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외국인 카지노 허용 논란] ‘도박 공화국’의 길 접어드나

[외국인 카지노 허용 논란] ‘도박 공화국’의 길 접어드나

전 국토가 카지노 도박장이 될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는 최근 5억 달러 이상 투자하는 외국인에게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설립할 수 있게 하는 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 자치단체들은 환영하고 있지만 시민단체 등에서는 이를 심각한 사태로 받아들이고 있다. 전국에 외국인 카지노가 우후죽순으로 설립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는 사행성 성인오락실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여기서 거래되는 문화상품권만 70조원에 달한다는 통계다. 이런 판에 카지노까지 허용된다면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도박 공화국’이란 말을 들을 법하다. “5억 달러 이상 투자하는 외국인은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운영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수년간 외국 기업, 지방자치단체, 민간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왔습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최근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며 이같이 말했다. 예고 기간은 7월 24일부터 8월 13일까지다.

카지노 관련 법 입법예고 재경부는 카지노 설립 규제 완화 관련 법안을 입법하는 이유에 대해 “외국인 투자 유치를 통한 지역 발전을 위해서”라고 밝혔다. 이에 대한 찬성이나 반대 의견이 있는 사람은 8월 13일까지 재경부에 의견을 제시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번 법안의 국회 통과는 무난하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를 부결한다면 지역 발전을 원하는 지역민의 원성을 듣게 된다. 국회의원이 이 같은 정치적 부담을 감내할 리 없다. 따라서 외국인이 직접 운영하는 카지노가 각 지역에 설립되는 것은 시간 문제로 전망되고 있다.
재경부 이외에 공정거래위원회·건설교통부·문화관광부 등도 지역 발전을 위해 카지노 관련 법안에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공정위는 기업도시를 건설하는 특수목적회사(SPC)의 설립 조건을 완화했다. 이에 따라 기반시설뿐 아니라 토지 매입을 위한 투자도 출자총액한도에서 제외된다. 조건이 완화되면서 관광레저 도시 건설에 참여하는 외국 업체들의 투자 확대가 예상된다. 그동안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너나없이 카지노 유치에 나섰다. 카지노가 강원랜드처럼 황금알을 낳는다는 착각을 한 것이다. 실제로 외국의 카지노 업체와 접촉해 온 곳도 있다. 한 지방자치단체장은 “마카오에서 카지노를 운영하는 외국계 기업들과 꾸준히 카지노 설립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며 앞으로 이런 움직임이 더 본격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라스베이거스 샌즈코퍼레이션의 샐든 애들슨 회장이 직접 한국을 방문해 전남 일대를 둘러보기도 했다. 지자체들이 카지노 설립에 집착하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사양산업이 돼버린 농업은 물론 지역 내 제조업체들이 중국산 제품에 밀리는 등 지역경제가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발전을 위한 새로운 산업을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카지노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확실하게 돈을 만들어주는 도박 관련 사업은 이들에게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5억 달러는 IMF 때 아이디어 하지만 외국인 카지노가 곳곳에 설립될 경우 정부는 도박사업에 앞장섰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카지노 설립 허가의 가장 중요한 조건인 5억 달러 투자 규정도 문제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5억 달러에 카지노 허가권을 주는 것은 과거 외환위기 때 외환보유액을 늘리기 위해 나왔던 아이디어”라며 “지방이 잘살기 위해서는 지방에 맞는 산업을 개발해야지 카지노 수를 늘린다고 될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5억 달러라면 서울 시내 특급 호텔 한 개를 살 수 있을 정도의 돈이다. 지방의 경우 땅을 매입하고, 부대시설까지 갖춘 특급호텔을 만들려면 5억 달러가 더 들어갈 수 있다. 그렇다면 지방에 특급호텔 하나만 세우면 카지노를 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이는 카지노 허가권을 외국인에게 공짜로 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문제는 외국인이 국내에서 자금을 조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IMF 때도 외자 유치를 한다며 사실은 국내 금융기관에서 빌리거나 국내 자산을 처분한 경우가 많았다. 카지노 허가를 받는 데 필요한 자금도 이런 식으로 마련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금융권에서는 보고 있다. 또 계속 외국인 고객만 받을 것이란 보장도 없다. 장사가 안 될 경우 이들 외국인과 각 자치단체는 강원랜드와의 형평성을 내세워 내국인 출입도 허용해 달라고 떼를 쓸 게 뻔하다. 이렇게 되면 전국에 도박 광풍이 불어닥치게 될 것이다. 현재 한국의 카지노는 17개. 내국인 전용인 강원랜드를 제외하면 16개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있다. 2003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470만 명이고 카지노를 이용한 사람은 63만 명으로 집계됐다. 2004년 외국인 관광객 580만 명 중 카지노 이용객은 67만 명. 하지만 2005년 외국인 관광객 600만 명 중 카지노 이용객은 오히려 10만 명이나 줄어든 57만 명이었다.

