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과학으로 보는 한 길 마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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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ing to Know You
터핸 캔리는 별난 사진들을 갖고 있다. ‘죽음’·‘행복’ 등의 글자를 갖가지 색으로 인쇄해 다시 카메라로 찍은 사진뿐 아니라 어린 아기, 백인 우월주의자, 독이빨을 드러낸 뱀의 사진까지 있다. 캔리는 뉴욕주립대(SUNY) 스토니브룩 캠퍼스의 심리학과 교수다. 그는 최근 코네티컷주 뉴헤이븐 출신의 극장 지배인 로버트 샤이먼(22)에게 그 사진들을 보여줬다. 샤이먼은 우선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 장치 속에 들어가 누웠다.
그리곤 사진이 한장씩 보일 때마다 버튼을 누르며 자신의 반응(긍정·부정·중립)을 나타냈다. 샤이먼에게 가장 많이 보인 이미지는 글자와 사람 얼굴이 나란히 등장하는 사진들이다. 얼굴과 단어의 상관 관계는 때론 우스꽝스럽기도 했다. ‘변기’란 단어와 행복한 얼굴이 함께 등장하거나 우는 얼굴에 ‘행복’이란 단어가 함께 나오는 등 혼란스러운 경우도 있었다. 샤이먼은 fMRI 검사를 1시간 동안 한 뒤 “나오면서 좀 떨렸다. 테스트가 어렵지 않았는데도 주눅이 들었다”고 말했다.
캔리는 어휘와 이미지의 특이한 조합에 대한 반응(특히 뇌 내부에서 일어나는 반응)으로 사람의 성격을 상당 부분 파악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는 “사람에 따라 특정 단어에 대한 감정이입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경과민형은 대개 불쾌하거나 혐오감을 주는 이미지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그들의 뇌는 썩은 음식이나 절단된 시신을 찍은 사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반면 외향적인 사람들은 깔깔대며 웃는 아기 등 유쾌한 이미지를 좋아한다. 캔리는 수년간 fMRI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실험하며 성격 유형을 목록화했다. 그는 “인간의 성격은 뇌 스캐닝 사진을 통해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면접장에서 입사 지원자를 인터뷰해본 사람이라면 인성을 판단하는 능력이 얼마나 중요하며 또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안다. 성격은 원래 개념이 모호하고 주관적이기 때문에 수량적 측정이 불가능했다. 그 때문에 기업들은 특정 업무에 적합한 인물이 누구냐를 두고 늘 씨름해왔다. 그러나 캔리 등 과학자들은 최근 인간의 생리적 메커니즘까지 파고들기 시작했다. 이제 과학은 최초로 성격의 뿌리깊은 특성에 관해 정확한 결론을 내림으로써 고용주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게 됐다. 펜실베이니아대의 마사 파라 교수(심리학)는 “뇌 기능과 성격간의 엄청난 연관성에 모두 놀랐다. 성격의 차이는 뇌의 정보처리 방식의 차이에서 생겨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말했다.
지금이 입사 면접에 과학을 접목시킬 호기일지 모른다. 실력있는 직원이 주도하는 글로벌 경제에선 가장 잠재력이 큰 일꾼을 선발할 수 있느냐가 기업을 포함한 모든 조직의 최대 관심사다. 기업 심리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회사인 로버트슨 쿠퍼의 이반 로버트슨은 현재 가장 주목받는 직업군의 경우 “일을 좀 더 잘하는 사람과 좀 떨어지는 사람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면 무시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컨설팅 회사인 퓨처파운데이션과 영국의 심리측정 회사 SHL은 지난해 업무 능력이 떨어지는 직원들 탓에 영국은 2백20억달러, 미국은 1천억달러 이상의 지출이 추가로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의사·경찰·관제사·목사에 가장 적합한 인물을 선별하는 일은 더욱 중요한 문제일지 모른다. 자녀 양육권을 결정하는 판사들도 부모 중 누가 더 적합한지 결론짓기 난감할 때가 많다.
