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단체장을 찾아서①… 손학규 경기도지사 “나는 스타 프로젝트만 없을 뿐 누구보다 일 많이 한다”
CEO 단체장을 찾아서①… 손학규 경기도지사 “나는 스타 프로젝트만 없을 뿐 누구보다 일 많이 한다”
“청계천 잘한 사업” 손 지사는 이 같은 ‘스타 프로젝트’가 갖는 문제점도 지적했다. “스타 프로젝트도 중요하지만 일반적인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직원에게 “추후 기자에게 경기도 내 SOC 투자 실적을 알려주라”고 말했다. 실제로 경기도 내 SOC 투자 실적은 대단하다. 연평균 증가율이 전국 최고 수준이다. 단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스타 프로젝트’가 없을 뿐이다. 그는 “스타 프로젝트 외에 도로·항만·발전소 등 수많은 건설사업이 있다”며 “스타 프로젝트는 경쟁 차원에서 핵심 요소가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단체장에게도 CEO 마인드가 강조되고 있는 요즘 그는 라이벌 이 시장에 비해 열세인 것처럼 느껴진다. 이 시장은 대기업에서 오랫동안 CEO 역할을 해왔고, 그 시절 이미 한국경제에 기여도가 컸던 인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 지사는 기업 CEO 경력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그의 전공은 정치학이다. 그리고 교수 출신이다. 기업은 물론 특정 기관의 단체장을 해 본 경험이 있을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CEO 마인드가 강한 단체장 중 한 명으로 꼽힌다. “CEO 경험이 중요하지 않다”는 자신의 말을 스스로 입증한 것이다. 심지어 그는 CEO 경험이 단점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자칫 과거 CEO였던 경험에 묶여 변화하는 세상을 제대로 읽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CEO… 혁신과 위험 감수” 그가 특별히 강조하는 것은 ‘열정’이다. CEO 경험이나 세계를 읽는 시각 등 필요한 요소가 모두 있다 해도 열정이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의미다. 그는 그야말로 열정적으로 일한다. 도의 수장임에도 불구하고 일 때문에 새벽에 귀가하는 날이 적지 않다. “지난 일요일에도 출근해 오후 2시에서 7시까지 일했다”는 그는 “열정이 있으면 자연히 일을 열심히 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CEO 마인드는 몇 가지 특성이 있다. 첫째가 혁신이다. “일반적으로 관료는 주어진 조직체계 내에서 일한다는 이미지가 있다”고 말하는 그는 “끊임없이 바꾸고 새로운 것을 찾아가야 한다”며 혁신을 강조했다. 파주 LCD단지 조성 시 있었던 일을 사례로 든다. 500개 가까운 단지 내 묘지를 수 개월 만에 이장했다는 것이다. “공무원이 묘지 주인과 한 명 한 명 직접 접촉해 해결했다”며 “CEO 마인드로 경기도 공무원의 자세를 바꾸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평가했다. 둘째가 리스크 테이킹이다.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다면 CEO가 아닌 것이다. 그는 이 사례로 지난해 5월 지멘스의 수석 부사장이 서울을 방문했을 때의 일을 얘기했다. “부사장이 1박2일 일정으로 서울을 방문했을 때 내게 주어진 시간은 30분이었다. 난 경기도 헬기로 그를 납치하듯 모셔와 투자설명회를 했다. 잘못됐다면 곤욕을 치렀을 것이다.” 손 지사는 투자 유치를 위해 위험을 무릅쓴 것이다. 마지막으로 ‘책임’을 든다. “CEO는 맡은 사안에 무한책임을 진다”고 말한다. 그는 최근 이천 물류창고 붕괴 사건이 터지자 부산에서 긴급히 현장으로 달려왔다. 민간기업의 일로 공무원이 간여된 것은 없지만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책임을 지지 못한다면 의회나 선거에서 책임을 묻게 된다. 그는 또 CEO의 덕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이른바 그가 즐겨 쓰는 용어로 ‘선장론’이다. “배의 선장이 하는 일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선원을 잘 이끄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선장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배의 위치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망망대해에서 배를 어디로 이끌지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다른 많은 단체장이나 기업인처럼 지방정부와 지역을 ‘배’에, 그리고 단체장을 선장에 비유한다. 그의 ‘선장론’에 따르면 경기도지사로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경기도가 지금 세계, 그리고 국내에서 어떤 위치에 있느냐를 파악하는 것이다. 그가 보기에 세계화라는 거센 파도가 몰려오는 망망대해에서 경기도가 갈 목표점은 ‘선진사회’며, 방법은 첨단산업밖에 없다. CEO는 우리나라 말로 바꾸면 ‘전문경영인’이다. 손 지사는 이 단어에서 ‘전문’이라는 의미를 축소한다. “어느 한 분야의 전문성보다 시공간적인 인식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래야 환경과 세계화라는 화두를 잡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경영인들은 특정 기술보다 세계적인 트렌드나 흐름, 즉 시대정신을 파악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목에서 최근 국내 최대 이슈가 되고 있는 강정구 동국대 사회학과 교수의 발언과 그에 대한 청와대와 여야의 갈등은 답답하기만 하다. 이 문제에 대해 손 지사는 단언한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이념논쟁이 아니다”라며 각종 이념적 주장을 “되지도 않는 헛소리”로 평가한다. 또 “이념논쟁은 현실에 대한 철저한 인식이 없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으로 본다. “우리에게는 그럴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10년 후, 20년 후 먹고살 길을 찾는 일”이라며 “유럽과 중국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일자리를 어떻게 창출할 것인지 등 구체적으로 할 일이 많다”고 현재의 이념논쟁을 안타까워했다. 그의 이 같은 CEO 마인드와 지자체 경영철학은 국가경영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 2년 전 본지 인터뷰에서 손 지사는 “그렇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우회적이다. “경기도는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다. 최첨단산업에서 어업까지 모든 산업이 있고 안보와 남북교류까지 있다”고 말했다. 가능하다는 얘기의 표현일 것이다. 그는 차기 대권 주자다. 많은 사람이 그의 행보에 관심이 많다. 그런 만큼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 “경기도지사 출마 안 해” “최근 대권 주자들이 차기를 노리고 움직인다고 한다.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그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대권 레이스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다른 후보들보다 지지율이 크게 떨어지는 것에 대해서도 그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다. “그저 인기투표에 불과할 뿐”이라고 봤다. 또 대권 레이스가 본격화되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실체를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때는 바뀔 것이라는 말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차이가 커지자 다음 도지사 선거 때 출마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는 말에는 단호했다. “절대 그럴 리 없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 “경기도지사로서 최선을 다하고 정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기도지사는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말과 같다. 대권에 대한 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손 지사가 뭔가 더 얘기하려 했지만 보좌하던 주변 사람들이 그를 막았다. 그렇게 인터뷰는 끝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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