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선옥의 객석에서] 이 가을 섬세한 독백을 듣는다
[임선옥의 객석에서] 이 가을 섬세한 독백을 듣는다
가을입니다. 하늘이 높아진 만큼 생각이 깊어지는 계절이지요. 사색의 계절 10월에 서울 대학로·신촌·남산 등지의 공연장에서 2006 서울국제공연예술제가 열립니다. 이 축제 기간 중 국내 공연뿐 아니라 초청된 세계 14개국의 연극·거리극·무용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공연예술은 관객과 함께 공연 현장에서 소통-교감하며 ‘지금-여기-우리’를 직접 체험하는 예술입니다. 공연은 순간을 살고 덧없이 사라지는 점이 삶을 그대로 빼닮았습니다. 존재와 사라짐이 동시에 일어나는 삶의 순간들을 서울국제공연예술제 기간의 공연 예술과 이어보시길 권합니다. 예술제 기간 중 공연은 길어야 3~4일 정도라 미리 몇몇 공연을 소개해 드립니다. 연극 3편, 거리극 1편, 무용 1편입니다. 공연예술제 개막작인 ‘정화된 자들’은 영국의 요절한 천재라 불리는 사라 케인의 잔혹 미학극으로 폴란드의 크리스토프 발라코프스키가 연출한 연극입니다. 성전환·강간·폭력이 난무하고, 야만적인 언어와 노골적인 성에 대한 이야기가 쏟아지지만, 사랑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한 여인이 사랑·헌신·희생·그리움에 대한 섬세하고 아름다운 독백으로 관객을 죽음과 충족되지 않은 사랑의 지옥으로 이끈답니다. 러시아 연극 ‘개와 늑대 사이’도 흥미롭습니다. 사샤 소콜로프의 소설을 극화한 이 연극은 새로운 연극적 언어를 만들어 소설의 서사 대신 황홀한 시적 이미지를 무대에 펼쳐 보입니다. 아름답고 창의적인 무대, 영상의 사용과 배우들의 즉흥 연기와 라이브 연주가 돋보인다고 합니다. 이스라엘 연극 ‘풀리지 않는 매듭’은 우리나라의 남북분단 상황을 연상시킵니다. 원제목 ‘Plonter’는 짜증나고 풀기 어려운 매듭이라는 뜻을 가진 고대 이스라엘 속어입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상황을 풀기 어려운 매듭으로 보고 이 어려운 매듭을 풀겠다는 의지를 담습니다.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도, 종교적인 선택의 문제도, 정치 논리도 아닌, 분쟁이 일어나고 있는 땅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고 합니다. 관객은 장총을 멘 이스라엘 군인에게 신분증을 제시한 후 자리에 입장하면, 회색 분리 장벽이 막아 선 무대 위에서 5명의 이스라엘 배우와 4명의 팔레스타인 배우들이 실제 그 땅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예민한 문제를 그들 자신의 입으로 전달합니다. 분리장벽을 재현한 무대장치는 무대를 압도하고 효과적인 영상의 사용은 분노와 고통, 고뇌를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및 그 일대에서 ‘요리의 출구’라는 거리극을 보실 수도 있습니다. 거리극이니 당연히 무료입니다. 프랑스의 일로토피와 한국의 호모루덴스 컴퍼니가 공동 제작한 이 거리극은 공연의 시간과 장소뿐 아니라 국가의 경계까지 넘어서며 다양한 관객을 만나려는 시도를 합니다. 기존의 예술 표현방식의 한계를 넘어서 ‘경계 없는 예술’을 꿈꾸는 이들은, 특정 장소에 국한되지 않는 예술의 향유를 꿈꾸고, 프랑스와 한국의 예술가와 관객이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에 따른 제약 없이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벨기에의 무용 공연 ‘떠들썩한 잔치’는 스페인의 최고 무용수들이 벌이는 즐거운 난쟁이라고 합니다. 2004년 공연 당시 “진정한 파티, 완벽한 유머로 가득 찬 여행, 그리고 무한한 포용력을 지닌 기쁨과 놀이에 관한 이야기”라는 평을 들었던 작품이니 한번 직접 느끼고 평가해 보시지요. 이 작품은 중력을 넘어서려는 자유에 대한 갈망에서 춤이 시작되었다는 생각으로 돌아가 몸뿐 아니라 마음의 자유까지 추구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공 연 정 보 연극 <정화된 자들> 10.7~10.9,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 연극 <개와 늑대 사이> 10.21~10.23,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 연극 <풀리지 않는 매듭> 10.24~10.26, 서강대학교 메리홀 거리극 <요리의 출구> 10.7~10.8,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무용 <떠들썩한 잔치> , 10.28~10.29,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 떠들썩한> 요리의> 풀리지> 개와>정화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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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연 정 보 연극 <정화된 자들> 10.7~10.9,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 연극 <개와 늑대 사이> 10.21~10.23,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 연극 <풀리지 않는 매듭> 10.24~10.26, 서강대학교 메리홀 거리극 <요리의 출구> 10.7~10.8,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무용 <떠들썩한 잔치> , 10.28~10.29,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 떠들썩한> 요리의> 풀리지> 개와>정화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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