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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출장도 맞춤 여객기 타고

이젠 출장도 맞춤 여객기 타고

유럽의 여러 나라를 순방하는 한국 기업인들이 흔히 겪는 불편 중 하나가 환승 항공기를 기다리느라 아까운 시간을 까먹는 일이다. 도시를 옮겨다닐 때마다 항공편을 무료하게 기다리거나, 아예 허브 공항으로 돌아와서 목적지로 갈아타다 보면 날이 금세 저문다. 여객기 시간표에 승객이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여객기가 승객을 기다린다. 개인 제트기를 타고 비즈니스 출장을 다니는 맞춤형 여객기 시대가 열렸다. 전세기를 구입하라는 말은 물론 아니다. 전세기를 단기간 동안 빌리면 된다. 출발 하루 전에 항공사에 전화를 걸어 예약하면 유럽의 대부분 지역을 마음껏 휘젓고 다니는 개인 제트기 서비스가 제공된다. 루프트한자 항공이 유럽과 러시아 지역 1000여 곳의 도시를 잇는 개인 제트기(Private Jet·이하 PJ) 서비스를 실시 중이다. 한국에 정기노선을 취항하는 유럽 소재 메이저급 항공사(루프트한자 항공, KLM 네덜란드 항공, 에어 프랑스) 중 개인 제트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루프트한자 항공이 유일하다. 일단 인천국제공항에서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공항까지 세계 최장 제트 여객기인 루프트한자 항공의 에어버스 A340-600을 타고 간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하면 원하는 장소까지 원하는 시간에 가게끔 개인 제트기가 미리 와서 기다린다.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된 PJ서비스는 루프트한자 항공 탑승객이라면 누구나 활용이 가능하다. 프랑크푸르트와 뮌헨을 허브공항으로 삼아 유럽 각지가 거미줄처럼 촘촘한 항공망으로 연결된다. 이를 위해 루프트한자 항공은 개인 제트기를 여러 명에게 공동으로 대여하던 넷 제츠(Net Jets)사와 협약을 맺었다. 지금까지는 콘도미니엄 회원처럼 일부 지분을 보유해야만 넷 제츠사의 개인 제트기 이용이 가능했다. 그러나 루프트한자 항공이 넷 제츠사와 제휴함으로써 일반 승객도 언제든지 개인 제트기를 타게 됐다. 세계를 무대로 경영하는 기업인들에게 시간과 공간의 활용도는 사업 경쟁력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다. 많은 비즈니스맨은 시간과 싸운다. PJ서비스가 갖는 최대 장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PJ서비스를 이용하면 원하는 시간에 바로 목적지로의 이동이 가능하다. 일반 항공편 환승 과정에서 버리는 시간을 절약한다. 인천공항에서 폴란드 바르샤바와 슬로바키아 수도 브라티슬라바를 방문한다고 치자. 일반 항공을 이용하면 인천→프랑크푸르트→바르샤바→뮌헨→브라티슬라바→뮌헨→프랑크푸르트→인천까지 서둘러도 족히 4일은 소요된다. 루프트한자 항공 PJ서비스를 이용하면 바르샤바에서 브라티슬라바로 직행이 가능하다. 브라티슬라바에서도 프랑크푸르트까지 바로 오면 끝이다. 만 하루의 시간을 아끼는 셈이다. 볼프강 마이어 후버 루프트한자 항공 회장은 “이동시간의 최소화가 비즈니스의 성공을 결정짓는다”고 강조했다. 루프트한자 항공의 개인 제트기는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인접한 에겔스바흐 공항에서 이착륙한다. 기종은 세스너 사이테이션 엑셀, 브라보, 팔콘 2000, 허커 800 등이며 최대 10명이 탑승한다. 모든 기종에는 위성전화, 오디오와 DVD 등 오락게임도 즐기는 등 루프트한자 항공 일등석과 같은 서비스가 제공된다. 인천에서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하는 개인 제트기 고객은 루프트한자 항공 일등석 승객이나 2년 동안 60만 마일의 마일리지를 쌓은 승객들에게만 개방되는 ‘퍼스트 클래스 터미널’ 이용이 가능하다.(한국에서 타는 승객은 사실상 이 터미널 이용이 불가능했다. 인천공항에 취항하는 루프트한자 항공기에는 일등석이 없기 때문이다. 대신 한 단계 아래인 ‘뉴 비즈니스 클래스’가 있다. ‘뉴 비즈니스 클래스’는 침대 좌석 길이가 2m로 비즈니스 클래스 좌석 중 가장 길며, 인터넷 서비스도 제공한다.) 퍼스트 클래스 터미널 이용객은 탑승을 위해 줄을 서거나 긴 통로를 따라 여객기까지 걷지 않아도 된다. 퍼스트 클래스 터미널에서 보안검색과 출국심사가 다 이뤄진다. 500여 평의 공간에 구비된 고급 소파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영화, 음악, 무선 인터넷 등을 즐긴다. 탑승시간이 되면 터미널에서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나 포르셰 카이엔을 타고 비행기까지 바로 이동한다. 유럽지역에서 용무를 다 마치고 귀국길에 오를 때도 시간 걱정은 필요 없다. 제트여객기를 믿고 미적거리다 허브공항인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조금 늦게 도착했다고 하자. 개인 제트기 조종사가 루프트한자 항공의 에어버스 A340-600 조종사에게 미리 연락을 취해 놓기 때문에 비행기편을 놓치는 일은 거의 없다. 이 모든 서비스는 돈에서 비롯된다. 개인 제트기 서비스 이용가격은 비행시간에 따라 책정된다. 1~2시간 거리일 경우 4500유로 정도이며, 1만 유로에 이르는 코스도 있다. 