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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연예계 최고 스타는 ‘보모’

올 연예계 최고 스타는 ‘보모’

Nanny to the Rescue

디즈니 영화 ‘메리 포핀스’에서 메리 포핀스가 설탕 한 숟가락이 약을 삼키는 데 도움이 된다는 말을 한 뒤 40년이 흘렀다. 오늘날의 보모는 메리 포핀스처럼 달콤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보모는 2005년 가장 뜨겁게 각광받을 대중적 스타가 될 기세다. 요즘 영화·뮤지컬·텔레비전에서 보모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엄마보다 더 재미있고 젊고 예쁘며, 아이들도 더 잘 돌보는 것으로 나온다. 지난해 12월 마돈나는 절친한 친구 귀네스 팰트로가 보모도 두지 않고 부모 노릇을 하려 든다며 공개 비난했다.

권위있는 조기교육 연구 전문학교인 영국 놀런드 칼리지의 교장 케이 크로스는 이렇게 말했다. “보모가 된다는 건 멋진 일이다.” 연예계가 특히 그렇다. 제임스 L. 브룩스의 새 영화 ‘스팽글리시’(Spanglish)에서는 아름다운 라틴계 보모가 주연이다. 스페인 여배우 파스 베가가 맡았다. 사슴처럼 눈망울이 큰 그녀의 보살핌은 로스앤젤레스의 한 결손가정을 치유한다. 미국의 대형 시트콤 ‘위기의 주부들’(Desperate Housewives)은 최근 영국에서 방영되기 시작했다. 직장에 다니는 엄마가 포기한 말썽꾸러기 아들들을 휘어잡는 사람은 친절한 보모 클레어(미모의 말라 소콜로프)다.

지난해 12월 프랑스 텔레비전은 새 리얼리티 쇼 ‘우리 보모는 연예인’의 첫 방송을 내보냈다. 부모를 일주일 동안 휴가 보낸 뒤 이류 연예인들을 동원해 아이를 돌보게 하는 프로다. 제작자 리오넬 스탕은 이렇게 말했다. “엄마 말에 따르면 집안 일에 손 하나 까딱 안한다는 사춘기 소년에게서 기적이 일어났다. [프랑스 랩가수] 독 지네코가 보모로 오자 녀석이 갑자기 요리와 청소를 시작했다.” 스페인에서 가장 인기있는 프로는 낮에 보모로 일하는 스트리퍼를 다룬 코미디물 ‘아나와 세븐’이다. 아나는 홀아비가 된 남자의 어린 자식들을 애정이 충만한 가슴으로 품어 안아 단합시킨다. 런던에서는 새로 손 본 뮤지컬 ‘메리 포핀스’가 올 시즌 웨스트엔드의 최고 히트작이다.

이찌된 영문일까. 유럽과 북미에서 보모의 인기가 높아지는 현상은 우리 사회가 양친·전업주부라는 전통적 가정 양식에서 멀어지면서 보모에 대한 의존성이 커졌음을 반영한다. 친척들과 가까이 사는 사람도 거의 없어 아이를 마음놓고 맡겨둘 수 없다. 그러나 갑작스런 보모 열풍은 부모의 자식에 대한 통제력 상실의 증거이기도 하다. “서구에서는 부모가 자식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줄면서 아이들이 더욱 버릇없게 행동하는 추세가 있다. 따라서 부모는 평상시 죄의식을 느끼다 자식과 함께할 기회가 있을 때 응석을 받아줘 버릇을 망쳐놓는다”고 닉 파월은 말했다. 파월은 영국의 리얼리티 쇼 ‘수퍼내니’(Supernanny)의 제작자다. 그는 “보모는 자식과 부모가 공히 필요로 하는 사랑과 훈육의 올바른 조합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수퍼내니’로 자처하는 조 프로스트는 16년에 걸친 엄한 자녀 양육 경험을 지난해 7월 영국의 채널 4에 공개했다. 대히트를 한 후속 쇼에서 프로스트는 말썽꾸러기들의 버릇을 고치고 부모에게는 권위를 확립할 방법을 가르쳐 가족을 멋지게 결속시킨 뒤 사라졌다. 마치 영화 ‘메리 포핀스’의 끝 장면 같다. ‘수퍼내니’는 메리 포핀스에 필적하는 인기를 누렸다. 황금시간대에 영국 시청자 3분의 1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지난해 가을 미국의 ABC 방송과 폭스 TV는 이 프로의 방영권을 놓고 다퉜다. 프로스트는 ABC 차지가 됐지만, 폭스는 급조한 라이벌 쇼 ‘내니 911’로 선수를 쳤다.

그런 쇼는 문화의 벽을 넘어 널리 통한다. ‘수퍼내니’를 만드는 영국의 독립 제작사 리코셰트는 최근 그 프로그램의 포맷을 덴마크·프랑스·네덜란드·벨기에·이탈리아·스페인에 팔았다. 호주·터키·노르웨이에도 방영권을 넘겼다. 독일에서는 이 프로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면서 입찰전쟁이 일어났다.
가슴이 풍만한 푸른 눈의 프로스트는 고급 디자이너 의상을 입고 머리 손질도 깔끔하다. 연예인들의 패션잡지 ‘홀라’에 자주 얼굴이 실리는 ‘아나와 세븐’의 주연배우 아나 오브레곤은 아슬아슬한 고급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햇볕에 잘 그을린 날씬한 다리를 과시한다.

‘우리 보모는 연예인’에서 왕년에 그레타 가르보의 연인이었던 이탈리아인 마시모 가르자는 캐시미어를 걸치고 빨래를 널었다. 이들의 호사스런 생활양식은 현실과 동떨어진 것도 아니다. 일류 보모 가운데는 연수입이 10만달러를 넘는 사람들이 있다. 또 그만한 돈값은 한다. 미시간 출신의 작가 데어드레 켈리(32)는 2년 전 남편, 두 아이와 함께 런던으로 이사한 뒤 자기 시간을 낼 형편이 안됐다. “엄마가 나를 키울 때는 주위에 아는 사람이 많았지만 내 경우는 나와 아이들뿐이었다”고 그녀는 말했다. “오후 한나절만이라도 애들을 돌봐줄 사람이 없었다.” 보모 고용은 ‘구세주’였다. 메리 포핀스의 말마따나 보모들은 사실상 모든 점에서 완벽하다.

With MARIE VALLA in London and
MIKE ELKIN in Madr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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