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두 마리 토끼’ 잡으려는 전공노
세상을 살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선택을 해야 하는 게 우리의 일상(日常)이다. 지하철을 탈 것인가, 버스를 탈 것인가 하는 작은 선택에서부터 누구와 결혼할까, 어떤 직장을 택할 것인가 하는 인생의 중대사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삶 자체가 ‘선택의 연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이토록 매사를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될까. 한마디로 말해 ‘두 마리의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없는 게 세상 이치라서 그렇다. 모든 일에는 동전의 앞과 뒤처럼 ‘득과 실’이 함께 있는데 늘 득이 되는 선택만을 할 수 없다는 얘기와 같다. 이것을 최근 논란을 거듭하고 있는 전공노(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사례에 대입해 보자. 논란의 핵심인즉, 이제 공무원도 노조활동을 할 수 있도록 법으로 보장됐는데 노동3권 중의 하나인 ‘단체행동권’은 왜 인정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노조를 만들 수 있는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은 공무원노동조합법에 확보돼 있는데 노조 입장에선 가장 핵심이라고 여겨지는 단체행동권이 빠져 있다는 불만이다. 이 대목에서 국민은 매우 궁금하다. 아니, 국민 대부분은 관심을 안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마치 1개 재벌기업의 노사분규처럼 여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또 민간 노조는 다 있는데 공무원 노조도 어차피 법으로 인정했다면 노동3권을 다 부여하는 게 맞다고 판단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과연 공무원 노조에 단체행동권을 부여해도 문제가 없을까. 2002년 3월 전공노가 출범하고 그 이후 관련 입법이 만들어질 때에도 여러 문제점이 제기됐지만 무엇보다 다음 두 가지 이유 때문에 곤란하다고 본다. 첫째, 공무원이 제공하는 행정서비스는 ‘독점적 서비스’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민간 기업들이 일으키는 단체행동(파업)은 국민의 일상생활이나 기업 활동에 미치는 여파가 그 크기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것은 동종 업종의 다른 기업들이 파업에 동참하지 않는 한 관련 서비스를 어느 정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 지하철이 파업하더라도 시내버스와 택시가 정상 운행한다면 감내가 가능하다. 그러나 동사무소의 증명서류 발급이 중단되고 수돗물 공급이 끊긴다면 그 결과는 상상하기 어렵다. 국민이 결정한 헌법과 법률에 의해 이뤄지는 행정서비스는 그 독점적 공급을 보장받은 만큼 그에 걸맞게 영속적인 공급을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다. 만약 그런 서비스가 중단될 개연성이 높아진다면 국민으로선 공무원 노조의 파업을 원하지 않을 게 뻔하다. 둘째, 더욱 중요한 이유로서 공무원이라고 해서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없다는 점이다. 전공노가 요구하는 단체행동권은 이미 부여받은 ‘정년보장’과 함께 두 마리의 토끼에 해당한다. 민간기업들의 노조가 단체행동권을 어떤 상황에서 활용하고 있는가를 생각해 본다면 답은 자명해진다. 5급 이상은 만 61세에, 6급 이하는 만 58세에 정년을 맞도록 임기를 보장받은 입장에서 민간 노조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구조조정’ 같은 경우를 상상이나 해 본 적이 있겠는가. 그 혹독했던 외환위기 시절에도 무풍지대처럼 구조조정의 칼바람을 비켜날 수 있었던 공무원사회가 정년보장을 기득권으로 치부하고 그 위에 민간 노조처럼 단체행동권까지 꼭 가져야겠다고 큰소리 칠 수 있겠는가. ‘사오정’이나 ‘오륙도’ 같은 한때의 유행어들을 들어본 공무원이라면 적당한 선에서 자제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정부 당국의 반대 운운하기 전에 국민에게 물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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