 전후해 ‘중환자실’(워크아웃 혹은 화의·법정관리 기업)에 입원했던 기업들이 ‘주사’를 맞고 되살아난 것이다. 한보철강이나 진도 등이 이런 사례가 될 것이다. INI스틸-하이스코 컨소시엄을 주도한 INI스틸은 당초 한보철강 인수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기업 내용이 예상보다 알찼다는 것이다. 이광선 INI스틸 당진공장장(부사장)은 “직접 공장에 와 보니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보철강에 대해 50%도 이해를 못했던 것이다. 당진공장은 원래 제철소를 염두에 두고 바다를 매립한 곳이다. 공장을 지은 지 10년 됐지만 이 정도면 꽤 신식 설비인 데다 레이아웃도 좋다.”(이광선 부사장) 일반인에게는 모피업체로 널리 알려져 있는 진도 역시 마찬가지다. 진도의 연매출 1,700억원 가운데 컨테이너 제작 비중은 75%가 넘는다. 최근 해운업계의 호황으로 덩달아 성장세에 있다. 해운물류 전문그룹을 지향하는 쎄븐마운틴 입장에서는 진도 인수를 통해 수직 계열화를 단축한 것이다.

“PEF 가세로 또 다른 양상 될 것” 내년부터는 대기업이나 외국계가 주도하는 M&A 판도가 다르게 전개될 전망이다. 금융권이 주도하는 사모투자전문회사(PEF)가 본격적으로 M&A에 나서면서 시장 판도가 바뀔 것으로 보인다.이미 산업은행·KTB자산운용·기업은행 등이 PEF 시장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 채연석 기업은행 투자금융팀장은 “이들이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될 내년 중반기 이후에 M&A 시장에 많은 변화가 생길 것이다”며 “특히 대주주 지분이 낮거나 저평가된 기업 등을 대상으로 하는 적대적 M&A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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