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청의 원더풀! 실버 라이프(6)] 라오스 비엔티엔
[조주청의 원더풀! 실버 라이프(6)] 라오스 비엔티엔
우리나라 60년대 시골 분위기가 나는 비엔티엔은 걸어서 한나절이면 둘러볼 수 있는 작은 도시다. 생활 자체가 불교라 마주치는 사람이 모두 ‘살아 있는 부처’처럼 여겨지는 이곳은 9월이나 10월쯤 가면 더위에 시달리지도 않아 더욱 좋다.
분노와 자괴감을 안고 직장을 떠난 은퇴자는 쳇바퀴 일상의 지루함을 안고 여생을 갉아먹는다. 인생의 리프레시! 한두 달 외국에서 사는데도 서울 생활비보다 지갑은 축이 덜 나고 생의 활력을 만끽하는 곳, 그곳으로 가 보자.
불교 신자, 불교에 관심이 있는 사람뿐 아니라 문명의 때가 묻지 않았던, 어릴 적 순박하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이 한두 달 살며 몸과 마음의 찌꺼기를 씻어 내고 올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라오스다. 라오스에 첫발을 디디면 깜짝 놀라게 된다. 그들의 얼굴을 보노라면 거울 속의 나를 보는 것만 같다. 480만 라오스 인구의 60%를 차지하는 라오족은 우리와 같은 뿌리를 가진 몽골리안이다. 이들은 다른 동남아 국가의 남방계 인종과는 달리 그 옛날 북방에서 내려온 것이다. 그들은 주로 메콩강 유역에서 벼농사를 지으며 살아간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 ‘동방예의지국’이란 말은 더 이상 우리나라에는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다. 그 타이틀을 물려받아야 할 나라가 바로 라오스다. 고요한 아침이 아니라 이 나라는 아직도 어둠이 걷히지 않은 채 잠자는 새벽의 나라다. 우리나라에서 문명에 길들여진 사람이 이 나라에서 터를 잡고 한두 달 살 수 있는 곳은 이 나라 수도 비엔티엔밖에 없다. 인구 50만 명 남짓한 비엔티엔은 지난 1960년대 우리나라 시골 군청 소재지처럼 한가로운 분위기다. 하늘을 막는 빌딩도 없고 출퇴근 시간이 돼도 길거리는 붐비지 않는다. 한나절이면 걸어서도 한 바퀴 돌 만큼 작은 도시다. 마주치는 사람들 모두 은은한 미소로 눈인사를 보낸다. 그들의 표정은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라오스의 주류인 300만 라오족의 생활은 불교 그 자체다. 이 나라 방방곡곡 발길 닿는 곳마다 보이는 건 사찰이다. 비엔티엔 시내에도 열 집 건너 사찰이다. 승려가 아니더라도 라오족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승려와 같은 생활을 한다. 이 나라에서 살고 있는 우리 교민의 얘기를 들어보자. “이 나라 사람들은 모두가 살아 있는 부처예요. 3년 동안 살면서 도대체 서로 싸우는 광경을 한 번도 못 봤어요. 말다툼하는 사람도….” 비엔티엔은 물론 동남아 도시지만 푹푹 찌는 호치민이나 방콕보다는 북쪽 위도에 자리 잡고 있고, 해발 300m의 고원에 번잡한 도시의 열기가 없어 기온은 훨씬 낮다. 그리고 이곳의 가장 더운 계절은 4월이다. 지금부터 준비해서 9월이나 10월쯤 가면 더위에 시달리지는 않는다. 9월은 장마가 끝나는 달이고, 10월은 쾌적한 건기가 시작되는 달이다. 비엔티엔에서 방을 구할 땐 현대식 아파트나 단독주택에 살지, 라오스 전통 고상(高床) 가옥에 살지를 정해야 한다. 현대식 주택은 여기서 설명할 필요도 없지만 고상 가옥은 원시적·비문명적일 거라는 선입견은 금물이다.
