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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때리기’무엇이 문제인가

‘삼성 때리기’무엇이 문제인가

삼성이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지난 5월 이건희 회장 명예 박사학위 수여 행사에서의 소동을 시작으로 여권의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개정 움직임, ‘불법도청 X파일’ 누출, 법원의 에버랜드 전환사채(CB) 발행 유죄 판결, 이 회장 자녀에 대한 금융계좌 추적에 이르기까지 삼성을 겨냥한 화살들이 쏟아지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와 여당의원들이 공격의 선봉에 선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 법원까지 삼성에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 같은 ‘삼성 때리기’는 최근 정국을 뒤흔든 ‘강정구 구하기’ 논란과 함께 하반기 최대의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강정구 교수 불구속 수사를 적극 지지한 정파나 시민단체들이 삼성은 맹렬히 공격하고 있다. 소니를 꺾고 초우량기업의 반열에 올라선 삼성이 공격을 당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삼성 ‘공격수’들의 변과 삼성 임직원들의 답답한 심정도 들어봤다.
<편집자>

삼성이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발행 사건’ 1심 재판에서 패소한 직후인 10월 어느 날. 서울 태평로 삼성 본관 사옥을 지나는 사람들의 발길에 이건희 삼성 회장의 찢어진 사진들이 걷어차이고 있었다. ‘부도덕한 재벌총수 이건희를 구속하라’는 조잡한 문구와 함께였다. 행인들이 밟고 다니라고 어느 시민단체가 일부러 깔아놓은 종이 사진들이었다. 거리에는 비까지 내려 이 회장의 얼굴은 온통 진흙더미로 얼룩졌다.

퇴근길에 삼성 본관을 걸어나오는 누군가 낮게 중얼거렸다.
“정말 이 정도의 대접밖에 받지 못하나. ”
민망함과 모욕감으로 가득한 표정에는 누군가를 향한 까닭 모를 분노가 드러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그만이었다. 푸념은 이내 빗소리에 묻히고 거리를 지배하는 것은 여전히 무심한 일상들이었다.

전방위 삼성 압박
지난 5월 2일 오후 고려대 인촌기념관. 이건희 삼성 회장에게 명예철학박사 학위를 주는 행사가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학생 100여 명이 삼성의 무노조 경영을 비판하며 시위를 벌이는 바람에 행사는 재단이사장실에서 약식으로 치러졌다. 이 회장은 수상 기념 연설과 신축된 ‘100주년 기념 삼성관’ 만찬을 취소하고 학생들을 피해 서둘러 떠났다.

이날 사건이 삼성과 이건희 회장에게 닥쳐올 공세의 전주곡이었을까. 이후 삼성에 대한 압박이 국회의원 ·시민단체 등에 의해 전방위로 펼쳐진다. 법원에서도 삼성이 잘못했다는 판결을 내렸다. 여기에 ‘불법도청 X파일’이 더해지면서 삼성에 대한 공격이 탄력을 받게 된다.
박영선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등 여야 의원 25명은 6월 1일 계열사 주식을 일정 수준보다 더 많이 보유한 금융회사에게 해당 주식의 전부 또는 일부의 처분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일부 정리해야 한다. 금산법을 둘러싼 논란은 ‘정부의 삼성 봐주기’ 공방으로 확산됐고 급기야 2005년 국정감사장을 뜨겁게 달구는 쟁점으로까지 떠올랐다. 9월 26일 서울보증보험과 우리은행 등 삼성자동차 채권단이 채권금융기관협의회 운영위원회를 열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31개 삼성 계열사를 상대로 삼성차 부채 2조4,500억원과 연체이자를 상환하라는 소송을 내기로 결의했다.

서울 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는 10월 4일 허태학 전 에버랜드 사장 등에 대해 “에버랜드가 CB를 이재용 씨 등에게 싼값에 넘겨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해 유죄를 선고했다.
잠자코 있던 재계가 입을 열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은 10월 13일 “특정 대기업에 대한 비판적인 분위기가 지나치게 확산되고 있다”며 “이는 기업활동의 위축과 세계시장에서의 기업 브랜드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세계시장에서 크게 성공한 기업을 비난하는 것은 시장경제의 가치와 질서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삼성 때리기에 대한 전경련의 첫 입장 표명이었다.
그러나 삼성에 대한 공세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쟁점이 추가되는 양상이다. 참여연대는 같은 날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 등을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참여연대는 고발장에서 “2000년 5월 이재용 씨가 삼성구조본부 등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인터넷 사업을 시작해 14개사를 설립했으나 급격히 부실화되자 2001년 7월 제일기획 등 계열사가 이재용 씨의 지분을 사들여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여당·NGO 시각
“문제 일으킨 쪽은 삼성”


