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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출세 꿈 갖고 있나요 땅 이렇게 사면 안 돼!

[재테크] 출세 꿈 갖고 있나요 땅 이렇게 사면 안 돼!

최근 과학기술부 장관에 내정된 김우식씨는 요즘 심기가 불편하다. 한 부처의 수장으로서 국가 경영의 책임과 의무를 다할 수 있게 되는 명예로운 자리에 내정되기는 했지만, 그의 부동산 투기 혐의 관련 의혹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수십 년간 ‘노후’를 위해 구입해 온 부동산들이 지금은 그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현재 김 내정자는 경기도 파주·용인 등지에 40억원 상당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 주위의 시선이 곱지 않은 건 당연하다. 2004년부터 부동산 투기와 전쟁을 벌이고 있던 노무현 대통령 바로 옆에서 그를 보좌하던 비서실장이 투기의 귀재였다는 비판 때문이다. 김 내정자는 곧 있을 험난한 인사청문회를 넘어야 한다. 고위 공직자들의 부동산 비리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박재찬 숙명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1970년대와 80년대 한국의 고도 경제 성장기 때 가장 좋은 재테크는 부동산이었다. 부동산 소유에 대한 도덕적 문제 제기와 법적 규제도 낮은 상황이다 보니 사회 지도급 인사 대부분이 돈이 될 만한 땅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해 왔다”고 설명한다. 김 내정자가 보유한 토지도 74년과 87년에 구입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문제는 고위 공직자에 대한 도덕적 기준은 꾸준히 높아져 가고 있지만 그들의 인식은 변화 속도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내정자는 99년 용인의 토지를 마지막으로 구입했다. 시대가 변했지만 오래전부터 계속해 온 관행을 버리지 못하고 있던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93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강행한 ‘공직자 재산 공개’ 이후 10여 년간 땅으로 문제 된 20여 명의 고위 공직자를 분석했다. 낙마한 국무총리, 장·차관, 검찰총장, 경찰청장, 대법원장, 헌법재판관,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을 분석해 이들이 어떻게 부동산에 편법 투자해왔고 어떤 변명을 하다가 결국 물러나야 했는지 알아봤다. 그리고 흠이 있으면 대통령도 구해 주지 못하는 세상에서 공직에 오르기 위해 절대로 멀리해야 할 부동산 투기 유형에 대해 정리해 봤다.