실패시 커지는 위험 부담 때문에 최근 들어 인성검사에 대한 수요도 급증했다. 대기업들이 인력 채용시 인성검사를 본격 도입한 지도 10년이 넘었지만 대다수 기업은 내부 승진에까지 인성검사를 활용한다. 이젠 중소기업·정부·학교까지 가세하고 있다. 미국의 인성검사 시장은 4억달러 규모로 해마다 8%씩 성장 중이다. 그러나 현재 실시 중인 인성검사의 예측력이 점쟁이보다 못할 때가 많다는 게 문제다. 노스웨스턴대의 댄 P. 맥애덤스 교수(심리학)는 “전혀 엉뚱한 검사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가장 인기있는 검사법은 성격 유형에 따라 일반화된 관념을 바탕으로 제작된 앙케트다. 그 중 가장 널리 쓰이는 것이 바로 ‘마이어스-브릭스 성격 유형 지표’(MBTI)다. 사람들은 자신의 성향과 행동을 묻는 질문에 답하고, 그 결과에 따라 4가지의 대립척도[외향형(extroversion)·내향형(introversion), 감각형(sensing)·직관형(intuition), 사고형(thinking)·감정형(feeling), 판단형(judging)·인식형(perceiving)]로 분류한다. 예컨대 ‘ESTJ’는 외향형·감각형·사고형·판단형으로, 행동을 지시하고 계획을 논리적으로 체계화하는 타고난 지도자형이다.
반면 ‘ESFP’는 놀기 좋아하는 타입으로, 업무나 과제보다는 동료들과의 친밀한 상호작용이 요구되는 일에 더 적합하다. 포천지가 선정한 글로벌 1백대 기업 중 89개 업체를 포함, 수천개의 기업이 인사 채용과 승진에 MBTI를 활용한다. 전문가들은 MBTI 검사의 유용성을 인정하면서도 측정 기준이 너무 개략적이어서 실용성은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맥애덤스는 “그 방법은 성격을 지나치게 단순화해 마치 인간이 특정 유형대로 행동하는 것으로 여기지만 사람은 대개 여러가지 유형이 혼재돼 있다”고 말했다.
‘미네소타 다면적 인성검사’(MMPI)는 약물 남용 등 사회 부적응 증상을 파악하는 데 널리 쓰인다. 심리학자들은 MMPI가 유용한 측면도 있지만 멀쩡한 사람을 병적이라고 해석할 위험도 있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미국 경찰서 중 60%가 지원자 평가시 MMPI를 활용 중이며 금융·소매업 등 많은 기업들이 직원 채용시 이 방법을 쓰고 있다. MMPI는 이미 러시아어·중국어·아랍어 등 1백개 언어로 번역됐다.
‘인격 숭배’(The Cult of Personality)의 저자 애니 머피 폴은 MMPI 등 인성검사 기법들이 기업의 속타는 심리를 이용해 과장 광고까지 해가며 지나친 마케팅 공세를 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언뜻 위험하고 불성실한 사람들을 골라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방법들은 매우 모호하고 추상적인 실체를 지나치게 구체적이고 정형화된 방식으로 측정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몇몇 테스트는 훨씬 더 심하다. 잉크 얼룩 등 추상적인 무늬를 보여주고 해석하게 하는 로샤크 테스트는 “심리학의 입장에서 볼 때 황당하다”는 게 심리학자 맥애덤스의 말이다. 그럼에도 로샤크 테스트는 1999년 정신적 외상과 관련해 미국에서 제기된 소송 중 3분의 1에 활용됐다. 자녀 양육권 문제의 결정에 도움을 주는 심리학자 중 44%도 그 방식을 이용했다. 이 테스트도 MMPI처럼 있지도 않은 정신 질병의 증거를 도출할 가능성이 있다.
