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이용택의 펀드탐방] “원금 까먹지 않는 투자가 중요”

[이용택의 펀드탐방] “원금 까먹지 않는 투자가 중요”

한국투자증권은 규모도 크고 역사도 오래 된 한국투자신탁운용이라는 계열 운용회사를 갖고 있다. 그런데도 올해 초 한국밸류자산운용을 새로 설립했다. 슬로건은 ‘10년 투자철학을 판다’는 것이다. 한국밸류자산운용은 출범 3개월 만에 2700억원의 자금을 모았다. 이 중 순수 투자자들이 투자한 자금만 1200억원가량이다. 가치투자·장기투자에 투자자들이 뜨거운 관심을 보낸 셈이다.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전무는 여의도 증시에서 ‘가치투자의 전도사’로 통한다. 그는 중앙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 동원증권의 전신인 한신증권 공채 13기로 입사해 증권업과 인연을 맺었다. 그 뒤 한국투자증권 자산운용본부장, 동원투신운용 자문운용본부장 등을 거치는 동안 ‘가치 투자’만을 고집해 왔다. 그 결과 농심·삼성화재·롯데칠성·KT&G 등의 가치주를 발굴해 경이적인 수익률을 기록했다. 2000년 이후에는 300%를 훨씬 웃도는 수익률을 냈다. 다음은 이 전무와의 일문일답. 회사 설립 이후 성과는 어떻습니까? “출범 3개월 만에 개인투자자 자금이 1200억원가량 몰렸습니다. 당초에는 2∼3년 뒤쯤에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설립 초기부터 관심이 뜨거워 부담스럽기까지 합니다. 특히 자금의 대부분이 일반 서민 등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라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또 펀드 상품으로 10년투자신탁 주식형과 10년투자신탁 채권혼합형의 두 가지만 운용하고 있는데, 이들 모두 장기투자를 위해 3년 이내에 환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처럼 많은 개인투자자 돈이 몰린 것을 보면 우리 증시에 몰리는 자금의 질도 예전보다는 훨씬 좋아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철저한 기업 분석이 우선” 가치투자를 내세우고 있는데, 그 의미가 무엇입니까? “컬럼비아 대학 교수였던 벤저민 그레이엄이 창시한 투자기법으로 증시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기업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종목을 매입해 오를 때까지 기다리는 기법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또 그레이엄 교수는 투자 원금의 안정성과 적정한 수익성이 보장되는 행위를 투자라고 정의했습니다. 가치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업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한 대목이지요. 이런 투자기법은 세계 2위의 갑부인 워런 버핏과 전설적인 펀드매니저인 피터 리치가 실전에 적용해 대성공을 거뒀습니다.” 투자원칙을 말씀해 주십시오. “‘원금을 까먹지 않는 투자’가 가장 중요합니다. 극단적으로 보수적인 투자원칙인 셈이지요. 이런 원칙을 철저히 실천한 결과 저는 한국투자증권의 고유계정 운용을 맡고 있었던 2000∼2006년 초 누적수익률 435%를 기록했습니다. 자세히 분석해 보면 이런 수익률은 많이 벌어서 난 것이 아니라 코스피지수가 40%가량씩 빠지는 2000년과 2002년에도 11%, 마이너스 9%의 수익을 내는 등 크게 잃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원금을 까먹지 않는 투자’가 왜 그렇게 중요합니까? “간단한 계산을 해보면 ‘원금을 까먹지 않는 투자’가 왜 중요한지 더욱 명확해집니다. 1000만원을 10년 동안 투자한다고 가정하고 홀수 해에는 마이너스 50%, 짝수 해에는 60%의 수익률을 내는 경우와 홀수 해에는 본전을 하고, 짝수 해에는 10%의 수익률을 내는 경우를 비교해 보지요. 10년간 수익률의 단순합계는 두 경우 모두 50%이지만 복리로 계산하면 그 성과가 확연히 달라집니다. 첫 번째 경우에는 복리 수익률이 마이너스 68%인 반면 두 번째 경우는 60%가 됩니다. 자연히 원금도 첫 번째 경우에는 320만원으로 줄어든 반면 두 번째 경우에는 1600만원으로 불어나지요. 이런 투자원칙을 실천하기 위해 저는 비인기 전략을 추구합니다. 널리 알려져 있거나 인기 있는 종목은 사지 않는다는 얘기지요. 널리 알려져 있거나 인기 있는 종목은 애널리스트·투자자 등 지켜보는 사람이 많아요. 그런 만큼 이런 종목의 시장가격은 그 기업의 가치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우리 펀드에서 우리나라 주식 중 가장 잘 알려져 있는 삼성전자 주식을 사지 않는 것은 이런 까닭입니다. 또 업종의 경기가 호황인 종목은 사지 않습니다. 오히려 업황이 최악인 산업에서 살아남을 종목을 발굴하는 편입니다. 과거 예로 GS건설을 들 수 있어요. 이 종목은 건설업종의 업황이 엉망일 때 사들인 것인데, 당시에서 이 회사는 재무구조가 건실하고 부채비율이 낮아 망할 위험이 적다고 판단됐습니다.” 종목 선택의 구체적 기준은 무엇입니까? “대략 세 가지 정도의 기준을 세워 놓고 있습니다. 우선 PER이 낮은 종목을 고릅니다. 이 경우에는 주로 일반인들도 알기 쉬운 종목, 예컨대 소비재 관련 종목들이 대상에 포함됩니다. 굳이 수치로 말하자면 PER이 10배 이하인 종목들이 대상이 됩니다. 둘째로는 자산가치가 저평가돼 있는 종목을 선택합니다. 주가가 주당 자산가치의 3분의 1이하 수준이면 투자할 만한 종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성장 가능성도 고려합니다. 성장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소위‘프랜차이즈 밸류’라는 것을 중시합니다. 프랜차이즈 밸류란 일종의 독점 판매권의 가치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브랜드 가치나 기술력 등으로 시장지배력을 갖고 있거나 각종 규제나 특허 등으로 진입장벽이 마련된 경우에 이 같은 독점판매권이 생깁니다. 예컨대 코카콜라나 루이뷔통,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같은 기업은 이런 프랜차이즈 밸류를 갖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업의 이 같은 숨어 있는 가치를 평가해 투자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 중 이런 프랜차이즈 밸류를 갖고 있는 세계적 규모의 대기업의 경우에는 주가가 싸지 않습니다. 그래서 기술력이 있는 중견·중소기업 중에서 이런 기업을 찾아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요즘 이런 기업들을 찾으려 기술 공부를 하다 보니 머리가 아플 지경입니다.” 지금까지 펀드에 편입한 종목들은 어떤 것인가요. “유가증권 시장에서는 이건산업·한일철강·선진·삼광유리공업·무학주정·가온전선·동일방적 등을 사들였습니다. 또 코스닥 시장에서는 티제이미디어·우진에이씨티·세보엠이씨·서호전기·삼정피엔에이·삼우이텍씨·국제엘렉트릭코리아·한국기업평가·삼영이엔씨 등이 그동안 매입한 종목입니다. 이들 종목은 모두 우리 나름대로의 가치주 발굴 기준에 의해 선택된 종목들입니다.”