위장 전입 통한 취득이 가장 많아

▶일러스트:조경보

‘위장 전입을 통한 부동산 취득’은 가장 많은 고위 공직자를 사퇴하게 한 원인이었다. 2005년 초에 낙마한 최영도 전 국가인권위원장과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2002년 국회 임명 동의안이 부결된 장대환 국무총리서리, 2001년 물러난 안정남 전 건교부 장관, 98년 사퇴한 주양자 전 보건복지부 장관, 93년 물러난 박양실 전 보사부 장관, 조규일 전 농림수산부 차관, 김문기 전 의원 등이 있다. 위장 전입은 도시인들이 지방 토지를 매입하기 위해 가장 많이 사용해 왔던 투기 방식이다. 자신의 주소지를 지방으로 이전, 현지인만 할 수 있도록 규정된 토지를 취득했다. 주로 친인척을 지방 주소지로 전입시키는데 부인의 이름을 이용한 사례가 가장 많았다. 서울에서 함께 거주하지만 부인의 실거주지가 지방으로 되어 있다면 위장 전입에 의한 토지 구입 가능성이 크다. 부부가 20년 이상 별거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위장 전입이 많은 이유는 간단한 서류 제출만으로 가능하고 실거주자 확인이 어렵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자들이 높은 어르신들의 토지 구입 때 가장 많이 권유했기 때문이다. 또한 적발될 경우 집안 사정이나 은퇴 후 내려갈 장소를 미리 매입한 것이라는 당당한 주장을 펼 수 있어 살아날 확률도 높다. 위장 전입이 보다 교묘하게 변형한 형태로 위장 소송과 위장 증여도 있다. 현지인이 아니면 구입할 수 없는 토지를 취득하는 데 사용되는 기법이다. 위장 소송은 소유주인 원주민과 짜고 채무 변제 등을 이유로 소유권 이전등기 이행 소송을 하는 방법이다. 위장 증여는 농지 증여의 경우 현지 거주 농민이 아니라도 가능하다는 농지매매규정을 이용, 농민에게 증여받는 형식으로 농지를 매매하는 방법이다. 불법 명의신탁·명의이전에 의한 부동산 실명법 위반도 고위 공직자 부동산 비리의 단골 메뉴다. 위장 전입으로 문제를 일으킨 고위 공직자 상당수가 불법 명의신탁을 사용하기도 했다. 박준규 전 국회의장, 박태준 전 국무총리, 장상 전 국무총리서리 등이 이로 인해 낙마해야 했다. 명의신탁은 타인의 명의를 이용해 농지를 구입하는 방법이다. 부동산 투기꾼들이 농민의 토지를 저렴한 가격에 사 사회적 문제가 되자 이를 금지하는 농지매매규정이 생겼다. 현지 거주 농민이 아니면 토지를 구입할 수 없게 한 규정이다. 그러자 아예 자신이 구매하기 원하는 지역 토지를 친인척이나 현지 농민의 명의를 이용해 구매하는 편법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다양한 토지 투기 기법 중에 명의신탁과 명의 이전을 선호하게 된 이유에는 타인 재산으로 등록되는 과정에서 나오는 재산 은닉 효과도 자리 잡고 있다. 공무원 급여로 수억원 이상의 대단위 부동산 구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석연치 않은 금액이 생기는 경우 자신의 이름으로 금융기관에 입금하기 어렵다. 이럴 때 명의이전을 이용해 부동산을 구입하면 문제가 간단히 해결된다. 공직자 재산공개 발표에서 재산 축소와 부동산 투기 의혹이 겹쳐지는 배후에는 대부분 명의이전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따금 명의를 빌려준 이들이 소유권을 주장해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래서 명의 도용자의 재산권 주장을 막기 위해 미리 근저당권을 설정해 놓는 기법이 사용되기도 했다. 96년 부동산 실명제가 실시된 뒤 명의신탁 사고가 많아지자 친인척 명의신탁이 증가했다. 그러다 보니 편법 증여에도 명의신탁이 자주 등장한다. 미성년자 자녀나 손자에게 토지를 증여할 경우 소득이 없기 때문에 증여세를 내야 한다. 이럴 경우 다른 사람에게 명의신탁을 한 다음 그 사람과 어린 자녀 사이에 부동산 매매계약서를 체결하게 한다. 등기를 넘겨받지 않는 한 명의자는 다른 사람으로 돼 있기 때문에 미성년 아들은 아무런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아들이 성인이 된 다음 명의를 넘겨받게 되면 증여세에 비해 훨씬 적은 취득세만 내면 되기 때문이다.


개발 정보 이용도 공직자 낙마 원인 개발 정보를 미리 입수해 부동산을 취득하는 행위도 공직자 낙마의 주요 원인이다. 강동석·안정남 전 건교부 장관 등이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사임해야 했다. 현재 공직자윤리법은 공직자가 직무상 정보를 이용해 부정한 재산 증식을 한 경우 그 정도에 따라 경고·과태료·해임·징계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특히 개발 정보의 경우 부처별로 이를 악용하지 못하도록 비밀로 지정해 놓고 위반시 그에 상응한 처벌을 하고 있다. 고위 공직자는 건교부나 서울시 개발 담당이 아니더라도 부동산 개발 예정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확한 물증을 잡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경기도 용인 지역이 좋은 예다. 93년 용인지역 개발이 시작되기 전 장·차관, 국회의원 등 50여 명의 고위 공직자는 용인 인근 대지 16만 평을 소유하고 있었다. 93년 부동산 투기 혐의로 사퇴한 김덕주 전 대법원장은 86년부터 이 일대 토지 1만6000평을 매입해 왔다. 박종철 전 검찰총장은 5600평, 김철수 전 상공부 장관은 기흥 일대 1000여 평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었다. 외무부의 경우 한승주 당시 장관을 비롯해 12명의 현직 대사가 용인 지역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용인 이외에도 제주, 충남 서산, 강원 평창 지역 등의 부동산을 소유한 고위 공직자들도 상당수 나타났다. 이 중 일부는 부동산 투기 혐의로 공직에서 사퇴했지만 대부분의 공직자는 ‘주위의 권유에 의한 묻지마 투자였다’고 주장했고 무사히 넘어갔다. 정경진 행정자치부 공직윤리팀장은 “자신의 직무상 위치를 이용해 재산 증식을 했을 경우 처벌 대상이지만 오래전에 미리 구입한 토지의 가격이 상승해 수익을 올린 것은 처벌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무원의 부동산 취득과 관련해서는 항상 많은 논란이 있다. 바로 투자와 투기의 차이에 대해 누구도 명확히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심지어 한 고위 공직자는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재산이 많았다는 이유로 사퇴해야 했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내가 하면 투자고 남이 하면 투기라는 국민의 심리가 강하게 반영돼 있다”고 지적했다. 출세를 원한다면 재테크에서 아예 부동산이라는 단어를 지우는 것도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 고위 공직자 투자 비법 따라하기도 유행 ■■■■ 땅 때문에 이른바 ‘물먹은’ 고위공직자들이 많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이들의 투자 노하우를 배우려는 것도 사실이다. 다행히(?) 앞으로는 좀 더 쉽게 배울 수 있게 됐다. 여야 의원 186명이 ‘고위 공직자들의 재산이 얼마인가를 넘어 어떻게 재산을 모았는지 과정까지 밝혀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발의했기 때문이다.