새롭고 더 정확한 성격 테스트 방법들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방식들은 뇌 스캐닝 등 최첨단 기술의 산물도 아니고, 폭넓게 적용되는 이론에 기초해 있지도 않다. 대신 특정 타입의 인간이 특정 상황에서 보이는 행동 양식에 관한 경험적 연구에서 도출됐다. 그런 테스트 중 하나가 바로 신경과민·외향성·개방성에 기초한 NEO 성격 테스트다. 이것은 마이어스-브릭스보다 더 세분화된 테스트로, 외향성·신경과민·동의성·양심성·개방성 등 5가지 측면을 측정한다. 하지만 MMPI나 로샤크 테스트와 달리 정상적인 성격을 검사하기 위해 고안된 테스트다.
새로운 테스트들은 인격의 모든 면을 검사하는 대신 보다 구체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춘다.
피검자가 훌륭한 경찰이 될지, 유능한 소매점 매니저가 될지에 역점을 두는 식이다. 유망한 테스트 중 하나는 ‘직업 성격 질문’(OPQ)이다. 이것은 리더십·사회성·설득력 등 직업상 역할과 관련된 32가지 항목을 검사한다. 영국의 성격 테스트 회사 SHL은 이 기준을 나라별로 적용한다. 예컨대 리투아니아의 한 기업 간부 후보에게 ‘나는 주도적이기를 좋아한다’는 명제를 던져주고 그가 보인 반응을 유사한 상황에 처한 리투아니아 사람들의 반응과 비교하는 식이다.
그 테스트는 다소 인상적인 결과를 보여준다. 런던에서 미디어 중역으로 일하는 필 조지아디스는 업계의 맹렬 여성인 크리스틴 워커로부터 일자리를 제의받았다. 그녀가 야심적으로 창업한 새로운 벤처 회사를 맡아달라는 주문이었다. 그러나 조지아디스는 결정을 내리기 전 그녀에 대해 더 알고 싶었다. “그녀의 명성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파트너가 되는 데 대해 약간의 우려와 두려움을 가졌다”고 그는 말했다.
결국 그녀는 조지아디스의 요구에 따라 성격 검사 회사인 SRS에서 테스트를 받았다. 신뢰·불안 수준, 정서적 안정과 사고의 유연성, 품위·지원·의사소통 욕구 등 24개 항목에 걸친 긴 테스트였다. 결국 그 벤처 회사의 경영을 떠맡게 된 조지아디스는 “그녀가 독불장군이 아니고 동반자가 되길 원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내가 알고 싶었던 것은 그것뿐”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니먼 마커스사와 함께 일하는 SHL사는 판매사원 1명당 판매액을 42% 늘렸고, 이직률도 18%나 줄였다. 판매직에 요구되는 성격 특성을 파악한 뒤 그런 자질을 보인 직원을 뽑을 수 있는 테스트를 개발한 덕분이다. SHL의 존 베이트슨 대표는 “사람은 누구나 성공을 바라며 자신이 성공을 거둘 때 한 직장을 계속 다닌다”고 말했다. 조지아디스는 전에 한 미디어 회사에서 일할 때 24가지 특성에 기초한 SRS사의 테스트 방식으로 직원 특성을 효과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그는 “겉으론 늘 개혁주의자인 척하지만 실제론 회사에서 가장 보수적인 남성으로 드러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그 같은 도구의 효용성을 인정함에 따라 캔리 등 과학자들은 성격 파악을 위해 인간의 유전적·신경적 측면까지 파고든다. 캔리는 “만일 특정한 패턴의 반응을 유발하는 조건을 알게 된다면 인간의 성격적 특성도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뇌 스캐닝 결과 뇌속 신경 연결망이 사람마다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과학자들은 인간이 나타낼 수 있는 성격적 특성의 범위를 정하는 데 유전자가 맡은 역할을 연구 중이다.
