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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은 투명한가] 상아탑이 돈으로 더러워져서야…

[대학은 투명한가] 상아탑이 돈으로 더러워져서야…

매년 3월이 되면 대학가는 ‘개나리 투쟁’으로 분주하다. 개나리 투쟁이란 학생들의 등록금 투쟁을 말한다. 하지만 대학생들의 요란한 구호와는 달리 이 ‘투쟁’은 큰 성과 없이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학은 등록금 인상률을 매년 1월에 결정하기 때문이다. 3월이면 이미 인상률이 결정되고 등록금 고지서가 발송된 상태다. 학생들의 반대가 극심할 경우 인상률을 낮춰 일부 환원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대학의 뜻대로 인상률이 결정된다. 올 4월을 기준으로 했을 때, 사립학교 중 연세대가 11.4%를 인상해 가장 높은 인상률을 보였으며 한국외대 10.3%, 중앙대 10.0%, 한양대 7.8%를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 대학들은 등록금 인상률 결정 때 ‘등록금 책정위원회’라는 기구를 조직해 법인이사, 교수, 학생 대표가 모두 참여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등록금 결정 과정에 대해 학교 측과 총학생회 측은 각자 다른 의견을 보이고 있다. 서울 시내 사립대학 중 가장 높은 인상률을 보인 연세대는 학생들이 본관 점거까지 시도하면서 등록금 인상 반대의 뜻을 보였다. 이는 학생들과 충분한 협의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등록금이 책정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성호 연세대 총학생회장은 “등록금 협의를 위해 모인 등록금 책정위원회에서 학교 측은 등록금 인상률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세대뿐만 아니라 고려대·한양대 등에서도 등록금 책정위원회에서 인상률이 결정되지 않고 일방적으로 통보해 문제가 됐었다. 등록금 책정위원회가 유명무실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학교 측의 무성의한 태도도 문제다. 연세대 총학생회가 등록금 인상 결정 후 인상 요인과 전년도 예·결산 자료를 요구했지만 대학본부 측은 제출을 거부했다고 한다. 이성호 연세대 총학생회장은 “학교 측이 인상에 타당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아 지난해 예산 결산서와 사용내역 등을 요구했더니 ‘자료를 줄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말했다. 각 학교들은 학교 학보, 홈페이지에 전년도 예·결산 자료를 공고한다. 하지만 이 결산서에 대해서도 학생들은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고려대 총학생회 이희영 정책국장은 “등록금 협의 과정 중 학교 측이 제시한 예산 사용 예정서를 보면 법인에서 지어주기로 한 건물을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책정한 예산안을 보여준 경우도 있다”고 사례를 설명했다.

학교 측 “자료 줄 수 없다”


대학들은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에 대한 특례규칙(제4조 3항)’이 규정한 바대로 ‘추정결산 등 합리적 자료를 근거’로 예산을 편성해야 하지만 사립대학들은 이를 준수하고 있지 않다. 사립대학들은 예산 사용안과 예·결산 공고를 변경해 차액을 남기는 것으로 드러났다. 열린우리당 이경숙 의원 측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137곳의 사립대들이 2004년도 예산안의 수입을 축소하고 지출은 확대해 약 1조252억원의 차익을 발생시켰다. 홍익대는 등록금 증가분 104억원을 포함해 639억원의 차익을 냈으며, 건양대 638억원, 성균관대 492억원 등을 남겼다. 홍익대 관계자는 “건축기금, 장학기금의 지출을 제대로 계획하지 못해 발생한 금액임을 인정한다. 그러나 대학들이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약간의 차익금도 필요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학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차익금을 남겨야 한다면 학생들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당해연도에 쓸 것처럼 등록금을 징수하고 남는 돈으로 미래를 대비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지난 6월 22일 감사원의 사학비리 특감 발표에서도 사학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대학법인은 관련법상 수익용 재산에서 발생한 순이익의 80% 이상을 학교 운영경비에 충당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전국 263개 사립대학을 대상으로 실시한 감사원 조사에서 대학법인이 지난해 거둔 수익용 재산 운용순익은 3001억원이나 됐지만, 실제로 학교 운영경비로 집행한 규모는 1874억원으로 62.4% 수준에 그쳤고 56곳은 한푼도 운영경비로 쓰지 않았다. 사학법인의 불투명한 운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최근 대학별로 활발한 건축물 신축도 학생들의 교육환경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경우가 많다.

“올린 만큼 혜택 못 봤다” 이경석 중앙대 부총학생회장은 “학교 측에서는 교육환경 개선을 약속하고 매년 등록금을 올리지만 학생들은 전혀 동의할 수 없다. 공대 학생들은 강의실이 부족해 수업을 제대로 못 받고 있으며 일부 단과대 수업용 컴퓨터는 사양이 너무 떨어져 이용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대학이 연구실이나 강의실보다는 기념관이나 몇몇 단과대학만 집중적으로 지원한다는 얘기다. 학생들은 막대한 ‘등록금 이월금’과 ‘적립금’을 두고 등록금을 인상하는 것을 문제삼고 있다. 열린우리당 이경숙 의원 측의 자료에 따르면 이화여대는 지난해까지 적립금을 5509억원 가량 보유하고 있으며 홍익대는 약 3330억원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략 연세대가 1988억원, 경희대 1420억원, 고려대 1323억원 등이다. 또 지난해 각 대학들의 등록금 이월금을 따져보면 고려대가 281억여원을 남긴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를 건국대(273억원), 한양대(149억원), 연세대(97억원)가 이었다. 고려대 기획예산처 장일기 과장은 “이월금과 그에 따른 이자 중 일부를 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돌리고 나머지는 건물 신축이나 기자재 확보에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이긴 하지만 학생에게 거둔 돈 중 남은 돈으로 다시 장학금을 주는 셈이다. 지속적인 등록금 인상과 막대한 시설 투자에도 대학 교육환경이 그만큼 개선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소장 박거용(상명대·영어교육) 교수는 “97년과 비교해 봤을 때 대학등록금은 50% 이상 올랐지만 교원 1인당 학생 수가 홍익대 12.2명, 고려대 5.9명 증가하는 등 평균 1.6명이 늘었다. 반면 학교별로 학생 1인당 기자재 구입비는 줄었다”며 “이 자료들을 토대로 봤을 때 국내 대학들이 매년 제시하는 등록금 인상 근거가 타당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올린 만큼 혜택을 보지 못하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등록금 인상이 불합리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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