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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품 중심에서 ‘업그레이드’추진…“LG, 중국 고가시장 노린다”

저가품 중심에서 ‘업그레이드’추진…“LG, 중국 고가시장 노린다”

중국 한 백화점의 LG 전자 매장.
중국 고객들이 LG LCD TV를 구경하고 있다.
“앞으로 10년은 LG가 중국에서 도약하는 시기가 될 것입니다. 휴대전화와 정보기술(IT) 등 고부가가치 시장을 집중 공략할 것입니다.” 지난해 중국 LG전자 손진방(孫晋邦) 총괄사장이 부임 후 한 말이다. 중국에 들어온 지 10년이 지나서야 고급화로 승부하겠다는 것은 일반 외국기업에는 흔한 일이 아니다. 사실 LG는 지난 10년 동안 중국에서 현지화에 목숨을 걸었다. 심지어 외국기업으로는 드물게 중국기업과 가격인하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 같은 전략은 LG가 중국에서 큰 성장을 하는 데 도움이 됐다. 2002년 40억 달러였던 매출액은 지난해 100억 달러로 늘었다. 연평균 60%씩 매출이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LG전자 총 매출액의 20%를 중국에서 올렸다. 현재 LG는 중국 소비자들에게 중저가 제품의 대명사 정도로 인식돼 있다. 그런 LG가 이제 고급화에 시동을 걸었다. 양(量)으로 노하우를 축적했으니 이제 질(質)로 승부하겠다는 것이다. 손 사장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처음 10년은 시장을 개척하는 시기였습니다. 브랜드도 많이 알려졌고 소비자들에게 인정도 받았으니 고급화로 나가야지요.” 올 2월 24일 LG는 500만 달러를 투자해 중국에 물류회사를 설립했다. 중국에 진출한 외국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물류 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그렇다면 LG는 왜 이 시점에서 물류에 진출한 것일까. 중국 LG물류의 최만복 대표는 “충분하고 안정적인 물류수요가 있어야 물류회사의 존재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LG는 중국에 전자와 화학·건설 등 여러 회사가 있다. 이 중 LG전자는 중국 전역에 19개의 현지법인과 9개의 영업지사가 있다. 이 때문에 대규모 물류수요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물류회사가 있어야 LG가 중국에서 완전한 산업시스템을 갖췄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LG는 중국에서 IT와 통신·가전 등 3개 부문 비즈니스 영역을 구축했다. 이 중 상당수 제품은 판매 부문에서 전국 베스트 5에 들 정도로 성공했다. LG모니터는 이미 3대 명품에 올랐고, CD-ROM은 판매량 1위를 달리고 있다. MP3와 다른 디지털 제품도 상당한 시장을 갖고 있다. 가장 빠른 시간 내에 가장 높은 시장점유율을 보인 제품은 당연히 LG평면TV다. 2위는 전자레인지다. 세탁기와 에어컨은 5위에 올랐다. 거의 대부분의 제품이 선두그룹에 속해 있다.