캔리는 “모든 사람이 공유하고 있지만 개인에 따라 미세한 차이를 보이는 특정 유전자가 있으며 바로 이것들이 신경과민·별난 취미 등과 관련돼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동일한 유전자의 서로 다른 두가지 형태가 감정과 정서적 안정을 관장하는 신경전달 물질인 세로토닌의 분비를 조정한다. 그 중 한 타입은 길이가 짧고 다른 타입은 길다. 모든 개인은 부모로부터 한가지 타입씩 물려받지만 길이가 짧은 타입만 물려받은 사람은 신경질적이고 불안하며 혐오스런 행동을 하기 쉽다.
스웨덴 심리학자 에바 롱가토-스타들러는 성격 장애를 가진 범죄자는 세로토닌 분비와 관련된 신경전달 물질인 모노아민 효소의 분비량이 정상인보다 적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이 같은 저분비가 스트레스에 대한 인체의 반응을 조정하는 노르에피네프린 호르몬의 기능을 약화시키는 것으로 본다. 연구에 따르면 성격 장애를 가진 사람의 경우 노르에피네프린 부족이 범죄 행위를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격을 파악하기 위해 뇌 스캐닝과 유전 검사를 동원하는 것은 미묘한 문제를 야기한다. 자녀에 대한 양육권 문제를 매듭짓기 위해 법원이 유전자 검사를 이용해야 할 것인가. 또 기업도 차기 최고경영자(CEO)를 결정하기 위해 후보자의 뇌를 검사해야 할 것인가. 폴은 “우린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행여 테스트 결과 뇌종양이나 병적 행동과 관련된 유전자라도 발견됐다면 후보 당사자에게 공평할까.
이 같은 윤리적 문제의 해결과는 무관하게 기업들은 채용 대상자의 선발뿐 아니라 예상 재직 기간과 예상 수익률을 예측하기 위해 더 정확한 테스트를 활용할 게 분명하다. 카를 융은 “살아 있는 존재의 타고난 기질이 궁극적으로 실현된 게 성격”이라고 말했다. 과학은 이처럼 깊숙이 숨겨진 인간의 자아까지 파악할 수 있는 새로운 검사 방법을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다.
With SONIA KOLESNIKOV and
MATT HERMANN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터핸 캔리는 별난 사진들을 갖고 있다. ‘죽음’·‘행복’ 등의 글자를 갖가지 색으로 인쇄해 다시 카메라로 찍은 사진뿐 아니라 어린 아기, 백인 우월주의자, 독이빨을 드러낸 뱀의 사진까지 있다. 캔리는 뉴욕주립대(SUNY) 스토니브룩 캠퍼스의 심리학과 교수다. 그는 최근 코네티컷주 뉴헤이븐 출신의 극장 지배인 로버트 샤이먼(22)에게 그 사진들을 보여줬다. 샤이먼은 우선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 장치 속에 들어가 누웠다.
그리곤 사진이 한장씩 보일 때마다 버튼을 누르며 자신의 반응(긍정·부정·중립)을 나타냈다. 샤이먼에게 가장 많이 보인 이미지는 글자와 사람 얼굴이 나란히 등장하는 사진들이다. 얼굴과 단어의 상관 관계는 때론 우스꽝스럽기도 했다. ‘변기’란 단어와 행복한 얼굴이 함께 등장하거나 우는 얼굴에 ‘행복’이란 단어가 함께 나오는 등 혼란스러운 경우도 있었다. 샤이먼은 fMRI 검사를 1시간 동안 한 뒤 “나오면서 좀 떨렸다. 테스트가 어렵지 않았는데도 주눅이 들었다”고 말했다.
