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점유율 58% 시장 압도… ‘물이 좋은 맥주’로 시장 재편

점유율 58% 시장 압도… ‘물이 좋은 맥주’로 시장 재편



맥주 1위 하이트맥주 “조선맥주 지점장 때였어요. 술집 개업식을 한다고 찾아가도 뒤늦게 동양맥주(OB맥주) 평사원이 나타나면 술집 사장이 귀한 손님이 왔다면서 자리를 뜨기 일쑤였죠. 도매상에서는 이런 푸대접이 더 심했고요.” 1990년대 초반 조선맥주 지점장을 지냈던 박경훈씨는 쉼 없이 뛰어도 현상 유지도 힘든 시절이었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크라운맥주는 아무리 말버둥쳐도 번번이 OB맥주에 밀렸다. 조선맥주는 정확히 3대 7의 열세 속에서 기존의 시장 지키기에 급급했다. 그런데 93년 ‘물이 좋은 맥주’라는 컨셉트로 출발한 조선맥주의 하이트는 40여년 간 철옹성을 쌓아왔던 OB맥주를 3년 만에 무너뜨리는 괴력을 발휘했다. 당시만 해도 소비자들은 입맛에 맞는 맥주를 찾기보다는 업체들을 보고 찾던 시절이었다. ‘만년 2등’ 조선맥주로서는 획기적인 상품이 필요했다. 모든 것이 차별화된 상품. 그렇게 개발한 것이 하이트맥주다. 하이트맥주는 천연 암반수로 만들어 깨끗하고 시원하다는 이미지를 강조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H백화점의 한 과장은 “깨끗하다는 이미지 덕분인지 몰라도 하이트를 마시면 시원하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하이트는 ‘깨끗하다’는 이미지를 간직하고 있는 셈이다.지하 150m 아래에서 끌어올린다는 ‘천연 암반수’ 컨셉트는 맥주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하이트는 신선한 변화를 갈망하던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고, 맥주시장을 장악해 나가기 시작했다. 화려한 기록들도 많다. 단일 브랜드로서 만 9년 만에 100억병 판매를 돌파했다. 98년에는 65년 간 사용했던 조선맥주라는 회사 이름을 하이트맥주로 바꿀 정도였다. 2004년 11월 현재 58%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이트는 소비자 중심의 마케팅도 꾸준히 진행했다. 소비자들에게 맥주맛이 제일 좋은 상태를 알려주는 온도계마크 등 신선한 마케팅 전략을 사용했다. 작지만 세심한 배려에 대해 소비자들이 뜨거운 반응을 보였음은 물론이다.

몸 생각하며 마시는 전통 술

전통주 시장 부흥 이끌어… 10가지 한약재로 숙취 줄여

전통주 1위 백세주 전통주 시장의 맹주는 백세주다. 지난 1998년 1,000만병 판매를 돌파한 이래 2003년에는 8,400만병 이상 판매를 달성, 불과 5년 만에 8배 이상의 성장세를 보였다. 현재 백세주는 국내 전통주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백세주는 소주·맥주와 더불어 약주를 대중 술의 한 축으로 만들었다는 의미를 지닌다. 백세주 예찬론자를 자처하는 H그룹의 이모 과장은 “딱 기분이 좋을 정도로 마시고 싶을 때 백세주를 찾는다”며 “백세주는 목 넘김이 편안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백세주는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술이 아니다. 삼대에 이은 누룩에 대한 연구와 우리 민족 고유의 정서가 든든히 뒤를 봐 주는 가운데 가뭄 속 잡초마냥 꿋꿋하게 자란 술이 백세주다. 배상면 국순당 회장이 82년에 조선시대까지 대표적인 전통주였던 백하주(白霞酒) 제조방법을 복원했고, 92년 처음으로 백세주를 출시했다. 백세주는 생쌀을 가루내 술을 담그는 국순당의 특허기술인 ‘생쌀발효법’에 구기자·오미자·인삼 등 10가지 한약재를 넣어 만든다. 요새 유행하는 웰빙코드를 이미 10여년 전에 실행한 것.그러나 시대를 너무 앞서 갔던 탓인지 백세주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백세주는 시판 초기 음식점을 직접 찾아 다녔던 ‘게릴라 마케팅’을 비롯해 업소별 차림표, 메뉴판을 제공하는 ‘맞춤형 마케팅’ 등 독특한 마케팅을 구사하며 근근이 버텨나갔다. 효과는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98년부터 백세주의 판매량은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윤수환 국순당 과장은 “백세주는 ‘먹고 죽자’는 컨셉트가 아니라 술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흥을 돋워주는 술이다”며 “즐기는 술 문화로 바뀌면서 서서히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가장 한국적인 와인” 평가…“품질로 승부” 국산 와인의 자존심