▶공직자 윤리위원회에서 문제 공직자들을 발표하고 있다.

그동안 공직자 재산 공개 과정에서 문제가 됐거나, 얼마 전 모 방송국에서 보도한 고위 공직자의 재산 형성 과정을 보면 이들은 확실히 투자의 달인이었다. ‘고위 공직자 투자 비법 따라하기’가 재테크족의 필수 과목이라는 것이 농담만은 아니다. 고위 공직자들의 투자 수단은 ‘주식’보다는 ‘땅’이었다. 일부 공직자가 우량주를 장기 보유해 막대한 차익을 본 사례가 있지만 극히 일부다. 그렇다면 ‘땅 부자’가 된 고위 공직자들은 어디에 돈을 투자했을까. 일반적인 땅 투자 원칙과 크게 다른 것이 없다. 주로 ▶싼 땅에 오래 돈을 묻는다 ▶토지가 수용되는 곳을 선점하라 ▶토지를 가공해 되팔아라 정도로 정리된다. 하지만 한두 가지 추가하자면 ‘개발 정보가 있는 땅을 미리 사되 법망을 교묘히 피하고, 가급적 부인이나 친인척 명의로 사라’. 한나라당의 B의원은 30년 전 서초동 일대에 땅을 사둬, 지난 97년 팔아 최소 300배 이상의 차익을 봤다. 이 의원은 또 88년 부인 명의로 그린벨트 내 임야 등을 취득했는데 현재 15배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당 K의원은 부인이 위장 전입하는 방식으로 27년 전 약 1000평의 농지를 사서 현재까지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시세 차익은 20~30배다. 열린우리당 K의원은 3년 전 그린벨트 내 농지를 1억여원에 매입했지만 한 번도 농사를 짓지 않았다. K의원은 오히려 이 땅을 조경업자에게 임대해 임대료까지 챙겼다. 현재 이 농지의 지가는 10억원이 넘는다. 헌법재판소의 한 재판관은 분당 일대 토지를 사고 팔아 막대한 차익을 본 뒤 이 돈으로 인근 용인시에 재투자했다. 건설교통부의 한 고위 관료는 공공택지로 수용되기 전에 송파구 장지동에 700여 평의 땅을 사서 토지가 수용된 뒤 되팔아 약 11억원의 재산을 불렸다. 하지만 이 역시 앞으로는 문제될 가능성이 크다. 고위 공직자 지위를 이용, 토지 개발 정보를 미리 얻어 이를 구입하면 수년 후 공직에서 은퇴한 뒤 이를 처분하더라도 처벌할 수 있는 법안이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위 공직자 부인이나 친인척의 토지 구매에 대한 감사도 늘어날 전망이다. 이뿐 아니다. 올해부터는 공직윤리종합정보시스템이 도입돼 행정부 내 재산 공개 대상자를 대상으로 1월부터 우선 실시된다. 공직윤리정보시스템은 그동안 오프라인으로 이뤄지던 공직자들의 재산등록과 조회 및 관리를 온라인으로 처리하는 시스템이다. 공직자 재산을 보다 투명하고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공직자윤리위원회 측 설명이다. 이 시스템은 공직자들의 재산을 재무제표 형식으로 등록하고 매년 변동액만 나타내던 것을 변동액과 누계 총액까지 같이 표시하게 해 정보 투명성과 국민의 알권리를 강화했다고 공윤위는 설명했다. 역으로 말하면 고위 공직자들의 투자법을 배우고 싶은 이들이 있다면 보다 편리하게 알 수 있는 길이 생긴 셈이다. 김태윤 기자·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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