‘중국의 LG’로 승부한다 지금까지 LG는 중국에 15억 달러를 투자했다. 중국은 이미 LG의 전 세계 시장 중 2위다. 손 사장은 “LG가 개척한 세계시장 중 중국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가장 크다. 그 중요성은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 전자 쪽 투자가 비교적 빨리 이뤄졌다. 디지털 가전 공장이 들어선 데 이어 PDP와 LCD 공장이 준공됐다. IT 제품 공장도 지난해 완공됐다. 비단 LG전자만이 아니라 LG그룹의 다른 회사들도 지난 10년 동안 중국에 투자를 늘려왔다. 현재의 휴대전화 외에도 가전과 화학 건축재료 등 부문에 투자가 동시에 이뤄졌다. 지난해 7월 LG는 중국본사 빌딩 상량식을 했다. 모두 4억 달러가 투자될 빌딩이다. 이 빌딩은 베이징의 가장 번화가인 장안제(長安街) 젠궈먼(建國門) 다리 주위에 있다. 건물이 완공되면 LG전자를 비롯해 화학과 산전·상사가 모두 입주할 것이다. 역대 중국총괄사장들은 항상 중국언론에 이렇게 말했다. “중국에서 LG는 한국의 LG가 아니고 중국의 LG다. LG는 성공한 중국기업이 되고 싶지 중국에서 성공한 외국기업이 되고 싶지 않다.” 사실 LG제품이 중국 소비자들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그 ‘친근감’ 이었다. 자주 중국기업과 가격 인하 경쟁을 했다. 2002년 LG는 에어컨 가격을 내려 판매량이 급격히 올랐다. 결국 하이얼(海爾)과 메이디(美的) , 거리(格力) 등 전자업체들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가격인하에 동참했다. 지난해 4월 23일 LG전자 본사의 김쌍수 부회장이 중국을 찾았을 때 한 간부가 농담으로 이런 말을 했다. “앞으로 LG전자 중국법인은 중국 LG전자로 이름을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LG의 현지화 전략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케 한다. 전임 노용악 사장 재임 기간에는 한국에서 가장 유능한 인재를 중국으로 보내도록 했다. 또 본사의 선진기술을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중국공장에서 활용토록 했다. 특히 중국에서 PDP 컬러 TV 연구개발에 많은 자금을 쏟아부었다. 그 결과 현재 중국에서 팔리는 다국적 기업의 PDP 컬러 TV 중 LG 제품이 판매량 1위다. 손 사장은 “ LG는 생산과 영업, 연구개발, 인재를 모두 중국에서 해결하는 완벽한 현지화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손 사장은 톈진(天津) 공장장이던 시절 공장 직원 2000명을 한국 본사로 보내 연수를 받도록 했다. 중국 총괄사장이 된 이후에도 그는 모든 직원들을 현지 혁신학교에 연수를 보내 회사가 필요로 하는 인재로 만들었다. 현재 LG 중국회사에는 3만여 명의 직원들이 있다. 이 중 98%가 중국인이다. 공장 원자재는 중간재의 95%를 중국에서 조달한다. 또 19개 공장은 현지의 일류 중국기업과 합작투자를 해 설립했다.

“중국 소비자 입맛에 맞춘다” 모든 현지 법인은 자체 연구개발센터에서 현지 소비자들 취향에 맞는 제품을 개발해 생산한다. LG는 이미 2002년 베이징에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했다. 현재 이곳에는 2000명의 연구인력이 있다. 지금까지 모두 4100만 달러가 투입됐다. 이는 한국의 본사를 빼고 전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LG의 연구개발센터다. 2003년 천진 연구개발센터가 신청한 특허 수가 중국 내 2위였을 정도다. 중국 최고의 하이테크 기업이라는 화웨이(華爲) 다음이었다. LG 경영층은 평소 저가였지만 회사에서 가장 좋은 제품을 중국시장에 선보였다고 자신했다. 그 결과 이제 LG는 그동안 입은 손실을 만회하기 시작했다. 손 사장은 “중저가 제품과 고가 제품 모두 중요하지만 올해 LG 목표는 고가시장 공략이다. 이를 위해 회사가 가진 모든 첨단기술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의 라이벌인 삼성은 처음부터 중국의 고가시장을 공략해 성공했다. 1997년 한국의 외환위기 당시 어려움을 당한 삼성은 99년부터 생산라인을 고급제품 라인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삼성이 중국시장에서 큰돈을 버는 비결이었다. LG도 그동안 노력해 디지털 가전과 정보통신·모니터 부문에서는 어느 정도 고급화가 이뤄졌다. 지난해 LG는 중국과 기타 지역에서 동시에 최신 PDP 제품을 출시했고 올해는 71인치 PDP와 500만 화소 카메라가 장착된 휴대전화를 선보였다. 손 사장은 제품의 고급화를 위해선 어느 정도 적응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부단한 연구개발이 필요하다는 것도 그는 알고 있다. 최근 들어 LG는 고급 휴대전화와 정보통신 제품의 시장 점유율을 점차 높여가고 있다. 앞으로 가전과 정보통신·휴대전화 매출 비중이 각각 3분의 1이 되도록 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광저우(廣州)에 있는 기업관리 회사의 한 임원은 “LG의 저가전략은 고급화로 가기 위한 전술 성격이 짙다. 이미 중국시장에서 인정을 받은 만큼 ‘고급화’에서도 상당한 시장점유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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