캔리는 어휘와 이미지의 특이한 조합에 대한 반응(특히 뇌 내부에서 일어나는 반응)으로 사람의 성격을 상당 부분 파악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는 “사람에 따라 특정 단어에 대한 감정이입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경과민형은 대개 불쾌하거나 혐오감을 주는 이미지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그들의 뇌는 썩은 음식이나 절단된 시신을 찍은 사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반면 외향적인 사람들은 깔깔대며 웃는 아기 등 유쾌한 이미지를 좋아한다. 캔리는 수년간 fMRI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실험하며 성격 유형을 목록화했다. 그는 “인간의 성격은 뇌 스캐닝 사진을 통해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면접장에서 입사 지원자를 인터뷰해본 사람이라면 인성을 판단하는 능력이 얼마나 중요하며 또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안다. 성격은 원래 개념이 모호하고 주관적이기 때문에 수량적 측정이 불가능했다. 그 때문에 기업들은 특정 업무에 적합한 인물이 누구냐를 두고 늘 씨름해왔다. 그러나 캔리 등 과학자들은 최근 인간의 생리적 메커니즘까지 파고들기 시작했다. 이제 과학은 최초로 성격의 뿌리깊은 특성에 관해 정확한 결론을 내림으로써 고용주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게 됐다. 펜실베이니아대의 마사 파라 교수(심리학)는 “뇌 기능과 성격간의 엄청난 연관성에 모두 놀랐다. 성격의 차이는 뇌의 정보처리 방식의 차이에서 생겨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말했다.
지금이 입사 면접에 과학을 접목시킬 호기일지 모른다. 실력있는 직원이 주도하는 글로벌 경제에선 가장 잠재력이 큰 일꾼을 선발할 수 있느냐가 기업을 포함한 모든 조직의 최대 관심사다. 기업 심리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회사인 로버트슨 쿠퍼의 이반 로버트슨은 현재 가장 주목받는 직업군의 경우 “일을 좀 더 잘하는 사람과 좀 떨어지는 사람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면 무시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컨설팅 회사인 퓨처파운데이션과 영국의 심리측정 회사 SHL은 지난해 업무 능력이 떨어지는 직원들 탓에 영국은 2백20억달러, 미국은 1천억달러 이상의 지출이 추가로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의사·경찰·관제사·목사에 가장 적합한 인물을 선별하는 일은 더욱 중요한 문제일지 모른다. 자녀 양육권을 결정하는 판사들도 부모 중 누가 더 적합한지 결론짓기 난감할 때가 많다.
실패시 커지는 위험 부담 때문에 최근 들어 인성검사에 대한 수요도 급증했다. 대기업들이 인력 채용시 인성검사를 본격 도입한 지도 10년이 넘었지만 대다수 기업은 내부 승진에까지 인성검사를 활용한다. 이젠 중소기업·정부·학교까지 가세하고 있다. 미국의 인성검사 시장은 4억달러 규모로 해마다 8%씩 성장 중이다. 그러나 현재 실시 중인 인성검사의 예측력이 점쟁이보다 못할 때가 많다는 게 문제다. 노스웨스턴대의 댄 P. 맥애덤스 교수(심리학)는 “전혀 엉뚱한 검사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가장 인기있는 검사법은 성격 유형에 따라 일반화된 관념을 바탕으로 제작된 앙케트다. 그 중 가장 널리 쓰이는 것이 바로 ‘마이어스-브릭스 성격 유형 지표’(MBTI)다. 사람들은 자신의 성향과 행동을 묻는 질문에 답하고, 그 결과에 따라 4가지의 대립척도[외향형(extroversion)·내향형(introversion), 감각형(sensing)·직관형(intuition), 사고형(thinking)·감정형(feeling), 판단형(judging)·인식형(perceiving)]로 분류한다. 예컨대 ‘ESTJ’는 외향형·감각형·사고형·판단형으로, 행동을 지시하고 계획을 논리적으로 체계화하는 타고난 지도자형이다.
반면 ‘ESFP’는 놀기 좋아하는 타입으로, 업무나 과제보다는 동료들과의 친밀한 상호작용이 요구되는 일에 더 적합하다. 포천지가 선정한 글로벌 1백대 기업 중 89개 업체를 포함, 수천개의 기업이 인사 채용과 승진에 MBTI를 활용한다. 전문가들은 MBTI 검사의 유용성을 인정하면서도 측정 기준이 너무 개략적이어서 실용성은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맥애덤스는 “그 방법은 성격을 지나치게 단순화해 마치 인간이 특정 유형대로 행동하는 것으로 여기지만 사람은 대개 여러가지 유형이 혼재돼 있다”고 말했다.