하지만 기존의 개인 제트기를 타는 것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개인 제트기를 이용하는 고객과 동행하는 승객은 최대 9명까지 무료 탑승이 가능하다. 본인 외에 동행하는 승객에게도 각각 1만 마일의 마일리지가 주어진다. 루프트한자 항공은 얼마 전 영국 플라이트 세이프 컨설턴트사와 뉴스위크 일본판이 공동으로 실시한 항공기 안전도 조사에서 284개 주요 항공사 중 안전도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PJ서비스에 사용되는 개인 제트기와 조종사는 루프트한자 항공의 엄격한 안전심사 기준을 통과해야만 실전에 배치된다. 또 승객 수요가 아무리 많더라도 활주로 길이 등 안전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공항 취항은 엄격하게 금하고 있다. 그래서 이 서비스를 이용한 한국의 승객은 아직 없다고 루프트한자 항공은 밝혔다. 일부 국내 대기업에서 PJ서비스를 이용할 뻔도 했다. 그러나 이 기업이 가려는 목적지 중에는 루프트한자 항공의 안전기준에 미달하는 공항이 포함돼 있어 결국 무산됐다. 게랄드 비셀 루프트한자 항공 부사장은 “고객을 놓치더라도 안전을 더 중시한다. 고객들도 이런 점에서 우리를 신뢰한다”고 했다. 루프트한자 항공의 PJ서비스 이용의 첫 테이프를 끊을 한국인이 나올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하루 전에 예약하면 어디든 가능” 유럽지역 개인 제트기(Private Jet) 사업 2년차에 접어든 루프트한자 항공은 이 분야 사업 전망을 아주 유망하게 본다. 루프트한자 항공에서 개인 제트기 사업을 담당하는 게랄드 비셀 부사장은 소수 VIP 고객을 겨냥하는 이 프리미엄 서비스에서 풍부한 성장 잠재력을 본다. 항공사 본사가 있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뉴스위크 한국판의 박성현 기자가 게랄드 비셀 부사장을 만났다. 개인 제트기 시장 규모는? 지금은 유럽보다 미국 시장이 더 활성화됐다. 미국에서는 한 달에 30만 편의 개인 제트기가 운항된다. 유럽은 한 달 3만 편에 불과하다. 루프트한자 항공은 하루 평균 10편을 띄운다. 지난해 3월 첫 서비스를 시작할 당시 한 달에 고작 3편을 운항했을 때와 비교하면 엄청난 발전이다. 전체 개인 제트기 시장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비율은 11% 안팎에 불과하다. 시장 확대의 여지가 많다고 하겠다. 왜 이 사업에 착수했는가? 사실 회사 내부에서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매스 마켓 사업만으로도 잘나가는 루프트한자 항공이 개인 제트기 사업에 손대느냐는 물음도 있었다. 일리가 있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루프트한자 항공과 같은 오랜 경험과 고도의 안전도를 겸비한 항공사가 개인 제트기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승객들의 요구도 많았다. 승객의 견해와 시장의 전망을 고루 감안한 결정이다. 개인 제트기는 어떻게 확보했는가? 이 사업을 하자면 직접 투자해서 제트기를 보유하거나 제트기 운항업체와 제휴하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우리는 후자를 택했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제트기 서비스 업체인 넷 제츠사와 손을 잡았다. 미국에 본사를 둔 이 업체는 90여 대의 개인 제트기가 있다. 보유 대수나 안전도 검사에서 넷 제츠사가 가장 우수했다. 기존의 제트기 사업과 다른 점은? 1년 365일 어느 때든 출발 24시간 전에 전화로 예약만 하면 유럽 어느 곳으로든 제트기 이동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종전까지는 일반인들이 넷 제츠사의 제트기를 이용하자면 많은 제약이 따랐다. 넷 제츠사의 개인 제트기는 지분을 출자한 소수의 인사가 1년에 허용된 횟수만큼 제트기를 이용할 뿐이었다. 한국에서의 콘도미니엄 회원제와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루프트한자 항공이 이 서비스를 개시함으로써 지분이 없는 일반인들도 언제든지 개인 제트기를 사용하게 됐다. 6,7월 성수기나 월드컵 기간 등 국제행사가 열리는 시기에는 시간적 여유를 두고 예약을 해야 한다. 대형 여객기만큼 안전한가? 루프트한자 항공이 안전을 보장한다. 개인 제트기는 넷 제츠사에서 제공하지만 루프트한자 항공의 안전도 검사를 통과한 제트기와 조종사만 이 사업에 참여하도록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 또 비행 도중 사고나 발착이 지연되면 모든 배상을 루프트한자 항공에서 책임진다. 주로 어떤 고객들이 이용하나? 주로 세 부류로 나뉜다. 대기업 CEO, 백만장자, 저명 인사 등이 주요 고객층이다. 아시아에서는 중국과 인도 고객이 많은 편이다. 더 세부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싶지만 고객의 신상정보는 유출하지 않는다. 운임을 내릴 계획은? 개인 제트기 사업은 루프트한자 항공의 프리미엄 서비스 품목이다. 최고급 승객들을 위한 서비스이므로 요금을 내리는 일은 없다. 이 서비스는 퍼스트 클래스보다 훨씬 급이 높다. 2명의 조종사가 오로지 한 명의 손님을 위해서 일한다. 다만 루프트한자 항공과 거래하는 기업에는 탑승 빈도와 거리에 따라 조정의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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