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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발전의 르네상스

원자력 발전의 르네상스

Another Nuclear Dawn 원자력 발전의 신화는 20세기에 시작됐다가 곧 사라진 듯하다. 먼저 불기둥이 일었다. 두 개의 원자폭탄이 제2차 세계대전을 끝냈다. 동시에 원자의 미세한 구조 속에 엄청난 에너지가 저장돼 있음을 선언했다. 이어 등장한 신산업은 “너무 값싸 계량하기도 힘든” 전력 제공을 약속했지만 대신 높은 비용과 용납하지 못할 사고로 침몰했다. 그 묘비명이 쓰인 1980년대에는 맹인이나 맹신자가 아니고서야 원자력 발전에 투자된 수천억 달러의 자금이 그만한 효과가 있었다고 믿을 사람은 없었다. 그 후 세상은 크게 변했다. 석유와 천연가스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도무지 떨어지지 않을 기세다. 러시아와 이란 같은 주요 공급국이 몸을 사리자 세계 각국은 어쩔 수 없이 다시 정치적인 주판알을 튕기기 시작했다. 석탄은 값싸고 풍부하지만 탄산가스를 많이 내뿜는다. 탄산가스는 157개국이 배출량을 줄이기로 약속한 온실 가스다. 원자력 발전의 천적이었던 환경보호론자들은 이제 기후 변화의 위험성을 알리기에 여념이 없다. 에너지 수요는 20년 후에는 세계적으로 50% 정도(개도국의 증가율은 90%) 증가할 전망이다. 어디선가 에너지는 나와야 한다.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가능 자원을 활용해야 할 필요성이 명백하다. 앞으로 세계는 청정석탄 기술을 찾아야 하고 공장과 주택의 에너지 효율을 높여야 한다. 그리고 인도·독일 등 각국 지도자들이 최근 선언한 대로 원자력이 필요하다. 원자력 발전에 다시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을까. 20년 전 대중이 인내를 잃어가던 바로 그 시점에 원자력 업계와 당국이 일을 제대로 하기 시작했다는 주장은 다소 일리가 있다. 그 후 원자력 연구는 성장 산업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꾸준한 발전을 이뤄왔다.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원자력 발전 전문가 존 도이치에 따르면 현재 건조 중인 원자로는 운영만 잘 하면 사고율을 10분의 1로 줄인다. 설계를 바꾸면 기능 개선도 가능하다. 일례로 개량형 비등수형 원자로(ABWR)는 냉각재가 떨어져도 과열되지 않고 작동하도록 만들어졌다. 일본은 현재 ABWR 3기를 가동 중이고, 대만은 2기를 건설 중이다. 페블베드 모듈형 고온가스로(Pebblebed Reactor)는 우라늄 공을 이용한 열의 분산 기능이 아주 우수해 사고가 나면 스스로 차단한다. 중국과 남아공이 시범 발전소를 건설 중이다. 원자력 기술은 아직도 두 가지 잠재적으로 치명적인 문제점을 지닌다. 첫 번째는 이른바 연료 사이클이다. 우라늄 연료는 방사성 폐기물로 변하기 때문에 재처리하거나 폐기해야 한다. 두 방법 모두 문제가 있다. 재처리를 하면 핵폭탄 재료인 순수 플루토늄이 만들어지며, 폐기는 정치적으로나 기술적으로 모두 까다롭다. 과학자들은 이런 궁지에서 벗어날 방안을 탐구해 왔다. 핵폐기물을 폭탄의 재료가 아니라 연료로 만드는 신기술도 있지만 검증되지는 않았다. 핵 확산 문제는 외교적 악몽으로 남아있을 운명인 듯하다.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현재의 분쟁이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핵물질 확산을 억제하려면 핵 보유국들은 이란을 비롯한 나라들에 민수 원자로 개발을 허용하는 대신 연료 사이클 통제를 포기하도록 해야 할지도 모른다. 또 다른 문제는 원자력 발전의 경제성이다. 이론상 에너지값이 비싸지면 틈새시장이 생긴다. 그러나 “진짜 발전소를 건설할 때까지 비용이 얼마나 들지 아무도 모른다”고 도이치는 말했다. 그것은 이번에는 업계와 규제 당국이 일처리를 제대로 할지, 그리고 환경보호주의자들과 일반대중이 그들에게 기회를 줄지에 크게 좌우된다. 한두 군데에서 사고가 일어나면 원자력 발전의 제2장도 1장처럼 금세 막을 내리게 될지 모른다. 이번에는 그 중요성이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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