참여연대는 최근의 논란에 관해 “삼성 때리기가 아니라 오히려 삼성 구하기”라는 입장이다. 김상조 경제개혁센터 소장은 “이 회장을 비롯한 적은 지분을 가진 오너의 가족경영과 독단이 이뤄지는 지배구조를 그대로 놔두면 삼성이 위기에 빠질 수 있고, 이는 결국 국가경제의 위기로 이어진다”는 논리를 편다.

대주주를 적절히 견제할 장치가 있었다면 이번 사태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거란 얘기다.
특정 기업을 타깃으로 삼는다는 비판에 관해서도 고개를 가로젓는다. 최한수 경제개혁센터 팀장은 “삼성이 이슈로 떠오른 것은 기업이 법 위에 군림할 수 없다는 당연한 원칙을 확인한 것일 뿐”이라면서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단순히 삼성이 이슈이기 때문에 이를 ‘삼성 죽이기’라고 말한다면 이것이야말로 ‘법치 죽이기’이자 ‘민주주의 죽이기’”라고 말했다.

김현미 열린우리당 의원은 “이번 일은 삼성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고 말했다. 몇 달 전 공정거래법 위헌소송을 제기할 때부터 이런 상황은 예고돼 있었다고 설명한다. 김 의원은 “위헌소송을 내는 것을 보고 실망이 컸다”며 세상을 자신들 뜻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듯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금산법 개정안을 발의한 박영선 열린우리당 의원은 “삼성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정의에 관한 문제”라고 말한다. “삼성이 법을 어기지 않았다면 아마 아무 일도 없었을 겁니다. 법을 어겼기 때문에 일어난 문제이고 그 대상이 삼성이었을 뿐입니다. 만약 다른 회사가 그랬다고 해도 똑같은 문제 제기가 있었을 겁니다.”
- 정일환 기자

삼성 공격의 타깃은 지배구조
지난 일에 대한 시시비비를 제외하면 삼성에 대한 공세가 겨냥하는 과녁은 지배구조라고 할 수 있다. 재벌 총수 일가가 5%도 안 되는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데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팽배한 실정이다. 또 지분이 얼마 안 되는 총수 일가가 경영권을 행사하기 위해 계열사들 사이의 출자를 활용하며 여기에 금융회사가 큰 역할을 한다는 인식이 있다. 이에 따라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을 분리해야 한다는 취지로 금산법이 제정됐고 개정이 추진 중인 것이다.

1997년 3월에 발효된 금산법의 24조는 기업집단 소속 금융계열사가 비금융계열사의 주식을 5% 이상 보유할 경우 미리 금융감독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규정했다.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던 금산법이 갑자기 현안으로 떠오른 건 그로부터 7년여가 지난 2004년 6월이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삼성카드-에버랜드, 현대캐피탈-기아차 등 금산법을 위반한 10여 개 사례를 적발했다. 삼성카드는 에버랜드 지분 25.6%를 금산법이 시행된 이후에 취득하면서 금감위의 승인을 받지 않아 문제가 됐다. 삼성카드는 “현실적으로 20%가 넘는 지분을 처분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금감위에 밝혔다.

참여연대는 5월 무렵부터 ‘전선’을 확대한다. 금산법 시행 이전에 취득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도 금산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지분은 처분한다 해도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틀이 크게 바뀌지는 않는다. 삼성카드 지분이 없어도 이재용 상무가 에버랜드 지분 25.1%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은 사정이 다르다.

