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식과 세심한 고객 관리로 무장한 금융권 여성 지점장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홍은미 한화증권 갤러리아지점장이 고객과 상담하는 모습. |  | 홍은미 한화증권 갤러리아 지점장과 PB들이 자산관리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 지난해 각 시중은행들이 한 해를 결산하는 시상식 자리에서는 여성 지점장들의 이름을 여러 번 들을 수 있었다. 9개 시중은행 가운데 신한·하나·조흥 등 세 은행의 개인영업 부문 1위의 영광이 모두 여성 지점장에게 돌아갔기 때문이다. 유희숙 신한은행 서교동지점장, 정현주 하나은행 잠원동지점장, 김천옥 조흥은행 일원역지점장이 그 주인공이었다. 은행가에서는 이에 대해 “대단히 의미 있는 사건”이라고 말한다. 2005년 2월 현재 9개 시중은행의 모든 지점장 수는 4616명으로, 그 중 여성 지점장 수가 173명이다. 비율로는 3.6%에 불과한 여성 지점장들이 개인영업 1위 9명 중 3명이나 배출되면서 33%나 차지했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 조사) 서울의 부자동네 중 하나인 압구정역 인근도 주목할 만하다. 압구정역을 중심으로 반경 500m 안에는 우리·국민·제일·씨티은행의 지점 여섯 곳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의 지점장들 또한 모두 여성이다. 서울의 금융권 주요 포스트 중 하나인 이곳에서 부유층 고객들을 상대로 여성 지점장들끼리 진검 승부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각 은행 관계자들은 은행별 여성 지점장들의 구체적인 실적 내용을 밝히지 않았지만 “여성 지점장들이 대체로 중상위권 성적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여행원들은 대부분 창구 업무를 맡았고, 결혼 또는 출산과 함께 은행을 떠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여성이 지점장 발령을 받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되곤 했다. 그러나 이제는 얘기가 달라졌다. 은행권에서는 여성 지점장들이 뛰어난 실적을 올리는 일이 더 이상 낯설지 않기 때문이다. 은행권 최초의 여성 지점장은 1981년 발령을 받은 조흥은행의 정도송(93년 퇴직)씨. 그가 여성 지점장 탄생의 물꼬를 트긴 했으나 본격적으로 배출되기 시작한 것은 97년 외환위기 이후다. 제일은행 최초의 여성 지점장이었던 김선주 제일은행 운영지원단 상무대우는 “외환 위기 이후 구조조정의 와중에 여행원들의 퇴직도 많았다. 그러나 그때부터 실적을 최우선시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실력만 있다면 성별에 상관없이 지점장으로 발탁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가정의 경제권을 아내가 쥐고 있다는 점도 여성 지점장들에게 유리하다. 낮 시간 은행의 주요 고객이 주부이다 보니 여성 취향에 맞는 영업 스타일이 잘 통하기 때문이다. 김천옥 조흥은행 일원역지점장은 “남성 지점장들은 대개 골프나 술 접대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여성 지점장들은 고객의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자녀 결혼 등 경조사를 잘 챙기고 고객 개인에 대해 세심한 관심을 잘 기울이는 편”이라고 말했다. 90년대 말에 시작된 여풍(女風)이 어느 정도 자리 잡힌 은행권과 달리 증권사의 여성 지점장 시대는 이제 시작이다. 증권업계 최초의 여성 지점장은 2000년 마포지점에 부임한 한국투자증권의 박미경(현 자산관리부장)씨다. 그를 시작으로 증권사 여성 지점장이 어쩌다 한 명씩 나왔지만 수치는 미미하다. 전체 42개 증권사의 지점장 수는 1497명. 그러나 여성 지점장을 보유한 증권사는 이 가운데 한국투자증권·한화증권·대우증권·대신증권·굿모닝신한증권·푸르덴셜투자증권 등 겨우 여섯 곳뿐이다. 증권업계 여성 지점장 수는 겨우 11명으로 전체 지점장의 0.7%에 불과하다. 그러나 지난 한 해 동안 무려 여덟명의 여성 지점장이 등장하며 변화의 조짐이 나타났다. 지난해 증권사 지점장이 된 여성들은 4월 미래에셋증권 미금역지점장이 된 뒤 같은 해 10월 한화증권에 스카우트된 한화증권 압구정 PB센터의 홍은미 지점장, 이순남 대신증권 강남지점장(6월), 현주미 굿모닝신한증권 송파지점장(9월), 김정숙 한국투자증권 송파지점장(10월) 등을 들 수 있다. 푸르덴셜투자증권(옛 현대투자증권)의 경우 지난해 3월 외국계로 간판을 바꿔 단 뒤 실력 위주 인사가 이뤄지면서 1년 동안 여성 지점장을 4명이나 배출해 눈길을 끌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이 여성 지점장이 약진하는 것은 개개인의 경쟁력뿐 아니라 금융권 사업내용이 예금·대출(은행)과 주식거래 중개(증권사)에서 고객자산관리(은행·증권사 공통) 위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과거 은행·증권사 지점장들의 영업 스타일은 술 접대를 통해 친분을 쌓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시장의 변화가 적고 금융기관별 서비스의 차이도 크지 않아 고객들이 친한 지점장에게 자산을 맡기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친분보다 누가 자산을 더 많이 불려주느냐에 따라 고객들이 거래기관을 옮겨다니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안면보다 금융상품에 대한 지식과 전문성, 고객 개개인에 대한 세심한 관심 등에 고객들이 호응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10월 압구정동에 지점을 연 지 두 달 만에 1000억원의 자산을 확보하며 만만치 않은 솜씨를 보인 홍은미 한화증권 갤러리아지점장은 “전에는 주식거래를 주로 남성 고객들이 하다 보니 여성들이 영업하기 힘든 면이 있었다. 그러나 자산관리 분야는 접대 솜씨보다 고객자산을 불리는 전문성과 고객관리 능력이 우선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요즘은 시장 상황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섬세한 성격의 여성들이 유리해졌다. 전에는 시장의 변화가 적어 고객이 금융기관을 찾아와 돈을 맡긴 뒤 만기에 찾아가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금리와 환율, 주가 변동 등의 변화가 잦아 주식이나 외환을 언제 파느냐에 따라 수익이 크게 달라지는 시대가 됐다. 이에 따라 고객들은 금융기관에서 자신의 자산 변동 상황을 수시로 알려주고 대화하기를 원하고 있다. 연락을 자주 하고 주위 사람을 잘 보살피는 여성들의 장점이 통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박미경 한투증권 부장은 “최근 여성 지점장들의 약진은 금융 시장 환경이 바뀌면서 ‘여성성’을 요구하는 시대적인 트렌드에 따른 것이다. 앞으로 남성 지점장들도 여성성을 키워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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