디자인 고급화로 명성 회복 노려

와인 1위 마주앙 ‘마주앙’. 언뜻 프랑스어처럼 들리지만 ‘마주앉아서 즐긴다’는 의미를 뜻하는 우리 말이다. 이름처럼 마주앙은 순수 국산 와인이다. 와인바에서 와인을 즐기는 것은 이젠 보편적인 문화가 됐다. 그러나 1977년 OB맥주(옛 동양맥주)가 국산 와인을 출시할 당시만 해도 와인은 몇몇 마니아층이 즐기는 술이었다. 당시 동양맥주는 우수한 품질의 마주앙 개발을 위해 국내 기술진을 와인 제조의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독일의 한 대학에 파견해 와인 제조기술을 배워오게 했다. 77년 5월 2년 간의 연구 끝에 국산 1호 와인 마주앙이 시판됐다. 얼마 뒤 당시 수입 와인만 사용하던 천주교에서 미사주로 마주앙을 쓰면서 그 품질과 맛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100% 수입에 의존하던 천주교 미사주의 자리를 마주앙이 차지했다는 것은 미사주로 사용할 만큼 품질이 괜찮다는 것을 인정받았다는 것을 뜻한다. 78년 한국을 방문했던 지미 카터 당시 미국 대통령은 한국에서 생산된 마주앙을 귀국 선물로 가져갔다. 당시 카터 대통령은 “마주앙은 신비의 와인”이라고 극찬했다. 지난 82년 이후엔 국내 와인 시장의 70%를 점유하면서 우리나라 와인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수입산이 전부이던 와인 시장도 바꿔 놓았다. 외산 와인의 공습으로 입지가 크게 줄었지만 마주앙은 국산 와인 중에서는 부동의 1위다.D증권의 영업담당 부장은 “고급 외국산 와인들이 많지만 한국에서만큼은 마주앙이 가장 오래되고 보편적인 브랜드로 자리잡고 있는 것 아니냐”며 “값이 싸고 맛도 괜찮은 수준이어서 마주앙을 가끔 마신다”고 말했다. 전체의 10%정도 차지하는 국산 와인 시장의 90% 이상은 마주앙이다. 국산 와인으로 자존심을 꿋꿋이 지키고 있는 것이다. 국산 와인의 대명사인 ‘마주앙’은 품질을 개선하고 디자인을 고급화하는 등 대대적인 리뉴얼을 단행, 신뢰성 있는 품질의 한국 와인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한국인 입맛 위해 특별 개발…부드러움과 이미지를 마신다

명품 이미지 위해 생산량 제한

위스키 1위 발렌타인 해외 출장이 잦은 중견그룹의 간부 K씨는 외국 출장을 갈 때마다 빠지지 않고 발렌타인 30년산을 사서 모으고 있다. 좋다는 술은 다 마셔봤지만 발렌타인만큼 목에서 부드럽게 감기는 술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진열장 구석에 숨겨놓고 귀한 손님이 올 때만 내놓는다”며 “술 맛도 좋고 손님에게 대접할 때도 생색이 나서 아껴서 마시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에게 발렌타인은 고급 술의 대명사다. 사실 ‘과소비’와 관련된 보도가 나올 때면 으레 등장하는 것이 술집에서 수백만원 하는 발렌타인 30년산 위스키에 관한 내용이다. 인지도나 가격 면에서 최고의 이미지를 가진 위스키이기 때문이다. 발렌타인은 철저한 명품 마케팅을 구사하고 있다. 우선 엄격한 제품의 품질관리를 위해 생산량을 제한하고 있다. 이런 정책은 명품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 유호성 진로 발렌타인 과장은 “아무 상점에나 발렌타인이 진열돼 있을 경우 대중적인 이미지로 변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소수를 위한 최고의 제품이라는 컨셉트를 지키기 위해 판매가 줄어들 것을 감수하면서도 공급을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시장의 중요성에 관심을 갖던 발렌타인 본사에서 까다롭기로 소문난 한국인의 입맛을 기준으로 특별히 블랜딩해 한국 시장에서 맨 처음 출시하기도 했다. ‘발렌타인 마스터스’.이 제품을 만들기 위해 위스키 개발자를 한국에 보내 한국의 음주문화를 직접 경험하게 할 정도로 한국인의 입맛을 찾는 정성을 들였다. 발렌타인의 세계적인 명성은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1827년부터 위스키를 만들기 시작해 178년이나 됐다. 발렌타인은 스카치 위스키의 본고장인 스코틀랜드에서 만들어진다. 스코틀랜드는 최상급의 보리와 최고의 수질로 위스키를 만들기에 최적의 장소로 꼽히는 곳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이재용 “대학 안 가도 기술인으로 존중받도록 지원”

2KAJA가 뽑은 올해 9월의 차 ‘폴스타 4’…“최대 620㎞ 주행”

3사우디도 반한 네이버 ‘디지털 트윈’…서비스 곳곳 녹아 ‘일상 침투’

4’어느덧 장수 게임’…포켓몬 고 인기 비결은?

5추석 이후 금투세 토론 촉각…“큰 손 떠나면 개인 투자자 피해 커질 것”

6“논길에 갇혔다” 내비게이션에 속은 귀경길 차량들

7전공의 대표 “한동훈이 만남 거절” 저격에…국민의힘 ‘반박’

8추석 연휴 응급실환자, 작년보다 20%이상 줄어

9“가을 맞아?” 추석 연휴 마지막까지 전국 폭염 특보

실시간 뉴스

1이재용 “대학 안 가도 기술인으로 존중받도록 지원”

2KAJA가 뽑은 올해 9월의 차 ‘폴스타 4’…“최대 620㎞ 주행”

3사우디도 반한 네이버 ‘디지털 트윈’…서비스 곳곳 녹아 ‘일상 침투’

4’어느덧 장수 게임’…포켓몬 고 인기 비결은?

5추석 이후 금투세 토론 촉각…“큰 손 떠나면 개인 투자자 피해 커질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