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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즐거움 ·공간을 파는고급 생활문화 명소로”

“맛 ·즐거움 ·공간을 파는고급 생활문화 명소로”

삼성 유통 사업의 산파역을 맡았고 쓰러진 뉴코아를 살려낸 강근태 사장은 국내에서 잘 알려진 유통 전문가다. 고급 생활문화 공간인 ‘디자인 돔’을 맡은 그가 유통 인생의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할 수 있을까.
"물건만 파는 유통의 시대는 저물었습니다. ” 고급 생활문화 공간인 ‘디자인 돔(design-dom: design+kingdom의 합성어)’을 운영할 가구 등 생활용품 디자인업체 엠포리아의 강근태(59) 사장은 새로운 형태의 유통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말에 문을 여는 디자인 돔은 고급 생활문화의 ‘원스톱 솔루션’ 구현을 목표로 만들어진 복합 상업 건축물이다. 지하 2층 지상 15층 규모(주차장 별도)인 이 건물은 강남 도산대로변에 들어선다. 강근태 사장은 “사람을 만나고, 먹고 마시고, 문화와 엔터테인먼트를 즐기는 일을 한 곳에서 모두 할 수 있도록 꾸몄다”며 “문화 ·웨빙 ·디자인 ·엔터테인먼트 등을 판다는 점에서 기존 유통점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뿐만 아니다. 건물 외관도 독특하다. 이 건물은 마치 예술작품을 떠올리게 한다. 엠포리아 측은 건물 외벽을 모두 투명 유리로 덮어 밖에서도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게 했다. 빌딩 디자인의 세계적인 추세인 이런 누드빌딩을 국내에서 제대로 선보이는 첫 사례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국인 2명이 이 건물과 인연을 맺은 점도 눈길을 끈다. 한국의 산업디자인 수준을 한 차원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이노디자인의 김영세 사장은 디자인 테마빌딩을 짓는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이 건물 12, 13 두 개 층을 매입해 본사로 쓰기로 했다. 결혼파티 ·콘서트 ·이벤트 홀 ·댄싱 룸 ·스카이 라운지로 꾸밀 지하 1, 2층과 14, 15층은 파티 기획자이자 디스플레이 전문가로 명성이 높은 케빈 리(Kevin Lee)가 맡았다. 재미교포인 케빈 리는 오스카나 에미상 수상식장의 행사 준비를 주관했고, 톰 크루즈 등 미국의 유명 연예인과도 친분이 있어 그들의 파티를 수도 없이 기획했던 인물이다. 이런 디자인 돔을 이끌 수장인 강근태 사장은 유통 전문가로 잘 알려진 사람이다. 1972년에 공채로 삼성그룹에 들어가 30년 가까이 삼성맨으로 일한 그는 90년대 중반 삼성물산 시절 신수종 사업으로 불린 유통사업의 밑그림을 그렸다. 분당의 쇼핑 명소인 삼성플라자나 할인점업계 2위인 홈플러스가 그의 손을 거친 작품이다. 국내에 조르지오 아르마니를 들여왔고, 스타벅스를 국내 대형 건물(뉴코아)에 가장 먼저 들여놓은 주인공이기도 하다. 1대 삼성플라자 점장도 지낸 강 사장은 특히 3년7개월 동안 뉴코아의 법정관리인으로 일하며 유통 전문경영자로서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2000년 11월에 뉴코아 법정관리인으로 취임한 그는 강력한 구조조정과 기업 이미지(CI) 개편, 윤리강령 선포 등 혁신적인 조치를 내놓으며 채권 은행과 상거래 채권을 가진 협력업체들의 이해 관계가 난마처럼 얽혀 회생 기미가 없던 뉴코아를 살려냈다. 새로운 유통 사업을 구상하고 있던 엠포리아의 정연석 회장은 지난해 초부터 강 사장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정 회장은 백화점 인테리어와 가구 디자인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인물이다. 78년 디자이너로 삼성그룹 공채에 합격한 후 삼성전자의 해외 전시관 등을 기획하다 독립해 현대 ·신세계 ·애경 ·한신코아 등 백화점 인테리어를 맡았다. 지금은 강남 부유층 사이에서 꽤 알려진 수입가구회사 디오리지날의 회장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삼성물산에서 한때 같이 일한 인연이 있었다. 뉴코아 회생을 매듭짓고 같이 일을 해보자고 답한 강 사장은 지난해 6월에 서울중앙지법 파산부가 뉴코아의 회사정리절차 종결을 선언한 뒤 본격적으로 정 회장과 손을 잡았다. 디자인 돔의 애초 개념은 명품 백화점 쪽에 가까웠다. 강 사장은 정 회장과 논의 끝에 기본적으로 명품을 지향하면서 이야기와 주제가 있는 새로운 고품격 생활문화 공간을 만들자고 의견을 모았다. 맛과 즐거움, 그리고 공간을 파는 강남의 명소로 키워보자는 것. 구체적으로 2층부터 4층까지는 일본식 레스토랑 ‘마루’와 중국 문화원에서 후원하는 패션 몰, 광동식 딤섬 레스토랑 등 ‘차이나 룸’이 자리를 잡는다. ‘마루’는 신라호텔 조리장을 거쳐 현재 고급 일식전문점 ‘에도긴’을 운영하고 있는 이병완 씨를 영입해 맡기기로 했다. 5, 6층에는 명품 수입가구인 ‘디오리지날’의 갤러리가 들어선다. 지하층과 4층 사이에 음식 운반 전용 엘리베이터가 운행돼 레스토랑과 파티 홀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준다. 여기에 케빈 리가 엠포리아와 합작사를 세워 선진 파티문화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른바 ‘공간문화 사업’이다. 고급 소비층을 대상으로 실내를 우아하고 세련되게 꾸며 행사나 모임 등을 유치하는 새로운 비즈니스다. 강 사장은 특히 새로운 유통 개념을 흐트리지 않기 위해 디자인 돔 안에는 직영 또는 조인트 벤처 형태의 사업체만 들여놓을 계획이다. 가칭 ‘엠포리아 포럼’이란 협의체를 구성해 건물 운영과 새로운 사업 개발 등에 대해서도 협의한다. 강 사장은 “가치 있는 가격에 비용을 지급할 능력이 있는 20~50대가 타깃이며, 20?0대 고객이 주류를 이룰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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