삼성생명이 5%를 초과하는 2.3%의 주식을 처분하면 이건희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16.1%에서 13.8%로 낮아져 경영권이 불안해진다. 외국 자본에 의한 적대적인 인수 ·합병(M&A)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지만 삼성은 “만에 하나의 위험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영선 의원이 발의해 제출한 개정안은 바로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지분은 물론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도 처분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산업-금융 분리가 정답인가
금산법 논란을 통해 해묵은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에 대한 것이다. 분리해야 한다는 논리는 전통적으로 은행업에 적용돼 온 것이었다. 중앙은행으로부터 대출받고 고객의 예금으로 신용을 창출하는 은행업은 이미 오래 전부터 금융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일종의 ‘면허업’이었다. 은행업 운영이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할 뿐만 아니라, 시장질서를 떠받치는 공익적인 성격이 강해 대부분의 국가는 은행에 대한 진입장벽을 치고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이 산업자본의 은행지배를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는 것이나, 우리나라가 대기업의 은행 지분 취득을 엄격하게 차단하고 있는 것은 이 같은 배경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은행업뿐만 아니라 보험 ·증권 등 금융 전반을 대상으로 논리가 전개되고 있다. 즉 삼성그룹의 경우 “삼성생명이나 삼성카드와 같은 금융사들이 삼성전자나 에버랜드와 같은 비금융사를 지배하는 것이 온당하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주장하는 이들은 “금융사들이 재벌기업의 사금고로 이용될 소지가 있다”, “고객의 돈을 이용해 총수의 경영권을 방어한다” 등의 논거를 내세우고 있다.
삼성을 비롯한 대부분의 기업은 소속 금융사가 비금융사에 출자를 하게 된 것은 규제론자들이 우려하는 대로 계열사에 대한 총수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것이 아니라 70년대 이후 기업 외형을 키우고 사업을 다각화하는 데서 비롯됐다고 반박한다.

사실 삼성생명만 해도 삼성전자 지분을 취득한 것은 70년대의 일로, 당시는 산업이나 금융산업의 기반이 워낙 척박했던 탓에 산-금 분리를 논의할 계제가 아니었다. 여기에다 산업자본이 계속 성장하는 동안 국내 금융자본은 관치금융의 폐해에 시달리며 영세성을 면치 못했다. 보험이나 증권 같은 금융업은 산업자본의 지원 없이는 성장이 불가능했다. 삼성은 섬유와 무역으로 번 돈을 금융업에 투자했고, 동부그룹은 건설에서 번 돈으로 보험사를 키웠다. 계열 분리 전의 LG와 현대그룹도 제조업에서 자본을 축적해 제2금융 사업을 시작했다.

게다가 은행업은 97년 외환위기 이후 금융시장이 개방되자마자 모두 외국계 수중에 떨어지거나 공적자금을 받는 ‘국영은행’으로 전락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산-금 분리 원칙이 다른 금융영역에 무차별적으로 도입될 경우, 즉 산업자본이 금융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될 경우 과연 누가 제2금융권을 지배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윤 교수는 이어 “국내에서 순수 금융업을 영위할 수 있는 기업이 도대체 몇 개나 될 것인가라는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배구조 개선’ 논리의 함정
삼성을 비판하는 측이 문제삼는 다른 하나가 ‘지배구조’다. 언젠가부터 정책 당국과 시민단체는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용어를 자주 쓰게 됐다. 그러나 과연 ‘개선’이라는 단어가 제대로 사용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왜냐하면 ‘개선’이란 현 지배구조가 좋지 않다는 사실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구조가 선진적이지 못하고 뭔가 봉건적이거나 시대에 뒤떨어진 구조를 갖고 있는 것으로 비친다.

이제 ‘지배구조 개선’ 논리를 삼성에 대입해 보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의 소유-지배 괴리도가 심각하고 계열 금융사의 돈을 이용해 총수 일가의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7월 12일 공정위는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삼성 총수 일가가 4.4%의 지분으로 31.1%의 의결권을 행사해 소유-지배 괴리도가 26.7%포인트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즉 4.4%의 지분만큼만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계열사 간 순환출자구조를 이용해 26.7%의 간접 지배력(공정위의 표현대로라면 ‘가공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이 문제라는 요지였다. 공정위는 여기에 ‘의결권 승수’라는 개념까지 도입했다. 의결권 승수는 의결지분율을 소유지분율로 나눈 값으로 수치가 클수록 지분에 비해 많은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소유-지배구조 왜곡이 심각하다는 뜻이라고 공정위 측은 설명했다.

이 방식대로 삼성의 의결권 승수를 계산하면 약 7.1이 나온다. 이른바 1주로 7주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바로 이런 점이 삼성을 비롯한 국내 대기업 지배구조의 문제라고 질타한다.하지만 이 같은 양상을 상법상 ‘1주=1표’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곤란하다. 분명 1주는 1표의 효과밖에 가지지 못한다. 하지만 회사의 모든 사안을 주주들 간의 투표로 결정할 수는 없다. 주주들은 누군가에게 경영을 맡긴다. 경영자는 대주주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한 주도 갖고 있지 않은 전문가가 될 수도 있다.