‘미네소타 다면적 인성검사’(MMPI)는 약물 남용 등 사회 부적응 증상을 파악하는 데 널리 쓰인다. 심리학자들은 MMPI가 유용한 측면도 있지만 멀쩡한 사람을 병적이라고 해석할 위험도 있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미국 경찰서 중 60%가 지원자 평가시 MMPI를 활용 중이며 금융·소매업 등 많은 기업들이 직원 채용시 이 방법을 쓰고 있다. MMPI는 이미 러시아어·중국어·아랍어 등 1백개 언어로 번역됐다.
‘인격 숭배’(The Cult of Personality)의 저자 애니 머피 폴은 MMPI 등 인성검사 기법들이 기업의 속타는 심리를 이용해 과장 광고까지 해가며 지나친 마케팅 공세를 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언뜻 위험하고 불성실한 사람들을 골라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방법들은 매우 모호하고 추상적인 실체를 지나치게 구체적이고 정형화된 방식으로 측정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몇몇 테스트는 훨씬 더 심하다. 잉크 얼룩 등 추상적인 무늬를 보여주고 해석하게 하는 로샤크 테스트는 “심리학의 입장에서 볼 때 황당하다”는 게 심리학자 맥애덤스의 말이다. 그럼에도 로샤크 테스트는 1999년 정신적 외상과 관련해 미국에서 제기된 소송 중 3분의 1에 활용됐다. 자녀 양육권 문제의 결정에 도움을 주는 심리학자 중 44%도 그 방식을 이용했다. 이 테스트도 MMPI처럼 있지도 않은 정신 질병의 증거를 도출할 가능성이 있다.
새롭고 더 정확한 성격 테스트 방법들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방식들은 뇌 스캐닝 등 최첨단 기술의 산물도 아니고, 폭넓게 적용되는 이론에 기초해 있지도 않다. 대신 특정 타입의 인간이 특정 상황에서 보이는 행동 양식에 관한 경험적 연구에서 도출됐다. 그런 테스트 중 하나가 바로 신경과민·외향성·개방성에 기초한 NEO 성격 테스트다. 이것은 마이어스-브릭스보다 더 세분화된 테스트로, 외향성·신경과민·동의성·양심성·개방성 등 5가지 측면을 측정한다. 하지만 MMPI나 로샤크 테스트와 달리 정상적인 성격을 검사하기 위해 고안된 테스트다.
새로운 테스트들은 인격의 모든 면을 검사하는 대신 보다 구체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춘다.
피검자가 훌륭한 경찰이 될지, 유능한 소매점 매니저가 될지에 역점을 두는 식이다. 유망한 테스트 중 하나는 ‘직업 성격 질문’(OPQ)이다. 이것은 리더십·사회성·설득력 등 직업상 역할과 관련된 32가지 항목을 검사한다. 영국의 성격 테스트 회사 SHL은 이 기준을 나라별로 적용한다. 예컨대 리투아니아의 한 기업 간부 후보에게 ‘나는 주도적이기를 좋아한다’는 명제를 던져주고 그가 보인 반응을 유사한 상황에 처한 리투아니아 사람들의 반응과 비교하는 식이다.
그 테스트는 다소 인상적인 결과를 보여준다. 런던에서 미디어 중역으로 일하는 필 조지아디스는 업계의 맹렬 여성인 크리스틴 워커로부터 일자리를 제의받았다. 그녀가 야심적으로 창업한 새로운 벤처 회사를 맡아달라는 주문이었다. 그러나 조지아디스는 결정을 내리기 전 그녀에 대해 더 알고 싶었다. “그녀의 명성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파트너가 되는 데 대해 약간의 우려와 두려움을 가졌다”고 그는 말했다.
