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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중견 간부들 외모 관리 붐…“젊어 보이는 게 경쟁력”

기업 중견 간부들 외모 관리 붐…“젊어 보이는 게 경쟁력”

돋보기 대신 콘택트렌즈를 끼는 중년 남성들도 늘고 있다.
중견 건설업체인 D건설의 영업을 총괄하는 P상무는 최근 큰맘 먹고 ‘상안검 이완증’ 수술을 했다. 이 수술은 눈꺼풀이 처지는 것을 막는 것으로 수술을 하고 나면 쌍꺼풀이 생긴다. 지난 2월 노무현 대통령이 해서 화제가 된 바 있다. “최근에 20여년을 모시던 회장님께서 실질적인 경영권을 아들에게 물려줬습니다. 새로 취임한 젊은 사주가 나이 들어 보이는 저를 부담스럽게 볼까봐 걱정돼 과감하게 수술을 결정했어요. 눈이 처져서 불편한 것도 있지만 젊어 보이고 싶은 것이 더 큰 이유였죠. 대통령도 하는데… 저라고 못할 것 없잖아요."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200만원가량을 들여 수술을 한 그는 “그동안 40대 후반인 원래 나이보다 늙어 보인다는 주위의 평가가 부담스러웠다”고 말했다. P상무는 “실력이 우선이겠지만 젊어 보이는 외모도 무시할 수 없는 경쟁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며 “서글프긴 하지만 ‘사오정(45세 정년)’ 처지를 면하려면 어쩔 수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P상무의 말처럼 요즘 중년 남성 사이에선 젊어 보이는 외모도 경쟁력으로 통한다. 그런 분위기 때문인지 권위와 무뚝뚝함 그리고 대표적인 보수 계층으로 자리했던 중년 남성들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외모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변화는 단순히 젊음을 오래 간직하기 위한 개인적 욕심을 넘어선 것이다.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똑똑한 젊은이들이 치받고 올라오는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명예퇴직·조기 퇴사 압박에 시달리거나 재취업에 나선 40, 50대 중년 남성들, 이른바 ‘사오정’ 중에 성형외과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늙고 무기력해 보인다’ ‘신뢰가 안 간다’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얼굴 주름살을 펴거나 보톡스 주사를 맞는다.

중년 성형 20~30% 늘어 압구정동 노블 성형외과에는 하루 평균 3~4명의 중년 남성들이 문을 두드리고 있다. 고익수 노블성형외과 원장은 “올해 초부터 중년 남성 환자들의 숫자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며 “여성 환자들이 주로 코를 높이거나 광대뼈를 깎는 개조형 성형을 원한다면 중년 남성들은 눈 밑에 처진 주름살을 제거하는 ‘눈꺼풀 성형술’이나 늘어진 피부를 당겨주는 수술, 보톡스 주사, 검버섯 제거 수술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고 원장은 “성형외과의 문을 두드리는 중년 남성들 중 상당수는 절박한 생존의 기로에 내몰린 이들”이라며 “‘겉모습이 사람을 변화시킨다’는 말처럼 성형 수술을 계기로 자신감을 회복하고 싶다는 것이 성형을 선택하는 남성들의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년 남성 손님들은 대부분 기업체·관공서에 근무하면서 사내 경쟁에 시달리는 중견 간부들이거나 퇴직금을 털어 가게를 연 신규 창업자들”이라고 덧붙였다. 김성욱 성형외과원장도 “그동안 ‘얼굴에 칼 대는 일’을 끔찍하게 여겼던 중년 남성들이 성형외과의 문을 적극적으로 두드리는 일이 점점 늘고 있다”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전체 성형 환자 중 40~50대 남성의 비율이 대략 20~30% 증가했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병원이나 개인의 성형 부위별 특징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처진 눈꺼풀 시술에는 100만~150만원, 눈 밑의 지방을 제거하는 데는 100만~200만원, 얼굴에 지방을 이식하는 데는 200만~300만원의 비용이 든다”며 “경제력 있는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성형수술이 많아지다 보니 최근에는 성형의 고급화도 급속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무작정 성형수술을 시도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년 남성들은 젊은 사람들에 비해 피부 재생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회복에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다”며 “특히 고혈압이나 당뇨와 같은 지병이 있다면 반드시 수술에 앞서 의사와 충분한 상담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가장 기본적인 외모 관리로 꼽히는 피부관리실에도 중년 남성 고객들의 발걸음이 잦아지고 있다. 압구정동에서 수에스떼라는 피부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 윤향숙 실장은 “1년 전만 해도 한 달에 한두 명에 불과했던 중년 남성 고객의 숫자가 최근에는 일주일에 4~5명 정도로 부쩍 늘었다”며 “피부관리의 효과를 느끼고 지속적으로 관리를 받는 사람들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쑥스러움 때문에 피부미용실 문 앞에서 서성거리는 중년 남성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혼자서도 당당히 관리실 문을 열고 들어온다”고 전했다. 올 초부터 이곳을 찾는다는 기업체 중견 간부 K씨는 “직장에서 술이나 담배에 찌든 모습만 보여주면 자기관리를 제대로 못한다는 평가를 받기 십상”이라며 “피부관리를 받으면서 부쩍 표정이 밝아졌다는 말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중년 외모 관리 시장도 ‘쑥쑥’ 중년 남성의 트레이드 마크 격이었던 돋보기 안경도 실제보다 나이가 들어 보이게 하는 것 중 하나다. 이에 따라 투박한 느낌의 ‘돋보기 안경’을 대체할 콘택트렌즈도 등장했다. 바슈롬은 노안 교정용 콘택트렌즈를 내놓았다. 지난해 말까지 국내에는 노안 교정을 위해 만들어진 콘택트렌즈가 없었다. 회사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대부분의 콘택트렌즈 사용자가 젊은 여성들이었지만, 최근 들어 이미지를 위해 안경을 벗고 렌즈를 착용하려는 중년 남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덕현 덴츠이노백 대표이사는 “콘택트렌즈를 착용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며 “돋보기 안경을 쓰는 것보다 젊어 보인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중년이 탈모가 본격화되는 나이라는 점을 감안해 대머리와 관련된 산업도 커지고 있다. 탈모시장은 모발관리 제품, 모발관리 서비스, 탈모치료제, 가발, 모발이식 등으로 세분돼 있으며 국내 시장 규모는 지난해 4000억원대에서 올해 5000억원대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탈모로 고민하는 남성 인구는 336만 명, 여성인구는 295만 명으로 추산된다. 발모제와 탈모시장에는 CJ(직공모발력)·LG생활건강(모앤모아)·태평양(닥터모) 등 대기업들이 뛰어들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가발시장도 나날이 커져 전체 시장규모가 지난해 700억원대에서 올해 2000억원대로 급성장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남성 화장품 시장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남성 화장품 시장은 2002년 1800억원, 2003년 2100원, 그리고 2004년에는 2500억원대 규모로 성장했다. 이재선 LG생활건강 과장은 “40~50대 남성을 타깃으로 내놓은 노화방지 전용 기능성 에센스의 매출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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