“펀드매니저, 종목 발굴에 주력” 종목 선택 과정을 설명해 주시죠. “펀드매니저 전원이 발로 뛰어 종목을 발굴하고 있습니다. 매니저들이 산업별로 담당업종을 분담하고 있는데, 이들이 해당 산업의 기업을 수없이 탐방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종목을 선정합니다. 기업 탐방 결과 좋은 종목이 발굴되면 즉각 펀드매니저 전원회의를 열고 투자 여부와 투자 비율을 정합니다. 펀드매니저들이 종목을 발굴하는 방법으로는 톱-다운 방식과 보텀-업 방식이 모두 사용됩니다. 우선 톱-다운 방식으로는 매년 연말에 전체 상장종목을 대상으로 저RER 상위 100개 종목과 저PBR 상위 100개 종목을 뽑습니다. 이에 해당되는 종목은 저를 포함한 10여 명의 펀드매니저가 모두 빠짐없이 기업 탐방을 해 현황 파악을 하고 회사의 변화 움직임도 체크합니다. 그리고 신문, 잡지, 증권사 리포트 등 각종 정보매체에서 다뤘거나 주변 사람들의 조언 등에서 수시로 포착되는 종목은 그때그때 기업 탐방을 통해 현황을 확인하는 등 보텀-업 방식도 빠질 수 없는 종목선택 기법입니다. 우리 펀드의 경우 10년 장기투자를 표방하고 있고, 가치주 투자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에 종목 매매는 거의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펀드매니저들이 자신의 시간 대부분을 종목 발굴하는 데 쏟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향후 주가 전망을 말씀해 주십시오. “종합주가지수가 네 자릿수에 진입하면서 우리 증시도 패러다임 시프트를 겪고 있다고 봅니다. 과거 20년간의 증시를 보면 상당히 변동성이 많은 흐름을 보였습니다. 급격하게 올랐다가 또 급격하게 떨어지는 등 증시의 변동이 상당히 심했습니다. 하지만 고성장 시대에서 저성장 시대로, 또 고령화 시대로 상황이 바뀌면서 우리 증시도 이제는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봅니다. 향후 우리 증시의 움직임도 선진국 증시와 비슷한 모양을 보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진국 증시를 살펴보면 한해 10% 이상의 큰 변동을 겪는 적이 극히 드뭅니다. 우리 증시도 올해 코스피지수가 1300선이면 내년엔 1400대로, 그 다음해엔 1500대로 올라서는 꾸준한 성장 추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합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업무효율 저하 부담에…대기업 10곳 중 3곳만 60세 이상 고용

2尹대통령 내외 사리반환 기념식 참석…"한미관계 가까워져 해결 실마리"

3 대통령실, 의료계에 "전제조건 없이 대화 위한 만남 제안한다"

4이복현 금감원장 "6월 중 공매도 일부 재개할 계획"

5정부 "80개 품목 해외직구 전면차단 아니다…혼선 빚어 죄송"

6 정부 'KC 미인증 해외직구' 금지, 사흘 만에 사실상 철회

7"전세금 못 돌려줘" 전세보증사고 올해만 2조원 육박

8한강 경치 품는다...서울 한강대교에 세계 첫 '교량 호텔' 탄생

9서울 뺑소니 연평균 800건, 강남 일대서 자주 발생한다

실시간 뉴스

1업무효율 저하 부담에…대기업 10곳 중 3곳만 60세 이상 고용

2尹대통령 내외 사리반환 기념식 참석…"한미관계 가까워져 해결 실마리"

3 대통령실, 의료계에 "전제조건 없이 대화 위한 만남 제안한다"

4이복현 금감원장 "6월 중 공매도 일부 재개할 계획"

5정부 "80개 품목 해외직구 전면차단 아니다…혼선 빚어 죄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