전경련의 양금승 기업정책팀장은 “주주들은 자신의 권한을 위임한 경영자를 통해 이익을 극대화하려 한다”며 “만약 경영자의 능력에 문제가 있다거나 성과가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주주총회를 열어서 경영자 측과 표대결을 펼 수 있는 것이 주식회사 제도의 본질”이라고 설명한다.
경영자는 자신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상 경영에 전권을 행사한다. 마치 단 1%포인트 차이로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하더라도 100%의 권력을 행사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우리는 이런 정치구조를 비민주적이라고 결코 얘기하지 않는다.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이건희 회장의 지배구조를 다시 한번 들여다 보자. 2004년 말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총자산은 135조원. 이 회장의 개인지분은 1.9%다. 삼성의 지배구조를 공격하는 측에선 이 회장이 고작 2%의 의결권만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부각시킨다. 하지만 이 회장이 135조원짜리 거대 기업을 불과 2%의 지분으로 사들였다고 오해한다면 곤란하다. 그것은 대중을 앞장세워 공격할 수 있는 포인트는 될지언정 진실은 아니다.

20년 전인 지난 8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8.1%였다. 지분은 그 이듬해에 7%로 낮아졌고 해마다 조금씩 줄어들어 오늘에 이르렀다. 이 회장의 지분이 계속 감소한 이유는 무엇일까. 도중에 지분을 팔아 현금화했기 때문이 아니다. 기업을 키우기 위해 증자를 하고 막대한 투자비를 조달하기 위해 해외에서 주식을 발행한 결과이다. 이 회장은 지분하락을 감수하면서 자본을 조달해 왔고 그동안 삼성전자는 국내 최고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이 회장이 현저하게 낮은 지분으로 거대기업을 지배하고 있다고 비난한다면 말이 안 된다는 것이 삼성 측의 억울한 심정이다. 기업을 성장시킨 데 따른 칭찬과 후한 보상은 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민주-반민주의 잘못된 구도를 끌어들여 독재를 하고 있다고 손가락질을 하면 되느냐는 항변이다. 재계에서는 “경영자의 지분율이 낮다는 이유로 당사자와 해당 기업을 규제하기로 마음 먹는다면 앞으로 누가 창업을 해서 기업을 키우겠느냐”고 반문한다. ‘경제 민주화’는 달성할지 모르지만 창업을 하겠다는 의욕이나 모험을 감수하며 불가능에 도전하겠다는 기업가 정신은 말라죽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 회장의 입장에선 결국 성공을 처벌당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고 보지 않을까.

삼성 사람들의 생각
“할 말 많지만 ‘여론’ 부담”


삼성은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유죄판결이 내려질 때만 해도 “할 말은 하겠다”는 분위기였다. 실제로 올해 들어 삼성을 향한 곱지 않은 여론에 관해서는 공식적으로 입장도 여러 차례 밝혔다. 지난 6월에는 삼성 사장단이 토론을 벌인 끝에 “1%의 반대세력이라도 끌어안고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담화문을 냈다. ‘X파일’ 공개 직후에는 “잘못된 관행과 구습을 단절하고 국민의 기대와 사랑에 보답할 것”이라며 임직원 명의의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정감사를 전후해 숨돌릴 틈 없이 악재가 이어지자 삼성은 공식창구를 제외하고는 말을 아끼기 시작했다. 삼성을 향한 비판에 “할 말은 있지만 기업 본연의 활동에 전념하겠다”는 원론을 되풀이할 뿐이었다. 물론 일부 임원들이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는 경우는 있었다. 삼성 계열사의 한 임원은 “주변으로부터 스포츠 중계만 틀면 다 삼성이라 보기 싫다는 말까지 들었다”면서 삼성이 ‘공공의 적’처럼 비치는 것에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13일 검찰이 이재용 상무를 비롯한 이건희 회장 자녀의 계좌추적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삼성 사람들은 아예 입을 다물었다. 이제는 간접적인 불만 표출이나 논평마저도 사라져버린 것이다. 삼성 측은 비판론자들이 타협의 여지를 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삼성 구조조정본부의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지금 여론은 창업주 일가의 경영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면서 “양보하면 지는 것이란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 정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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