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규의 감성경영] ‘아는 것’과 ‘하는 것’의 차이
[이동규의 감성경영] ‘아는 것’과 ‘하는 것’의 차이
요즘은 민간인도 최첨단 기술의 혜택을 톡톡히 누리며 살고 있다. 시속 100km 이상 달리는 자동차에서 TV를 보고, 화상으로 마주보면서 통화도 하며, 3차원 그래픽 이미지의 내비게이션 시스템으로 모르는 길을 척척 찾아가기도 한다. 사실상 이런 기술 중 많은 경우는 군수용 기술이 민수용 기술로 전용된 결과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오늘날 사회적으로 가장 선도적 분야로 자리매김되고 있는 민간의 기업 경영 분야도 마찬가지다. 원래 군대의 관리기술이 현대 행정의 모태가 됐고, 이런 공공 행정 분야를 밑거름으로 민간부문인 기업 경영이 발전해 온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전략’이란 말이다. 지금은 사회 각 계층을 불문하고 전략이란 단어가 홍수를 이루고 있다. 국가의 발전 전략에서부터 경영 전략·창업 전략·재테크 전략·결혼 전략 등등 아무 데고 전략이란 단어가 따라붙고 있다. 전략이란 원래 군사 용어로 말 그대로 ‘적을 이기는 방책’을 의미한다. 전술과 구별되는 개념으로서 전략은 과학임과 동시에 기법이다. 전략론에 대한 이론적 연구는 단연 동양이 압도해 왔는데, 이른바 병학(兵學)이라고 해서 수천 년 전부터 체계화돼 왔다. 그 중에서도 세계 최고의 권위는 역시 중국의 손자(孫子)와 오자(吳子)다. 오자가 전쟁에 임하는 기본적인 체계를 강조했다면, 손자는 실질적인 세부 방법과 절차까지 언급하고 있는 실천적 교재라 할 수 있다. 너무도 유명한 손자병법은 제3편에서 전략가들이 염두에 둬야 할 전략의 4법칙을 소개하고 있다. 가장 최고의 단계인 벌모(伐謀)는 지략으로 적을 다스리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것이 최고의 수준이라고 한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고의 승리라는 소위 부전승(不戰勝)의 개념도 바로 여기서 유래된 것이다. 두 번째 벌교(伐交)는 외교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고, 군대를 동원하는 단계가 벌병(伐兵)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하수가 하는 것이 바로 적을 무력으로 공격하는 공성(攻城)의 단계라고 했다. 한편 이런 전략 개념은 경영학으로 전이되면서 경쟁자보다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는 방법이란 의미에서 ‘경쟁 전략’이라는 컨셉트로 재무장하게 된다. 기업은 자신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을 상대방보다 먼저 사용함으로써 전략우위를 확보할 수 있으며, 이는 곧 성공적인 경쟁우위 상황으로 연결될 수 있다. 이런 흐름에 따라 현대 경영학의 화두 또한 관리와 예산을 중시하는 전통적 관점에서 환경변화에 대한 민첩한 대응과 조직역량을 강조하는 학습과 전략 중심의 관점으로 그 초점이 바뀐 지 오래다. 이렇듯 전략이 일반화된 가장 중요한 것임에도 실제로 기업이 전략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그 전략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구체적으로 전략은 크게 개발과 전개 단계로 나뉜다. 개발이 지(知)라 하면 전개는 행(行)이라 할 수 있다. 지행합일(知行合一)의 중요성은 기업 경영에서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구성원의 5%만이 조직의 비전과 전략을 이해하고 있으며, 조직의 10%만이 전략 실행에 성공한다고 한다. 한마디로 전략 따로 실행 따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계획과 실행의 괴리현상의 원인은 바로 아는 것과 하는 것의 차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전략을 이야기할 때 대표적인 것이 선택과 집중이다. 이 점에 대해 전략 이론의 대가인 하버드대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 교수는 “전략이란 무엇을 할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포기하고 버릴 것인가”라고 갈파했다. 요컨대 자신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버리는 것이 전략적 사고인 셈이며, 이것이 바로 ‘차별화’란 전략 개념의 핵심이다. 우리나라도 10여 년째 묶여 있는 1만 달러 시대를 졸업하기 위해 시도하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앞두고 새로운 도전을 맞고 있다. 문제는 전공과목인 제조업에 비해 서비스업의 경쟁력이 현저히 낮다는 것이다. 우리의 핵심역량인 제조 기반에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기술(IT)을 접목하고 한류 콘텐트를 결합해 새로운 융합 경쟁력을 창조해 낼 수는 없을까. 새로운 국가 전략의 개발과 전개가 아쉬운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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