고상이란 마룻바닥이 높다는 뜻이다. 수준급 고상 가옥은 쾌적한 주거환경을 자랑한다. 욕실과 부엌이 딸린 아파트나 주택은 동남아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한 달에 20만원 내외고 전통 고상 가옥은 10만원 이하, 아니 인심 좋은 집주인을 만나면 공짜로도 살 수 있다. 메콩강변 기름진 축적평야를 끼고 있는 비엔티엔은 오곡백과가 풍성해 먹을거리는 모두 싸다. 1만원으로 두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주부식 열흘치를 살 수 있다. 전통 고상 가옥에서 주인집과 함께 산다면 이 나라 음식을 접해 볼 일이다. 대나무를 잘게 찢어 조그만 주발을 엮어 연기에 그을린 딥카오는 찹쌀밥 그릇이다. 연기에 그을려야 딥카오 속의 찰밥이 상하지 않고 밥맛도 좋다. 딥카오 뚜껑을 열고 찹쌀밥을 먹을 땐 맨손으로 뜯어먹어야 한다.
온갖 채소는 본바란 생선 소스에 찍어 먹는다. 본바는 메콩강에서 잡아 올린 작은 물고기의 액젓인 셈이다. 달걀·채소·쇠고기를 넣고 끓인 국은 ‘겡막동’이라고 한다. 우리네 밥상의 국과 별로 다르지 않다. 밥상을 물리고 나면 디저트로 만당이 나온다. 코코넛 속살과 감자에 설탕을 듬뿍 넣고 끓인 것이다. 만당을 먹고 나서 녹차를 마시면 저녁 식사가 끝난다. 이 나라 음식은 우리 입맛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한국 식품점 대신 일본 식품점(Lao Sako Shoten)이 있어서 참치·연어·문어·한치회·꽁치·고등어·어묵·만두피 등을 구입할 수 있다. 이 나라 사람들은 새벽 예불을 올리러 사찰에 가는 것이 일과의 시작이다. 모두가 음식을 가지고 가서 공양을 하고 예불 후에 스님들이 일렬로 앉아 식사하는 모습은 대장관이다. 매일 이 사찰 저 사찰을 돌아다녀도 한두 달은 심심찮게 보낼 수 있다. 스님들이 고기를 먹고 담배를 피운다고 흉볼 일이 아니다. 동남아 소승불교에선 흔한 일이다. 비엔티엔에 한두 달간 살면서 차를 장기 임대하거나 살 필요는 없다. 필요할 때마다 툭툭이를 타는 게 편하다. 시내에서는 아무리 멀어도 1,000원 이내다. 라오스에도 골프코스가 두 곳이 있다. 시내에서 6km 거리에 있는 속칭 육킬로 골프장과 남동쪽 14km, 태국 국경 가까이 있는 순티숙 란넥상(sun tisuk lanexang) 골프코스다. 후자는 비록 9홀이지만 페어웨이와 그린 모두 수준급이다. 그린피·캐디피 모두 합쳐 봐야 두 번 도는 데 3만원 미만이고, 툭툭이 교통비는 3,000원 정도다. 비엔티엔으로 가려면 방콕을 거쳐야 한다. 타이항공과 라오항공(Lao Aviation)은 매일 운항한다. 타이항공은 아침에 출발하므로 인천을 떠나 당일에 라오스에 도착하려면 오후 6시50분에 출발해 오후 8시10분에 도착하는 라오항공을 이용하면 된다. 문의: 주한 라오스 대사관(02-796-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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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와 자괴감을 안고 직장을 떠난 은퇴자는 쳇바퀴 일상의 지루함을 안고 여생을 갉아먹는다. 인생의 리프레시! 한두 달 외국에서 사는데도 서울 생활비보다 지갑은 축이 덜 나고 생의 활력을 만끽하는 곳, 그곳으로 가 보자.
▶비엔티엔의 아침 |
▶라오스는 불교 국가다. 비엔티엔에도 열 집 건너 사찰이 있다. |
▶스님들이 아침 공양을 받아들고 얼굴을 가린다. |
▶라오스의 일상음식은 우리의 입맛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좌측 사진) 라오스 전통 고상 가옥은 시원하고 운치 있따.(우측 사진) |
비엔티엔 즐기기 |
항공편 인천~방콕~비엔티엔(타이항공과 라오항공은 매일 운항) 숙박 현대식 아파트·주택(욕실·부엌 포함) 한 달에 20만원, 전통 고상 가옥 10만원 이하 식사 1만원에 열흘치 주부식 구입 가능 교통 툭툭이 요금 1,000원 골프 ‘육킬로 골프장’과 순티숙 란넥상 골프코스(그린피+캐디비 3만원, 툭툭이 요금 3,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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