내국인 출입 허용도 요구할 듯 이로 인해 기존 카지노 운영자들이 경영 압박을 느끼고 있음은 물론이다. 문화부 관광레저도시추진기획단 관계자는 “자기 지역에서만 카지노를 하겠다는 것은 지역이기주의”라며 “카지노가 몇 개 더 생기건 그것은 순수하게 시장원리로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비록 카지노를 설립하더라도 다른 지역과의 경쟁에서 밀려나면 퇴출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외국인이 다시 찾을 수 있도록 시설을 완비하고 친철하게 서비스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카지노는 시장경쟁 원리에 맡겨둘 수가 없다. 도박 자체가 시장경쟁과는 무관한 사행성 산업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카지노를 시장경쟁에 맡기기로 했다면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어려움을 겪는 기존 카지노들과 신규 카지노 설립 희망자들은 내국인 출입을 허용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는 2000년 강원랜드가 개장했을 때부터 줄기차게 계속된 것이다. 부곡온천 일대 관광업소들은 경상남도와 창녕군의 후원 아래 제2의 내국인 상대 카지노 사업권 취득 운동을 펼쳤다. 강원도 폐광지역의 하나인 문경시 사람들도 ‘내국인 출입 허용 카지노 사업 허가를 태백권 지역 1개소로 정한 폐광지역 개발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헌법상의 경제적 평등권에 위배된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도 제기했었다. 그동안 카지노 경영에 어려움을 느껴온 제주도도 내국인 카지노 이용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미 8개의 카지노가 설립돼 있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을 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은 줄고 새로운 카지노는 계속 설립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터에 외국인 카지노까지 가세해 내국인 출입 허용을 요구하면 정부로서는 감당하기 힘들 수밖에 없다. J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전남도 내국인 카지노를 요구하고 있다. 박준영 전남지사는 “정부와 정치권을 상대로 직접 요청해 반드시 내국인 카지노를 이끌어 내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 카지노 설립 허용 방침이 정치 논리에 따른 것이란 비판도 있다. 외국계 기업과 자치단체들의 강력한 로비로 카지노의 문호가 열린 것이란 얘기다. 이런 부분은 카지노 관련 법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큰 논란이 예상된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감정이 ‘롤러코스터’ 탄다”…조증과 울증 사이 ‘양극성 장애’

2아동성착취물 6개국 특별단속 435명 검거…“10대 57%, 가장 많아”

3 尹, 관저서 나경원 만났다…“어려운 시기에 고맙다”

49급 공무원 필기 응시율 또 떨어졌다…3년 새 ‘최저’

5 野 “韓대행, 대선일 신속히 공표해야”

6“은퇴 이후에도 취업 프리패스”…5060 몰리는 이 자격증은

7국민연금만 ‘月 543만원’ 받는다…‘역대급’ 수령한 부부 비결 봤더니

8“한국은 25%, 기본 10%”…트럼프발 전세계 ‘관세 폭탄’ 터졌다

9파면 이틀째 尹, 관저 퇴거는 언제...아크로비스타 복귀에 ‘관심’

실시간 뉴스

1“감정이 ‘롤러코스터’ 탄다”…조증과 울증 사이 ‘양극성 장애’

2아동성착취물 6개국 특별단속 435명 검거…“10대 57%, 가장 많아”

3 尹, 관저서 나경원 만났다…“어려운 시기에 고맙다”

49급 공무원 필기 응시율 또 떨어졌다…3년 새 ‘최저’

5 野 “韓대행, 대선일 신속히 공표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