결국 그녀는 조지아디스의 요구에 따라 성격 검사 회사인 SRS에서 테스트를 받았다. 신뢰·불안 수준, 정서적 안정과 사고의 유연성, 품위·지원·의사소통 욕구 등 24개 항목에 걸친 긴 테스트였다. 결국 그 벤처 회사의 경영을 떠맡게 된 조지아디스는 “그녀가 독불장군이 아니고 동반자가 되길 원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내가 알고 싶었던 것은 그것뿐”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니먼 마커스사와 함께 일하는 SHL사는 판매사원 1명당 판매액을 42% 늘렸고, 이직률도 18%나 줄였다. 판매직에 요구되는 성격 특성을 파악한 뒤 그런 자질을 보인 직원을 뽑을 수 있는 테스트를 개발한 덕분이다. SHL의 존 베이트슨 대표는 “사람은 누구나 성공을 바라며 자신이 성공을 거둘 때 한 직장을 계속 다닌다”고 말했다. 조지아디스는 전에 한 미디어 회사에서 일할 때 24가지 특성에 기초한 SRS사의 테스트 방식으로 직원 특성을 효과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그는 “겉으론 늘 개혁주의자인 척하지만 실제론 회사에서 가장 보수적인 남성으로 드러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그 같은 도구의 효용성을 인정함에 따라 캔리 등 과학자들은 성격 파악을 위해 인간의 유전적·신경적 측면까지 파고든다. 캔리는 “만일 특정한 패턴의 반응을 유발하는 조건을 알게 된다면 인간의 성격적 특성도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뇌 스캐닝 결과 뇌속 신경 연결망이 사람마다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과학자들은 인간이 나타낼 수 있는 성격적 특성의 범위를 정하는 데 유전자가 맡은 역할을 연구 중이다.
캔리는 “모든 사람이 공유하고 있지만 개인에 따라 미세한 차이를 보이는 특정 유전자가 있으며 바로 이것들이 신경과민·별난 취미 등과 관련돼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동일한 유전자의 서로 다른 두가지 형태가 감정과 정서적 안정을 관장하는 신경전달 물질인 세로토닌의 분비를 조정한다. 그 중 한 타입은 길이가 짧고 다른 타입은 길다. 모든 개인은 부모로부터 한가지 타입씩 물려받지만 길이가 짧은 타입만 물려받은 사람은 신경질적이고 불안하며 혐오스런 행동을 하기 쉽다.
스웨덴 심리학자 에바 롱가토-스타들러는 성격 장애를 가진 범죄자는 세로토닌 분비와 관련된 신경전달 물질인 모노아민 효소의 분비량이 정상인보다 적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이 같은 저분비가 스트레스에 대한 인체의 반응을 조정하는 노르에피네프린 호르몬의 기능을 약화시키는 것으로 본다. 연구에 따르면 성격 장애를 가진 사람의 경우 노르에피네프린 부족이 범죄 행위를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격을 파악하기 위해 뇌 스캐닝과 유전 검사를 동원하는 것은 미묘한 문제를 야기한다. 자녀에 대한 양육권 문제를 매듭짓기 위해 법원이 유전자 검사를 이용해야 할 것인가. 또 기업도 차기 최고경영자(CEO)를 결정하기 위해 후보자의 뇌를 검사해야 할 것인가. 폴은 “우린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행여 테스트 결과 뇌종양이나 병적 행동과 관련된 유전자라도 발견됐다면 후보 당사자에게 공평할까.
이 같은 윤리적 문제의 해결과는 무관하게 기업들은 채용 대상자의 선발뿐 아니라 예상 재직 기간과 예상 수익률을 예측하기 위해 더 정확한 테스트를 활용할 게 분명하다. 카를 융은 “살아 있는 존재의 타고난 기질이 궁극적으로 실현된 게 성격”이라고 말했다. 과학은 이처럼 깊숙이 숨겨진 인간의 자아까지 파악할 수 있는 새로운 검사 방법을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다.
With SONIA KOLESNIKOV and
MATT HERM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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